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6: 파일럿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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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출물 (v1)
1화: 그림자의 장례식
"폐하, 미치셨습니까."
20년 만이었다. 내 입에서 짐승의 신음이나 단말마가 아닌, 인간의 언어가 튀어나온 것은.
황제는 옥좌에 삐딱하게 기대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발치에는 방금 내가 던져버린 비단 두루마리가 굴러다녔다. 암살 지령서가 아니었다. 황실 근위대장 임명장이었다.
"가면을 벗어라, 렌. 이제 쥐새끼 노릇은 끝이다."
"그림자는 빛 아래서 죽습니다."
"그럼 죽어라."
황제가 붉은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그 웃음이 지독하게 매혹적이라, 나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의 단검을 더듬었다.
"죽고 다시 태어나. 내 근위대장으로."
내 손에는 아직 어젯밤 죽인 정적의 피가 마르지도 않았다. 손톱 밑에 낀 핏자국이 욱신거렸다. 그런데 이 미친 황제, 카이리스는 기어이 나를 양지로 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거절한다면요."
"그림자가 주인의 명을 거역하나?"
"주인이 미쳤다고 판단되면, 그림자가 주인을 덮칠 수도 있죠."
내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거칠었다. 평생을 침묵 속에서 살아온 탓이다.
카이리스가 턱을 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해 봐. 네가 내 목을 긋는 게 빠를지, 내 마법이 네 심장을 터뜨리는 게 빠를지."
농담이 아니었다. 황실에 전해 내려오는 '주박(呪縛)'은 절대적이다. 황제의 피를 이은 자만이 그림자를 부린다. 내가 그를 죽이려는 살의를 품는 순간, 내 심장은 터져버릴 것이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살의를 지운다. 심장 박동을 늦춘다.
그제야 가슴을 옥죄던 통증이 사라졌다.
"이유나 듣죠."
"심심해서."
"......"
"농담이고. 청소할 게 좀 많아.
Part 2: 2화 집필
2화: 포식자의 본능
"피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 아주 달콤한."
남자의 목소리는 낮게 깔린 짐승의 그르렁거림 같았다. 연회장의 왈츠 선율이 순간 뚝 끊긴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주변의 귀족들이 숨을 멈췄다.
마족왕(魔族王), 아샤드 르페르.
평화 조약의 사절단 대표이자, 제국 북부 전선을 피바다로 만들었던 장본인.
그가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검은 제복 위로 쏟아지는 샹들리에 불빛이 그의 은발을 날카롭게 비췄다. 무엇보다 거슬리는 건 저 눈이다. 동공이 세로로 찢어진, 명백한 포식자의 금안(金眼).
"개코로군요."
나는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리며 짧게 대꾸했다.
"전장에서 구르다 온 군인에게 피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군인이라."
아샤드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글쎄. 내 기억 속의 제국 군인들은 땀 냄새와 지린내가 섞여 있었는데. 너한테선 썩은 내가 나. 아주 오래된 시체 썩는 냄새."
"......"
"그런데 묘하게 군침이 돈단 말이지."
미친놈.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황제가 왜 나를 이 자리에 세웠는지 알 것 같았다. 저 미친개에게 목줄을 채우거나, 아니면 미친개에게 물려 죽으라는 뜻이다. 어느 쪽이든 황제에게는 남는 장사였다.
나는 일부러 한 발자국 물러섰다.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 남자와 엮이면 피곤해진다.
"과찬의 말씀이군요. 하지만 저는 썩은 고기 취미는 없습니다."
"도망치려고?"
"춤 신청이라도 하실 겁니까?"
"못할 것도 없지."
그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예법 따위는 무시한, 거의 낚아채려는 듯한 손길이었다.
주변에서 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국의 근위대장과 마족의 왕이 춤을 춘다? 내일 조간신문 1면 감이다. 황제는 저 구석 옥좌에서 턱을 괸 채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팝콘이라도 쥐여주면 딱 어울릴 표정으로.
거절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거절의 말을 뱉기도 전에,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움찔.
왼손이 제멋대로 떨렸다.
단검을 뽑으려는 살수의 습관이 아니다. 이건... 공포? 아니면 환희?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마치 내 안의 장기들이 제멋대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진정해.'
나는 이를 악물고 떨리는 왼손을 오른손으로 덮어 눌렀다. 20년을 단련한 육체다. 고작 마족 하나의 기세에 눌릴 리가 없다. 이건 내 반응이 아니다.
"영광이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드레스보다는 갑옷이 익숙해서."
나는 고개를 까닥하고는 몸을 돌렸다.
"테라스에서 바람 좀 쐬고 오죠."
도망이 아니다. 전략적 후퇴다. 여기서 저놈과 더 마주 보고 있다가는, 내 손이 멋대로 저놈의 목을 긋거나, 아니면 내 심장이 먼저 터질 것 같았으니까.
테라스의 공기는 차가웠다.
연회장의 소음이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웅웅거렸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손끝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거울이 있었다면 분명 창백하게 질려 있었을 것이다.
'이 몸뚱이가 왜 이래?'
이벨린. 내가 빙의한 이 여자의 몸은 분명 건강했다. 황제가 흑마법으로 보존해 둔 덕분에 근육량도, 반사신경도 전성기의 내 몸 못지않았다. 그런데 아까 그 마족을 본 순간부터 몸이 삐걱거렸다. 마치 맞지 않는 부품을 억지로 끼워 맞춘 기계처럼.
"재미있는 반응이야."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뒤로 휘둘렀다.
캉!
단검이 무언가에 막혔다. 아샤드의 검지였다. 그가 맨손으로, 그것도 손가락 하나로 내 칼날을 막고 있었다.
"인사치고는 과격한데."
"인기척 좀 내고 다니시죠."
"네가 너무 무방비하게 등을 보인 탓이야."
그가 천천히 내 칼날을 밀어냈다. 압도적인 완력이었다.
테라스는 어두웠다. 달빛만이 그의 은발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는 연회장 안에서보다 훨씬 더 위험해 보였다.
"질문 하나 하지. 근위대장."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너, 누구냐?"
"제국 근위대장 렌이라고 소개했을 텐데요."
"거짓말."
그가 내 손목을 낚아챘다. 뜨거웠다.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거운 체온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네 껍데기 말고. 그 안에 들어있는 거 말이야."
"......!"
"영혼의 냄새가 달라. 두 개가 섞여 있어. 하나는 썩어 문드러진 살인귀의 냄새. 그리고 또 하나는..."
그가 코를 킁, 하고 울렸다. 그의 얼굴이 내 목덜미 근처까지 내려왔다.
"아주 그리운 냄새가 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들켰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영혼을
Part 3: 3화 집필
3화: 불청객
"그리운 냄새라."
나는 일부러 코웃음을 쳤다. 심장은 흉곽을 부술 듯이 뛰고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20년 차 암살자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마족의 왕께서는 시체 썩는 냄새를 그리워하시나 보죠?"
"아니."
아샤드의 금안이 가늘어졌다. 그는 내 손목을 쥔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뼈가 으스러질 듯이 쥐어왔다.
"살아있는 것의 냄새야. 아주 치열하게,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생명력."
그가 고개를 숙였다. 콧날이 내 귓가를 스쳤다.
"이 껍데기의 원래 주인은 죽었어. 확실해. 20년 전에 이미 끊어진 명줄이야. 그런데 지금 이 안에 들어앉은 넌... 펄떡거리고 있군."
소름이 돋았다.
이 남자는 위험하다. 황제보다 더.
황제는 나를 장난감으로 취급하지만, 이 남자는 나를 '해부'하려 든다.
나는 반사적으로 무릎을 들어 올렸다. 급소를 노린, 더러운 살수의 기술.
아샤드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내 허벅지를 가볍게 틀어막으며 웃었다.
"성격도 꽤 거친데."
"놓으시죠. 외교적 결례로 간주하겠습니다."
"황제의 개가 외교를 논하다니. 재밌군."
그때였다.
콰창!
연회장 안쪽에서 유리가 깨지는 굉음이 들렸다. 비명 소리가 뒤따랐다.
"폐하를 보호해!"
"자객이다! 창문! 창문을 막아!"
음악이 멈춘 자리를 비명이 채웠다. 귀족들이 썰물처럼 밀려나고, 검은 복면을 쓴 무리가 샹들리에를 타고 내려왔다. 하나, 둘, 다섯... 열 명.
반마족(Half-Demon) 반란군이다. 평화 조약을 반대하는 놈들.
타이밍 한번 예술이네.
아샤드가 내 손목을 놓았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네 주인이 위험한 것 같은데. 안 가봐?"
"......빌어먹을."
나는 드레스 자락을 찢어내며 난간을 뛰어넘었다.
연회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황제는 옥좌에 앉아 와인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눈앞에서 칼부림이 벌어지는데도, 마치 3류 연극을 보는 관객처럼 하품을 하고 있었다.
"늦었어, 렌."
황제와 눈이 마주쳤다. 입모양으로 그가 속삭였다.
심심해.
저 미친 인간.
나는 혀를 차며 가장 가까이 있는 자객의 등 뒤로 파고들었다.
서걱.
단검이 경동맥을 끊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익숙한 감각. 손에 감기는 근육의 저항감.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나는 춤을 추듯 자객들 사이를 누볐다.
내 검술은 화려하지 않다. 기사들의 검술이 보여주기 위한 춤이라면, 내 검술은 오로지 죽이기 위한 노동이다. 최소한의 동선으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급소를 찌른다.
하나를 처리하고, 다음 놈의 명치를 걷어찼다.
세 놈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왼쪽, 어깨, 허벅지.'
눈이 궤적을 읽었다. 몸은 생각보다 먼저 움직인다.
피하고, 베고, 찌른다.
완벽했다. 적어도 3초 전까지는.
"크윽...!"
갑자기 시야가 핑 돌았다.
발이 꼬였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발목을 잡아챈 것 같았다.
'뭐야?'
오른팔을 들어 올리려는데,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쥐가 난 건가? 아니, 이건 마비다.
독? 그럴 리 없다. 닿지도 않았다.
"죽어라! 황제의 개!"
자객의 칼날이 내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평소라면 하품하면서도 피할 속도였다. 그런데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뇌에서는 '피해!'라고 명령을 내리는데, 팔다리는 '싫어!'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챙!
간신히 단검을 들어 막았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등이 차가운 벽에 닿았다. 막다른 곳.
'움직여. 움직이라고, 제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심장 깊은 곳, 아주 깊은 심연에서 무언가가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문을 열어달라는 듯이.
쿵. 쿵. 쿵.
이건 심장 박동 소리가 아니다. 노크 소리다.
"끝이다!"
자객 셋이 동시에 검을 찔러왔다. 퇴로가 없다.
저 멀리서 아샤드가 팔짱을 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도와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어디 한번 살아남아 봐'라고 말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죽는다고?
20년을 그림자로 살다가, 이제 겨우 이름표를 달았는데?
칼끝이 내 눈앞까지 다가왔다.
슬로우 모션처럼 세상이 느려졌다.
죽음의 공포가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아니, 공포가 아니었다.
이건... 분노다.
'누가 감히.'
내 생각이 아니었다.
머릿속을 찢고 들어오는,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목소리.
[비켜.]
그 순간이었다.
투둑.
마비되었던 신경이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다.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내 오른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자객의 검을 쳐내고, 그대로 놈의 목을 움켜쥐었다.
"끄르륵..."
내 악력이 이렇게 셌나?
거구의 사내가 내 손아귀에서 짐승처럼 버둥거렸다. 나는, 아니 '내 몸'은 가소롭다는 듯 사내를 옆으로 집어던졌다. 마치 쓰레기 봉투를 버리듯이.
그리고 우아하게 드레스 자락을 털었다.
사방이 조용해졌다. 자객들도, 귀족들도, 심지어 황제마저도 입을 다물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연회장 벽면을 장식한 거대한 전신 거울.
그 속에 내가 서 있었다.
피 묻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
창백한 피부, 붉은 입술.
분명 나의 얼굴이었다. 20년간 보아온 익숙한 얼굴.
하지만 거울 속의 여자는 웃고 있었다.
입꼬리가 귀밑까지 찢어질 듯 말려 올라간, 기괴하고도 천진난만한 미소.
나는 웃지 않았는데.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다.
"아하하."
내 입술이 벌어졌다. 내 성대가 울렸다.
내 것이 아닌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재미 좀 봤어? 렌."
거울 속의 여자가 눈을 깜빡였다. 붉은 눈동자가 생기 있게 빛났다.
그건 살인귀의 눈이 아니었다.
오만하고, 제멋대로이고, 사랑받고 자란 귀족 영애의 눈.
죽었다고 했다.
20년 전에 죽어서, 황제가 시체만 보존해 둔 껍데기라고 했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뭐지?
"월세가 너무 밀렸잖아. 양심도 없이."
거울 속의 '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뇌가 하얗게 타버릴 것 같았다.
"이제 방 빼. 주인이 돌아왔으니까."
아, 망했다.
집주인이 돌아왔다.
3화 메타 정보 및 결제 유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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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글자 수: 4,680자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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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수: 3개 (테라스 대치 → 연회장 난입 및 전투 → 거울 앞 빙의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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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캐릭터: 렌(주인공), 아샤드(남주), 황제 카이리스, 이벨린(각성한 원주인)
-
공개된 설정:
- 영혼의 냄새: 아샤드는 영혼을 구분할 수 있으며, 이벨린의 영혼을 '그리워'함.
- 신체 거부 반응: 원주인의 영혼이 깨어나면 렌은 몸의 통제권을 잃음.
- 황제의 관망: 황제는 렌이 위험에 처해도 돕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즐김.
-
클리프행어 유형: [S급] 자아 분열/공포 (Identity Horror)
- 주인공의 몸이 통제를 벗어나고, 죽은 줄 알았던 원주인이 말을 걺.
-
결제 유도 분석:
- 즉각적 궁금증 (Survival): 전투 중에 몸의 주도권을 뺏기면 렌은 어떻게 되는가? 남은 자객들은?
- 중기적 궁금증 (Mystery): 돌아온 '이벨린'은 대체 누구이며, 아샤드가 말한 '그리운 냄새'의 정체는 렌인가 이벨린인가?
- 장기적 궁금증 (Romance): 한 몸에 두 영혼이 공존하는 이 기막힌 상황에서 남주와의 로맨스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 독자 심리: "빙의물인 줄 알았는데 호러였어?"라는 배신감과 신선함. "집주인이 돌아왔다"는 대사의 임팩트로 인한 강한 뒷내용 호기심 자극.
-
예상 독자 반응:
- "와 미친 ㅋㅋㅋ 방 빼래."
- "남주가 그리워하는 게 여주야, 원주인이야? 헷갈리게 하네."
- "여기서 끊는 게 어딨어! 결제 간다."
파트별 산출물
ep1 (474 tokens)
1화: 그림자의 장례식
"폐하, 미치셨습니까."
20년 만이었다. 내 입에서 짐승의 신음이나 단말마가 아닌, 인간의 언어가 튀어나온 것은.
황제는 옥좌에 삐딱하게 기대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발치에는 방금 내가 던져버린 비단 두루마리가 굴러다녔다. 암살 지령서가 아니었다. 황실 근위대장 임명장이었다.
"가면을 벗어라, 렌. 이제 쥐새끼 노릇은 끝이다."
"그림자는 빛 아래서 죽습니다."
"그럼 죽어라."
황제가 붉은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그 웃음이 지독하게 매혹적이라, 나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의 단검을 더듬었다.
"죽고 다시 태어나. 내 근위대장으로."
내 손에는 아직 어젯밤 죽인 정적의 피가 마르지도 않았다. 손톱 밑에 낀 핏자국이 욱신거렸다. 그런데 이 미친 황제, 카이리스는 기어이 나를 양지로 끌어내려 하고 있었다.
"거절한다면요."
"그림자가 주인의 명을 거역하나?"
"주인이 미쳤다고 판단되면, 그림자가 주인을 덮칠 수도 있죠."
내 목소리는 쇳소리가 섞여 거칠었다. 평생을 침묵 속에서 살아온 탓이다.
카이리스가 턱을 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해 봐. 네가 내 목을 긋는 게 빠를지, 내 마법이 네 심장을 터뜨리는 게 빠를지."
농담이 아니었다. 황실에 전해 내려오는 '주박(呪縛)'은 절대적이다. 황제의 피를 이은 자만이 그림자를 부린다. 내가 그를 죽이려는 살의를 품는 순간, 내 심장은 터져버릴 것이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골랐다. 살의를 지운다. 심장 박동을 늦춘다.
그제야 가슴을 옥죄던 통증이 사라졌다.
"이유나 듣죠."
"심심해서."
"......"
"농담이고. 청소할 게 좀 많아.
ep2 (1,333 tokens)
Part 2: 2화 집필
2화: 포식자의 본능
"피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 아주 달콤한."
남자의 목소리는 낮게 깔린 짐승의 그르렁거림 같았다. 연회장의 왈츠 선율이 순간 뚝 끊긴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주변의 귀족들이 숨을 멈췄다.
마족왕(魔族王), 아샤드 르페르.
평화 조약의 사절단 대표이자, 제국 북부 전선을 피바다로 만들었던 장본인.
그가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검은 제복 위로 쏟아지는 샹들리에 불빛이 그의 은발을 날카롭게 비췄다. 무엇보다 거슬리는 건 저 눈이다. 동공이 세로로 찢어진, 명백한 포식자의 금안(金眼).
"개코로군요."
나는 샴페인 잔을 들어 올리며 짧게 대꾸했다.
"전장에서 구르다 온 군인에게 피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군인이라."
아샤드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글쎄. 내 기억 속의 제국 군인들은 땀 냄새와 지린내가 섞여 있었는데. 너한테선 썩은 내가 나. 아주 오래된 시체 썩는 냄새."
"......"
"그런데 묘하게 군침이 돈단 말이지."
미친놈.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황제가 왜 나를 이 자리에 세웠는지 알 것 같았다. 저 미친개에게 목줄을 채우거나, 아니면 미친개에게 물려 죽으라는 뜻이다. 어느 쪽이든 황제에게는 남는 장사였다.
나는 일부러 한 발자국 물러섰다. 본능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 남자와 엮이면 피곤해진다.
"과찬의 말씀이군요. 하지만 저는 썩은 고기 취미는 없습니다."
"도망치려고?"
"춤 신청이라도 하실 겁니까?"
"못할 것도 없지."
그가 불쑥 손을 내밀었다. 예법 따위는 무시한, 거의 낚아채려는 듯한 손길이었다.
주변에서 헉,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제국의 근위대장과 마족의 왕이 춤을 춘다? 내일 조간신문 1면 감이다. 황제는 저 구석 옥좌에서 턱을 괸 채 이 상황을 구경하고 있었다. 팝콘이라도 쥐여주면 딱 어울릴 표정으로.
거절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거절의 말을 뱉기도 전에, 내 몸이 먼저 반응했다.
움찔.
왼손이 제멋대로 떨렸다.
단검을 뽑으려는 살수의 습관이 아니다. 이건... 공포? 아니면 환희?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기 시작했다. 마치 내 안의 장기들이 제멋대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진정해.'
나는 이를 악물고 떨리는 왼손을 오른손으로 덮어 눌렀다. 20년을 단련한 육체다. 고작 마족 하나의 기세에 눌릴 리가 없다. 이건 내 반응이 아니다.
"영광이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드레스보다는 갑옷이 익숙해서."
나는 고개를 까닥하고는 몸을 돌렸다.
"테라스에서 바람 좀 쐬고 오죠."
도망이 아니다. 전략적 후퇴다. 여기서 저놈과 더 마주 보고 있다가는, 내 손이 멋대로 저놈의 목을 긋거나, 아니면 내 심장이 먼저 터질 것 같았으니까.
테라스의 공기는 차가웠다.
연회장의 소음이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웅웅거렸다. 나는 난간을 붙잡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손끝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거울이 있었다면 분명 창백하게 질려 있었을 것이다.
'이 몸뚱이가 왜 이래?'
이벨린. 내가 빙의한 이 여자의 몸은 분명 건강했다. 황제가 흑마법으로 보존해 둔 덕분에 근육량도, 반사신경도 전성기의 내 몸 못지않았다. 그런데 아까 그 마족을 본 순간부터 몸이 삐걱거렸다. 마치 맞지 않는 부품을 억지로 끼워 맞춘 기계처럼.
"재미있는 반응이야."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뒤로 휘둘렀다.
캉!
단검이 무언가에 막혔다. 아샤드의 검지였다. 그가 맨손으로, 그것도 손가락 하나로 내 칼날을 막고 있었다.
"인사치고는 과격한데."
"인기척 좀 내고 다니시죠."
"네가 너무 무방비하게 등을 보인 탓이야."
그가 천천히 내 칼날을 밀어냈다. 압도적인 완력이었다.
테라스는 어두웠다. 달빛만이 그의 은발을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는 연회장 안에서보다 훨씬 더 위험해 보였다.
"질문 하나 하지. 근위대장."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너, 누구냐?"
"제국 근위대장 렌이라고 소개했을 텐데요."
"거짓말."
그가 내 손목을 낚아챘다. 뜨거웠다. 화상을 입을 것처럼 뜨거운 체온이 손목을 타고 올라왔다.
"네 껍데기 말고. 그 안에 들어있는 거 말이야."
"......!"
"영혼의 냄새가 달라. 두 개가 섞여 있어. 하나는 썩어 문드러진 살인귀의 냄새. 그리고 또 하나는..."
그가 코를 킁, 하고 울렸다. 그의 얼굴이 내 목덜미 근처까지 내려왔다.
"아주 그리운 냄새가 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들켰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영혼을
ep3 (2,288 tokens)
Part 3: 3화 집필
3화: 불청객
"그리운 냄새라."
나는 일부러 코웃음을 쳤다. 심장은 흉곽을 부술 듯이 뛰고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20년 차 암살자의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마족의 왕께서는 시체 썩는 냄새를 그리워하시나 보죠?"
"아니."
아샤드의 금안이 가늘어졌다. 그는 내 손목을 쥔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뼈가 으스러질 듯이 쥐어왔다.
"살아있는 것의 냄새야. 아주 치열하게,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생명력."
그가 고개를 숙였다. 콧날이 내 귓가를 스쳤다.
"이 껍데기의 원래 주인은 죽었어. 확실해. 20년 전에 이미 끊어진 명줄이야. 그런데 지금 이 안에 들어앉은 넌... 펄떡거리고 있군."
소름이 돋았다.
이 남자는 위험하다. 황제보다 더.
황제는 나를 장난감으로 취급하지만, 이 남자는 나를 '해부'하려 든다.
나는 반사적으로 무릎을 들어 올렸다. 급소를 노린, 더러운 살수의 기술.
아샤드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내 허벅지를 가볍게 틀어막으며 웃었다.
"성격도 꽤 거친데."
"놓으시죠. 외교적 결례로 간주하겠습니다."
"황제의 개가 외교를 논하다니. 재밌군."
그때였다.
콰창!
연회장 안쪽에서 유리가 깨지는 굉음이 들렸다. 비명 소리가 뒤따랐다.
"폐하를 보호해!"
"자객이다! 창문! 창문을 막아!"
음악이 멈춘 자리를 비명이 채웠다. 귀족들이 썰물처럼 밀려나고, 검은 복면을 쓴 무리가 샹들리에를 타고 내려왔다. 하나, 둘, 다섯... 열 명.
반마족(Half-Demon) 반란군이다. 평화 조약을 반대하는 놈들.
타이밍 한번 예술이네.
아샤드가 내 손목을 놓았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네 주인이 위험한 것 같은데. 안 가봐?"
"......빌어먹을."
나는 드레스 자락을 찢어내며 난간을 뛰어넘었다.
연회장은 아수라장이었다.
황제는 옥좌에 앉아 와인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눈앞에서 칼부림이 벌어지는데도, 마치 3류 연극을 보는 관객처럼 하품을 하고 있었다.
"늦었어, 렌."
황제와 눈이 마주쳤다. 입모양으로 그가 속삭였다.
심심해.
저 미친 인간.
나는 혀를 차며 가장 가까이 있는 자객의 등 뒤로 파고들었다.
서걱.
단검이 경동맥을 끊었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익숙한 감각. 손에 감기는 근육의 저항감.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나는 춤을 추듯 자객들 사이를 누볐다.
내 검술은 화려하지 않다. 기사들의 검술이 보여주기 위한 춤이라면, 내 검술은 오로지 죽이기 위한 노동이다. 최소한의 동선으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급소를 찌른다.
하나를 처리하고, 다음 놈의 명치를 걷어찼다.
세 놈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왼쪽, 어깨, 허벅지.'
눈이 궤적을 읽었다. 몸은 생각보다 먼저 움직인다.
피하고, 베고, 찌른다.
완벽했다. 적어도 3초 전까지는.
"크윽...!"
갑자기 시야가 핑 돌았다.
발이 꼬였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발목을 잡아챈 것 같았다.
'뭐야?'
오른팔을 들어 올리려는데,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았다.
쥐가 난 건가? 아니, 이건 마비다.
독? 그럴 리 없다. 닿지도 않았다.
"죽어라! 황제의 개!"
자객의 칼날이 내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평소라면 하품하면서도 피할 속도였다. 그런데 몸이 굳어서 움직이지 않았다. 뇌에서는 '피해!'라고 명령을 내리는데, 팔다리는 '싫어!'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챙!
간신히 단검을 들어 막았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등이 차가운 벽에 닿았다. 막다른 곳.
'움직여. 움직이라고, 제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심장 깊은 곳, 아주 깊은 심연에서 무언가가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문을 열어달라는 듯이.
쿵. 쿵. 쿵.
이건 심장 박동 소리가 아니다. 노크 소리다.
"끝이다!"
자객 셋이 동시에 검을 찔러왔다. 퇴로가 없다.
저 멀리서 아샤드가 팔짱을 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도와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어디 한번 살아남아 봐'라고 말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이렇게 죽는다고?
20년을 그림자로 살다가, 이제 겨우 이름표를 달았는데?
칼끝이 내 눈앞까지 다가왔다.
슬로우 모션처럼 세상이 느려졌다.
죽음의 공포가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아니, 공포가 아니었다.
이건... 분노다.
'누가 감히.'
내 생각이 아니었다.
머릿속을 찢고 들어오는,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목소리.
[비켜.]
그 순간이었다.
투둑.
마비되었던 신경이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다.
내 의지가 아니었다. 내 오른손이 멋대로 움직였다.
자객의 검을 쳐내고, 그대로 놈의 목을 움켜쥐었다.
"끄르륵..."
내 악력이 이렇게 셌나?
거구의 사내가 내 손아귀에서 짐승처럼 버둥거렸다. 나는, 아니 '내 몸'은 가소롭다는 듯 사내를 옆으로 집어던졌다. 마치 쓰레기 봉투를 버리듯이.
그리고 우아하게 드레스 자락을 털었다.
사방이 조용해졌다. 자객들도, 귀족들도, 심지어 황제마저도 입을 다물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연회장 벽면을 장식한 거대한 전신 거울.
그 속에 내가 서 있었다.
피 묻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
창백한 피부, 붉은 입술.
분명 나의 얼굴이었다. 20년간 보아온 익숙한 얼굴.
하지만 거울 속의 여자는 웃고 있었다.
입꼬리가 귀밑까지 찢어질 듯 말려 올라간, 기괴하고도 천진난만한 미소.
나는 웃지 않았는데.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다.
"아하하."
내 입술이 벌어졌다. 내 성대가 울렸다.
내 것이 아닌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재미 좀 봤어? 렌."
거울 속의 여자가 눈을 깜빡였다. 붉은 눈동자가 생기 있게 빛났다.
그건 살인귀의 눈이 아니었다.
오만하고, 제멋대로이고, 사랑받고 자란 귀족 영애의 눈.
죽었다고 했다.
20년 전에 죽어서, 황제가 시체만 보존해 둔 껍데기라고 했다.
그런데 이 목소리는 뭐지?
"월세가 너무 밀렸잖아. 양심도 없이."
거울 속의 '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뇌가 하얗게 타버릴 것 같았다.
"이제 방 빼. 주인이 돌아왔으니까."
아, 망했다.
집주인이 돌아왔다.
3화 메타 정보 및 결제 유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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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글자 수: 4,680자 (공백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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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수: 3개 (테라스 대치 → 연회장 난입 및 전투 → 거울 앞 빙의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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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캐릭터: 렌(주인공), 아샤드(남주), 황제 카이리스, 이벨린(각성한 원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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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설정:
- 영혼의 냄새: 아샤드는 영혼을 구분할 수 있으며, 이벨린의 영혼을 '그리워'함.
- 신체 거부 반응: 원주인의 영혼이 깨어나면 렌은 몸의 통제권을 잃음.
- 황제의 관망: 황제는 렌이 위험에 처해도 돕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즐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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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프행어 유형: [S급] 자아 분열/공포 (Identity Horror)
- 주인공의 몸이 통제를 벗어나고, 죽은 줄 알았던 원주인이 말을 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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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유도 분석:
- 즉각적 궁금증 (Survival): 전투 중에 몸의 주도권을 뺏기면 렌은 어떻게 되는가? 남은 자객들은?
- 중기적 궁금증 (Mystery): 돌아온 '이벨린'은 대체 누구이며, 아샤드가 말한 '그리운 냄새'의 정체는 렌인가 이벨린인가?
- 장기적 궁금증 (Romance): 한 몸에 두 영혼이 공존하는 이 기막힌 상황에서 남주와의 로맨스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 독자 심리: "빙의물인 줄 알았는데 호러였어?"라는 배신감과 신선함. "집주인이 돌아왔다"는 대사의 임팩트로 인한 강한 뒷내용 호기심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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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독자 반응:
- "와 미친 ㅋㅋㅋ 방 빼래."
- "남주가 그리워하는 게 여주야, 원주인이야? 헷갈리게 하네."
- "여기서 끊는 게 어딨어! 결제 간다."
스텝 재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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