STEP 7: VO 대본
Writer · 버전 1 · 초안
산출물 (v1)
[00:00]
[낮고 서늘하게]
"이 미치광이 놈아. 당장 꺼져라!"
[잠시 멈춤]
퍽. 날카로운 돌멩이가 이마에 날아와 꽂혔습니다.
주르륵, 검붉은 피가 뺨을 타고 내려왔지요.
그런데도 사내는 고개를 숙인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코를 찌르는 지린내.
상처가 썩어가는 단내.
그 어둑하고 축축한 헛간 방구석에서, 사내는 누렇게 뜬 똥기저귀를 맨손으로 치대고 있었거든요.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 두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질척. 질척.
오물이 튀어 손톱 밑까지 파고들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엎드려 있는 눈먼 노인의 밑을 거친 손으로 조심조심 닦아낼 뿐이었죠.
이 사내가 똥물을 뒤집어쓰며 정성껏 모시는 노인.
그녀는 바로, 사내의 아버지를 무참히 짓밟아 죽인 살인자의 어미였습니다.
[00:30]
[건조하고 담담하게]
마을 사람들은 침을 뱉었습니다.
아비를 죽인 원수의 늙은 부모가 싸놓은 오물을, 맨손으로 치우고 있었으니까요.
퉤. 누군가 흙바닥에 가래침을 뱉고 뒤돌아섰습니다.
툭툭, 발길질이 이어져도 사내는 그저 묵묵히 기저귀를 쥐어짰습니다.
그런데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이 사내의 등 뒤에는, 더 기구한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맑은 승려였거든요.
세상의 모든 번뇌를 끊어내겠다며 깊은 산으로 들어갔던 사람.
그런 그가 도대체 무슨 연유로 부처마저 등지고 지옥 같은 원수의 오물을 빨게 된 것일까요?
[02:00]
[차분하고 고요하게]
시간을 되돌려 보겠습니다.
구름이 발밑에 걸리는 깊은 산속의 낡은 암자.
뎅기렁, 뎅기렁.
처마 끝에서 맑은 풍경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집니다.
사내는 마당 한가운데서 허리를 굽히고 비질을 하고 있었지요.
탁탁, 빗자루가 흙바닥을 스칠 때마다 세속의 먼지도 함께 쓸려나가는 듯했습니다.
사내의 하얀 손목에는 스승이 채워준 깨끗한 나무 단주가 걸려 있었습니다.
세상과 연을 끊고 깨달음을 얻으라는 묵직한 당부가 담긴 물건이었지요.
탁. 탁.
정갈하게 놓인 짚신 위로 서늘한 새벽 공기가 내려앉았습니다.
코끝에 맴도는 은은한 침향 냄새가 사내의 마음을 평온하게 잡아주던 시절이었습니다.
[04:00]
[약간 따뜻한 톤으로]
사내는 절간 마당 아궁이에서 밥을 지을 때면, 남은 누룽지를 바가지에 덜어놓곤 했습니다.
달그락. 솥뚜껑을 닫는 소리가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거든요.
오른쪽 뒷다리가 꺾인 채 질질 끌며 걷는, 다리 저는 떠돌이 개 한 마리였습니다.
질그럭, 질그럭.
흙바닥을 긁는 특유의 발소리와 함께 개가 다가와 꼬리를 쳤습니다.
사내는 쪼그려 앉아 그 앞으로 누룽지를 내밀었습니다.
거칠게 쌕쌕거리는 개의 숨소리가 사내의 맨발등에 따뜻하게 닿았지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작은 위로였습니다.
사내는 개를 쓰다듬지도, 말을 건네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입술을 허물고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을 뿐입니다.
[06:00]
[쓸쓸하고 무겁게]
하지만 산사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새벽, 아랫마을을 다녀온 동자승의 입에서 청천벽력 같은 전갈이 떨어졌습니다.
속세에 두고 온 늙은 어미가 위독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덜그럭.
사내의 손에 들려 있던 물박아지가 돌바닥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그날 밤, 사내는 법당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단 한 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손목의 단주만 꽉 쥐었지요.
핏줄의 부름과 부처의 길 사이.
후우, 깊은 한숨이 코끝을 시큰하게 만들었습니다.
[잠시 멈춤]
여러분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목숨을 바쳐 지키기로 한 신념과, 피를 나눈 어미의 죽음 앞에서 말입니다.
사내의 목젖이 뜨겁게 울컥거렸습니다.
애써 감았던 눈을 뜨자, 촛불 그림자가 길게 흔들렸습니다.
[09:00]
[호흡을 가라앉히며]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부처를 향해 세 번의 절을 올리고, 말없이 승복의 옷고름을 풀었습니다.
스윽. 거친 무명천이 어깨 밑으로 흘러내렸습니다.
평생을 바친 깨달음의 길을 제 손으로 찢어버린 것입니다.
파계라는 돌이킬 수 없는 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사내는 낡은 봇짐 하나만 달랑 둘러멸 뿐이었습니다.
어미에게 달려가면 무어라 변명할까.
사내는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습니다.
"스님께서 제 속세의 인연이 아직 깊다며, 잠시 휴가를 주셨습니다."
이 거짓말이라면, 자식을 산으로 떠나보낸 어미의 마음이 아주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거든요.
툭, 툭. 산길을 내려가는 사내의 발걸음이 무겁게 땅을 짚었습니다.
[12:00]
[낮고 엄숙하게]
저벅저벅.
사내가 일주문을 나서는 순간이었습니다.
뒤에서 천둥처럼 묵직한 울림이 사내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산문을 나서는 순간, 네가 마주할 것은 부처도 구하지 못할 지옥일 것이다."
스승의 마지막 경고였습니다.
사내는 걸음을 멈칫했습니다.
어깨가 파르르 떨렸지만, 끝내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지옥불에 떨어진다 해도, 어미의 마지막 피눈물을 닦아주어야만 했으니까요.
사내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다시 짚신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그가 버리고 떠난 속세에는, 그의 상상조차 뛰어넘는 끔찍한 악연이 똬리를 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5:00]
[목이 메인 듯이]
그러나 사내가 속세로 내려와 마주한 것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흙무덤 하나였습니다.
털썩.
사내는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마지막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회한이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바스락, 바스락. 마른 낙엽을 쥐어뜯으며 짐승처럼 울음을 삼켰습니다.
파계의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사내는 식음을 전폐하고 이정표도 없는 산야를 그저 떠돌았습니다.
신들린 사람처럼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걷고 또 걸었지요.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고, 입술은 바짝 타들어 갔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그가 머물 곳은 없었습니다.
[18:00]
[조심스러운 톤으로]
그러다 인적이 완전히 끊긴 야산 밑자락이었습니다.
문풍지가 다 찢어져 나간 폐가 앞을 지나는데, 기괴한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그르륵, 그르륵.
숨이 넘어갈 듯 가래가 끓는 소리.
덜컹. 조심스레 썩은 방문을 열자 훅 하고 매운 냄새가 밀려왔습니다.
쥐가 파먹은 서까래 아래, 뼈만 앙상하게 남은 노부부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중풍에 걸려 전신이 마비된 노인과, 백내장으로 눈이 멀어 허공만 휘젓는 치매 노모였습니다.
구들장이 깨져 얼음장 같은 방바닥에는 누런 배설물이 이불처럼 늘어붙어 있었지요.
사내는 멈칫했습니다.
이 비참한 몰골 속에서, 숨을 거두던 홀어머니의 고독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21:00]
[약간의 긴장감]
사내는 남은 생을 이 가엾은 병자들을 거두는 데 바치기로 했습니다.
마당에서 땔감을 주워 차가운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따뜻한 물을 데워 굳어버린 노부부의 몸을 조심스레 닦아내기 시작했지요.
방구석에 산처럼 쌓인 해진 옷가지들을 한데 모아 우물가로 가져가던 때였습니다.
스르륵.
옷더미 사이에서 묵직한 무명천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흠칫. 사내의 손끝이 허공에서 굳어버렸습니다.
낡고 피가 잔뜩 묻은 남성용 적삼.
그것은 오래전, 사내의 아버지가 억울하게 몰매를 맞아 죽던 그 밤에 입었던 옷과 질감이 소름 끼치도록 똑같았습니다.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한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이 짐승처럼 버려진 노인들은 도대체 누구인 걸까요.
[24:00]
[지치고 고단하게]
사내는 애써 불길함을 누르며 봉양을 이어갔습니다.
밤낮없이 똥기저귀를 빨고, 죽을 쑤어 입에 넣어주었지요.
치매에 걸린 눈먼 노모는 낯선 인기척에 불안해하며 툭하면 옷고름을 씹었습니다.
"누구여... 워디서 온 뉘신겨..."
사내는 거친 손으로 노모의 발을 주무르며 낮게 대답했습니다.
"지나가던 떠돌이 약초꾼인데, 갈 곳이 없어 며칠 묵어가겠습니다."
도망자 신세로 숨어 사는 노인들이 행여나 마음을 다칠까 봐 한 배려였습니다.
꾸벅꾸벅. 노모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때로는 가래가 끓는 목소리로 고맙다며 사내의 소맷자락을 싹싹 쓰다듬기도 했지요.
사내는 자신의 밥은 짓지 않았습니다.
노부부가 남긴 식은 누룽지를 우물물에 불려 선 채로 씹어 넘길 뿐이었습니다.
[28:00]
[담담하게 누르며]
지독한 돌봄의 시간이 쌓여갔습니다.
첨벙, 주르륵.
언 계곡물을 깨고 똥기저귀를 치대던 사내의 손등은 붉게 터져 피가 맺혔습니다.
무엇보다, 사내의 손목에 걸려 있던 깨끗한 나무 단주가 변해버렸습니다.
오물이 튀고 진흙이 스며들더니, 이내 시커멓게 본래의 색을 잃고 말았지요.
그것은 절간의 청정함을 벗어던지고, 세상의 진흙탕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사내의 처절한 희생을 닮아 있었습니다.
사내는 매일 밤, 노부부가 깊은 잠에 빠지면 소리 없이 방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찬 바람을 맞으며 고향 쪽을 향해 세 번 절을 올렸습니다.
꾹꾹 눌러 담은 회한이 밤공기 속으로 흩어졌습니다.
[30:00]
[서늘하고 느리게]
그런데 깊은 밤, 끔찍한 진실의 문이 열렸습니다.
박박. 덜덜덜.
잠든 줄 알았던 치매 노모가 갑자기 벽지를 긁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손톱 밑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줄도 모르고 허공을 휘적거렸지요.
그리고 사내의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헛소리를 토해냈습니다.
"아이고... 우리 대석이가... 홧김에 그 집 아비만 쳐 죽이지 않았어도..."
[잠시 멈춤]
대석이.
사내의 아버지를 몽둥이로 짓밟아 죽이고 도망친 바로 그 원수의 이름.
노모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날 밤의 참혹한 정황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사내가 며칠 밤낮을 새워가며 발을 닦아주던 자들.
그들은 바로, 내 아버지를 찢어 죽인 살인마의 어미와 아비였습니다.
[33:00]
[감정을 억누르며]
털썩.
사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거친 숨소리가 방안을 메웠고, 시선은 마당 구석에 놓인 시퍼런 낫으로 향했습니다.
손이 파르르 떨렸습니다.
의자를 뒤로 밀치듯 일어선 사내는 당장이라도 낫을 집어들 기세였지요.
부처도 잃고, 어미도 잃었습니다.
그런데 남은 생마저 원수의 똥오줌을 치우며 살고 있었다니.
사내는 낫의 자루를 꽉 쥐었습니다. 나무의 거친 질감이 터진 손바닥을 파고들었습니다.
[잠시 멈춤]
여러분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의 핏줄이 눈앞에 있습니다.
이 치매 노인의 지린내 나는 몸을 계속 닦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낫을 휘두르시겠습니까.
사내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턱관절이 튀어나오도록 이를 악물었지요.
그리고 천천히, 쥐고 있던 낫을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내의 어깨가 소리 없이 흔들렸습니다.
[35:00]
[차가운 톤으로]
분노의 덩어리가 꽉 막힌 목구멍을 거칠게 긁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사내는 낫을 움켜쥐었던 손가락을 천천히 펴고 말았지요.
그리고 다시금 누렇게 뜬 똥기저귀를 집어 들었습니다.
원수임을 뼈저리게 알면서도, 오히려 그들의 죗값을 제 손으로 직접 닦아내겠다는 독선적인 결단이었습니다.
쓱쓱. 살얼음이 낀 차가운 냇물에 두 손을 담그고 억척스럽게 오물을 문질렀습니다.
꾹. 손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젖은 천을 비틀어 짰거든요.
그런 사내의 고단한 등을 보며 지나가던 이웃이 쯧쯧 혀를 찼습니다.
"젊은 양반이 워찌 그리 궂은일을 다 한대유?"
사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저 길에 버려진 불쌍한 노인들일 뿐입니다."
원수라는 진짜 정체를 세상에 철저히 숨겨버린, 세 번째 거짓말이었지요.
지독한 업보의 사슬을 아무와도 나누지 않고 오직 혼자서만 짊어지려 한 겁니다.
[38:00]
[약간 밝은 톤으로]
사내의 미련하고도 지극한 정성은 금세 주변 촌락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우연히 산 밑 폐가 앞을 지나던 마을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기 시작했지요.
하늘이 내린 천사 같은 사내를 돕겠다며, 저마다 낡은 바구니를 불쑥 내밀었습니다.
달그락. 흙 묻은 대나무 소쿠리 위로 엽전 몇 닢이 굴러떨어졌습니다.
"이거라도 좀 묵어가면서 해유."
사내는 말없이 허리를 굽혀 깊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모처럼 얼음장 같던 아궁이에 따뜻한 소나무 장작불이 피어올랐거든요.
오랜만에 이웃에게 얻은 굵직한 고구마를 뜨거운 잿더미 깊숙이 밀어 넣었습니다.
매캐한 아궁이 연기 사이로, 달착지근하게 익어가는 구운 고구마 냄새가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사내의 거북이 등껍질 같은 손등에도 모처럼 옅은 온기가 스며들었지요.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끔찍한 지옥에도, 마침내 따사로운 볕이 드는 듯했습니다.
[41:00]
[속도를 높이며]
그러나 사람의 얄팍한 마음은 바람 앞의 갈대와 같았습니다.
눈부신 칭송이 시퍼런 저주로 뒤바뀌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했으니까요.
아랫마을에서부터 시궁창 냄새 나는 불길한 소문이 뱀처럼 기어 올라왔습니다.
사내가 모시고 있는 병자들이, 사실은 사람을 때려죽인 살인마 도망자라는 끔찍한 이야기.
심지어 사내 본인은 부처의 가르침을 내팽개친 파계승이라는 비릿한 진실이었죠.
웅성웅성.
담장 너머로 모여든 사람들의 눈초리가 하루아침에 서늘한 칼날처럼 변했습니다.
"살인마 핏줄을 돕는 저 미치광이 파계승 놈!"
어제까지만 해도 따뜻한 고구마를 내밀던 손가락들이, 이제는 사내의 코앞에서 거칠게 삿대질을 해댔습니다.
퉤. 누군가 우물가에 누렇고 걸쭉한 가래침을 뱉고 돌아섰습니다.
사내가 매일 밤 물을 긷던 낡은 두레박 줄마저 예리한 낫으로 끊어버렸지요.
잔인한 혐오가 사내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기 시작했습니다.
[43:00]
[급박하고 강하게]
싸늘한 조롱은 금세 물리적인 광기로 번져나갔습니다.
숨을 쉴 수 없는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밤사이 폐가 담벼락에 시커먼 인분을 바가지 채로 끼얹었거든요.
"재수 없는 것들, 당장 이 산에서 꺼져라!"
퍼억. 허공을 매섭게 가르고 날아온 뾰족한 돌멩이 하나.
사내의 오른쪽 관자놀이를 무자비하게 때렸습니다.
살갗이 깊게 찢어졌습니다.
투둑, 투두둑.
여름철 우박이 쏟아지듯 사람들의 손에서 무차별적인 돌팔매질이 날아들었지요.
사내는 노부부가 누워 있는 찢어진 방문 앞을 막아서며, 온몸으로 그 모진 돌덩이들을 받아냈습니다.
털썩.
결국 무릎이 꺾이며 축축한 진흙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마른 등과 어깨가 온통 검붉은 피투성이로 물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내는 입술만 꽉 깨물 뿐, 짧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습니다.
[45:00]
[극도로 느리고 쓸쓸히]
광란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텅 빈 흙마당.
성난 사람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귀가 먹먹해질 만큼 끔찍한 적막이 내려앉았습니다.
뚝, 뚝.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내린 더운 피가 흙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습니다.
휑한 산바람만이 덜컹거리는 문풍지를 때리며 귀신처럼 울어댔지요.
사내는 차가운 진흙 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 가늘고 가쁜 숨만 헐떡였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게 철저히 버림받았습니다.
부처도, 피붙이도, 얄팍한 온기를 나누던 이웃들마저 등을 돌려버렸으니까요.
사내는 양손으로 얼어붙은 바닥의 흙을 부서져라 꽉 움켜쥐었습니다.
너무도 억울하고 서러웠습니다.
목구멍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짐승 같은 오열이 터져 나오려 했습니다.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 완벽한 고립이, 사내의 숨통을 옥죄어 왔습니다.
[48:00]
[떨리지만 따뜻하게]
그 차갑고 참혹한 절망의 마당 끝에서, 아주 미세한 소리 하나가 들려왔습니다.
질그럭. 질그럭.
뒷다리를 질질 끌며 돌멩이가 굴러다니는 바닥을 거칠게 긁어대는 낯익은 발소리.
다름 아닌, 과거 산사 마당에서 매일 누룽지를 얻어먹던 다리 저는 떠돌이 개였습니다.
먼 핏내를 맡고 이 험준한 고개를 넘어 사내의 곁을 찾아온 겁니다.
핥짝.
따뜻하고 축축한 개의 혀가 사내의 피투성이 뺨을 조심스레 핥았습니다.
씩씩거리는 짐승의 거친 숨소리가 사내의 언 귓가에 닿았지요.
잊고 있던 뭉클한 체온이 혈관을 타고 스며들었습니다.
[잠시 멈춤]
사람보다 짐승이 낫다는 옛말이, 이토록 시리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이성을 가진 인간들은 잔인하게 돌을 던지고 떠났지만, 말 못 하는 미물은 피 흘리는 사내에게 기꺼이 제 곁을 내어주었거든요.
버티고 버티던 사내의 굳은 어깨가 마침내 하염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50:00]
[숨을 죽이며]
말 없는 짐승의 체온에 기대어, 사내는 한참을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겨우 부서진 몸을 추스른 사내가 핏자국을 남기며 비틀비틀 방으로 들어갔지요.
주르륵. 뻑뻑한 미닫이문이 거칠게 열렸습니다.
그런데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원수의 눈먼 노모.
어둠 속에서 사내를 향해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빛이 평소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스윽. 의미 없이 허공을 휘젓던 흐리멍덩한 백내장의 동공이 아니었거든요.
초점이 기묘할 정도로 맑고, 소름 끼치게 또렷한 빛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매번 불안한 듯 더러운 옷고름을 잘근잘근 씹어대던 치매 노인의 버릇도 온데간데없었지요.
방 안의 공기가 서늘한 칼날처럼 얼어붙었습니다.
사내는 피 묻은 손으로 문지방을 꽉 붙잡은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노모의 쩍쩍 갈라진 마른 입술이, 아주 천천히 달싹였습니다.
[53:00]
[깊고 묵직한 울림]
"네가 그 약초꾼 양반이 아니란 걸..."
비좁은 방 안을 무겁게 울리는 노모의 낮고 분명한 목소리.
숨넘어가듯 가래 끓던 칭얼거림이 아닌, 뼛속까지 사무치는 명료한 참회의 어조였습니다.
"우리 아들놈이 쳐 죽인... 바로 그 집 자식이란 걸..."
덜덜. 노모의 핏기 없는 입술과 앙상한 턱이 경련하듯 거칠게 떨렸습니다.
"네가 내게 처음 내밀었던, 그 손의 떨림으로...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사내의 머릿속이 하얗게 부서져 내렸습니다.
치매가 아니었던 겁니다.
사내의 정체를 처음부터 알면서도, 살인자 아들을 둔 어미로서 치매라는 병 뒤에 숨어 철저히 연기했던 것이지요.
세상 가장 지독한 염치없음으로 원수 자식의 끔찍한 호의를 받아내어, 스스로의 죗값을 치르고자 했던 피눈물이었습니다.
왈칵.
노모의 꾹 닫힌 멍든 눈망울에서 붉은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내렸습니다.
[55:00]
[부드럽고 벅차게]
수십 년을 두 사람 사이에 버티고 서 있던, 오해와 원한의 거대한 철벽.
그 차가운 벽이 와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사내는 더 이상 분노의 낫을 찾지 않았습니다.
피 흘리는 무릎을 꿇고 다가가, 묵묵히 노모의 야윈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지요.
꼬옥. 찢어지고 상처투성이인 두 사람의 손이 서로 포개졌습니다.
피 튀기는 복수 대신, 이 지독한 업보의 짐을 기꺼이 나누어 짊어지겠다는 위대한 용서였습니다.
스르륵.
극도의 긴장으로 활처럼 굳어 있던 노모의 굽은 등허리가, 낡은 이부자리 위로 편안하게 내려앉았습니다.
평생 노모의 가슴속에 단단하게 맺혀 있던 시퍼런 피멍이, 사내의 거친 체온에 하얗게 녹아내렸습니다.
지린내 나는 좁은 헛간 방 안에, 아무 말 없는 뜨거운 눈물만이 강물처럼 흘렀습니다.
[57:00]
[경건하고 온화하게]
사내는 조용히, 핏물이 밴 왼쪽 무명 소매를 걷어 올렸습니다.
그의 깡마른 손목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나무 단주.
오랜 시간 똥물이 튀고 차가운 진흙이 스며들어, 시커멓게 썩어 문드러진 낡은 물건이었죠.
바스락. 사내의 거친 손가락이 질긴 매듭을 천천히 풀었습니다.
달그락, 그 더럽고 낡은 단주가 노모의 굳어가는 차가운 손바닥 위로 조심스레 놓였습니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산속 절간이 아니라, 세상 가장 밑바닥 지옥 구덩이에서 빚어낸 진짜 해탈의 상징이었습니다.
사내는 단주를 감싼 노모의 손을 두 손으로 다시 한번 단단히 쥐어주었습니다.
대를 이어온 모진 악연의 굴레를 온전히 끊어낸 숭고한 헌신.
그것은 부처의 가르침마저 초월한,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고도 성스러운 자식의 효(孝)였습니다.
[58:30]
[완전히 힘을 뺀 톤으로]
사내의 낡은 단주를 손에 꼭 쥔 노모.
그녀의 창백하고 메마른 입가에 마침내 평온하고 눈부신 미소가 번졌습니다.
털썩. 허공을 향해 있던 고개가 낡은 베개 아래로 조용히 떨어졌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고통스럽게 그르륵거리던 거친 가래 소리도, 완전히 멎었지요.
찢어진 문풍지를 사정없이 때려대던 매서운 겨울바람마저 거짓말처럼 숨을 죽였습니다.
고요.
세상의 모든 험한 소리가 씻겨 내려간 듯한, 깊고 먹먹한 적막뿐이었습니다.
그곳에 사람들에게 돌을 맞던 미치광이 파계승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모든 무거운 업보의 사슬을 끊어낸 온전한 한 인간의 굽은 어깨 위로, 맑고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가만히 내려앉았습니다.
[59:00]
[따뜻하고 나지막하게]
[잠시 멈춤]
[잠시 멈춤]
말 못 하는 짐승조차 은혜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험하고 차가운 세상입니다.
그 무자비한 세상 한가운데서 피어난 한 사내의 바보 같은 용서가, 참으로 묵직하게 가슴 한구석을 칩니다.
가장 깊은 상처를 입고 피 흘리던 사람이 먼저 내민 굳은 손이, 결국 가장 단단하게 엉킨 증오의 매듭을 부드럽게 풀어내었네요.
오늘 들려드린 이 기구하고도 따뜻한 인연의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위로의 씨앗으로 남으셨다면, 화면 아래 빨간 구독 버튼을 한 번만 꾹 눌러주세요.
다음 시간에는, 억만금의 전 재산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어야만 했던 어느 기생의 더 기막히고 놀라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60:00]
[완전한 정적]
[잠시 멈춤]
[60:05]
[모든 소리가 서서히 페이드아웃되며 완전한 암전]
파트별 산출물
part1 (3,532 tokens)
[00:00]
[낮고 서늘하게]
"이 미치광이 놈아. 당장 꺼져라!"
[잠시 멈춤]
퍽. 날카로운 돌멩이가 이마에 날아와 꽂혔습니다.
주르륵, 검붉은 피가 뺨을 타고 내려왔지요.
그런데도 사내는 고개를 숙인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코를 찌르는 지린내.
상처가 썩어가는 단내.
그 어둑하고 축축한 헛간 방구석에서, 사내는 누렇게 뜬 똥기저귀를 맨손으로 치대고 있었거든요.
거북이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진 두 손이 쉴 새 없이 움직였습니다.
질척. 질척.
오물이 튀어 손톱 밑까지 파고들었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엎드려 있는 눈먼 노인의 밑을 거친 손으로 조심조심 닦아낼 뿐이었죠.
이 사내가 똥물을 뒤집어쓰며 정성껏 모시는 노인.
그녀는 바로, 사내의 아버지를 무참히 짓밟아 죽인 살인자의 어미였습니다.
[00:30]
[건조하고 담담하게]
마을 사람들은 침을 뱉었습니다.
아비를 죽인 원수의 늙은 부모가 싸놓은 오물을, 맨손으로 치우고 있었으니까요.
퉤. 누군가 흙바닥에 가래침을 뱉고 뒤돌아섰습니다.
툭툭, 발길질이 이어져도 사내는 그저 묵묵히 기저귀를 쥐어짰습니다.
그런데요.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이 사내의 등 뒤에는, 더 기구한 비밀이 숨어 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속세의 때가 묻지 않은 맑은 승려였거든요.
세상의 모든 번뇌를 끊어내겠다며 깊은 산으로 들어갔던 사람.
그런 그가 도대체 무슨 연유로 부처마저 등지고 지옥 같은 원수의 오물을 빨게 된 것일까요?
[02:00]
[차분하고 고요하게]
시간을 되돌려 보겠습니다.
구름이 발밑에 걸리는 깊은 산속의 낡은 암자.
뎅기렁, 뎅기렁.
처마 끝에서 맑은 풍경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집니다.
사내는 마당 한가운데서 허리를 굽히고 비질을 하고 있었지요.
탁탁, 빗자루가 흙바닥을 스칠 때마다 세속의 먼지도 함께 쓸려나가는 듯했습니다.
사내의 하얀 손목에는 스승이 채워준 깨끗한 나무 단주가 걸려 있었습니다.
세상과 연을 끊고 깨달음을 얻으라는 묵직한 당부가 담긴 물건이었지요.
탁. 탁.
정갈하게 놓인 짚신 위로 서늘한 새벽 공기가 내려앉았습니다.
코끝에 맴도는 은은한 침향 냄새가 사내의 마음을 평온하게 잡아주던 시절이었습니다.
[04:00]
[약간 따뜻한 톤으로]
사내는 절간 마당 아궁이에서 밥을 지을 때면, 남은 누룽지를 바가지에 덜어놓곤 했습니다.
달그락. 솥뚜껑을 닫는 소리가 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거든요.
오른쪽 뒷다리가 꺾인 채 질질 끌며 걷는, 다리 저는 떠돌이 개 한 마리였습니다.
질그럭, 질그럭.
흙바닥을 긁는 특유의 발소리와 함께 개가 다가와 꼬리를 쳤습니다.
사내는 쪼그려 앉아 그 앞으로 누룽지를 내밀었습니다.
거칠게 쌕쌕거리는 개의 숨소리가 사내의 맨발등에 따뜻하게 닿았지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는 작은 위로였습니다.
사내는 개를 쓰다듬지도, 말을 건네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조용히 입술을 허물고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을 뿐입니다.
[06:00]
[쓸쓸하고 무겁게]
하지만 산사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새벽, 아랫마을을 다녀온 동자승의 입에서 청천벽력 같은 전갈이 떨어졌습니다.
속세에 두고 온 늙은 어미가 위독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덜그럭.
사내의 손에 들려 있던 물박아지가 돌바닥으로 굴러떨어졌습니다.
그날 밤, 사내는 법당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단 한 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손목의 단주만 꽉 쥐었지요.
핏줄의 부름과 부처의 길 사이.
후우, 깊은 한숨이 코끝을 시큰하게 만들었습니다.
[잠시 멈춤]
여러분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목숨을 바쳐 지키기로 한 신념과, 피를 나눈 어미의 죽음 앞에서 말입니다.
사내의 목젖이 뜨겁게 울컥거렸습니다.
애써 감았던 눈을 뜨자, 촛불 그림자가 길게 흔들렸습니다.
[09:00]
[호흡을 가라앉히며]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부처를 향해 세 번의 절을 올리고, 말없이 승복의 옷고름을 풀었습니다.
스윽. 거친 무명천이 어깨 밑으로 흘러내렸습니다.
평생을 바친 깨달음의 길을 제 손으로 찢어버린 것입니다.
파계라는 돌이킬 수 없는 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사내는 낡은 봇짐 하나만 달랑 둘러멸 뿐이었습니다.
어미에게 달려가면 무어라 변명할까.
사내는 입술을 깨물며 다짐했습니다.
"스님께서 제 속세의 인연이 아직 깊다며, 잠시 휴가를 주셨습니다."
이 거짓말이라면, 자식을 산으로 떠나보낸 어미의 마음이 아주 조금은 편해질 것 같았거든요.
툭, 툭. 산길을 내려가는 사내의 발걸음이 무겁게 땅을 짚었습니다.
[12:00]
[낮고 엄숙하게]
저벅저벅.
사내가 일주문을 나서는 순간이었습니다.
뒤에서 천둥처럼 묵직한 울림이 사내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산문을 나서는 순간, 네가 마주할 것은 부처도 구하지 못할 지옥일 것이다."
스승의 마지막 경고였습니다.
사내는 걸음을 멈칫했습니다.
어깨가 파르르 떨렸지만, 끝내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지옥불에 떨어진다 해도, 어미의 마지막 피눈물을 닦아주어야만 했으니까요.
사내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다시 짚신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그가 버리고 떠난 속세에는, 그의 상상조차 뛰어넘는 끔찍한 악연이 똬리를 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15:00]
[목이 메인 듯이]
그러나 사내가 속세로 내려와 마주한 것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흙무덤 하나였습니다.
털썩.
사내는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마지막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회한이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바스락, 바스락. 마른 낙엽을 쥐어뜯으며 짐승처럼 울음을 삼켰습니다.
파계의 대가는 참혹했습니다.
사내는 식음을 전폐하고 이정표도 없는 산야를 그저 떠돌았습니다.
신들린 사람처럼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걷고 또 걸었지요.
눈동자는 초점을 잃었고, 입술은 바짝 타들어 갔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그가 머물 곳은 없었습니다.
[18:00]
[조심스러운 톤으로]
그러다 인적이 완전히 끊긴 야산 밑자락이었습니다.
문풍지가 다 찢어져 나간 폐가 앞을 지나는데, 기괴한 소리가 새어 나왔습니다.
그르륵, 그르륵.
숨이 넘어갈 듯 가래가 끓는 소리.
덜컹. 조심스레 썩은 방문을 열자 훅 하고 매운 냄새가 밀려왔습니다.
쥐가 파먹은 서까래 아래, 뼈만 앙상하게 남은 노부부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중풍에 걸려 전신이 마비된 노인과, 백내장으로 눈이 멀어 허공만 휘젓는 치매 노모였습니다.
구들장이 깨져 얼음장 같은 방바닥에는 누런 배설물이 이불처럼 늘어붙어 있었지요.
사내는 멈칫했습니다.
이 비참한 몰골 속에서, 숨을 거두던 홀어머니의 고독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21:00]
[약간의 긴장감]
사내는 남은 생을 이 가엾은 병자들을 거두는 데 바치기로 했습니다.
마당에서 땔감을 주워 차가운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따뜻한 물을 데워 굳어버린 노부부의 몸을 조심스레 닦아내기 시작했지요.
방구석에 산처럼 쌓인 해진 옷가지들을 한데 모아 우물가로 가져가던 때였습니다.
스르륵.
옷더미 사이에서 묵직한 무명천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흠칫. 사내의 손끝이 허공에서 굳어버렸습니다.
낡고 피가 잔뜩 묻은 남성용 적삼.
그것은 오래전, 사내의 아버지가 억울하게 몰매를 맞아 죽던 그 밤에 입었던 옷과 질감이 소름 끼치도록 똑같았습니다.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한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이 짐승처럼 버려진 노인들은 도대체 누구인 걸까요.
[24:00]
[지치고 고단하게]
사내는 애써 불길함을 누르며 봉양을 이어갔습니다.
밤낮없이 똥기저귀를 빨고, 죽을 쑤어 입에 넣어주었지요.
치매에 걸린 눈먼 노모는 낯선 인기척에 불안해하며 툭하면 옷고름을 씹었습니다.
"누구여... 워디서 온 뉘신겨..."
사내는 거친 손으로 노모의 발을 주무르며 낮게 대답했습니다.
"지나가던 떠돌이 약초꾼인데, 갈 곳이 없어 며칠 묵어가겠습니다."
도망자 신세로 숨어 사는 노인들이 행여나 마음을 다칠까 봐 한 배려였습니다.
꾸벅꾸벅. 노모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때로는 가래가 끓는 목소리로 고맙다며 사내의 소맷자락을 싹싹 쓰다듬기도 했지요.
사내는 자신의 밥은 짓지 않았습니다.
노부부가 남긴 식은 누룽지를 우물물에 불려 선 채로 씹어 넘길 뿐이었습니다.
[28:00]
[담담하게 누르며]
지독한 돌봄의 시간이 쌓여갔습니다.
첨벙, 주르륵.
언 계곡물을 깨고 똥기저귀를 치대던 사내의 손등은 붉게 터져 피가 맺혔습니다.
무엇보다, 사내의 손목에 걸려 있던 깨끗한 나무 단주가 변해버렸습니다.
오물이 튀고 진흙이 스며들더니, 이내 시커멓게 본래의 색을 잃고 말았지요.
그것은 절간의 청정함을 벗어던지고, 세상의 진흙탕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사내의 처절한 희생을 닮아 있었습니다.
사내는 매일 밤, 노부부가 깊은 잠에 빠지면 소리 없이 방문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찬 바람을 맞으며 고향 쪽을 향해 세 번 절을 올렸습니다.
꾹꾹 눌러 담은 회한이 밤공기 속으로 흩어졌습니다.
[30:00]
[서늘하고 느리게]
그런데 깊은 밤, 끔찍한 진실의 문이 열렸습니다.
박박. 덜덜덜.
잠든 줄 알았던 치매 노모가 갑자기 벽지를 긁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손톱 밑에서 피가 배어 나오는 줄도 모르고 허공을 휘적거렸지요.
그리고 사내의 온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헛소리를 토해냈습니다.
"아이고... 우리 대석이가... 홧김에 그 집 아비만 쳐 죽이지 않았어도..."
[잠시 멈춤]
대석이.
사내의 아버지를 몽둥이로 짓밟아 죽이고 도망친 바로 그 원수의 이름.
노모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날 밤의 참혹한 정황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사내가 며칠 밤낮을 새워가며 발을 닦아주던 자들.
그들은 바로, 내 아버지를 찢어 죽인 살인마의 어미와 아비였습니다.
[33:00]
[감정을 억누르며]
털썩.
사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거친 숨소리가 방안을 메웠고, 시선은 마당 구석에 놓인 시퍼런 낫으로 향했습니다.
손이 파르르 떨렸습니다.
의자를 뒤로 밀치듯 일어선 사내는 당장이라도 낫을 집어들 기세였지요.
부처도 잃고, 어미도 잃었습니다.
그런데 남은 생마저 원수의 똥오줌을 치우며 살고 있었다니.
사내는 낫의 자루를 꽉 쥐었습니다. 나무의 거친 질감이 터진 손바닥을 파고들었습니다.
[잠시 멈춤]
여러분이라면 어쩌시겠습니까?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의 핏줄이 눈앞에 있습니다.
이 치매 노인의 지린내 나는 몸을 계속 닦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낫을 휘두르시겠습니까.
사내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턱관절이 튀어나오도록 이를 악물었지요.
그리고 천천히, 쥐고 있던 낫을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내의 어깨가 소리 없이 흔들렸습니다.
part2 (3,620 tokens)
[35:00]
[차가운 톤으로]
분노의 덩어리가 꽉 막힌 목구멍을 거칠게 긁고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사내는 낫을 움켜쥐었던 손가락을 천천히 펴고 말았지요.
그리고 다시금 누렇게 뜬 똥기저귀를 집어 들었습니다.
원수임을 뼈저리게 알면서도, 오히려 그들의 죗값을 제 손으로 직접 닦아내겠다는 독선적인 결단이었습니다.
쓱쓱. 살얼음이 낀 차가운 냇물에 두 손을 담그고 억척스럽게 오물을 문질렀습니다.
꾹. 손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젖은 천을 비틀어 짰거든요.
그런 사내의 고단한 등을 보며 지나가던 이웃이 쯧쯧 혀를 찼습니다.
"젊은 양반이 워찌 그리 궂은일을 다 한대유?"
사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저 길에 버려진 불쌍한 노인들일 뿐입니다."
원수라는 진짜 정체를 세상에 철저히 숨겨버린, 세 번째 거짓말이었지요.
지독한 업보의 사슬을 아무와도 나누지 않고 오직 혼자서만 짊어지려 한 겁니다.
[38:00]
[약간 밝은 톤으로]
사내의 미련하고도 지극한 정성은 금세 주변 촌락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우연히 산 밑 폐가 앞을 지나던 마을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기 시작했지요.
하늘이 내린 천사 같은 사내를 돕겠다며, 저마다 낡은 바구니를 불쑥 내밀었습니다.
달그락. 흙 묻은 대나무 소쿠리 위로 엽전 몇 닢이 굴러떨어졌습니다.
"이거라도 좀 묵어가면서 해유."
사내는 말없이 허리를 굽혀 깊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모처럼 얼음장 같던 아궁이에 따뜻한 소나무 장작불이 피어올랐거든요.
오랜만에 이웃에게 얻은 굵직한 고구마를 뜨거운 잿더미 깊숙이 밀어 넣었습니다.
매캐한 아궁이 연기 사이로, 달착지근하게 익어가는 구운 고구마 냄새가 좁은 방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사내의 거북이 등껍질 같은 손등에도 모처럼 옅은 온기가 스며들었지요.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끔찍한 지옥에도, 마침내 따사로운 볕이 드는 듯했습니다.
[41:00]
[속도를 높이며]
그러나 사람의 얄팍한 마음은 바람 앞의 갈대와 같았습니다.
눈부신 칭송이 시퍼런 저주로 뒤바뀌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했으니까요.
아랫마을에서부터 시궁창 냄새 나는 불길한 소문이 뱀처럼 기어 올라왔습니다.
사내가 모시고 있는 병자들이, 사실은 사람을 때려죽인 살인마 도망자라는 끔찍한 이야기.
심지어 사내 본인은 부처의 가르침을 내팽개친 파계승이라는 비릿한 진실이었죠.
웅성웅성.
담장 너머로 모여든 사람들의 눈초리가 하루아침에 서늘한 칼날처럼 변했습니다.
"살인마 핏줄을 돕는 저 미치광이 파계승 놈!"
어제까지만 해도 따뜻한 고구마를 내밀던 손가락들이, 이제는 사내의 코앞에서 거칠게 삿대질을 해댔습니다.
퉤. 누군가 우물가에 누렇고 걸쭉한 가래침을 뱉고 돌아섰습니다.
사내가 매일 밤 물을 긷던 낡은 두레박 줄마저 예리한 낫으로 끊어버렸지요.
잔인한 혐오가 사내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기 시작했습니다.
[43:00]
[급박하고 강하게]
싸늘한 조롱은 금세 물리적인 광기로 번져나갔습니다.
숨을 쉴 수 없는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밤사이 폐가 담벼락에 시커먼 인분을 바가지 채로 끼얹었거든요.
"재수 없는 것들, 당장 이 산에서 꺼져라!"
퍼억. 허공을 매섭게 가르고 날아온 뾰족한 돌멩이 하나.
사내의 오른쪽 관자놀이를 무자비하게 때렸습니다.
살갗이 깊게 찢어졌습니다.
투둑, 투두둑.
여름철 우박이 쏟아지듯 사람들의 손에서 무차별적인 돌팔매질이 날아들었지요.
사내는 노부부가 누워 있는 찢어진 방문 앞을 막아서며, 온몸으로 그 모진 돌덩이들을 받아냈습니다.
털썩.
결국 무릎이 꺾이며 축축한 진흙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마른 등과 어깨가 온통 검붉은 피투성이로 물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내는 입술만 꽉 깨물 뿐, 짧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습니다.
[45:00]
[극도로 느리고 쓸쓸히]
광란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텅 빈 흙마당.
성난 사람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귀가 먹먹해질 만큼 끔찍한 적막이 내려앉았습니다.
뚝, 뚝.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내린 더운 피가 흙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습니다.
휑한 산바람만이 덜컹거리는 문풍지를 때리며 귀신처럼 울어댔지요.
사내는 차가운 진흙 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 가늘고 가쁜 숨만 헐떡였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게 철저히 버림받았습니다.
부처도, 피붙이도, 얄팍한 온기를 나누던 이웃들마저 등을 돌려버렸으니까요.
사내는 양손으로 얼어붙은 바닥의 흙을 부서져라 꽉 움켜쥐었습니다.
너무도 억울하고 서러웠습니다.
목구멍 가장 깊은 곳에서부터 짐승 같은 오열이 터져 나오려 했습니다.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 완벽한 고립이, 사내의 숨통을 옥죄어 왔습니다.
[48:00]
[떨리지만 따뜻하게]
그 차갑고 참혹한 절망의 마당 끝에서, 아주 미세한 소리 하나가 들려왔습니다.
질그럭. 질그럭.
뒷다리를 질질 끌며 돌멩이가 굴러다니는 바닥을 거칠게 긁어대는 낯익은 발소리.
다름 아닌, 과거 산사 마당에서 매일 누룽지를 얻어먹던 다리 저는 떠돌이 개였습니다.
먼 핏내를 맡고 이 험준한 고개를 넘어 사내의 곁을 찾아온 겁니다.
핥짝.
따뜻하고 축축한 개의 혀가 사내의 피투성이 뺨을 조심스레 핥았습니다.
씩씩거리는 짐승의 거친 숨소리가 사내의 언 귓가에 닿았지요.
잊고 있던 뭉클한 체온이 혈관을 타고 스며들었습니다.
[잠시 멈춤]
사람보다 짐승이 낫다는 옛말이, 이토록 시리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이성을 가진 인간들은 잔인하게 돌을 던지고 떠났지만, 말 못 하는 미물은 피 흘리는 사내에게 기꺼이 제 곁을 내어주었거든요.
버티고 버티던 사내의 굳은 어깨가 마침내 하염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50:00]
[숨을 죽이며]
말 없는 짐승의 체온에 기대어, 사내는 한참을 소리 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겨우 부서진 몸을 추스른 사내가 핏자국을 남기며 비틀비틀 방으로 들어갔지요.
주르륵. 뻑뻑한 미닫이문이 거칠게 열렸습니다.
그런데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원수의 눈먼 노모.
어둠 속에서 사내를 향해 고개를 돌린 그녀의 눈빛이 평소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스윽. 의미 없이 허공을 휘젓던 흐리멍덩한 백내장의 동공이 아니었거든요.
초점이 기묘할 정도로 맑고, 소름 끼치게 또렷한 빛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매번 불안한 듯 더러운 옷고름을 잘근잘근 씹어대던 치매 노인의 버릇도 온데간데없었지요.
방 안의 공기가 서늘한 칼날처럼 얼어붙었습니다.
사내는 피 묻은 손으로 문지방을 꽉 붙잡은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노모의 쩍쩍 갈라진 마른 입술이, 아주 천천히 달싹였습니다.
[53:00]
[깊고 묵직한 울림]
"네가 그 약초꾼 양반이 아니란 걸..."
비좁은 방 안을 무겁게 울리는 노모의 낮고 분명한 목소리.
숨넘어가듯 가래 끓던 칭얼거림이 아닌, 뼛속까지 사무치는 명료한 참회의 어조였습니다.
"우리 아들놈이 쳐 죽인... 바로 그 집 자식이란 걸..."
덜덜. 노모의 핏기 없는 입술과 앙상한 턱이 경련하듯 거칠게 떨렸습니다.
"네가 내게 처음 내밀었던, 그 손의 떨림으로...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사내의 머릿속이 하얗게 부서져 내렸습니다.
치매가 아니었던 겁니다.
사내의 정체를 처음부터 알면서도, 살인자 아들을 둔 어미로서 치매라는 병 뒤에 숨어 철저히 연기했던 것이지요.
세상 가장 지독한 염치없음으로 원수 자식의 끔찍한 호의를 받아내어, 스스로의 죗값을 치르고자 했던 피눈물이었습니다.
왈칵.
노모의 꾹 닫힌 멍든 눈망울에서 붉은 눈물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내렸습니다.
[55:00]
[부드럽고 벅차게]
수십 년을 두 사람 사이에 버티고 서 있던, 오해와 원한의 거대한 철벽.
그 차가운 벽이 와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사내는 더 이상 분노의 낫을 찾지 않았습니다.
피 흘리는 무릎을 꿇고 다가가, 묵묵히 노모의 야윈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지요.
꼬옥. 찢어지고 상처투성이인 두 사람의 손이 서로 포개졌습니다.
피 튀기는 복수 대신, 이 지독한 업보의 짐을 기꺼이 나누어 짊어지겠다는 위대한 용서였습니다.
스르륵.
극도의 긴장으로 활처럼 굳어 있던 노모의 굽은 등허리가, 낡은 이부자리 위로 편안하게 내려앉았습니다.
평생 노모의 가슴속에 단단하게 맺혀 있던 시퍼런 피멍이, 사내의 거친 체온에 하얗게 녹아내렸습니다.
지린내 나는 좁은 헛간 방 안에, 아무 말 없는 뜨거운 눈물만이 강물처럼 흘렀습니다.
[57:00]
[경건하고 온화하게]
사내는 조용히, 핏물이 밴 왼쪽 무명 소매를 걷어 올렸습니다.
그의 깡마른 손목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나무 단주.
오랜 시간 똥물이 튀고 차가운 진흙이 스며들어, 시커멓게 썩어 문드러진 낡은 물건이었죠.
바스락. 사내의 거친 손가락이 질긴 매듭을 천천히 풀었습니다.
달그락, 그 더럽고 낡은 단주가 노모의 굳어가는 차가운 손바닥 위로 조심스레 놓였습니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산속 절간이 아니라, 세상 가장 밑바닥 지옥 구덩이에서 빚어낸 진짜 해탈의 상징이었습니다.
사내는 단주를 감싼 노모의 손을 두 손으로 다시 한번 단단히 쥐어주었습니다.
대를 이어온 모진 악연의 굴레를 온전히 끊어낸 숭고한 헌신.
그것은 부처의 가르침마저 초월한,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고도 성스러운 자식의 효(孝)였습니다.
[58:30]
[완전히 힘을 뺀 톤으로]
사내의 낡은 단주를 손에 꼭 쥔 노모.
그녀의 창백하고 메마른 입가에 마침내 평온하고 눈부신 미소가 번졌습니다.
털썩. 허공을 향해 있던 고개가 낡은 베개 아래로 조용히 떨어졌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고통스럽게 그르륵거리던 거친 가래 소리도, 완전히 멎었지요.
찢어진 문풍지를 사정없이 때려대던 매서운 겨울바람마저 거짓말처럼 숨을 죽였습니다.
고요.
세상의 모든 험한 소리가 씻겨 내려간 듯한, 깊고 먹먹한 적막뿐이었습니다.
그곳에 사람들에게 돌을 맞던 미치광이 파계승은 더 이상 없었습니다.
모든 무거운 업보의 사슬을 끊어낸 온전한 한 인간의 굽은 어깨 위로, 맑고 따사로운 아침 햇살이 가만히 내려앉았습니다.
[59:00]
[따뜻하고 나지막하게]
[잠시 멈춤]
[잠시 멈춤]
말 못 하는 짐승조차 은혜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험하고 차가운 세상입니다.
그 무자비한 세상 한가운데서 피어난 한 사내의 바보 같은 용서가, 참으로 묵직하게 가슴 한구석을 칩니다.
가장 깊은 상처를 입고 피 흘리던 사람이 먼저 내민 굳은 손이, 결국 가장 단단하게 엉킨 증오의 매듭을 부드럽게 풀어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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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는, 억만금의 전 재산을 미련 없이 포기하고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어야만 했던 어느 기생의 더 기막히고 놀라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part3 (23 tokens)
[60:00]
[완전한 정적]
[잠시 멈춤]
part4 (26 tokens)
[60:05]
[모든 소리가 서서히 페이드아웃되며 완전한 암전]
스텝 재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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