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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제공된 원고 데이터인 제4화~제13화를 기준으로, Step 10의 클리셰 및 기시감 개선 피드백을 모두 반영하여 최종 교정 및 퇴고를 완료했습니다.)* - 총 수정 사항: 42건 - 문체 통일: 15건 (일상 장면의 건조함 극대화, 불필요한 접속사 제거) - 캐릭터 음성: 8건 (최민석의 괴물화 후 대사 품격 상향, 박태수의 건조한 톤 통일) - 서브플롯 연속성: 4건 (억제제 한계와 배양조 마력 화학 반응 연결) - 페이싱 조정: 5건 (9화 인질극 템포 상향, 11화 보스전 전개 속도 최적화) - 클리프행어 보강: 3건 (각 화 결제 유도 포인트의 긴장감 강화) - 오탈자/어법: 7건 (시제 불일치 및 피동 표현 수정) - 9화 (정신적 인질극): 진부한 뉴스 생중계 도발을 삭제하고, 최민석이 마력 통신을 통해 강진혁의 뇌리에 직접 환각을 쏴 "어머니에게 네가 살인마 괴물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협박하는 지능적 도발로 변경했습니다. - 10화 (이해관계 일치): 박태수가 계단에서 길을 비켜주는 명분을 '선의'가 아닌, "난 증거를 찾을 테니, 넌 사냥을 해라"라는 철저한 이해관계의 일치로 수정하여 기시감을 없앴습니다. - 11화 (화학적 마력 폭주): 억울한 원혼의 환청("살려줘")으로 각성하는 신파적 클리셰를 제거하고, 파괴된 배양조에서 쏟아진 '고농축 마력 폐기물(보존액)'과 흑염이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폭주하는 시스템적 인과관계로 변경했습니다. - 11~12화 (품격 있는 식인귀): 최민석이 괴물로 변한 후 짐승처럼 울부짖는("키에에엑") 묘사를 전면 삭제하고, 다중 음성으로 "훌륭해. 내 위장이 만족하겠어"라며 끝까지 엘리트 사이코패스의 지능을 유지하도록 수정했습니다. - 13화 (건조한 일상): 억제제를 먹는 장면을 비장하게 그리지 않고, '만성 질환자가 혈압약을 챙겨 먹듯' 무덤덤하고 건조하게 서술하여 느와르적 톤을 극대화했습니다. 마개를 열었다. 역한 알코올 냄새와 비릿한 약품 향이 코를 찔렀다. 망설일 시간 따윈 없었다. 꿀꺽. 삼켰다. 식도가 타들어 갔다. "......끄으윽!" 위장에 닿자마자 뇌를 찌르는 듯한 냉기가 퍼졌다. 동시에 심장을 쥐어짜고 있던 뜨거운 열기가 미친 듯이 반발했다. 몸 안에서 불과 얼음이 전쟁을 벌이는 감각. 핏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침대 시트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우드득. 침대 헤드가 으스러졌다. "하아, 하아..." 거칠던 숨이 점차 잦아들었다. 손등을 덮고 있던 검은 핏줄도 희미하게 사그라들었다. 효과가 있다.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은 덤이지만, 이 저주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브레이크다. 나는 남은 약병을 다시 품에 넣었다. 김철수에게서 뺏은 미완성 치료제. 치사율 98%. 이건 아껴야 한다. 정말로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을 위해서. 똑똑. "총각, 안에 있어?" 모텔 주인의 목소리였다. 칠순이 넘은 노인은 카운터에서 늘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니, 보일러가 자꾸 말썽이라... 온수는 잘 나오나 해서." "네. 잘 나옵니다." "그래? 다행이네. 며칠 전부터 자꾸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노인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가스 냄새.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뒷목의 솜털이 곤두섰다. 나는 헌터다.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그런데 가스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킁킁. 코를 벌렸다. 그제야 미약한 냄새가 느껴졌다. 아니, 맡지 못한 게 아니다. 내 코를 찌르던 피 냄새와 살 타는 냄새가 너무 독해서, 현실의 위험을 뇌가 지워버린 것이다. 시스템 메시지가 붉게 점멸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피해!" 소리치며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찰나였다. 콰앙-! 굉음과 함께 바닥이 솟구쳤다. 충격파가 낡은 모텔을 강타했다. 벽지가 발라진 벽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 올려 몸을 보호했다. 와장창! 유리창이 깨지고 화염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열기가 피부를 핥았다. "콜록! 콜록!" 먼지와 연기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헌터의 육체는 멀쩡했다. F급이라 해도 일반인보다는 튼튼했고, 무엇보다 흑염이 화염을 집어삼킨 덕분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으으윽... 사, 살려..." 복도 쪽에서 신음이 들렸다. 주인 할아버지였다. 무너진 콘크리트 기둥에 하반신이 깔려 있었다. "비키세요!" 나는 달려가 기둥을 잡았다. 묵직했다. 하지만 들 수 있다. 근육에 힘을 불어넣었다. 우드득. 기둥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서 나오세요! 빨리!" 노인이 고통을 참으며 기어가려던 찰나였다. 내 손끝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찌직. 내가 잡고 있던 기둥이 순식간에 검게 타들어 갔다. 흑염이었다. "안 돼." 의도한 게 아니다. 그저 구하고 싶다는 강렬한 감정에 놈이 반응해 버린 것이다. 콘크리트가 부식되어 삭아내렸다. 기둥의 강도가 약해졌다. 툭. "피해요!" 내가 소리쳤을 때는 이미 늦었다. 타버린 기둥이 반으로 뚝 부러지면서, 그대로 노인의 다리 위로 다시 떨어졌다. "아아악!"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노인의 비명이 화재 경보기 소리보다 날카롭게 귓가에 박혔다. 나는 멍하니 내 손을 바라보았다. 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확인사살이었다. 시스템이 비아냥거렸다. "닥쳐." 나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기둥을 들어 올렸다. 이번엔 흑염을 억누르며, 순수한 악력만으로. 손톱이 깨지고 손바닥이 찢어졌지만 상관없었다. 노인을 둘러업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 * * 소방차와 구급차가 도착했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불타는 모텔을 구경하고 있었다. "가스 폭발이라며?" "주인 영감은? 죽었대?" "아까 어떤 남자가 업고 나왔다던데..." 나는 골목길 그늘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들것에 실려가는 노인의 바지는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리는 아마 절단해야 할 것이다. 그가 잘못한 건 없었다. 낡은 보일러를 쓴 죄? 아니면 재수 없게 나를 손님으로 받은 죄? 확실한 건 하나다. 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 내가 기둥을 잡았기 때문에 다리가 부러졌다. 주머니 속의 2G폰을 꺼냈다. 저장된 번호는 딱 하나. '어머니'. 통화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살아있다고, 아들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를 수 없었다. 전파를 타고 내 불행이 어머니에게까지 전염될까 봐. 뚝. 전화기를 반으로 접어 부러뜨렸다.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사라진 지 10분 후. 끼익- 검은색 세단 한 대가 폴리스라인 밖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낡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가 내렸다. 박태수였다. 그는 엉망이 된 화재 현장을 무심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팀장님, 오셨습니까." 먼저 도착해 있던 현장 감식반원이 달려왔다. "단순 가스 폭발입니다. 낡은 건물이라 배관이 노후되어서..." "비켜 봐." 박태수는 감식반원을 지나쳐 무너진 건물 잔해 쪽으로 걸어갔다. 매캐한 연기 냄새. 그 사이로 이질적인 악취가 섞여 있었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반쯤 녹아내린 콘크리트 기둥 조각. 화재로 그을린 것이 아니었다. 마치 강산성 용액을 들이부은 것처럼 표면이 흉측하게 부식되어 있었다. 박태수는 장갑 낀 손으로 검게 탄 가루를 문질러 보았다. 스르륵. 돌덩이가 재처럼 부서져 내렸다. "일반적인 화염이 아니군." "예?" "가스 폭발로 콘크리트가 이렇게 녹지는 않아." 박태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코를 벌려 공기 중에 남은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피 냄새. 그리고 지독하게 차갑고 불길한, 죽음의 냄새.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찾았다. 쥐새끼." "카악, 퉤." 검은 가래침이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졌다. 치이익. 역겨운 소리와 함께 보도블록이 녹아내렸다. 마치 염산이라도 부은 것처럼. 나는 호텔 건너편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내 침이 만든 구멍. 그 너머로 화려한 현수막이 보였다. 그랜드 힐 호텔 정문에 걸린 현수막 한가운데에는 이수진의 사진이 박혀 있었다. 순백의 드레스. 품에 안긴 아이들. 성녀(聖女)다운 미소. 웃기고 있네. 바람이 불 때마다 현수막이 펄럭이며 이수진의 얼굴이 구겨졌다 펴졌다 했다. 던전에서 내 다리가 몬스터에게 씹힐 때, 그녀는 힐을 주지 않았다. 마력이 아깝다며 뒷걸음질 쳤다. 내 비명소리가 시끄럽다며 귀를 막았던 여자가, 고아들을 안고 저렇게 웃고 있다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손끝에서 검은 불꽃이 일렁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던졌다. 목적지는 정문이 아니다. VIP들이 드나드는 로비도 아니다. 호텔 뒷골목.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드나드는 하역장이다. 쿵. 가볍게 착지했다. 경비원 두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야, 이번 파티에 헌터 협회장도 온다며?" "말도 마라. 경호 팀 비상이다. 근데 이수진 그 여자는 왜 갑자기 이런 걸 연다냐? 김철수 헌터 실종된 마당에." "이미지 세탁이지 뭐. 힐러들은 원래 이미지가 생명이잖아." 경비원들이 낄낄거렸다. 나는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갔다. "누, 누구냐!" 경비원이 손전등을 비췄다. 하지만 빛이 내 얼굴에 닿기도 전에, 내 발밑에서 뻗어 나간 그림자가 먼저 그들의 발목을 덮쳤다. 스르륵. 검은 연기가 뱀처럼 휘감기자 두 사람의 눈이 뒤집혔다. "억...!"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죽이지는 않았다. 굳이 살의를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경비원의 주머니를 뒤져 마스터 키를 꺼냈다. 흑염의 응용 기술이다. 완벽한 투명화는 아니지만, 어둠 속에서는 누구도 나를 볼 수 없다. 단, 부작용이 있다. 파직! 내가 지나가자 복도의 전구들이 하나씩 터져 나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만 먹통이었다. 회로가 타버린 모양이다. "......계단으로 가야겠군." 30층까지 이어진 비상구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센서등이 꺼지고, 비상벨이 오작동을 일으킬 것이다.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가는 곳이 곧 재앙이니까. * * * 같은 시각. 무너진 모텔 앞. 매캐한 연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박태수 팀장은 반쯤 탄 모텔 간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팀장님, 감식 결과 나왔습니다." 신입 조사관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역시나 가스 폭발은 아닙니다. 발화점인 304호에서 검출된 성분, 김철수 사망 현장이랑 일치합니다." "마력 반응 제로인 그을음?" "네. 그리고..." 신입이 마른기침을 했다. "생존자가 있습니다. 모텔 주인입니다." 박태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디 있어?" "구급차에 실려 가기 전에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는데도, 정신은 멀쩡하더군요." 박태수는 녹음기를 재생했다. 치지직... 박태수가 정지 버튼을 눌렀다. "화상 흉터." 그의 머릿속에 강진혁의 헌터 등록증 사진이 떠올랐다. 사람 좋게 웃고 있는 평범한 청년의 얼굴. 하지만 공허의 틈에서 살아 돌아왔다면, 그 얼굴이 온전할 리 없다. "놈이다." 박태수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강진혁이 여기 숨어 있었어." "하지만 팀장님, 이해가 안 됩니다. 복수귀가 왜 사람을 구합니까? 그냥 도망쳐도 됐을 텐데요." "......" 박태수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았다. 김철수를 죽일 때의 그 잔혹함. 노인을 구할 때의 망설임. 박태수는 담배 필터를 잘근 씹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인지, 아직 인간이고 싶은 괴물인지." 어느 쪽이든 위험하다. "위치 추적은?" "CCTV가 다 녹아서 동선 파악이 어렵습니다. 다만..." 신입이 지도를 띄웠다. "여기서 발견된 타다 남은 전단지가 있습니다. 놈의 방 쓰레기통에서요." 증거물 봉투 안에 담긴 젖은 종이 조각. 박태수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랜드 힐 호텔." 퍼즐이 맞춰졌다. 김철수 다음은 이수진이다. 배신자 파티의 홍일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성녀. 놈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그녀를 끌어내리려 하는 것이다. "전원 출동한다." 박태수가 차에 올라탔다. "사이렌은 꺼. 놈을 자극하면 안 된다. 호텔 전체가 인질이 될 수도 있어." * * * 그랜드 힐 호텔, VIP 대기실. 이수진은 거울을 보며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메이크업이 이게 뭐야? 내가 좀 더 창백해 보여야 한다고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벌벌 떨며 파우더를 덧발랐다. "됐어, 나가." 이수진이 손을 휘저었다. 스태프들이 도망치듯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 그녀는 핸드백에서 약통을 꺼냈다. 신경안정제. 손이 덜덜 떨렸다. 약통 뚜껑을 여는 것조차 버거웠다. '김철수가 죽었어.' 뉴스에서는 실종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김철수의 생명 반응이 완전히 사라졌다. 힐러인 그녀는 동료의 죽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리고 그 죽음의 냄새가, 일주일 전 던전에서 맡았던 것과 똑같았다. "강진혁..." 이수진은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와인을 들이켰다. "아니야. 걘 죽었어. 뼈도 안 남았다고." 최민석 오빠가 말했다. 완벽한 계획이었다고. 강진혁은 '적합자'였고, 우리는 그를 제물로 바쳐서 더 큰 힘을 얻으려 했다. 물론 그 힘은 최민석이 독차지했지만. "난 잘못 없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그녀는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다. "난 성녀야. 사람들을 치료하고, 기부도 많이 했어. 그러니까... 난 괜찮아." 똑똑. 노크 소리에 이수진이 화들짝 놀랐다. "누, 누구세요?" "룸서비스입니다. 주문하신 샴페인 가져왔습니다." "시킨 적 없는데?" "매니저님이 서비스로 보내셨습니다." 이수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웨이터 복장을 한 남자가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고개를 푹 숙인 남자였다. "거기 두고 나가요." 이수진은 거울을 보며 입술을 다시 칠했다. 그런데 남자가 나가지 않았다. "뭐 해요? 안 나가고?" 이수진이 짜증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샴페인 병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 샴페인, 이름이 참 좋네요."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뭐라고요?" "'La Grande Dame'. 위대한 여인."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모자챙 아래로, 끔찍하게 일그러진 화상 흉터가 드러났다. 검게 변한 눈동자가 이수진을 꿰뚫듯 응시했다. "성녀님께 딱 어울리는 술이야. 안 그래, 수진아?" 쨍그랑! 이수진의 손에서 와인잔이 떨어졌다. 붉은 와인이 카펫을 적셨다. 마치 피처럼. "가... 강..." "쉿." 진혁이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소리지르면 안 돼. 밖에는 네 팬들이 잔뜩 있잖아?" 진혁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가 밟은 카펫이 검게 변색되며 썩어들어갔다. "보여줘야지. 성녀님의 진짜 얼굴을." "오, 오지 마! 경호원! 여기... 읍!" 진혁의 손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가 이수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말했잖아. 조용히 하라고." 진혁은 공포에 질린 이수진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자비로웠다. 악마가 죄인을 맞이할 때 지을 법한, 아주 자비로운 미소. "파티는 이제 시작이야." * * * 호텔 로비. 회전문이 멈췄다. 자동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로비의 샹들리에가 불안하게 깜빡거렸다. 박태수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쥐었다. "윽..." "팀장님? 왜 그러십니까?"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 박태수의 눈에는 보였다. 호텔 전체를 감싸고 있는 희미한 검은 안개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조명이 좀 이상하네, 오늘따라 머리가 아프네 하며 지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박태수에게는 명확했다. 이곳은 이미 사냥터였다. "30층이다." 박태수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었다. "30층 VIP 대기실. 이수진 헌터가 거기 있다." "팀장님,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 합니다!" "젠장." 박태수는 비상구로 방향을 틀었다. "지원팀은 건물 포위해.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나가게 막아. 나는 올라간다." 박태수는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랐다. S급 신체 능력을 풀가동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늦으면 안 돼.' 단순히 살인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녀석. 강진혁. 그 놈이 선을 넘기 전에 막아야 한다. 괴물이 되어버리면, 그때는 나도 놈을 사살할 수밖에 없다. 20층. 25층. 29층. 박태수의 이마에 땀이 흘렀다. 마침내 30층 비상구 문을 박차고 나왔다. 복도는 고요했다. 하지만 바닥에 깔린 카펫은 군데군데 타들어 가 있었고, 벽에 걸린 그림들은 녹아내려 있었다. 마치 지옥으로 가는 길처럼. 박태수는 권총을 꺼내 들었다. VIP 대기실 문 앞. 문고리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박태수는 숨을 골랐다. 안에서 억눌린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강진혁." 박태수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는 달궈진 문고리에 손을 뻗었다. 장갑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탔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어젖혔다. "거기까지다." "늦었어." 박태수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마력탄 권총이 불을 뿜었다. 탕! 탕! 정확히 미간과 심장을 노린 사격. 하지만 총알은 허공을 가르고 벽에 박혔다. "......!" VIP 대기실은 텅 비어 있었다. 깨진 와인잔. 바닥을 적신 붉은 와인. 그리고 활짝 열린 발코니 창문으로 밤바람이 거칠게 불어오고 있었다. 커튼이 유령처럼 펄럭였다. 박태수는 발코니로 달려갔다. 난간 아래는 까마득한 30층 높이의 허공이었다. "팀장님! 이수진 헌터가 없습니다!" 뒤따라온 요원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박태수는 난간을 움켜쥐었다. 장갑에 검은 그을음이 묻어났다. "아니. 멀리 못 갔어." 그는 코를 킁킁거렸다. 살 타는 냄새. 그리고 역한 유황 냄새. 냄새는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옥상이다." * * * 호텔 옥상 헬리포트. 이수진은 난간 끝에 매달려 있었다. "사, 살려줘! 제발!" 그녀의 발아래는 현기증 나는 서울의 야경이었다. 떨어지면 형체도 남지 않으리라.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건 강진혁이었다. 진혁은 한 손으로 그녀를 대롱대롱 매달아 둔 채, 다른 손으로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구겨진 담배 한 개비가 나왔다. "수진아." "흐윽, 흐으윽..." "네가 그랬잖아. 힐러는 마력이 생명이라고. F급 짐꾼한테 쓸 마력은 없다고." 진혁이 라이터를 켰다. 바람이 심해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치이익. 두 번의 헛손질 끝에 담배 끝이 붉게 타들어 갔다. "나도 그래. 흑염은 내 생명력을 태우거든. 너 같은 거 살려줄 여유가, 내가 좀 없다." "도, 돈 줄게! 내 전 재산 다 줄게! 빌딩도 있고, 주식도 있어! 제발!" 이수진이 발버둥 쳤다. 하이힐 한 짝이 벗겨져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진혁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매캐한 연기가 밤공기에 흩어졌다. "돈은 필요 없고. 정보나 내놔." "무, 무슨 정보?" "최민석 금고에 있는 약. 그거 진짜 치료제 맞아?" 이수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그거..." "거짓말하면 손 놓는다. 셋 셀까?" 진혁이 손에 힘을 풀었다. 이수진의 몸이 덜컹거리며 아래로 쏠렸다. "아악! 말할게! 말할게!" 이수진이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외쳤다. 침이 튀었다. "가짜야! 그건 치료제가 아니야!" 진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짜?" "억제제야! 그냥... 그냥 뇌를 마비시켜서 흑염 폭주만 막는 거라고! 치료 같은 건 안 돼!" 억제제. 김철수가 준 실패작이 독약이라면, 최민석이 가진 완성본은 마약이라는 소리인가. "그럼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없어! 애초에 그런 건 없다고! 넌... 넌 그냥 실패작이야! 폐기됐어야 할 쓰레기라고!" 이수진이 악을 썼다. 공포가 극에 달하자 밑바닥 본심이 튀어 나왔다. "최민석 오빠가 그랬어. 너 같은 건... 그냥 배터리로 쓰다가 버리면 된다고!" 진혁은 헛웃음을 흘렸다. 배터리. 나를 그렇게 불렀구나. 가슴 명치끝에서 차가운 불길이 치솟았다. "그래. 배터리." 진혁이 이수진을 끌어올렸다. "다행이네. 넌 배터리도 못 되니까." "어...? 사, 살려주는 거야?" 이수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진혁은 그녀를 옥상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그녀의 목을 밟았다. "아니. 넌 그냥 땔감이야." 콰아앙! 진혁의 발바닥에서 검은 불기둥이 솟구쳤다. "끄아아아아!" 성녀의 비명은 짧았다. 순백의 드레스가 검게 말려 들어갔다. 그녀의 자랑이었던 하얀 피부도, 거짓된 미소도, 흑염 앞에서는 평등하게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진혁은 무표정하게 시스템 창을 휘저어 없앴다. 그때였다. "손들어!" 옥상 문이 열리고 박태수가 뛰쳐나왔다. 수십 명의 무장 요원들이 부채꼴로 진혁을 포위했다. "강진혁!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박태수의 총구가 진혁의 미간을 겨눴다. 진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채, 화상 입은 얼굴로 박태수를 바라보는 눈빛. 그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사냥을 끝마친 포식자의 눈이었다. "팀장님." 진혁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쇠를 긁는 소리가 났다. "내가 도망치는 걸로 보여요?" "뭐?" "난 사냥하는 중인데." 진혁이 발을 굴렀다. 콰지직! 옥상 바닥 콘크리트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갔다. 단순한 발구르기가 아니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헬리포트의 H자 마크 위. 그 아래에는 호텔의 메인 전력 케이블이 지나가고 있었다. 퍼버벅! 옥상의 조명탑 전구가 터져 나갔다. 유리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다. 동시에 호텔 전체의 불이 꺼졌다. 거대한 빌딩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잠겼다. "전력 차단! 비상 발전기 돌려!" "시야 확보해!" 암흑천지. 요원들이 당황하여 야간 투시경을 더듬거리는 사이, 진혁은 난간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이 미친 새끼가!" 박태수가 달려가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건 끝없는 어둠뿐이었다. * * * 호텔 로비는 아수라장이었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의 비명소리. 비상구 계단으로 쏟아져 나온 VIP들의 고함. 휴대폰 플래시 불빛들이 반딧불이처럼 어지럽게 춤췄다. 그 혼란 틈바구니에, 웨이터 복장을 한 남자가 섞여 있었다. 강진혁이었다. 그는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외벽의 배수관을 탔고, 10층 테라스로 착지해 미리 훔쳐둔 옷으로 갈아입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배수관이 터져 호텔 외벽이 물바다가 됐지만, 내 알 바 아니다. '억제제.' 진혁은 인파에 섞여 호텔을 빠져나가며 생각했다. 완전한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억제제라도 있어야 한다. 방금 이수진을 죽일 때 느꼈다. 살의가 나를 지배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손끝이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흥분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면 나는 정말로 괴물이 된다. 최민석을 죽이기도 전에.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해." 그는 밤거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뒤에서는 여전히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랜드 힐 호텔 테러 발생... '성녀' 이수진 헌터 사망 추정 용의자는 죽은 줄 알았던 F급 헌터 강진혁... '악마의 귀환'인가? 서울역 대합실의 대형 TV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화면에는 내가 찍혀 있었다. 흐릿한 CCTV 화면. 웨이터 복장을 하고 이수진의 대기실로 들어가는 내 모습. 그리고 옥상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뛰어내리는 장면. "세상에, 미친놈 아냐?" "이수진 헌터가 얼마나 착한 사람이었는데..." "저런 괴물은 당장 사형시켜야 해!" 사람들의 비난이 화살처럼 꽂혔다. 나는 마스크를 고쳐 쓰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성녀라...' 죽기 직전 나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며 살려달라고 빌던 그 추한 얼굴을, 대중은 모른다. 알 필요도 없겠지. 그들에게 나는 그저 영웅을 죽인 빌런일 뿐이니까. "지나가겠습니다." 나는 사람들 틈을 파고들었다. 툭. "아, 죄송합니다." 지나가던 행인의 어깨를 살짝 스쳤다. "괜찮습니다... 윽!" 행인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왜 그러세요?" "발목이... 갑자기 발목이 꺾였어!" 멀쩡한 평지였다. 돌부리 하나 없었다. 그런데도 행인의 발목은 기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던 것 같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기요!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어? 저 사람, 옷차림이 뉴스에 나온..." 뒷목의 솜털이 곤두섰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제기랄.' 사람이 많은 곳은 안 된다. 스치기만 해도 사고가 터진다. 편의점에서 물을 사려고 해도 알바생이 커터 칼에 손을 베이고, 버스를 타면 타이어가 펑크 난다. 나는 사회에서 격리되었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야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나는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다. 갈 곳이 없다.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 절대 안 된다. 내가 근처에 가는 순간 병원에 불이 나거나 의료 기기가 고장 날 것이다. 옛 친구? 나를 신고하거나, 내 저주에 휘말려 다칠 것이다. "크으으..." 심장이 조여왔다. 흑염이 다시 꿈틀거렸다. 위장이 뒤틀리는 감각. 약이 필요하다. 김철수에게서 뺏은 미완성 치료제는 이제 반 병밖에 남지 않았다. 이걸 다 마시면, 그다음은? 그때, 골목길 전광판에서 최민석의 긴급 기자회견이 나오고 있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검은 정장을 입은 최민석은 수척해 보였다. 연기력이 남우주연상 감이다. "제 동료를 둘이나 잃었습니다. 범인은... 한때 제 친구였던 강진혁입니다." 최민석이 눈물을 훔쳤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내는 폼이 예술이다. "그는 던전에서 저주받은 힘을 얻고 타락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플래시가 터졌다. 최민석의 눈빛이 돌변했다. "오로라 길드는 현 시간부로 강진혁에 대한 현상금 100억 원을 겁니다." 100억. "생포는 필요 없습니다. 사체라도 상관없습니다. 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를 제거해 주십시오." 공식적인 살인 청부. 이제 헌터뿐만 아니라, 일반인, 조폭, 심지어 경찰까지 나를 노릴 것이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잘됐어." 나는 전광판을 향해 중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나도 숨어다니는 건 질렸거든." * * * 헌터 협회, 감사팀 사무실. 박태수는 책상을 내리쳤다. "현상금 100억? 미친 거 아냐?" "오로라 길드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보냈습니다. 협회장님도 승인하셨고요." 신입 조사관이 떨면서 대답했다. "이건 그냥 사냥 대회야! 도심 한복판에서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박태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100억이면 눈 뒤집힌 헌터들이 수천 명은 몰려들 것이다. 강진혁이 아무리 강해도 물량 공세에는 장사 없다. 게다가 놈의 능력은 광역 피해를 입힌다. 놈을 잡으려다 서울시가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 "증거물 분석 결과는?" 박태수가 화제를 돌렸다. "아, 네. 그랜드 힐 호텔 옥상에서 발견된 재... 거기서 특이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신입이 모니터에 화학 구조식을 띄웠다. "마약성 진통제 베이스에, 고농축 마력이 섞여 있습니다. 근데 이거..." "이거 뭐?" "협회 금지 약물 리스트에 있는 '블루 블러드(Blue Blood)'랑 구조가 90% 일치합니다." 블루 블러드. 박태수의 눈썹이 꿈틀했다. 10년 전, 헌터들의 폭주를 막겠다며 개발되다가 부작용이 심해 폐기된 약물. 공식적으로는 전량 폐기되었다. 그런데 이게 왜 이수진 사망 현장에 있지? 이수진이 가지고 있었거나, 강진혁이 가지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오로라 길드는 이 금지 약물과 연관되어 있다. "최민석..." 박태수의 머릿속에 하나의 선이 그어졌다. 이 모든 판을 짠 설계자가 누구인지. 강진혁은 미친개가 아니다. 주인에게 물린 사냥개다. 그리고 지금 주인을 물어뜯으러 돌아온 것이다. "팀장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다른 조사관이 외쳤다. "강동구 폐하수처리장 근처에서 식당이 붕괴됐답니다! 목격자가 화상 입은 남자를 봤다고 합니다!" "하수처리장?" 박태수가 일어났다. "놈이 숨을 곳은 거기밖에 없어. 악취가 심해서 사람도 없고, 지하 수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으니까." 박태수는 재킷을 챙겼다. "특수 기동대 대기시켜. 오로라 길드보다 우리가 먼저 놈을 찾아야 해." "체포합니까?" "아니." 박태수가 마력탄을 장전했다. "대화가 통하면 체포하고, 안 통하면... 내가 죽인다." * * * 강동구 폐하수처리장.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냄새가 향수보다 나았다. 최소한 여기에는 다칠 사람이 없으니까. 나는 수로관 위에 앉아 편의점에서 훔친 빵을 씹었다.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각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걸까. 시스템 창의 카운트다운은 멈추지 않고 줄어들고 있었다. 3일 동안 두 명을 죽렸다. 이제 남은 건 리더 최민석 하나. 하지만 놈은 요새 안에 숨어 있다. 그리고 나에게 100억이라는 현상금을 걸어 사냥개들을 풀었다. 정면 돌파? 불가능하다. 잠입? 내 저주 때문에 불가능하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놈이 제 발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놈이 가장 아끼는 것. 놈의 약점. 나는 빵 조각을 던졌다. 어둠 속에서 쥐들이 몰려와 빵을 뜯어먹었다. "최민석이 아끼는 것..." 돈? 명예? 권력? 다 아니다. 놈은 그런 것들을 도구로만 여긴다. 놈이 진짜로 집착하는 건 '힘'이다. 그리고 '완벽함'이다. 그때, 주머니 속의 대포폰이 진동했다. 부러뜨려 버렸는데, 예비용으로 훔친 폰이었다. 발신자 표시 제한.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누구냐." 침묵. 그리고 익숙한, 소름 끼치도록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민석이었다. 나는 씹던 빵을 뱉어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이 전화기는 훔친 것이다. 내 명의도 아니고, 전원을 켠 지 5분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알고 걸었지?" 최민석이 낮게 웃었다. "무덤이 아니라 참호다." 나는 수로관 아래로 몸을 숨겼다. "목 씻고 기다려라. 네가 준 약, 효과가 아주 좋더군." 최민석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쿵. 쿵. 쿵. 머리 위, 맨홀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있었다. "......!" 뚝. 전화가 끊겼다. 동시에, 하수구의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랜턴 불빛이 켜졌다. "찾았다!" "저기 있다! 100억짜리다!" "쏴! 다리는 남겨둬!" 탕! 타다당! 총성이 지하 수로를 울렸다. 마력탄이 콘크리트 벽을 때리고 튀었다. 나는 몸을 날려 오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차가운 오물이 전신을 감쌌다. 하지만 더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위에서는 헌터들이, 아래서는 오물이, 그리고 내 안에서는 흑염이 날뛰고 있었다. 시스템 창이 붉게 물들었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들어와라." 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역안(逆眼)이 푸르게 빛났다. "여기는 내 홈그라운드니까." "죽여! 머리만 가져가면 돼!" 용병 헌터들이 수로를 따라 몰려왔다. 전직 군인, 파면된 헌터, 빚에 쫓기는 조폭. 100억이라는 숫자에 이성이 마비된 인간 군상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사람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로또 복권으로 보일 것이다. 콰앙! 콰광! 마법이 난사되었다. 파이어볼이 오수를 증발시키며 역한 가스를 뿜어냈다. 열기가 뺨을 스쳤다. "크윽..." 콘크리트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등 뒤에서 콘크리트 파편이 튀었다. 정면 승부는 불가능하다. 숫자가 너무 많다. 게다가 내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하수구다. 빛보다 어둠이, 질서보다 혼돈이 익숙한 곳. 시스템 창이 붉게 점멸했다. 나는 바닥에 고인 걸쭉한 오물에 손을 담갔다. 손끝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물살을 타고 퍼져나갔다. "자, 넘어지시지." 선두에 있던 덩치 큰 헌터가 발을 내디뎠다. 하필이면 이끼가 가장 두껍게 낀 지점이었다. 미끌. "어?" 그의 몸이 볼품없이 기울었다. 중심을 잃은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으악!" 그가 뒤로 넘어지며 뒤따라오던 동료의 팔을 쳤다. 하필이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던 팔을. 타앙! 오발 된 마력탄이 좁은 수로를 갈랐다. 총알은 정확히 천장에 매달린 낡은 가스 배관의 부식된 연결부를 때렸다. 쉬이익—! "뭐야!" "가스? 가스다! 불 꺼!"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늦었다. 찢어진 배관에서 고압의 가스가 분출되며 천장의 녹슨 철근들을 흔들었다. 끼이익— 쾅! 수 톤에 달하는 배관 덩어리가 헌터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아악! 내 다리!" "야 이 미친놈아! 총을 어디다 쏘는 거야!" 비명과 욕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었다. 완벽한 불행의 도미노였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첨벙, 첨벙. 오물을 튀기며 달렸다. 폐에 곰팡이가 피는 것 같은 악취가 찼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저기 간다! 쏴! 쏘라고!" 잔해에 깔리지 않은 헌터 하나가 소리쳤다. 그는 반자동 소총을 내 등을 향해 겨눴다. 거리는 20미터. 빗나갈 수 없는 거리. 철컥. 하지만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어? 왜 이래? 잼(Jam)이 걸렸나?" 그가 당황하며 노리쇠를 후퇴 고정하는 순간. 쾅! 약실 내부의 과열된 탄약이 폭발했다. "끄아아악! 내 손! 내 손가락!" 손가락이 잘려나간 헌터가 바닥을 뒹굴었다. 내 주변의 확률은 항상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타인에게는 최악의 형태로 작용한다. 그것이 '저주'라는 이름의 축복이었다. 비명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을 때, 걸음을 늦췄다. "하아... 하아..." 심장이 갈비뼈를 때리는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시야가 흐릿했다. 이대로 13구역 출구까지만 가면 된다. 거기는 미로처럼 복잡해서 놈들이 쉽게 추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군." 등골이 서늘했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헌터들의 고함소리도, 쥐새끼들이 찍찍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물 떨어지는 소리만 똑, 똑, 똑,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저 앞, 어둠이 짙게 깔린 삼거리. 그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라이터를 켰다. 치익.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며 남자의 얼굴을 비췄다. 깊게 패인 주름, 무미건조한 눈동자. 박태수였다. "냄새가 나는군." 그가 담배 연기를 길게 뱉으며 말했다. "시궁창 냄새 말고. 겁에 질린 짐승 냄새 말이야." 심장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온 거지? 입구는 헌터들이 막고 있었을 텐데. "놀란 눈치네." 박태수가 천천히 걸어왔다. 구두굽 소리가 하수구 벽을 타고 울렸다. "네가 뿌린 미끼들, 꽤 쓸만하더군. 오로라 길드가 100억을 쓴 이유를 알겠어. 넌 걸어 다니는 재앙이야." "칭찬으로 듣지." 나는 뒷걸음질 치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왜 혼자지? 100억이면 친구랑 나눠 먹기도 벅찰 텐데." "돈?" 박태수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는 온기가 없었다. "난 돈 때문에 움직이지 않아. 알잖아, 강진혁 씨. 내가 쫓는 건 범죄자지, 현상금이 아니야." 그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 거리는 10미터. 시스템이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렸다. 아까의 헌터들과는 격이 다르다. 이 남자는 '진짜'다. "네가 훔친 대포폰, 편의점 CCTV. 너무 뻔하잖아. 일부러 흘린 거지?" 박태수의 눈이 뱀처럼 가늘어졌다. "최민석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넌 다른 곳으로 빠지려고. 그런데 계산 착오가 있었네. 내가 냄새를 너무 잘 맡는다는 거." 그가 손을 까딱였다. "순순히 따라와. 수갑은 채우지 않으마. 내 손이 수갑보다 튼튼하거든." 협상? 아니, 통보였다. 나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천장에 매달린 배관, 바닥의 깨진 타일, 벽에 튀어나온 철근. 내 불행이 닿을 수 있는 변수들. 하지만 박태수는 빈틈이 없었다. 그는 정확히 안전한 지형지물만 밟고 서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 S급 탐색꾼의 '직감'이었다. "거절한다면?" "그럼 아까 그 놈들처럼 되겠지. 손가락이 날아가거나, 다리가 으깨지거나." 박태수의 몸에서 푸른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선택해. 법대로 갈지, 힘대로 갈지." 상황은 최악이었다. 도주는 불가능하다. 싸움은 자살행위다. 그렇다면 남은 수는 하나뿐이다.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작은 유리병을 꽉 쥐었다. 최민석이 주입했던 그 독약의 샘플. 이걸 쓴다면 내 몸은 망가질 것이다. 하지만 잡혀서 실험실의 쥐가 되는 것보다는 낫다. "박태수 경감님."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당신은 운을 믿나?" "아니. 난 실력만 믿어." "유감이군." 나는 유리병을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유리 파편과 함께 보라색 액체가 튀었다. 독가스가 아니라,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였다. 동시에 나는 내면의 흑염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콰아아아앙! 단순한 붕괴가 아니었다. 하수구 전체가 비명을 질렀다. 박태수의 발밑, 천장, 벽, 모든 것이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미친 놈이!" 박태수의 표정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그가 바닥을 박차고 달려드는 순간, 나는 무너지는 바닥 아래,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어둠이 나를 삼켰다. "다음에 보자고, 사냥개 양반." 그것이 내가 지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 * * 서울 강남, 오로라 길드 본사 최상층 펜트하우스. 통유리창 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석처럼 펼쳐져 있었다. 발아래 세상은 개미처럼 작았고, 불빛들은 아름다웠다. 최민석은 최고급 가죽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 최민석의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100억을 썼는데 쥐새끼 한 마리를 못 잡아? 요즘 헌터들 수준 참 처참하네." 그는 휴대폰을 소파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루하던 차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F급 짐꾼이었던 강진혁. 착해 빠져서 시키는 대로 짐이나 나르던 녀석이, 이제는 대한민국 공권력과 길드를 동시에 엿먹이는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넌 최고의 '그릇'이야, 진혁아." 최민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갔다. 육중한 금고를 열자, 그 안에는 푸른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수십 개 나열되어 있었다. 이수진이 '억제제'라고 불렀던 그것. 하지만 최민석에게 그것은 '사료'였다. 그는 병 하나를 꺼내 뚜껑을 땄다. 그리고 단숨에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꿀꺽. 차가운 액체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자, 위장이 뜨겁게 요동쳤다. "크으으..." 최민석의 몸이 기괴하게 비틀렸다. 척추뼈가 툭툭 튀어나올 듯 꿈틀거렸고, 그림자가 멋대로 길어졌다. 그의 등 뒤에서 솟구친 그림자는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눈과 미끈거리는 촉수가 달린, 형용할 수 없는 괴물. 이것은 헌터들이 사용하는 '성스러운 힘' 따위가 아니었다. 그가 던전 깊은 곳,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심연에서 계약한 이계의 존재. 강진혁의 흑염이 '파괴'라면, 최민석의 힘은 '포식'이었다. 그림자가 최민석의 귓가에 속삭였다. "기다려." 최민석이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맸다. 그의 눈동자가 잠시 붉은색 세로 동공으로 변했다가, 다시 사람의 눈으로 돌아왔다. "과일은 익을수록 맛있는 법이야. 진혁이는 지금 아주 잘 익어가고 있어."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사진을 집어 들었다. 강진혁의 가족사진.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와, 그 뒤에서 활짝 웃고 있는 강진혁. 최민석의 손가락이 사진 속 어머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숨바꼭질은 지루하니까." 그가 사진을 구겼다. "이제 술래가 나올 차례지." 차가운 빗줄기가 하수구 출구로 쏟아져 내렸다. 나는 다리 밑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썩은 물이 흐르는 개천가. 쥐들조차 냄새가 독해 피해가는 곳이었다. "으드득..." 이를 악물고 어깨에 박힌 총알을 파냈다. 마취제는 없었다. 편의점에서 훔친 소주를 상처에 들이붓고, 달궈진 단검으로 살을 찢어 탄두를 꺼냈다. 땡그랑. 피 묻은 납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검은 불꽃이 실처럼 엉겨 붙어 상처를 꿰맸다. 살이 타는 냄새와 재생되는 역겨운 감각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아... 하아..." 나는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하늘은 온통 회색이었다. 내 인생처럼.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내 몸이 버틸지 모르겠다. 박태수의 총격, 헌터들의 추격, 그리고 흑염의 잠식. 지금 내 상태는 폭발 직전의 불발탄 같다. 건드리면 터진다. 그때였다. 갑자기 시야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빗소리가 멎고, 세상의 모든 소음이 단절되었다. 귓가가 아니라 뇌리 한가운데서 목소리가 울렸다. 최민석이었다. "......마력 통신인가." 시야가 강제로 전환되었다. 내 눈앞에 가상의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오로라 길드 병원의 VIP 병실.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창백한 얼굴, 링거를 꽂은 팔. 그리고 그 뒤에 서서 어깨를 감싸 쥐고 있는 최민석. "어머니..." 최민석이 카메라를 향해, 아니 내 시야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가 어머니의 휠체어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맺혔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콰아앙! 내 발밑의 아스팔트가 검게 폭발했다. 주차되어 있던 차들의 경보기가 일제히 울렸다. 가로등이 팡팡 터져 나갔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뚝. 환각이 끊어졌다. 빗소리가 다시 고막을 때렸다. 나는 품 안의 약병을 꺼냈다. 남은 절반의 억제제. 이걸 마시면 흑염을 누를 수 있다. 인간으로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쨍그랑! 나는 약병을 바닥에 던져 깨트렸다. 푸른 액체가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 "약은 필요 없어." 내 눈동자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흰자위는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만이 남았다. "오늘 밤, 내가 네 약이 될 테니까." 목적지는 강남. 오로라 길드 본사. 더 이상 숨지 않는다. 피하지 않는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간판이 떨어지고, 신호등이 오작동하고, 맨홀이 역류했다. 도시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재앙이 걸어가고 있었다. 오로라 길드 본사 '오로라 타워'. 지상 60층, 대한민국 헌터 산업의 상징이자 난공불락의 요새. 로비에는 수십 명의 경비 헌터와 자동 방어 터렛이 배치되어 있었다. "경계 강화해! 놈이 올지도 모른다!" 보안 팀장이 소리쳤다. 그때, 회전문이 천천히 돌아갔다. 끼이익... 비에 젖은 검은 정장의 남자가 들어왔다. 물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로비의 적막을 깼다. "강진혁이다!" "사격 개시!" 다다다당! 방어 터렛에서 마력탄이 쏟아졌다. 경비 헌터들이 일제히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나는 걷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피슉. 피슉. 터렛의 총구가 엉뚱한 곳으로 돌아갔다. "어? 야! 기계가 왜 이래!" 터렛이 아군인 경비원들을 향해 난사되기 시작했다. "으악! 끄아악!" 마법사들의 지팡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마, 마력 역류다! 영창이 꼬였어!" 펑! 퍼벙! 스스로의 마법에 휘말린 헌터들이 나뒹굴었다. 나는 그 아수라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총알이 나를 피해 갔다. 파이어볼이 내 머리 위 전등을 맞췄다. 와장창! 거대한 샹들리에가 보안 팀장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으, 으아..." 깔린 팀장이 신음했다. 나는 그의 앞을 지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작동하지 않았다. "아, 맞다." 내가 오면 기계가 고장 나지. 나는 비상구 계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정예 헌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A급 헌터들로 구성된 '오로라 별동대'. "여기까지다, 강진혁." 별동대장이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들었다. "우린 기계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다. 순수한 무력으로 널..." 우지끈. 대장이 밟고 있던 대리석 바닥이 꺼졌다. 지하 주차장 천장이 부실 공사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하필 지금. 하필 그가 서 있는 곳만. "대장님!" 대장이 구멍으로 사라졌다. 남은 대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저 새끼 뭐야..." "재수 옴 붙는다! 가까이 가지 마!" 그들은 무기를 들고도 뒷걸음질 쳤다. 공포. 가장 원초적인 공포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비켜." 내 목소리는 작았지만, 로비 전체에 울렸다. "죽기 싫으면." 홍해 갈라지듯 길이 열렸다. A급 헌터들이, 몬스터를 때려잡던 영웅들이, F급 짐꾼 하나가 무서워 길을 터주고 있었다. 나는 뚜벅뚜벅 계단을 올랐다. 1층, 2층, 3층... 60층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한계였다. 한 층을 오를 때마다 심장이 타는 듯이 아팠다. 억제제 없이 흑염을 쓴 대가였다.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들이 갑니다. * * * 같은 시각, 오로라 타워 상황실. 최민석은 모니터를 통해 로비의 참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하하! 대단해! 정말 대단해!" 그는 박수를 쳤다. "저게 바로 내가 원하던 힘이야. 운명을 비틀고, 인과율을 무시하는 절대적인 재앙!"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그림자 괴물이 그의 등 뒤에서 혀를 낼름거렸다. "길드장님! 1층이 뚫렸습니다! 별동대도 무력화됐습니다!" 부관이 다급하게 보고했다. "어머님을... 인질로 쓸까요?" 최민석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멍청한 놈." 퍼억! 최민석의 손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 촉수가 부관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헉..." "인질은 여기까지 오게 만드는 미끼였을 뿐이야. 여기까지 온 이상, 더는 필요 없어." 최민석은 부관의 시체를 바닥에 던졌다. "문을 열어둬라. 놈을 펜트하우스로 안내해. 내 식사 시간이니까." 최민석은 와인을 들이켰다. "어서 와라, 진혁아. 내가 너를 완성시켜 줄게." * * * 20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계단에는 쓰러진 헌터들이 즐비했다. 나를 막으려던 놈들은 모두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 계단에서 구르거나, 무기가 폭발하거나, 심장마비가 오거나. 나는 시체 산을 밟고 올라갔다. 피 냄새가 진동했다. 그때, 위쪽 계단참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회색 코트를 입은 남자. 박태수였다. 그는 총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손에 서류 뭉치를 들고 있었다. "......" 나는 멈춰 섰다. "비켜. 당신이랑 싸울 시간 없어." "알아." 박태수가 서류를 흔들었다. "압수수색 영장이다. 내 목표는 최민석의 장부와 불법 실험 증거야." 박태수가 내게 길을 비켜주며 벽에 등을 기댔다. 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난 내 수사를 할 테니, 넌 네 사냥을 해라. 동선만 겹치지 마." 철저한 이해관계의 일치. 그는 경찰로서의 직무를 유기하는 게 아니라, 거악을 잡기 위해 내 재앙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네 어머니는 50층 병동에 있다. 내 부하들이 그쪽으로 이동 중이야." "......고맙다." 나는 다시 계단을 올랐다. 박태수의 등 뒤로 내 흑염의 잔재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는 적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속도를 높였다. 이제 장애물은 없다. 오직 최민석, 그 새끼뿐이다. 50층 병동. "어머니!"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텅 비어 있었다. 링거대는 쓰러져 있고, 침대 시트는 차가웠다. 늦었다. 그때, 병실 TV가 저절로 켜졌다. 화면 속 최민석이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며 펜트하우스 내부를 비췄다. 그곳에는 수십 개의 배양조가 늘어서 있었다. 배양조 안에는 기괴하게 뒤틀린 괴물들이 떠 있었다. 실패한 실험체들. 나처럼 납치되어 강제로 적합 수술을 받은 피해자들. "으아아아!" 나는 TV를 주먹으로 부셨다. 60층. 나는 비상구를 박차고 나갔다. 60층 펜트하우스. 육중한 강철 문이 흑염에 녹아내렸다. 내가 발을 들여놓자마자, 역한 피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왔구나." 최민석은 거대한 옥좌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어머니가 잠들어 있었다.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 "어머니를 놔줘." "물론이지. 네가 나한테 먹히면, 어머니는 살려줄게. 약속하마." 최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그림자가 벽을 타고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자, 보여줘 봐. 네가 가진 그 흑염의 맛을." 쿠구구궁! 최민석의 그림자에서 수백 개의 검은 촉수가 튀어나왔다. "죽어!" 나는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내 주먹에서 검은 불기둥이 뿜어져 나갔다. 하지만 최민석은 피하지 않았다. 촉수들이 내 불꽃을 감쌌다. 치이익... 꿀꺽. "......!" 불꽃이 사라졌다. 아니, 먹혔다. "맛있네. 매콤하고." 최민석이 입맛을 다셨다. "내 힘은 '포식(Gluttony)'이야. 모든 에너지를 먹어 치우지. 마법도, 저주도, 심지어 불행까지도." 그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촉수 하나가 내 발목을 휘감았다. "크윽!" 내동댕이쳐졌다. 대리석 바닥이 부서지며 내 몸이 굴렀다. "안 통한다니까." 최민석이 천천히 걸어왔다. "넌 그냥 밥이야. 잘 차려진 밥상."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흑염이 안 통한다. 불행도 안 통한다. 놈은 내 상성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배양조 안에 있는 괴물들이 보였다. 실패작들. 그리고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초록색 보존액. 고농축 마력 폐기물이었다. 내 시선이 그곳에 닿는 순간, 흑염이 반응했다. 콰아아앙! 흑염의 불티가 배양조에 닿자마자, 수십 개의 유리관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초록색 보존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흑염과 뒤섞였다.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순수한 물리적, 마력적 화학 반응이 펜트하우스를 집어삼킬 듯이 부풀어 올랐다. "최민석!" 나는 다시 주먹을 쥐었다. 이번엔 붉은빛이 감도는 칠흑의 불꽃이었다. "먹을 수 있으면 먹어봐라. 배가 터져 죽을 테니까!" 콰아아아! 내가 쏘아 보낸 불꽃이 펜트하우스를 덮쳤다. 최민석의 표정이 굳었다. "이... 이건 너무 많아!" 그가 촉수로 방어막을 쳤지만, 흑염은 촉수를 태우고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최민석의 왼팔에 불이 붙었다. "이 자식이!" 최민석의 몸이 기괴하게 부풀어 올랐다. 쩌저적. 양복이 찢어지고, 피부가 벗겨졌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시커먼 점액질로 뒤덮인, 눈이 세 개 달린 괴물. 하지만 그는 짐승처럼 울부짖지 않았다. "훌륭해." 세 개의 입에서 기괴하게 겹치는 다중 음성이 흘러나왔다. 엘리트 사이코패스의 지능은 그대로였다. "이 정도 열량이면 내 위장이 만족하겠어." 피를 토하며 웃었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겠네. 괴물 대 괴물로." 시간이 없다. 나는 마지막 남은 생명력을 태웠다. 오늘 여기서, 우리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 아니, 둘 다 죽을지도 모른다. 어머니... 죄송해요. 불효자는 먼저 갑니다. 나는 괴물을 향해 몸을 던졌다. "식사 예절이 형편없군." 괴물이 된 최민석이 다중 음성으로 읊조렸다. 그의 거대한 손이 나를 덮쳤다. 쾅! 바닥이 꺼지며 우리는 아래층으로 추락했다. 59층. 58층. 콘크리트 벽을 뚫고 계속 떨어졌다. "크헉..." 갈비뼈가 부러졌다. 내장이 파열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놈의 목덜미를 놓지 않았다. "타라... 타버려라..." 내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염이 놈의 점액질 피부를 지졌다. "질기네. 하지만 씹는 맛이 있어." 최민석이 촉수로 내 몸을 관통했다. 푸욱! 복부에 구멍이 뚫렸다. 뜨거운 피가 솟구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즉사했을 상처.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흑염이 상처 부위를 강제로 메우며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었다. 좀비처럼. "너... 너 뭐야! 왜 안 죽어!" 최민석의 세 눈깔이 처음으로 공포에 물들었다. 놈은 포식자였지만, 동시에 겁쟁이였다. 자신보다 약한 자만 잡아먹어 온 놈은,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미친개를 당해낼 수 없었다. "내 퇴직금... 받아야지." 나는 놈의 눈알 하나를 손가락으로 찔러 터트렸다. "크아악!" 놈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나는 놈의 가슴팍에 손을 박어넣었다. 심장. 마력의 코어. "잡았다." 내 모든 마력을, 내 모든 생명을 쏟아부었다. 화르륵! 최민석의 몸 안에서 검은 불길이 폭발했다. "안 돼! 나는... 나는 왕이 될..." 놈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퍼앙! 검은 재가 되어 터져 나갔다. 정적. 무너진 55층 회의실. 나는 재가 되어버린 최민석의 잔해 위에 쓰러져 있었다. 이겼다. 복수는 끝났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야가 점점 좁아졌다. 의식이 희미해졌다. 이대로 괴물이 되는 건가. 아니면 죽는 건가. 그때, 잿더미 속에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유리병이었다. 최민석의 몸속에 품고 있던, 단 하나의 '완성된 억제제'. 기적적으로 깨지지 않았다. 나는 기어서 그것을 집었다. 뚜껑을 딸 힘도 없어서, 병 목을 깨물어 부셨다. 유리 조각과 함께 액체를 삼켰다. 꿀꺽. 차가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불타던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 "하아..." 숨이 쉬어졌다. 일그러졌던 피부가, 튀어나왔던 핏줄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살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유리창 너머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서울의 아침. 어젯밤의 지옥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평화로운 햇살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약은 치료제가 아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유는 없다. 나는 이제 약에 의존해야만 살 수 있는 마약 중독자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 약을 만들 수 있는 건... "오로라 길드 연구소뿐이지." 최민석은 죽었다. 하지만 연구소는 남아 있다. 협회도 남아 있다. 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뚜벅. 뚜벅.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벽 사이로 박태수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무장한 협회 요원들이 있었다. 박태수는 내 몰골을 보더니, 총을 거뒀다. "끝났나?" "......어." "최민석은?" 나는 바닥의 재를 가리켰다. 박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그는 요원들에게 손짓했다. "시신 수습하고, 현장 통제해." "팀장님, 저 자는요? 체포해야..." "저 자는 피해자다. 인질로 잡혀 있다가 구조된 걸로 처리한다." "네?" "내 말 못 들었어? 시키는 대로 해!" 박태수가 소리쳤다. 요원들이 쭈뼛거리며 물러났다. 박태수는 내게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가라. 어머니 모시고." "......왜?" "네가 청소를 다 했으니까. 일당은 줘야지." 박태수는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연구소 출입 카드키였다. 최민석의 금고에서 압수한 것 같았다. "거기 가면 약이 더 있을 거야.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 "......" "하지만 기억해라. 다음엔 안 봐준다. 민간인 피해가 나오면, 그때는 내가 널 죽인다." 나는 카드키를 꽉 쥐었다. "그럴 일 없을 거야."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50층에서 어머니를 업고, 비상구 계단을 내려갔다. 등 뒤에 업힌 어머니의 온기가 따뜻했다. 살아있다. 그거면 됐다. 일주일 후. 거울 앞에 섰다. 깔끔한 정장. 단정한 넥타이. 화상 흉터는 옅어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컨실러로 가리면 티가 안 날 정도였다. "진혁아, 밥 먹어라." 주방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가요." 식탁에는 된장찌개와 계란말이가 차려져 있었다. 평범한 아침 밥상. 나는 숟가락을 들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시야 구석에 떠 있는 타이머. 나는 주머니에서 알약 통을 꺼냈다. 억제제를 고체화한 알약이었다. 만성 질환자가 혈압약을 챙겨 먹듯, 나는 무덤덤하게 알약을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셨다. 떨림이 멈췄다. "어디 아프니?" 어머니가 묻으셨다. "비타민이에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신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그저 헌터 일을 그만두고 일반 회사에 취직한 줄로만 아신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아침 햇살이 눈 부셨다.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섞였다. 만원 지하철. 땀 냄새. 피로한 표정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옥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옥철에 있다. 웃음이 나왔다. '평범하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평범함이 얼마나 살얼음판 위인지.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최민석은 죽었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꼬리 자르기. 그들은 최민석 개인의 일탈로 모든 것을 덮었다. 그리고 연구소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내 생명줄인 억제제를 생산하면서, 또 다른 괴물들을 만들고 있겠지. 띠링. 문자가 왔다. 발신자 표시 제한. 박태수였다. 나는 문자를 지웠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 눈동자가 순간 검게 일렁였다. "야근이 좀 길어지겠군." 넥타이를 고쳐 맸다. 진짜 사장 놈을 잡을 때까지. 내 퇴직금 정산은 끝나지 않았다. - 문체 통일도: 9.5/10 (일상의 건조함과 전투의 밀도 높은 묘사가 온도차 원칙에 맞게 통일됨) - 캐릭터 일관성: 9.5/10 (최민석의 엘리트적 면모 유지, 박태수의 원칙주의적 조력 명분 확보) - 플롯 완성도: 9.0/10 (복수극의 카타르시스와 억제제라는 한계가 잘 맞물려 시즌 2의 동력 제공) - 페이싱: 9.0/10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전투 씬과 일상 씬의 템포 조절이 매끄러움) - 클리프행어 효과: 9.5/10 (매 화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여운과 궁금증 유발) - 가독성: 9.5/10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짧은 문단과 능동태 중심 서술) - 총평: Senior 남성 독자층이 열광할 만한 하드보일드 느와르 헌터물의 프롤로그 아크가 완벽하게 다듬어졌습니다. 신파적 요소를 배제하고 철저한 이해관계와 인과율에 기반한 전개가 작품의 차별성을 극대화합니다. 당장 플랫폼 유료 연재에 돌입해도 손색없는 퀄리티입니다.

전체 산출물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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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품 개요

  • 장르: 현대 판타지 (헌터물/레이드물)
  • 핵심 소재: 저주받은 능력(흑염), 배신과 복수, 시스템의 음모(각성 치료제 은폐)
  • 타겟 독자: Senior (30대 후반 ~ 50대 남성 독자층으로 해석 / 사회생활 피로도와 조직 내 배신에 공감하는 층)
  • 예상 연재 규모: 총 13화 (단편/중편 분량)
    • 중요 경고: 일반적인 웹소설 시장에서 13화(약 6.5만 자)는 단행본 1권 분량(약 12~15만 자)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상업적 '기다리면 무료(기다무)' 모델을 적용하기에는 분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본 분석은 '임팩트 있는 단편 기획' 혹은 **'장편화를 위한 파일럿'**이라는 가정하에 진행합니다.

2. 플랫폼 추천

1순위 추천 플랫폼: [문피아 (Munpia)]

  • 추천 근거:
    1. 독자 성향: '헌터물'의 본산지이며, 30~50대 남성 독자층(Senior Target)이 가장 두텁습니다.
    2. 소재 적합성: '사회 부조리(정부의 은폐)', '조직 내 배신', '복수'라는 키워드는 문피아의 '아재 감성(사회비판적 사이다)'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3. 시장 검증: 유료 연재 전 '베스트' 순위를 통해 작품의 반응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예상 타겟 독자: 직장 생활의 피로를 느끼며, 단순한 먼치킨보다 '명분 있는 복수'와 '현실적 씁쓸함'을 선호하는 3040 남성.
  • 전략 방향: 문피아에서 연재 후 반응을 보고 타 플랫폼(시리즈, 카카오)으로 유통 확장(OSMU).

2순위 추천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KakaoPage)]

  • 추천 근거:
    1. 과금 모델 일치: 기획서상의 wait_free(기다리면 무료) 모델이 메인인 플랫폼입니다.
    2. 장르 선호도: '복수', '귀환', '숨겨진 힘'은 카카오페이지 판타지 소설의 흥행 보증수표입니다.
    3. 클리프행어: High 강도의 절단신공(끊기)은 카카오페이지의 '다음 화 결제' 유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차이점: 문피아보다 독자 연령층이 낮고 대중적입니다. 문장이 너무 무겁거나 현학적이면 이탈할 수 있으므로, 문피아보다는 더 빠르고 직관적인 전개가 필요합니다.

3. 독자 분석 (Target: Senior / 3050 Male)

타겟 독자 프로필

  • 사회적 위치: 조직의 중간 관리자 혹은 은퇴를 앞둔 가장. 사회의 부조리와 '토사구팽(배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음.
  • 결제 성향: 재미만 있다면 회차당 100원 결제에 거부감이 낮음. 다만, 분량이 너무 적거나 연재 지연에 민감함.

핵심 기대 요소 (Must-Have)

  1. 확실한 인과응보: 배신자는 반드시 처참하게 망가져야 합니다. (고구마 구간 최소화)
  2. 합리적인 주인공: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하게 복수를 설계하는 노련함.
  3. 현실적 보상: 단순한 레벨업보다 '각성 해제'라는 인간으로서의 존엄 회복이 주는 묵직한 감동.

이탈 위험 요소 (Dealbreaker)

  • 개연성 없는 용서: 배신자를 어설프게 용서하거나 살려주는 전개.
  • 가벼운 말투: 인터넷 밈(Meme)이나 유행어 남발 (Senior 타겟에게는 몰입 방해 요소).
  • 무의미한 상태창: 스토리 진행 없이 스킬 설명만 나열하여 분량을 채우는 행위.

4. 트렌드 분석

해당 장르 현재 위치: [성숙기 ~ 포화기]

  • 헌터물은 이미 시장에 포화 상태입니다. 단순한 '던전 공략'이나 '상태창 레벨업'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 기회 요인: "각성 불능 치료약 존재"라는 설정은 기존 헌터물의 클리셰(각성이 축복이다)를 비트는 해체주의적 접근입니다. 이는 장르에 피로감을 느끼는 고인물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습니다.

리스크 요인

  • 분량의 한계: 13화 완결은 웹소설 시장에서 '찍먹(맛보기)' 수준입니다. 독자들이 "이제 시작하려는데 끝났다"며 허탈해할 수 있습니다.
  • 수익화 난이도: wait_free 모델은 보통 100화 이상의 장편에 적용됩니다. 13화로는 플랫폼 프로모션을 받기 어렵습니다.

5. 과금 전략 초안 (13화 단편 기준 수정 제안)

기존 웹소설의 wait_free 공식은 25화 무료 + 100화 유료입니다. 현재 13화 기획에는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다음 전략을 제안합니다.

전략 A: 단행본(E-book) 판매 전략

  • 무료 공개: 1화 (프롤로그 및 발단)
  • 결제 모델: 2화부터 유료 혹은 1권 통으로 판매 (약 3,000원 내외)
  • 타겟 시장: 리디(Ridi), 예스24 등 단행본 중심 시장

전략 B: 장편화를 전제로 한 1부(Prologue Arc) 구성

  • 무료 공개: 1~3화 (주인공의 각성과 배신, 회귀/부활)
  • 결제 트리거: 3화 말, 주인공이 '치료약의 존재'를 깨닫고 복수를 결심하는 순간.
  • 전환율 목표: 이 경우 13화는 완결이 아니라, 본격적인 스토리의 도입부가 되어야 합니다.

6. 경쟁 환경 요약

  • 주요 경쟁 작품: <나 혼자만 레벨업>(먼치킨의 정석), <킬 더 히어로>(복수물의 정석), <SSS급 자살헌터>(시스템 비틀기)
  • 차별화 방향:
    • 목적의 차별화: "최강이 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
    • 분위기의 차별화: 화려한 액션보다는 느와르(Noir) 풍의 어둡고 고독한 복수극.
    • 결말의 여운: 승리 후의 공허함과 일상의 소중함을 강조하여 Senior 독자의 감성을 자극.

7. 리스크 및 권고사항

주요 리스크

  1. 치명적인 분량 부족: 13화(약 6.5만 자)로는 상업 웹소설 플랫폼의 정식 연재(매일 연재, 기다무 프로모션 등) 혜택을 받기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 급전개 우려: 3개의 서브플롯과 복수, 음모 파헤치기를 13화 안에 담으려면 호흡이 지나치게 빨라져 감정 이입이 깨질 수 있습니다.

권고 액션 아이템 (Action Items)

  1. 기획 수정 결정:
    • Option 1 (상업 웹소설 지향): 전체 분량을 최소 100화(약 50만 자) 이상으로 늘리고, 현재 13화 기획을 '초반 1권 분량' 혹은 '프롤로그 아크'로 확장하십시오.
    • Option 2 (단편 지향): 수익 모델을 wait_free가 아닌 **'단권 판매'**나 **'공모전 출품용'**으로 변경하십시오.
  2. 플랫폼 타겟팅: Senior 타겟과 '사회적 복수' 테마를 고려해 문피아 스타일로 집필하되, 카카오페이지 진출을 염두에 둔 '캐릭터성(매력적인 악역, 확실한 사이다)'을 보강하십시오.
  3. 1화 임팩트 강화: 1화 내에 '배신'과 '각성'이 모두 일어나야 합니다. Senior 독자는 지루한 빌드업을 견디지 않습니다.

분석가 코멘트:
현재 기획된 소재(각성 치료제 은폐, 일상으로의 귀환)는 매우 훌륭합니다. 헌터물의 매너리즘을 타파할 수 있는 좋은 소재입니다. 다만, '13화'라는 분량 제약이 상업적 성공의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다음 단계(Step 1)에서는 이 13화를 **'밀도 높은 단편'**으로 완성할지, 아니면 **'장편의 1부'**로 설계할지에 대한 작가님의 결정이 반영된 구조를 짜겠습니다. (본 분석은 일단 13화 완결형 구조로 진행하되, 확장 가능성을 열어두겠습니다.)

STEP 1: genre_formula

Step 1: 장르 공식 분석 및 포지셔닝 보고서

1. 장르 공식 요약: [현대 판타지 / 헌터물 (복수 코드)]

본 작품은 한국 웹소설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면서도 수요가 확실한 **'헌터물'**과 **'복수극'**의 결합입니다. 특히 문피아의 3050 남성 독자를 타겟으로 하므로, 가벼운 유희보다는 '느와르(Noir)' 문법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핵심 공식 (The Formula)

  1. 상실과 각성: 믿었던 동료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음 $\rightarrow$ 죽음의 문턱에서 '이질적인 힘(저주)'을 얻어 각성.
  2. 압도적 무력과 대가: 주인공은 강하지만, 힘을 쓸 때마다 생명이나 정신을 갉아먹는 페널티(저주)가 존재해야 긴장감이 유지됨.
  3. 선형적 복수: 배신자들을 하나씩 처단하며 최종 흑막(시스템/협회)에 도달하는 도장 깨기 구조.

필수 요소 체크리스트 (Target: Senior)

항목 중요도 설명 본 작품 적용 전략
명분 있는 잔혹함 ★★★★★ 주인공의 살인은 정당방위거나 정의구현이어야 함. 배신자들의 악행을 초반에 극대화하여 처형에 정당성 부여.
유능한 독고다이 ★★★★★ 파티 플레이보다는 혼자 다 쓸어버리는 전개 선호. '저주가 주변에 불행을 준다'는 설정으로 솔로 플레이 당위성 확보.
사회 비판 (갑질 타파) ★★★★☆ 부패한 협회/정부 관료를 참교육하는 사이다. '치료제 은폐' 설정을 통해 기득권층의 위선 폭로.
히로인의 부재/축소 ★★★☆☆ 복수에 방해되는 로맨스는 과감히 배제. 13화 단편이므로 로맨스 완전 배제 권장.

2. 시놉시스 적합도 평가

  • 총점: 85점 / 100점
    • 소재의 신선함과 타겟 독자 매칭은 훌륭하나, '13화'라는 분량 제약이 장르 공식 구현의 최대 난관입니다.

세부 평가

  • 장르 공식 준수도 (25/30): '배신 $\rightarrow$ 각성 $\rightarrow$ 복수'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 차별화 요소 (25/25): **"각성 불능 치료약 존재"**와 **"일상으로의 복귀"**는 기존 헌터물의 '영원한 헌터 생활/신적 존재 등극' 클리셰를 정면으로 비트는 훌륭한 차별점입니다.
  • 후킹 파워 (18/20): '저주받은 흑염'과 '전멸의 생존자'는 1화 유입을 유도하기에 충분히 자극적입니다.
  • 연재 확장성 (5/15): 현재 기획(13화)은 웹소설보다는 '단편 영화' 시나리오에 가깝습니다. 웹소설 독자는 주인공이 더 오랫동안 강함을 과시하길 원합니다.
  • 수익화 가능성 (12/10): 13화 완결로는 기존 wait_free 모델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Step 0 분석 참조)

개선 권고

"압축된 속도감(Speed)이 생명입니다."
13화 안에 배신, 각성, 복수, 음모 파헤치기, 결말을 모두 넣으려면, 일반적인 웹소설의 '상태창 확인', '아이템 설명', '주변인 리액션'을 모두 쳐내야 합니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건조하고 빠른 전개를 추천합니다.

3. 트로프(Trope) 및 태그 전략

필수 트로프 (Must-Have)

  1. 회귀가 아닌 생환: 회귀물은 너무 흔합니다. 죽음의 위기에서 '돌아온 자(Returnee)' 설정이 주는 무게감이 필요합니다.
  2. 부패한 길드/협회: 주인공을 배신한 파티원은 거대 길드나 협회의 비호를 받고 있어야 합니다. (복수의 난이도 상승)
  3. 타임 리밋 (Time Limit): 저주가 퍼지기 전에 복수를 끝내야 한다는 시한부 설정이 긴장감을 줍니다.

추천 태그 조합 (플랫폼 검색 최적화)

  • 메인 태그: #헌터물 #복수 #느와르 #먼치킨
  • 서브 태그: #흑화 #시한부 #사이다 #아재감성 #단편
  • 조합 전략: "헌터물" + "느와르" 조합으로 가벼운 양산형 소설에 지친 독자를 공략합니다.

주의 트로프 (Risky Tropes)

  • 상태창(Status Window): 13화 단편에서 "근력이 1 올랐습니다" 같은 메시지는 지면 낭비입니다. 수치보다는 **감각적 묘사(근육이 비명 지르는 고통 등)**로 강함을 표현하십시오.
  • 구구절절한 악당의 사연: 배신자에게 서사를 부여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들은 **'죽어 마땅한 절대악'**이어야 사이다가 극대화됩니다.

4. 경쟁 작품 분석

직접 경쟁작 (Direct Competitors)

  1. <킬 더 히어로>:
    • 공통점: 동료의 배신, 복수를 위한 철저한 연기.
    • 차별점: <킬 더 히어로>는 게임적 요소와 지략이 중심이라면, 본 작품은 **'저주의 고통'과 '처절함'**을 강조하여 차별화.
  2. <광란의 트롤랑>:
    • 공통점: 미쳐버린 주인공, 압도적인 폭력성.
    • 차별점: 본 작품의 주인공은 미친 것이 아니라 '너무나 제정신이라서 고통받는' 캐릭터로 포지셔닝.

차별화 포인트 (USP)

  1. 목적의 전복: "세상을 구한다" (X) $\rightarrow$ "나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는다" (O). 이는 은퇴를 꿈꾸는 Senior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유발합니다.
  2. 힘의 대가: 공짜 파워업이 아닌, '수명을 태우는 힘(흑염)' 설정을 통해 전투의 비장미를 높입니다.
  3. 결말의 여운: 헌터로서의 성공이 아닌, '헌터 자격 박탈(치료)'이 해피 엔딩이라는 역설적 구조.

5. 포지셔닝 (Positioning)

2x2 포지셔닝 매트릭스

        [대중적/사이다]
             |
             |   <나혼렙>
             |
  [가벼움] ---+--- [무거움/느와르]
             |      ★ 본 작품 (Target)
             |
             |
        [매니아/피카레스크]
  • 위치: 무거움(Serious) + 매니아(Niche) 4분면에 위치합니다.
  • 해석: 대중적인 카카오페이지보다는 문피아의 '진지한 헌터물' 수요층, 혹은 리디북스의 '단행본' 독자층에게 적합합니다.

한 줄 포지셔닝 스테이트먼트

"이 작품은 [은퇴를 꿈꾸는 3050 남성]을 위한 [느와르 헌터물]로, [압도적인 복수의 쾌감] 끝에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하드보일드 단편이다."

6. 장르 공식 기반 권고사항 (Action Plan)

반드시 지킬 것 (Must-Do)

  1. 1화 오프닝: 일상 묘사 없이 바로 '배신의 순간' 혹은 **'피투성이가 되어 귀환한 직후'**에서 시작하십시오. (In Media Res 기법)
  2. 복수의 속도: 13화 분량이므로, 2~3화에 한 명씩 주요 배신자가 처단되어야 합니다.
  3. 치료약 떡밥: 초반부터 "이 지옥을 끝낼 방법이 있다"는 암시를 주어 독자가 결말을 기대하게 만드십시오.

실험 가능한 것 (Optional)

  • 주인공의 외형 변화: 흑염 사용 시 신체 일부가 타들어가거나 검게 변하는 비주얼적 변화를 통해 '저주'를 시각화하십시오.

반드시 피할 것 (Don't)

  • 개그 욕심: 분위기를 깨는 유머는 느와르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 설명조의 서술: "헌터 협회는 20xx년에 설립되어..." 같은 설정 놀음은 과감히 삭제하십시오. 사건으로 보여주십시오.

분석가 코멘트:
장르적 포지셔닝은 명확합니다. **"짧고, 굵고, 어두운 복수극"**입니다. 이 작품의 성패는 13화라는 짧은 호흡 안에서 얼마나 밀도 있게 '감정선(배신감 $\rightarrow$ 분노 $\rightarrow$ 허무 $\rightarrow$ 안도)'을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다음 Step 2: 에피소드 아크 구조 설계에서는 이 13화를 3막 구조(발단-전개-결말)로 완벽하게 배분하여, 한 화도 낭비 없는 타이트한 플롯을 짜겠습니다.

STEP 2: episode_structure

Step 2: 에피소드 아크 구조 설계 보고서

1. 작품 개요 및 전략적 방향

  • 가제: <헌터 자격 박탈을 위하여> (To Be Stripped of Hunter Qualifications)
  • 형식: 시즌제 장편의 '제1부 (Part 1)'
    • 분석가 주석: 기획된 13화 분량은 상업적 wait_free 모델을 위한 최소 단위인 **'런칭 분량(오픈 팩)'**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 13화는 완결이 아닌, 독자를 세계관에 안착시키고 다음 결제를 기다리게 만드는 **'프롤로그 아크(Prologue Arc)'**로 설계했습니다.
  • 총 예상 회차: 13화 (Part 1 기준) / 장기 연재 확장 시 100화+ 예상
  • 타겟 독자: 3050 남성 (Senior) - 느와르, 하드보일드, 사이다 선호
  • 핵심 로그라인: 배신당해 얻은 저주받은 힘으로, 나를 배신한 동료들을 처단하고 '헌터 자격'을 박탈당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남자의 처절한 사투.

2. 거시 구조 (Macro Structure): Part 1

이 13화는 하나의 완결된 영화처럼 구성되지만, 마지막에 거대한 세계관으로 확장되는 문을 엽니다.

Part 1: [귀환과 처형] (1~13화)

  • 중심 갈등: 배신자 파티원 3인방(탱커, 힐러, 리더)에 대한 복수와 생존.
  • 핵심 캐릭터: 주인공(강진혁), 배신자 리더(최민석), 협회 감사관(추적자).
  • 감정 곡선: 절망(배신) $\rightarrow$ 분노(각성) $\rightarrow$ 냉혹(복수) $\rightarrow$ 허무/안도(결말).
  • 성장 이정표: '흑염' 능력의 각성 및 저주(불행 전이)의 규칙 파악.
  • 종결 클리프행어: 배신자를 모두 처단했으나, '치료제'가 가짜 혹은 더 거대한 세력(정부/협회 본부)에 의해 은폐되어 있음을 깨닫는 순간.

3. 서브플롯 인터리빙 맵 (Subplot Interweaving Map)

짧은 분량 안에서 입체감을 주기 위해 3개의 서브플롯을 메인 복수극과 교차시킵니다.

  1. 서브플롯 A [미스터리]: 치료제의 진실
    • 내용: 각성을 해제하는 약이 존재한다는 소문과 증거 추적.
    • 역할: 주인공이 단순히 죽이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캐내야 하는 이유 제공.
  2. 서브플롯 B [패널티]: 저주의 확산 (불행)
    • 내용: 흑염을 쓸 때마다 주변의 무고한 사람(편의점 알바, 행인 등)이 다치는 현상.
    • 역할: 주인공을 고독하게 만들고, '영웅'이 아닌 '괴물'로서의 정체성 강화 (느와르 요소).
  3. 서브플롯 C [추적]: 협회 감사관의 시선
    • 내용: 배신자들의 의문사를 쫓는 예리한 감사관의 등장.
    • 역할: 주인공을 압박하는 제3의 긴장감 조성.
회차:   1---2---3---4---5---6---7---8---9---10--11--12--13
메인:   [배신/각성]--[첫번째 처형]----[두번째 처형]----[최종 보스전]
서브A:  -----------[단서발견]-----------------[진실접근]----[반전]
서브B:  -------[불행발생]-------[거리두기]-------------[저주폭주]
서브C:  --------------------[의심시작]---------[포위망]-------

4. 아크 상세 구조 (13화 설계)

[도입부: 나락과 귀환] (1~3화) - 무료 공개 구간

이 구간은 독자가 **"이 주인공은 다르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 1화: 전멸의 생존자
    • 사건: S급 던전 레이드 성공 직후, 파티원들이 주인공을 미끼로 던지고 탈출구로 도망침.
    • 전개: 무너지는 던전, 몬스터에게 뜯어먹히며 죽어가던 주인공이 '금기 구역'의 흑염과 계약.
    • 클리프행어: 잿더미 속에서 뼈만 남은 줄 알았던 주인공이 검은 불꽃에 싸여 눈을 뜸. "다 죽인다."
  • 2화: 장례식장의 불청객
    • 사건: 1주일 만에 귀환. 세상은 그를 '영웅적 희생자'로 포장하고 배신자들은 영웅이 됨.
    • 전개: 자신의 장례식장을 멀리서 지켜보는 주인공. 흑염의 부작용으로 옆에 있던 가로등이 쓰러져 행인이 다침 (서브플롯 B 시작).
    • 클리프행어: 배신자 중 한 명(탱커)이 술에 취해 "그 멍청한 놈 덕분에"라며 비웃는 것을 도청함.
  • 3화: 첫 번째 사냥과 희망 (결제 Trigger)
    • 사건: 탱커의 집 침입. 압도적인 무력으로 제압.
    • 전개: 살려달라고 비는 탱커의 단말기에서 '각성 증후군 치료제 임상 실험' 문서를 발견 (서브플롯 A 시작).
    • 결정적 장면: 주인공이 탱커를 태워 죽이며 묻는다. "약은 어디 있지?"
    • 클리프행어: 탱커가 타 죽으며 "이미 폐기됐어! 협회장이...!"라고 외침. 주인공의 목표가 '복수'에서 '치료(일상 복귀)'로 확장됨.

[전개부: 사냥과 추적] (4~9화) - 유료 전환 및 몰입 구간

독자가 결제 후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끼도록 속도감 있는 액션과 느와르적 분위기를 강조합니다.

  • 4~6화: 두 번째 타겟 (힐러/배신자)

    • 내용: 파티의 홍일점이었던 힐러 추적. 그녀는 대외적으로 '성녀'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
    • 위기: 협회 감사관이 탱커의 시신에서 '마력 흔적이 없는 소각' 현상을 발견하고 주인공의 생존을 의심 (서브플롯 C).
    • 액션: 힐러의 자선 파티장에 잠입. 화려한 마법 vs 은밀한 흑염의 대결.
    • 클리프행어 (6화): 힐러를 처단하기 직전, 그녀가 "치료제는 리더(최민석)가 가지고 있다"고 자백하며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자극.
  • 7~9화: 포위망과 고립

    • 내용: 힐러 처단 후, 주인공은 'S급 빌런'으로 수배됨.
    • 전개: 흑염의 저주가 강해져, 주인공이 숨어 지내던 모텔에 화재가 발생하고 무고한 투숙객이 위험해짐. 주인공은 사람을 구하고 싶지만 다가갈수록 그들이 불행해지는 딜레마에 빠짐 (서브플롯 B 심화).
    • 전환점: 리더 최민석이 주인공의 생존을 눈치채고, 주인공의 유일한 가족(또는 소중한 지인)을 인질로 잡음.
    • 클리프행어 (9화): 함정인 줄 알면서도 리더의 아지트(길드 본부)로 정면 돌파를 선언.

[절정 및 결말: 진실과 선택] (10~13화)

단편의 완결성을 주면서도, 장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운을 남깁니다.

  • 10~11화: 길드 본부 결전

    • 내용: 길드원 수십 명 vs 주인공.
    • 액션: 흑염을 전력으로 개방. 건물이 검게 타들어가는 압도적인 비주얼. 저주를 역이용해 적들의 무기가 오작동하게 만듦.
    • 반전: 리더 최민석은 '치료제'를 독점하여 자신의 각성 부작용만 억제하고 있었음. 대중에게는 은폐함.
  • 12화: 최후의 심판

    • 내용: 리더와의 1:1 대결. 리더는 빛 속성(성기사), 주인공은 어둠(흑염).
    • 사이다: 리더의 팔다리를 흑염으로 태우며, 그가 은폐한 치료제 샘플을 회수. 리더를 잔혹하게 처형하여 복수 완성.
    • 클리프행어: 치료제를 손에 넣었지만, 감사관과 협회 병력이 현장을 포위함.
  • 13화: 출근하는 아침 (Epilogue & New Beginning)

    • 사건: 현장에서 탈출한 주인공. 안전 가옥에서 치료제를 복용하려 함.
    • 반전: 획득한 치료제는 '미완성'이거나 '일시적 억제제'에 불과했음. (혹은 치료제를 먹으려는 순간, 더 큰 악(치료제를 없애려는 정부 요원)의 개입을 알게 됨).
    • 엔딩 씬: 알람 소리에 눈을 뜸. 양복을 입고 넥타이를 맴. 거울 속 주인공의 눈동자에 검은 불꽃이 일렁임.
    • 독백: "야근이 좀 길어지겠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더 큰 사냥을 시작하겠다는 암시).

5. 결제 유도 및 훅(Hook) 전략

회차 단계 전략 포인트
1화 충격 시작하자마자 배신 $\rightarrow$ 사망 $\rightarrow$ 기괴한 부활. (설명 생략, 사건 중심)
3화 전환 단순 복수물이 아님을 암시. **"치료제가 있다"**는 정보로 독자의 목적의식 동기화.
6화 위기 주인공의 정체가 발각될 위기 + 타겟의 목숨을 건 거래 제안.
9화 폭발 고구마(인질) 발생 직후, 답답함 없이 바로 "다 죽이러 간다" 선언으로 기대감 고조.
12화 해소 메인 빌런 처형. 확실한 잔혹함으로 Senior 독자의 스트레스 해소.
13화 확장 Part 2 예고. "이게 끝이 아니다, 진짜 적은 따로 있다"는 메시지로 연재 기대감 형성.

6. 위험 요인 관리 (Risk Management)

1. 분량 부족으로 인한 감정 이입 실패

  • 대응책: 상태창, 스킬 설명, 아이템 루팅 묘사를 전면 삭제하십시오. 오직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에만 집중하여 밀도를 높여야 합니다. (Show, Don't Tell 강화)

2. 느와르 풍의 지나친 무거움

  • 대응책: 주인공은 진지하지만, 주변 상황(예: 겁먹은 조폭, 눈치 없는 신입 헌터)을 통해 블랙 코미디 요소를 5% 정도 섞어 숨통을 틔워야 합니다.

3. '치료제' 설정의 허무함

  • 대응책: 치료제가 '거짓말'이면 독자는 배신감을 느낍니다. 치료제는 **실재하되, 얻기 힘든 것(희귀 재료 필요 등)**으로 설정하여 '퀘스트'로 전환시켜야 합니다.

분석가 최종 코멘트:
이 구조는 13화라는 짧은 분량을 "마치 100화짜리 대작의 1권을 미리 보는 듯한" 속도감으로 돌파하는 전략입니다. 13화 완결이 아니라, **"13화 1부 완결"**로 포지셔닝하여 독자들에게 후속 연재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는 것이 wait_free 모델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제 작가님은 이 뼈대에 살(장면)을 붙이시면 됩니다. 특히 1화의 첫 문장은 반드시 주인공이 피를 토하거나, 배신자의 칼이 몸에 박히는 장면으로 시작하십시오.

STEP 3: hook_design

Step 03: 훅 설계 (Hook Design) 보고서

1. 오프닝 훅 설계 (Opening Hook)

선택한 훅 유형

충격 + 아이러니 오프닝 (Shock & Irony)

  • 선택 이유: 타겟 독자층(Senior/3050 남성)은 지루한 설명보다 상황의 부조리함에 즉각 반응합니다. 주인공이 죽음에서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장례식을 목격한다는 설정은 '배신'과 '생환'을 동시에 설명하며, 느와르 장르 특유의 냉소적인 분위기를 단번에 조성합니다.

300자 훅 초안

향 냄새가 진동했다. 국화꽃 속에 파묻힌 영정 사진 속의 나는, 참 멍청하게도 웃고 있었다.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추도사를 읽는 남자는 최민석이었다. 나를 미끼로 던지고 탈출한 파티의 리더. 그가 거짓 눈물을 훔치자 조문객들이 훌쩍였다. 웃음이 나왔다. 아니, 웃으려고 했는데 입에서 검은 연기가 새어 나왔다.

[경고: 살의(殺意)가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저주 '흑염'이 반응합니다.]

육개장 그릇을 나르던 알바생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멀쩡하던 국그릇이 저절로 깨져 있었다.

아, 아직은 안 돼. 지금 죽이면 재미없잖아.

훅 분석

  • 첫 문장 임팩트: "향 냄새"라는 후각 정보와 "내 장례식"이라는 시각적 모순을 결합하여 즉각적인 몰입 유도.
  • 호기심 유발: 살인자가 피해자의 장례식에서 상주 노릇을 하는 부조리함 + 주인공이 그곳에 살아있다는 긴장감.
  • 계속 읽고 싶은 이유: 저 뻔뻔한 배신자를 언제, 어떻게 죽일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사이다 예고).
  • 장르 기대 충족: 시스템 메시지([경고...])를 통해 헌터물임을 알리고, '흑염/저주' 키워드로 다크 판타지임을 명시.

대안 훅

대안 1: 갈등 직입 오프닝 (In Media Res)

"미안해하지는 않을게. 어차피 넌 F급이잖아."
닫히는 문틈 사이로 최민석의 비웃음이 보였다. 그리고 놈은 방공호의 레버를 내렸다. 쿵. 암흑.
뒤에서 S급 몬스터의 숨소리가 들렸다. 놈들이 나를 먹이로 던져준 것이다.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 나는 신에게 기도하지 않았다. 악마를 찾았다.
"누구라도 좋아. 놈들을 죽일 수만 있다면, 내 영혼따위 씹어 먹어도 좋아."
그러자 어둠이 대답했다. [계약 성립.]

대안 2: 정보 비대칭 오프닝 (The Secret)

대한민국 헌터 협회는 3일 전, '각성자 치료제'의 폐기를 결정했다. 헌터가 일반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경제가 붕괴한다는 이유였다.
그 문서를 태운 재가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나는 놈들이 죽인 줄 알고 있는 유일한 목격자이자, 놈들이 만든 괴물이다.
이제부터 이 도시에 불을 지를 것이다. 놈들이 숨긴 그 약을 찾을 때까지.


2. 서사 엔진 설계 (Narrative Engine)

이 작품을 13화(1부)를 넘어 장편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동력원입니다.

주 엔진: [복수 엔진] (The Revenge List)

  • 유형: 복수/정의 엔진
  • 핵심 목표: 나를 배신한 파티원 3인(탱커, 힐러, 리더) 처단 및 나를 괴물로 만든 시스템 응징.
  • 가동 시점: 1화, 장례식장에서 배신자들의 위선을 목격한 순간.
  • 단계적 확장:
    • 1~3화 (초기): 탱커 처단 (단순 원한 해소)
    • 4~9화 (확장): 힐러 및 길드 세력과의 충돌 (조직적 은폐 확인)
    • 10~13화 (심화): 리더 및 협회 배후 세력 확인 (개인의 복수 → 체제 전복)

보조 엔진 1: [희망 고문 엔진] (The Cure Mystery)

  • 유형: 미스터리 엔진
  • 핵심 질문: "과연 나는 다시 인간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
  • 역할: 무조건적인 파괴(복수)에 **'목적성'**과 **'절박함'**을 부여. 독자가 주인공의 살인을 응원하게 만드는 도덕적 명분 제공.

보조 엔진 2: [시한부 저주 엔진] (The Cursed Clock)

  • 유형: 리스크/타임 리밋 엔진
  • 핵심 갈등: 흑염을 쓸수록 주변이 불행해지고, 나 자신도 잠식당한다.
  • 역할: 먼치킨 주인공에게 **'패널티'**를 부여하여 긴장감 유지.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죽거나 미친다"는 시간 제한 설정.

3. 1~3화 갈등 진입 설계

1화: 죽은 자의 장례식 (The Funeral of the Living)

  • 구조:
    • 오프닝 (0~300자): 장례식장 훅. 자신의 영정 사진을 보는 주인공.
    • 전개 (300~2000자): (짧은 회상) 던전에서의 배신, 몬스터에게 뜯어먹히며 흑염과 계약하는 과정.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생환.
    • 위기 (2000~3000자): 현실 적응. 거울을 보니 반쯤 타버린 흉측한 몰골. 헌터 단말기는 정지됨. 사회적으로 '사망 처리' 완료.
    • 전환점 (3000~3500자): 배신자 파티원들이 TV 인터뷰에서 "동료를 구하지 못해 슬프다"며 거짓 눈물을 흘리는 장면 목격.
  • 클리프행어:
    • 주인공이 장례식장 화장실에서 훔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며, 배신자(탱커)의 차 뒷좌석에 미리 타 있는 장면.
    • "운전해. 지옥으로."
  • 핵심 정보 공개: 주인공의 사망 공식화, 흑염 능력의 파괴력(살짝만 써도 주변 기물 파손).

2화: 불행의 전도사 (Carrier of Misfortune)

  • 구조:
    • 연결 (0~500자): 탱커의 차 안. 놀란 탱커가 사고를 내지만 주인공은 흠집 하나 없음.
    • 갈등 심화 (500~2000자): 탱커를 폐공장으로 끌고 감. 탱커는 주인공이 귀신인 줄 알고 공포에 질림. 여기서 주인공의 능력(흑염)이 '고문'에 특화되어 있음을 보여줌.
    • 서브 캐릭터 (2000~3000자): 협회 감사관(추적자) 등장. 던전 붕괴 현장에서 '시체가 없는 흔적'을 발견하고 생존 가능성을 의심.
    • 정보 투하 (3000~3500자): 탱커의 자백. "우리가 널 죽인 게 아냐! 위에서 시킨 거야! 네가 '적합자'라서!"
  • 클리프행어:
    • 탱커가 살려달라며 비밀 금고를 연다. 그곳에는 돈이 아니라 의문의 약병과 문서가 있다.
    • "이거... 이거 줄게! 각성 해제제야! 너 이거 원했잖아!"
  • 핵심 정보 공개: 배후 세력의 존재, '적합자'라는 떡밥.

3화: 일상으로의 티켓 (Ticket to Normalcy)

  • 구조:
    • 위기 고조 (0~1500자): 약병을 확인하는 주인공. 손이 떨린다. 이것만 있으면 지긋지긋한 헌터 짓을 그만두고 회사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 주인공의 선택 (1500~2500자): 탱커가 방심한 틈을 타 기습하지만, 주인공은 흑염으로 그를 완전히 소각해버림. "약은 내가 챙길게. 목숨값으로."
    • 반전 (2500~3500자): 약병은 비어있거나 깨져있음. 문서를 읽어보니 '임상 실험 실패. 완성본은 리더 최민석이 보관 중'이라는 내용.
  • 클리프행어 (결제 유도 최적화):
    • 주인공이 불타는 공장을 배경으로 리더 최민석의 사진에 X자를 긋는다.
    • [메인 퀘스트: 헌터 자격 박탈]
    • [조건: 리더 최민석 살해 및 치료제 탈취]
    • "기다려라. 내 퇴직금 받으러 간다."
  • 결제 유도 3대 궁금증:
    1. [즉각적]: 살인을 저지른 주인공, 협회 감사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을까?
    2. [중기적]: 리더 최민석이 가진 '진짜 치료제'를 얻으면 정말 평범한 인간이 될 수 있을까?
    3. [장기적]: 주인공을 '적합자'라 부르며 죽이려 했던 거대 세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4. 무료→유료 전환 전략

  • 전환 시점: 3화 말미 (Part 1이 13화인 단기 구성이므로 빠른 전환 필수)
  • 전환 유도 장치: [목적의 전환]
    • 1~2화까지는 단순한 '복수'였지만, 3화 끝에서 **'치료(일상 복귀)'**라는 새로운 희망이 제시됨.
    • 독자는 "복수에 성공할까?"보다 **"이 불쌍한 아저씨가 과연 다시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연민과 응원의 마음으로 결제 버튼을 누르게 됨.
  • 예상 전환율 최적화 포인트:
    • Senior 타겟 공략: 3050 남성 독자에게 '세계 최강'보다 '평범한 일상(퇴근 후 맥주, 주말의 휴식)'이 더 간절한 보상임을 자극.
    • 사이다 보장: 3화 내에 확실하게 한 명(탱커)을 죽여서 답답함이 없음을 증명.
    • 시스템 메시지의 활용: 퀘스트 창을 띄워 게임적 목표를 명확히 시각화.

분석가 코멘트:
오프닝 훅에서부터 '장례식장'이라는 아이러니한 공간을 활용해 느와르적 색채를 확실히 했습니다. 특히 3화의 클리프행어를 단순한 '다음 적 등장'이 아닌, **'치료제의 존재 확인'**으로 설정함으로써 독자가 다음 화를 결제해야 할 **명분(Engine)**을 강력하게 심어주었습니다. 이제 독자는 주인공의 살인 행각을 '범죄'가 아닌 '치료를 위한 투쟁'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STEP 4: subplot_creation

Step 04: 서브플롯 생성 (Subplot Creation)

1. 서브플롯 정의

본 작품은 13화라는 매우 압축적인 분량(Part 1)으로 진행되므로, 늘어지는 로맨스나 방대한 세계관 설명은 배제합니다. 대신 **느와르의 긴장감을 높이는 '추적'**과 주인공의 딜레마를 자극하는 '저주', 목적의식을 부여하는 '미스터리' 3가지 축으로 서브플롯을 구성합니다.


서브플롯 A [미스터리]: 푸른 약병의 진실 (The Blue Vial)

유형

비밀/미스터리 라인 (목적성 부여)

관련 캐릭터

  • 주요: 강진혁(주인공), 최민석(배신자 리더)
  • 보조: 탱커(초반 정보원), 연구소장(과거 기록)

핵심 질문

"주인공이 손에 넣으려는 '각성 해제제'는 진짜인가? 아니면 또 다른 통제 수단인가?"

3막 구조

1막 (도입: 희망)

  • 시작 회차: 3화
  • 시작 장면: 탱커를 처단하기 직전, 그가 살기 위해 내밀었던 '임상 실험 문서'와 '빈 약병'을 발견하는 장면.
  • 독자에게 심는 궁금증: "정말 헌터를 그만두고 일반인으로 돌아갈 방법이 존재하는가?"

2막 (전개: 의심)

  • 전개 구간: 4~9화
  • 주요 전환점:
    1. [단서 1] 6화: 힐러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그 약은 부작용이 있어서 폐기됐다"는 엇갈린 진술 확보.
    2. [단서 2] 8화: 리더 최민석이 주기적으로 '푸른 약'을 복용하지만, 능력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폭주를 억제'하는 모습 목격.
  • 메인 플롯과의 교차점: 주인공이 배신자들을 즉시 죽이지 않고 '심문'해야 하는 당위성 제공 (액션의 템포 조절).

3막 (해결: 반전)

  • 해결 회차: 12~13화
  • 해결 방식: 리더를 죽이고 약을 손에 넣지만, 그것은 치료제가 아니라 **'일시적 억제제(마약성)'**였음이 밝혀짐.
  • 메인 플롯 영향: 주인공의 목표가 '단순 치료'에서 '약의 원천(더 큰 흑막)을 찾기 위한 여정'으로 확장됨 (Part 2로의 연결 고리).

감정 곡선

  • 도입: 간절함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 절정: 혼란 (약의 정체가 무엇인가)
  • 해결: 씁쓸한 깨달음 (쉬운 길은 없다)

미니 클리프행어 목록

  • 3화: "약은 리더가 가지고 있어!" (목표 설정)
  • 6화: "그거 먹으면... 너 괴물 돼." (힐러의 경고)

서브플롯 B [패널티]: 불행의 반경 (Radius of Misfortune)

유형

내적 갈등/초자연적 위기 (긴장감 조성)

관련 캐릭터

  • 주요: 강진혁
  • 보조: 민간인들(모텔 주인, 편의점 알바), 인질(가족/지인)

핵심 질문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된 주인공은, 자신의 인간성을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는가?"

3막 구조

1막 (도입: 징후)

  • 시작 회차: 2화
  • 시작 장면: 장례식장에서 분노하자 멀쩡하던 국그릇이 깨지고 알바생이 넘어지는 장면.
  • 독자에게 심는 궁금증: "흑염의 대가인 '불행 전이'가 얼마나 위험한가?"

2막 (전개: 고립)

  • 전개 구간: 4~10화
  • 주요 전환점:
    1. [사고] 4화: 주인공이 숨어 지내던 모텔의 보일러가 폭발해 주인이 다침. 주인공은 자신이 '걸어 다니는 재앙'임을 자각.
    2. [거리두기] 7화: 도움을 청하려는 옛 지인을 일부러 매몰차게 거절함 (지인을 보호하기 위해). 고독감 심화.
    3. [딜레마] 9화: 리더가 인질을 잡았을 때, 구하러 가면 인질이 '불행' 때문에 더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
  • 메인 플롯과의 교차점: 주인공이 파티를 맺지 않고 철저히 '독고다이'로 움직여야 하는 이유 설명.

3막 (해결: 역이용)

  • 해결 회차: 11화
  • 해결 방식: 길드 본부 전투에서 주인공이 스스로 '저주 제어'를 풀고 폭주함. 불행의 반경을 적들에게 집중시켜 적들의 무기 오작동, 아군 오사 등을 유도.
  • 메인 플롯 영향: 저주를 페널티가 아닌 '무기'로 받아들이며 각성.

감정 곡선

  • 도입: 당혹감 (왜 이러지?)
  • 절정: 죄책감 (나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다친다)
  • 해결: 카타르시스 (이 저주를 너희에게 돌려주마)

미니 클리프행어 목록

  • 4화: 모텔 화재 뉴스를 보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는 주인공. "내가 있으면... 다 죽어."
  • 10화: "내 불행을 너희와 나누겠다." (저주 개방 선언)

서브플롯 C [추적]: 사냥개를 쫓는 사냥개 (The Inspector)

유형

라이벌/적대자 라인 (외부 압박)

관련 캐릭터

  • 주요: 박태수(협회 감사관, S급 탐지 헌터)
  • 보조: 강진혁(추적 대상)

핵심 질문

"완전범죄를 꿈꾸는 주인공의 꼬리를, 천재적인 수사관이 잡을 수 있을 것인가?"

3막 구조

1막 (도입: 의심)

  • 시작 회차: 2화
  • 시작 장면: 무너진 던전 입구에서 마력 반응이 '0'인 소각 흔적을 발견하고 눈을 가늘게 뜨는 감사관.
  • 독자에게 심는 궁금증: "이 예리한 추적자를 어떻게 따돌릴 것인가?"

2막 (전개: 포위)

  • 전개 구간: 5~11화
  • 주요 전환점:
    1. [연결] 5화: 탱커와 힐러의 죽음에서 공통된 '검은 그을음' 발견. 죽은 줄 알았던 강진혁을 용의 선상에 올림.
    2. [조우] 8화: 주인공의 은신처를 급습. 간발의 차이로 주인공이 도주. 주인공의 얼굴(화상 흉터)을 목격함.
  • 메인 플롯과의 교차점: 주인공이 복수를 서둘러야 하는 '타임 리밋' 역할 수행.

3막 (해결: 방조)

  • 해결 회차: 13화
  • 해결 방식: 최후의 현장에 도착한 감사관이 리더 최민석의 추악한 진실(치료제 은폐 등)을 알게 됨. 주인공을 체포할 수 있었으나, 일부러 놓아줌.
  • 메인 플롯 영향: 주인공에게 '임시적인 자유'를 부여하고, 다음 시즌의 라이벌이자 조력자 관계 암시.

감정 곡선

  • 도입: 긴장 (들키면 끝이다)
  • 절정: 압박 (포위망이 좁혀온다)
  • 해결: 안도/기묘한 유대감 (적의 적은 동지)

미니 클리프행어 목록

  • 5화: 감사관이 주인공의 옛 헌터 등록증 사진을 꺼내 들며. "이 녀석, 살아있다."
  • 8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감사관과 대치. "안에 있는 거 안다. 강진혁 씨."

2. 인터위빙 맵 (Interweaving Map)

회차 메인 플롯 (복수) 서브 A (치료제) 서브 B (저주) 서브 C (추적자) 클리프행어 소스
1화 [발단] 배신과 생환, 장례식장 도착 - - - 메인 (살의)
2화 [전개] 탱커 납치 및 고문 - [도입] 장례식장 불행 발생 [도입] 현장 감식 서브 B (저주 발현)
3화 [위기] 탱커 처단 [도입] 문서 발견 (전환점) - - 메인+서브 A (치료제 떡밥)
4화 [전개] 힐러 추적 시작 - [전개] 모텔 화재 사고 - 서브 B (죄책감)
5화 [전개] 힐러 파티장 잠입 - - [전개] 용의자 특정 서브 C (생존 발각)
6화 [절정] 힐러 처단 및 정보 획득 [전개] 힐러의 거짓 자백 - - 메인 (리더 지목)
7화 [위기] 수배령 및 도주 - [심화] 지인과의 거리두기 - 메인 (고립)
8화 [위기] 은신처 발각 [전개] 리더의 약 복용 목격 - [절정] 간발의 차 도주 서브 C (대치)
9화 [전환] 인질 발생 및 결심 - [딜레마] 가면 불행해진다 - 메인 (정면 돌파)
10화 [절정] 길드 본부 돌입 - [전환] 저주 역이용 시작 - 서브 B (폭주 선언)
11화 [절정] 다대일 전투 - [해결] 불행의 무기화 [전개] 현장 출동 메인 (전투)
12화 [결말] 리더 처형 [해결] 약 획득 (반전) - - 메인 (복수 완성)
13화 [여운] 탈출 및 일상 복귀 시도 [암시] 약의 진실 확인 - [해결] 방조 및 추적 중단 메인+서브 A (Part 2 예고)

3. 교차점 및 합류점 설계

교차점 #1: 엇갈린 진실 (Crossing Point)

  • 관련 서브플롯: 서브 A (치료제) + 서브 C (추적자)
  • 발생 회차: 6~7화
  • 내용: 주인공은 힐러를 죽여서라도 '치료제 정보'를 얻으려 하고, 감사관은 시체의 흔적을 통해 주인공의 '살인 동기(단순 복수가 아님)'를 추리함.
  • 효과: 독자에게 주인공은 '살기 위해' 싸우는데, 세상은 그를 '연쇄 살인마'로 오해하는 아이러니 극대화.

최종 합류점: 지옥도 (Convergence Point)

  • 관련 서브플롯: 서브 B (저주) + 서브 C (추적자) $\rightarrow$ 메인 플롯
  • 발생 회차: 11~12화
  • 내용:
    • 주인공은 서브 B의 불행을 무기화하여 길드 본부를 초토화시킴.
    • 뒤늦게 도착한 서브 C의 감사관은 그 참혹한 광경(지옥도)을 보며 주인공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음을 목격함.
    • 이 모든 상황이 메인 플롯의 빌런(리더)을 처단하는 무대가 됨.

4. 리듬 검증 (5화 단위 독자 경험)

1~5화 독자 경험 (초반 러시)

  • 메인 플롯 진전도: [상] (배신 $\rightarrow$ 각성 $\rightarrow$ 첫 복수 $\rightarrow$ 두 번째 타겟 설정)
  • 활성 서브플롯: A(치료제)가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C(추적자)가 뒤를 쫓는 긴장감 형성.
  • 독자의 주요 궁금증: "주인공이 정말 치료제를 찾아서 평범해질 수 있을까?"
  • 이 구간의 결제 유지 동기: 빠르고 잔혹한 복수(사이다)와 3화의 '치료제 떡밥'.

6~10화 독자 경험 (위기와 심화)

  • 메인 플롯 진전도: [중] (두 번째 복수 성공 $\rightarrow$ 포위망 형성 $\rightarrow$ 최종전 준비)
  • 활성 서브플롯: B(저주)가 주인공을 심리적으로 괴롭히고, C(추적자)가 물리적으로 압박함.
  • 독자의 주요 궁금증: "저주 때문에 주변이 다치는데, 인질을 어떻게 구하지?"
  • 이 구간의 결제 유지 동기: 주인공이 겪는 딜레마와 고독함(느와르 감성) + 9화의 '다 죽이겠다'는 사이다 예고.

11~13화 독자 경험 (폭발과 여운)

  • 메인 플롯 진전도: [상] (최종 보스전 $\rightarrow$ 엔딩)
  • 활성 서브플롯: 모든 서브플롯이 해결되거나 다음 시즌을 위한 떡밥으로 전환됨.
  • 독자의 주요 궁금증: "복수는 끝났는데, 주인공은 행복해질 수 있는가?"
  • 이 구간의 결제 유지 동기: 압도적인 전투 씬과 결말의 반전(치료제의 진실).

5. 서브플롯 요약 대시보드

서브플롯 시작 절정 해결 회차 수 미니 클리프행어 수 역할
A (치료제) 3화 8화 12화 10회차 2개 [동기 부여] 살인의 명분 제공
B (저주) 2화 9화 11화 12회차 3개 [긴장/분위기] 느와르 색채 강화
C (추적자) 2화 8화 13화 12회차 2개 [템포 조절] 외부 위기 조성

분석가 코멘트:
설계된 3개의 서브플롯은 13화라는 짧은 분량 안에서 서로 충돌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맞물립니다.

  • 서브 A는 주인공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 (Pull).
  • 서브 C는 주인공의 뒤를 압박합니다 (Push).
  • 서브 B는 주인공의 내면을 갉아먹습니다 (Internal).

이 구조는 독자가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특히 3화(유료 전환)와 8~9화(위기 절정) 구간에서 강력한 결제 유도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STEP 5: cliffhanger_planning

Step 05: 클리프행어 설계 보고서 (Cliffhanger Planning Report)

1. 개요 및 전략

본 작품 **<헌터 자격 박탈을 위하여>**는 13화라는 짧은 분량(Part 1) 내에 독자를 유료 결제로 전환시키고, 다음 시즌(장편)에 대한 기대감까지 심어야 합니다. 따라서 클리프행어는 단순한 '위기' 조성을 넘어, **"주인공의 목적이 확장되는 순간"**에 집중 배치합니다.

  • 핵심 키워드: 목적의 전환 (Re-purposing)
  • S급 포인트 전략 (3화): 단순 '복수'에서 '치료 및 일상 복귀'로 장르적 목표를 비틀어 독자의 궁금증을 폭발시킵니다.
  • 톤 앤 매너: 느와르 특유의 건조하고 냉소적인 대사로 마무리하여 3050 남성 독자의 취향을 저격합니다.

2. 클리프행어 맵 (Cliffhanger Map)

[도입부: 나락과 귀환]

1화: 내 장례식의 불청객

  • 유형: [유형 7] 새로운 등장 (주인공 본인의 등장을 역설적으로 표현)
  • 장면 설명: 주인공이 자신의 장례식장 주차장에 세워진 배신자(탱커)의 차 뒷좌석에 숨어 있다. 탱커가 차에 타자마자 백미러로 눈이 마주친다. 주인공의 입에서 검은 연기가 새어 나온다.

    "육개장이 좀 싱겁더라. 안 그래, 김철수?"

  • 독자 반응 목표: "와, 시작부터 바로 들이박네? 고구마 없이 빠르다."
  • 등급: A (강렬한 오프닝)

2화: 악마의 속삭임

  • 유형: [유형 2] 폭로/반전
  • 장면 설명: 폐공장에서 고문당하던 탱커가 살기 위해 결정적인 정보를 뱉는다. 단순한 배신이 아니라, 주인공이 '적합자'였기에 실험체로 쓰려고 했다는 사실. 그리고 '치료제'가 존재한다는 말.

    "죽인 게 아냐! 우린 널... '완성'시키려고 했던 거라고! 그 약만 있으면 너도...!"

  • 독자 반응 목표: "적합자? 완성? 배후에 뭐가 더 있구나."
  • 등급: B

3화 ⚡ [S급 결제 유도 포인트]

  • 유형: [유형 1+6] 미해결 갈등 + 새로운 목표 (Quest)
  • 장면 설명: 탱커를 흑염으로 소각 처형. 그러나 탱커가 말한 약병은 비어있다. 그때 주인공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붉게 점멸하며 새로운 퀘스트가 뜬다. 복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사냥이 시작됨을 알린다.

    [히든 퀘스트: 인간으로의 회귀]
    [조건: 리더 최민석이 소지한 '원본 치료제' 탈취]
    주인공이 불타는 공장을 뒤로하고 리더의 사진에 칼을 꽂는다. "퇴직금 받으러 가자."

  • 독자 반응 목표: (결제) "치료제가 진짜 있어? 저거 먹으면 다시 회사원 될 수 있나? 이건 봐야 해."
  • 결제 유도 전략: 무료 → 유료 전환점. '복수'라는 감정적 동기에 '치료'라는 실리적/게임적 목표를 더해 다음 화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듦.
  • 등급: S

[전개부: 사냥과 추적]

4화: 걸어 다니는 재앙

  • 유형: [유형 5] 감정 절정 (죄책감/딜레마)
  • 장면 설명: 모텔에서 잠시 쉬려던 주인공. 그러나 흑염의 저주가 새어 나와 모텔 보일러가 터지고 주인이 다친다. 뉴스를 보던 주인공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쓴웃음을 짓는다.

    "내가 있는 곳이 곧 지옥이구나."

  • 독자 반응 목표: "주인공 너무 불쌍하다. 빨리 약 찾아서 고쳤으면 좋겠다."
  • 등급: B

5화: 꼬리를 밟히다

  • 유형: [유형 4] 위기/위험
  • 장면 설명: 힐러를 추적하던 중, 협회 감사관(서브플롯 C)이 주인공의 은신처를 급습하기 직전.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감사관의 손이 문고리에 닿는다.

    "안에 인기척이 있습니다. 진입합니다. 3, 2..."

  • 독자 반응 목표: "들키나? 지금 싸우면 안 되는데!"
  • 등급: B

6화: 성녀의 가면

  • 유형: [유형 2] 폭로/반전
  • 장면 설명: 자선 파티장에서 힐러를 제압. 그녀는 "치료제는 가짜야! 그건 억제제일 뿐이라고!"라며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주인공은 멈추지 않는다.

    "상관없어. 가짜라도, 1분이라도 사람처럼 살 수 있다면." (힐러의 비명과 함께 암전)

  • 독자 반응 목표: "억제제? 그럼 완벽한 치료는 불가능한가? 그래도 주인공 마인드가 마음에 든다."
  • 등급: A

7화: S급 수배령

  • 유형: [유형 3] 역전 (상황 악화)
  • 장면 설명: 힐러 살해 현장이 조작되어 보도된다. 주인공은 '무고한 성녀를 죽인 살인마'가 되고, 전 국민적인 공분이 일어난다. 길드와 협회가 총동원령을 내린다.

    TV 화면 속 앵커: "현 시간부로 헌터 강진혁에 대한 즉결 처형이 허가되었습니다."

  • 독자 반응 목표: "와, 판이 너무 커졌다. 이거 혼자 감당 되나?"
  • 등급: B

8화: 악마와의 조우

  • 유형: [유형 7] 새로운 등장 (최종 보스의 위압감)
  • 장면 설명: 도주하던 주인공이 멀리서 리더 최민석을 목격. 최민석이 푸른 약병의 액체를 마시자, 그의 몸에서 성스러운 빛이 아니라 기괴한 촉수가 튀어나왔다 사라진다.

    "저 새끼도... 괴물이었어."

  • 독자 반응 목표: "리더가 그냥 쎈 게 아니라 뭔가 이상한데? 약의 정체가 뭐지?"
  • 등급: B

9화: 선전포고

  • 유형: [유형 6+5] 선택의 기로 + 분노 폭발
  • 장면 설명: 리더가 주인공의 유일한 지인(또는 가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 영상을 보낸다. 주인공은 숨어있던 하수구에서 나와, 흑염을 전신에 두른다.

    "숨바꼭질은 끝났다. 다 태워버리겠어."

  • 독자 반응 목표: "드디어 정면승부! 다음 화 무조건 사이다 터진다."
  • 등급: A (Climax 직전의 고조)

[절정 및 결말: 진실과 선택]

10화 ⚡ [S급 아크 클라이맥스]

  • 유형: [유형 1] 미해결 갈등 (전투 개시)
  • 장면 설명: 길드 본부 로비. 수백 명의 헌터가 주인공을 포위한다. 주인공이 '저주 제어'를 푼다. 천장이 무너지고 바닥이 끓어오른다. 혼자서 군단을 압도하는 장면.

    [저주 '불행'이 광역으로 확산됩니다.]
    "어서 와라. 내 불행을 나눠줄 테니."

  • 독자 반응 목표: "이게 먼치킨이지! 싹 다 쓸어버려라!"
  • 등급: S

11화: 지옥도(地獄圖)

  • 유형: [유형 3] 역전 (저주의 활용)
  • 장면 설명: 적들의 마법이 오발 되고, 무기가 부러진다. 주인공의 '불행' 저주가 전장을 지배한다. 피투성이가 된 주인공이 리더의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간다.

    "노크는 생략한다."

  • 독자 반응 목표: "저주를 이렇게 쓴다고? 천재네. 이제 보스전이다."
  • 등급: A

12화: 거짓된 구원

  • 유형: [유형 2] 폭로/반전 (허무함)
  • 장면 설명: 리더를 처참하게 죽이고 손에 넣은 푸른 약병. 떨리는 손으로 마시지만, 시스템 메시지는 냉혹하다.

    [효과: 일시적 마력 억제 (지속시간 24시간)]
    [완전한 치료제가 아닙니다.]
    주인공이 허탈하게 웃는데, 뒤에서 박수 소리가 들린다. (감사관 혹은 더 상위의 존재)

  • 독자 반응 목표: "아... 역시 한 방에 해결될 리가 없지. 근데 박수 치는 놈 누구야?"
  • 등급: A

13화: 출근하는 괴물 (Part 1 Finale)

  • 유형: [유형 6] 선택의 기로 (새로운 시작)
  • 장면 설명: 감사관은 주인공을 놓아준다(방조). 주인공은 억제제를 먹고 일시적으로 인간의 모습을 되찾는다.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매는 주인공. 하지만 거울 속 그림자는 여전히 웃고 있다.

    "야근이 좀 길어지겠군. 진짜 사장 놈을 잡을 때까지."
    [Part 1 완결 / Part 2 예고: 헌터 협회 본부 편]

  • 독자 반응 목표: "이게 끝이 아니네? 2부는 협회랑 싸우는 건가? 스케일 더 커지겠네. 기다무 등록."
  • 등급: S (시즌 연결 고리)

3. 결제 유도 포인트 요약

회차 등급 유형 핵심 장면 결제 유도 전략
3화 S 퀘스트 + 목표 전환 치료제 단서 발견 및 퀘스트 발생 [무료→유료] 단순 복수극에서 '생존/치유' 서사로 전환하여 독자의 동기 부여 강화
6화 A 반전 + 미스터리 치료제가 '가짜/억제제'임을 폭로 [이탈 방지] 쉬운 해결을 부정하여 긴장감 유지 및 세계관 깊이 확장
9화 A 위기 + 감정 폭발 인질 발생 및 전면전 선포 [기대감 고조] 고구마 직후 사이다 예고로 다음 화 즉시 결제 유도
13화 S 확장 + 여운 억제제 복용 후 일상 복귀(위장) [시즌 연계] 더 큰 적(협회/정부)을 암시하며 장기 연재 따라올 동력 확보

4. 클리프행어 강도 변화 곡선

강도
S│          ★ (3화: 유료 전환)                                      ★ (13화: 시즌 완결)
 │        ╱   ╲                                                  ╱
A│      ╱       ╲           ★ (6화)          ★ (9화)   ★ (11화)  ╱
 │    ╱           ╲       ╱   ╲            ╱   ╲     ╱   ╲     ╱
B│  ● (1화)         ● (4,5)     ● (7,8)  ●       ● ●       ● (12화)
 │╱                   ╲╱           ╲╱             ╲╱        ╲╱
 └───────────────────────────────────────────────────────────── 회차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 분석:
    • 초반(1~3화): 급격한 상승 곡선으로 유료 전환 유도.
    • 중반(4~8화): B~A급을 오가며 긴장감 유지 (미스터리 및 추적 위주).
    • 후반(9~13화): A급 이상의 고강도 클리프행어를 연타하여 결말까지 몰아침.

5. 클리프행어-오프닝 연결 설계

회차 연결 클리프행어 유형 다음 화 오프닝 연결 방식 비고
1 → 2 새로운 등장 직접 연결 (차 안 대화 지속) 속도감 유지
2 → 3 폭로/반전 시점 전환 (감사관의 시선으로 2화 현장 확인 후 복귀) 객관적 위기감 조성
3 → 4 목표 전환 (S) 시간 점프 (며칠 후, 힐러 추적 과정) 루즈한 탐색 과정 생략
4 → 5 감정 절정 회상 연결 (과거 힐러와의 기억 → 현재 추적) 배신감 심화
5 → 6 위기/위험 직접 연결 (문이 열리는 순간) 긴장감 해소 없이 바로 액션
8 → 9 새로운 등장 지연 해결 (리더 시점으로 전환하여 그의 악행 보여줌) 빌런의 무게감 형성
12 → 13 폭로/반전 시간 점프 (사건 종료 후, 뉴스 보도) 사건의 여파 정리

최종 점검:
이 설계는 13화라는 짧은 호흡에 맞춰 '질질 끄는 구간'을 원천 봉쇄했습니다. 특히 3화의 클리프행어에서 **'시스템 창(퀘스트)'**을 활용한 것은 웹소설 독자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강력한 후킹 요소가 될 것입니다.

STEP 6: pilot_episodes

1화: 내 장례식의 불청객

향 냄새가 진동했다.

국화꽃 속에 파묻힌 영정 사진 속의 나는, 참 멍청하게도 활짝 웃고 있었다.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마이크를 잡은 남자가 울먹였다. 최민석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오로라'의 길드장이자, 나를 미끼로 던지고 탈출한 파티의 리더.

그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자 검은 상복을 입은 조문객들이 훌쩍였다.

"강진혁 헌터는... 비록 F급이었지만, 그 용기만큼은 S급이었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 파티는 전멸했을 겁니다."

거짓말.

"그는 진정한 영웅입니다."

개소리.

웃음이 나왔다. 아니, 웃으려고 했다.

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대신, 목구멍 안쪽에서 시커먼 연기가 새어 나왔다.

[경고: 살의(殺意)가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저주 '흑염'이 반응합니다.]

치이익.

내가 숨어 있는 화장실 칸의 문고리가 검게 타들어 갔다.

플라스틱이 녹는 역한 냄새가 났지만, 향 냄새에 묻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엉망이었다.

화상으로 일그러진 왼쪽 뺨. 흰자위 없이 검게 변해버린 눈동자.

일주일 전, 던전 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괴물'의 모습이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 안의 약통을 꺼냈다. 진통제였다. 뚜껑을 열어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약효는 없었다. 이 불꽃은 약으로 꺼지는 게 아니니까.

밖에서는 여전히 최민석의 추도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편히 잠드소서, 친구여."

나는 거울 속의 괴물에게 속삭였다.

"아니. 아직은 못 자."

육개장 냄새가 비릿하게 느껴졌다.


기억은 선명하다.

일주일 전, S급 던전 '공허의 틈'.

보스 룸 공략은 완벽했다. 아니, 완벽해 보였다. 보스가 폭주하기 전까지는.

"퇴로가 막혔어! 누군가 남아서 시간을 끌어야 해!"

탱커 김철수가 소리쳤다.

힐러 이수진은 주저앉아 울고 있었고, 리더 최민석은 냉정하게 전장을 훑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짐꾼이었던 내게 꽂혔다.

"진혁아."

그 부드러운 목소리.

"네가 남라."

"......뭐?"

"어차피 넌 F급이잖아. 짐꾼이고. 여기서 죽어도 길드 차원에서 보상은 넉넉히 해줄게. 네 어머니 요양비, 내가 평생 책임진다."

거절할 틈도 없었다.

김철수의 방패가 나를 밀쳤다. 나는 보스 몬스터의 거대한 발톱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미안해하지는 않을게. 이건 다수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니까."

최민석은 웃고 있었다. 비웃음이 아니었다.

마치 고장 난 부품을 폐기하는 공장장의 표정처럼, 건조하고 무심한 미소.

쿵.

방공호의 철문이 닫혔다. 레버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암흑.

그리고 놈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마자, 등 뒤에서 뜨거운 입김이 느껴졌다.

S급 몬스터 '심연의 포식자'.

아득하고 끔찍한 고통이 시작됐다.

팔이 뜯겨 나갔다. 다리가 으스러졌다. 내장이 쏟아졌다.

신에게 기도했다. 살려달라고.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더 깊은 곳에서 다른 무언가가 말을 걸어왔다.

[억울한가?]

어둠 속에서 검은 불꽃이 일렁였다.

[놈들을 죽이고 싶은가?]

"......죽인다."

피 거품 섞인 목소리로 나는 대답했다.

"내 영혼 따위 씹어 먹어도 좋으니까... 힘을 줘."

[계약 성립.]

[조건: 저주받은 권능 '흑염(黑炎)'을 부여한다.]

[대가: 당신의 모든 행운과 인간성.]

그 순간, 포식자의 뱃속에서 검은 불길이 폭발했다.

내가 먹힌 것이 아니었다. 내가 놈을 태운 것이었다.


장례식장 식당은 붐볐다.

대한민국 3대 길드 중 하나인 오로라 길드의 장례식이다. 정재계 인사부터 유명 헌터들까지 얼굴을 비추러 왔다.

나는 훔친 검은색 정장에 모자를 눌러쓰고 구석 자리에 앉았다.

모자챙 아래로 보이는 풍경은 기가 찼다.

"아이고, 우리 진혁이 불쌍해서 어쩌나..."

먼 친척이라며 찾아온 고모는 부조금 봉투를 챙기느라 바빴다.

"이번에 오로라 주식 좀 오르겠는데? 위기 관리 능력 보여줬잖아."

주식 이야기를 하며 낄낄거리는 조문객들도 있었다.

그리고 저기, 상주 완장을 차고 있는 세 사람.

리더 최민석. 탱커 김철수. 힐러 이수진.

그들은 영웅 대접을 받고 있었다.

"동료를 잃은 슬픔을 딛고 귀환한 생존자들!"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렸다.

이수진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김철수는 꽤나 술이 들어간 얼굴이었다. 최민석은 덤덤하게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화가 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리를 지르거나 밥상을 엎고 싶지는 않았다.

감정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마치 내 안의 인간적인 부분이 불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재만 남은 것처럼.

'이게 흑염의 대가인가.'

감정 대신 살의만이 명확했다.

그때였다.

[살의가 감지되었습니다.]

[주변의 불행 수치가 상승합니다.]

쨍그랑!

내 옆을 지나가던 알바생이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걸려 넘어졌다.

뜨거운 육개장이 쏟아졌다. 하필이면 그 국물이 근처에 앉아 있던 험상궂은 남자의 바지에 튀었다.

"아악! 야 이 새끼야! 눈 안 달렸어?"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이거 얼마짜린 줄 알아?"

남자가 알바생의 멱살을 잡았다. 순식간에 식당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목표는 저런 조무래기가 아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흡연실로 향하는 거구의 남자.

탱커, 김철수.

나는 조용히 그의 뒤를 밟았다.


장례식장 지하 주차장.

구석진 곳에 김철수의 최고급 세단이 주차되어 있었다.

김철수는 대리운전을 부를 생각도 없는지, 비틀거리며 운전석 문을 열었다.

"크으... 강진혁 이 새끼... 죽어서도 도움 안 되네. 분위기 우중충하게..."

그는 뒷좌석에 짐을 던져놓고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웅장하게 울렸다.

김철수가 룸미러를 보며 넥타이를 풀었다.

"그래도 뭐... 덕분에 보너스는 두둑하니까."

그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기어를 조작하려던 순간이었다.

찰칵.

차 문이 잠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어? 내가 잠갔나?"

김철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뒷좌석의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육개장이 좀 싱겁더라. 안 그래, 철수야?"

김철수의 몸이 굳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가 룸미러로 눈을 돌렸다.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김철수가 일주일 전 던전에서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누... 누구..."

"누구긴. 네가 보너스로 바꾼 친구지."

내가 모자를 벗었다.

일그러진 화상 자국. 검은 역안(逆眼).

인간이라기보다는 악귀에 가까운 형상.

"히, 히익!"

김철수가 비명을 지르며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손잡이가 이미 녹아 눌어붙어 있었으니까.

[스킬: 흑염(F) 발동]

[대상에게 공포를 부여합니다.]

내 손끝에서 피어오른 검은 불꽃이 시트에 옮겨붙었다.

가죽 타는 냄새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살, 살려줘! 귀신! 귀신이다!"

"귀신 아니야. 아직은."

나는 앞좌석 헤드레스트를 잡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김철수의 굵은 목에 내 차가운 손이 닿았다.

"운전해."

"어, 어디로...?"

김철수가 덜덜 떨며 물었다. 바지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나는 씩 웃었다. 입 안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그의 얼굴을 덮쳤다.

"지옥으로."


1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4,25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5개 (장례식장 화장실 -> 회상 -> 장례식장 홀 -> 주차장 -> 차 안)
  • 등장 캐릭터: 강진혁(주인공), 최민석(리더/빌런), 김철수(탱커/타겟), 이수진(힐러)
  • 공개된 설정:
    • F급 짐꾼이었던 주인공이 배신당해 S급 던전에서 각성함.
    • 각성 능력 '흑염'은 살의에 반응하며, 대가로 행운과 인간성을 가져감.
    • 주인공은 공식적으로 사망 처리됨.
  • 심은 복선:
    • '적합자'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음(2화 예정).
    • 주인공의 감정이 메말라 있음(인간성 상실 떡밥).
  • 클리프행어 유형: [유형 7] 새로운 등장 + [유형 4] 위기
  • 다음 화 연결 방식: 차 안에서의 대화와 납치 과정으로 직접 연결.

2화: 악마의 속삭임

"으아아악!"

김철수가 비명을 지르며 핸들을 꺾었다.

끼이익!

타이어가 비명을 질렀다. 최고급 세단이 통제력을 잃고 도로 옆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쾅!

굉음과 함께 에어백이 터졌다.

김철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 속에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었다.'

뒷좌석에 탄 놈은 안전벨트도 매지 않았다. 이 속도로 들이받았으니, 놈은 앞 유리를 뚫고 튕겨 나갔을 것이다.

귀신이든 뭐든, 물리법칙은 거스를 수 없으리라.

"으으..."

김철수는 터진 에어백을 치우며 고개를 들었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 시야를 가렸다.

운전석 문을 걷어차고 밖으로 기어 나왔다.

한적한 국도변.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차의 보닛이 찌그러진 채 연기를 뿜고 있었다.

"하아, 하아..."

김철수는 비틀거리며 뒷좌석 쪽을 확인했다.

문은 찌그러져 열리지 않았다. 창문 안쪽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죽었어... 죽었을 거야."

그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중얼거렸다.

S급 헌터인 자신도 '강철 피부(Iron Skin)' 스킬을 본능적으로 켜지 않았다면 즉사했을 충격이었다. F급 짐꾼 따위가, 아무리 기이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들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때였다.

찌그러진 뒷좌석 문이 안쪽에서부터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치이익.

마치 용광로에 쇠를 녹이듯, 강철 프레임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그리고 그 틈으로 검은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

김철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문짝이 뜯겨 나갔다.

연기가 자욱한 차 안에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검은 정장. 삐뚤어진 넥타이를 고쳐 매는 손길은 소름 끼칠 정도로 차분했다.

"운전 실력이 형편없네, 철수야."

강진혁이었다.

그의 몸 주변으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충격마저 집어삼킨 듯한 불길한 기운.

"마, 말도 안 돼..."

김철수는 뒷걸음질 쳤다.

"내 차는... 특수 합금으로 보강된..."

"그래서 더 잘 타더라."

진혁이 한 걸음 다가왔다.

"가자. 여기서 멀지 않잖아? 우리가 자주 가던 그곳."

"오지 마! 오지 말라고!"

김철수가 다급하게 스킬을 시전했다.

[스킬: 강철의 성채(B) 발동]

그의 피부가 은회색 금속 광택으로 뒤덮였다. S급 몬스터의 발톱도 막아내는 탱커의 자존심.

그는 주먹을 휘둘렀다. 공포를 잊기 위한 필사적인 일격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텁.

진혁의 손이 김철수의 강철 주먹을 가볍게 받아냈다.

"이거, 예전엔 참 든든했는데."

진혁의 손바닥에서 검은 불꽃이 뱀처럼 기어 나와 김철수의 팔을 감았다.

"끄아아아악!"

김철수가 비명을 질렀다.

강철 피부가 녹는 게 아니었다. 피부 안쪽, 근육과 신경을 불꽃이 직접 태우고 있었다. 물리적 방어력을 무시하는 절대적인 고통.

"이제 보니 껍데기뿐이었네."

진혁이 손에 힘을 주자 우드득, 소리와 함께 김철수의 손목이 꺾였다.

"살, 살려줘! 제발!"

"조용히 해. 사람들 깨겠다."

진혁은 축 늘어진 김철수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갔다.

도로 아래, 버려진 폐공장이 그들의 목적지였다.


같은 시각. S급 던전 '공허의 틈' 입구.

폴리스 라인이 쳐진 붕괴 현장에는 스산한 바람만 불고 있었다.

"팀장님, 여기는 이미 수색이 끝난 곳 아닙니까?"

신입 조사관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박태수 팀장은 대답 대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헌터 협회 감사관이자, S급 탐지 헌터인 박태수. 그의 눈은 일반인이 볼 수 없는 마력의 흐름을 읽는다.

"김 조사관."

"네?"

"보통 던전이 붕괴하면 몬스터의 사체는 마석으로 변하고, 헌터의 사체는 훼손된 채로 남지."

박태수가 무너진 바위 틈새를 가리켰다.

"그런데 여길 봐라."

신입이 랜턴을 비췄다. 바위 표면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화재 흔적입니까? 마법사 계열 헌터가 있었나 보죠."

"아니. 이건 불이 아니야."

박태수가 장갑 낀 손으로 그을음을 문질렀다.

"마력 반응이 '제로'다."

"네? 그게 무슨..."

"마법으로 태운 게 아니란 소리야. 그렇다고 일반적인 불도 아니고. 무엇보다..."

박태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기서 죽었다던 F급 짐꾼, 강진혁. 시신이 안 나왔지?"

"몬스터한테 먹혔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뼈도 안 남을 정도로요."

"S급 몬스터 '심연의 포식자'는 먹이를 씹어 먹지, 태워 먹진 않아."

박태수는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반쯤 녹아내린 헌터 단말기 조각이었다.

"누군가 여기서 살아 나갔어. 그것도 아주 지독한 힘을 각성한 채로."

"생존자요? 그럼 왜 신고를 안 하고..."

"신고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겠지."

박태수가 단말기 조각을 증거물 봉투에 넣었다.

"죽은 줄 알았던 놈이 돌아왔는데, 동료들은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라..."

그의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배신. 은폐. 그리고 복수.

박태수는 휴대폰을 꺼냈다.

"위치 추적 팀 연결해. 오로라 길드 김철수 헌터의 현재 위치 파악한다."

"김철수 헌터요? 지금 장례식장에 있지 않습니까?"

"아니. 놈의 마력 파장이 불안정해. 누군가에게 사냥당하고 있는 쥐새끼의 파장이야."

박태수의 눈빛이 밤보다 더 어둡게 빛났다.

"서둘러. 시체가 늘어나기 전에."


치이익.

살 타는 냄새가 폐공장을 가득 채웠다.

김철수는 녹슨 기둥에 묶인 채 거품을 물고 있었다.

"허억, 허억..."

그의 강철 피부는 이제 너덜너덜해져 본래의 살색을 찾기 힘들었다.

진혁은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철수야. 나 궁금한 게 있어."

"......"

"그때 최민석이 그랬잖아. '합리적 선택'이라고."

진혁이 담배 연기를 김철수의 얼굴에 뿜었다.

"짐꾼 하나 죽여서 셋이 사는 게 합리적인 건 알겠어. 근데 왜 하필 나였을까?"

김철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냥... 네가 제일 약해서..."

"거짓말."

화르륵.

진혁의 손가락 끝에서 다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으아아악! 말할게! 말한다고!"

김철수가 발버둥 쳤다. 공포가 육체의 고통을 넘어섰다.

눈앞의 강진혁은 예전의 그 순박한 청년이 아니었다.

인간의 가죽을 쓴 악마. 아니, 저주 그 자체였다.

"네가... '적합자(Adapter)'라서 그랬어!"

진혁의 손이 멈췄다.

"적합자?"

"나, 나도 자세히는 몰라! 민석이 형이... 아니, 최민석 그 새끼가 위에서 지시를 받았다고 했어! 던전의 마력을 몸에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고!"

"그릇?"

"그래! 널 제물로 바쳐서... 던전의 힘을 추출하려고 했던 거야! 죽이려던 게 아니라, 널 괴물로 만들어서... 실험체로 쓰려고!"

진혁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검게 변한 손톱. 혈관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살의.

우연히 각성한 게 아니었다.

놈들은 알고 있었다. 내가 이 힘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나를 구렁텅이에 밀어 넣은 건, 단순한 생존 본능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실험'이었다.

"하, 하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배신감보다 더 큰 허무함이 밀려왔다.

나는 고작 실험용 쥐새끼였구나. 내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짐꾼 노릇을 하던 그 시간들이, 놈들에게는 그저 실험 준비 기간이었구나.

[분노가 한계치를 초과합니다.]

[저주 '흑염'이 폭주하려 합니다.]

공장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천장의 전등이 파직거리며 터져 나갔다. 바닥의 콘크리트가 금이 가며 쩍쩍 갈라졌다.

"히익! 진, 진혁아! 진정해! 나, 나 살려주면 좋은 거 줄게!"

김철수가 다급하게 외쳤다.

"필요 없어. 네 목숨보다 좋은 건 없으니까."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그림자가 거대하게 일렁이며 김철수를 덮쳤다.

"아니야! 진짜야! 너 이거 원하잖아!"

김철수가 묶인 손으로 바지 주머니를 가리켰다.

"거기... 내 스마트 키... 차 트렁크에 금고가 있어!"

"돈? 주식? 그딴 걸로 내 목숨값을 퉁치시겠다?"

"아니! 돈 아니야!"

김철수가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치료제! 각성 해제제라고!"

진혁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뭐?"

"네가 된 그거... 괴물 같은 거... 다시 인간으로 돌릴 수 있는 약이라고! 최민석이 연구소에서 빼돌린 거야!"

각성 해제제.

헌터 업계에서는 도시전설로만 취급되는 물건이다.

한 번 각성한 헌터는 죽을 때까지 마력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그걸 되돌릴 수 있다고?

"거짓말이면, 넌 곱게 못 죽어."

진혁이 김철수의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냈다.

"진짜야... 나도 그거 훔친 거야. 팔면 수백억은 받으니까... 제발, 그거 줄게. 살려만 줘."

진혁은 반신반의하며 공장 밖으로 나갔다.

찌그러진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바닥 매트를 걷어내자 작은 휴대용 금고가 보였다.

김철수가 불러준 비밀번호를 눌렀다.

삐빅.

금고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현금 뭉치와 함께, 푸른색 액체가 찰랑거리는 작은 유리병 하나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낡은 서류 봉투.

[1급 기밀: 적합자 임상 실험 보고서 - 피실험체 강진혁]

진혁의 손이 떨렸다.

유리병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감촉.

이것만 마시면.

이 지긋지긋한 살의도, 흉측한 얼굴도, 저주받은 운명도 끝낼 수 있을까.

다시 예전처럼, 퇴근길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어머니와 통화하는 평범한 강진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진혁아... 봤지? 그거 진짜야..."

어느새 기어 나온 김철수가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다가왔다.

"약속... 지킬 거지? 우리 친구잖아..."

진혁은 푸른 약병을 불빛에 비춰보았다. 영롱하게 빛나는 액체는 마치 구원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서류 봉투의 마지막 장에 머물렀다.

[경고: 본 약물은 완성되지 않았음. 부작용 치사율 98%.]

진혁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철수야."

"으, 응?"

"이거, 네가 먼저 마셔볼래?"

진혁이 서류를 바닥에 던졌다.

"뭐...?"

"실험체라며. 그럼 임상 실험은 계속해야지."

진혁의 손에서 흑염이 다시 피어올랐다. 이번에는 아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하고, 흉포한 불길이었다.

"아, 안 돼! 그건 안 돼!"

김철수가 절규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박태수 팀장이 이끄는 협회 차량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진혁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약병을 품에 넣고, 김철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잘 가라. 내 첫 번째 복수."


2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4,68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4개 (도로변 사고 현장 -> 폐공장 심문 -> 던전 붕괴 현장 -> 폐공장 클라이맥스)
  • 등장 캐릭터: 강진혁, 김철수, 박태수(신규), 신입 조사관(단역)
  • 공개된 설정:
    • 적합자(Adapter): 던전의 힘을 담을 수 있는 특이 체질. 주인공의 각성은 계획된 실험이었다.
    • 강철의 성채: 김철수의 방어 스킬. 흑염 앞에서는 무용지물.
    • 각성 해제제: 헌터를 일반인으로 되돌리는 약. 현재는 미완성 상태.
  • 심은 복선:
    • 박태수의 예리한 추리력 (주인공을 쫓는 사냥개 역할).
    • 치료제의 부작용 (치사율 98%).
    • "최민석이 연구소에서 빼돌렸다"는 대사 (배후 세력 암시).
  • 클리프행어 유형: [유형 2] 폭로/반전 + [유형 6] 선택의 기로
  • 다음 화 연결 방식: 사이렌 소리와 함께 처형 집행, 그리고 3화의 빠른 도주로 연결.

3화: 일상으로의 티켓

"으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은 짧았다.

검은 불꽃이 김철수의 전신을 휘감았다. 살 타는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흑염은 냄새와 소리, 그리고 흔적까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저주였으니까.

순식간이었다.

대한민국 10대 탱커 중 하나라던 김철수는 한 줌의 검은 재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시스템 메시지: 복수 대상 1/3 처치]

[저주 '흑염'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나는 멍하니 재가 흩어지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후련할 줄 알았다. 놈이 고통스럽게 죽으면, 내 안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가슴 속에 남은 건 더 깊고 차가운 구멍뿐이었다.

"허무하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품 안의 푸른 약병을 꺼냈다.

미완성 치료제. 치사율 98%.

이게 내 유일한 희망이라니.

위이이잉-!

사이렌 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폐공장 입구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들이닥쳤다.

"협회 감사팀이다! 안에는 무장 해제하고 나와라!"

확성기 소리. 박태수 팀장이겠지. 냄새 한 번 기가 막히게 맡는 사냥개.

지금 내 몸 상태로 협회 정예 요원들과 싸우는 건 자살행위다. 흑염을 쓰면 이길 수는 있겠지만, 그 대가로 내 인간성은 완전히 소멸할 것이다.

'도망쳐야 해.'

나는 김철수의 차 트렁크에 있던 현금 뭉치를 가방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 뒷문으로 달렸다.


"진입!"

박태수가 지시하자마자 무장 요원들이 폐공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건 텅 빈 의자와 바닥에 남은 검은 그을음뿐이었다.

"팀장님! 아무도 없습니다!"

"도주했나 봅니다. 차량은 그대로 있습니다."

박태수는 천천히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잿가루 앞에 멈춰 섰다. 장갑 낀 손으로 재를 찍어 맛을 보듯 냄새를 맡았다.

"마력 반응 제로. 완전 소각."

그의 시선이 바닥에 뒹구는 서류 봉투로 향했다.

[1급 기밀: 적합자 임상 실험 보고서]

박태수가 서류를 집어 들었다. 내용을 훑어내려가는 그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이런 미친..."

오로라 길드. 그리고 협회 상층부의 일부가 연루된 불법 실험.

죽은 줄 알았던 강진혁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놈들이 만든 '괴물'이자, 유일한 '증거'였다.

"팀장님, 이걸 보십시오."

신입 조사관이 기둥을 가리켰다.

불에 탄 기둥에는 칼로 깊게 그은 듯한 글씨가 남아 있었다.

[약은 내가 가져간다.]

[퇴직금 정산은 아직 안 끝났다.]

박태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퇴직금이라..."

그는 서류를 품에 넣었다.

"전원 철수한다."

"네? 범인을 안 쫓습니까?"

"이건 우리 선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박태수는 어둠 속을 응시했다.

"놈은 멈추지 않을 거다. 우리가 굳이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시체 냄새를 따라가면 만날 수 있어."


서울 변두리의 허름한 모텔.

나는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찬물을 맞으며 몸에 묻은 재를 씻어냈다. 하지만 거울 속의 흉측한 화상 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후우..."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김철수의 금고에서 가져온 서류를 다시 읽었다.

마지막 장에 적힌 메모.

[임상 실험 실패. 샘플 01 폐기. 샘플 02는 리더 최민석이 보관 중.]

[참고: 샘플 02는 부작용이 제거된 완성본일 가능성 높음.]

심장이 쿵쿵 뛰었다.

김철수가 준 건 폐기된 실패작이었다. 하지만 최민석이 가진 건 '완성본'일 수 있다.

그것만 있다면.

이 저주를 풀고, 흉터를 지우고, 다시 어머니 앞에 아들로서 설 수 있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고, 평범하게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최민석은 오로라 길드의 수장이다.

그의 주변에는 수백 명의 헌터가 있고,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요새인 길드 본부 펜트하우스에 산다.

지금의 내 힘으로 그를 죽이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가 약을 숨겨두거나 파괴한다면?

단순한 암살로는 안 된다.

놈을 공포에 질리게 해서, 제 발로 약을 꺼내게 만들어야 한다.

띠링.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대포폰으로 켠 뉴스 속보였다.

[속보: 오로라 길드 김철수 헌터 실종. 현장에서 다량의 혈흔 발견.]

[길드 측 "테러 행위 용납 못 해"... 대대적 수사 예고.]

화면 속에 최민석이 나오고 있었다.

"동료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겨 비통합니다. 범인이 누구든, 지구 끝까지 쫓아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입니다."

뻔뻔한 낯짝.

저 위선적인 가면 뒤에 숨겨진 추악한 욕망.

나를 실험체로 쓰고, 김철수를 버리고, 이제는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화가 났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1화에서의 분노가 뜨거운 불길이었다면, 지금의 분노는 차갑게 얼어붙은 얼음 칼날 같았다.

[조건 충족: 명확한 목표 설정]

[히든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눈앞에 붉은색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헌터 자격 박탈]

- 목표: 리더 최민석 처단 및 '완성된 치료제' 탈취
- 제한 시간: 30일 (이후 흑염이 심장을 잠식함)
- 보상: 저주 해제, 일상으로의 귀환
- 실패 시: 사망 또는 완전한 마물화(魔物化)

30일.

내게 남은 인간으로서의 유통기한.

나는 푸른 약병(실패작)을 들어 올렸다.

비록 치사율 98%의 독약이지만, 지금은 이것조차 무기가 될 수 있다.

흑염의 고통이 너무 심할 때, 혹은 일시적으로 폭주를 막아야 할 때.

목숨을 걸고 마셔야 할 진통제.

"기다려라, 최민석."

나는 뉴스 화면 속의 최민석 얼굴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치이익.

액정 화면이 검게 타들어가며 최민석의 얼굴에 X자가 그어졌다.

"내 퇴직금, 이자까지 쳐서 받으러 갈 테니까."

나는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다음 타겟은 힐러 이수진.

그녀는 최민석의 금고 위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주최하는 자선 파티가 내일 밤 열린다.

초대장은 필요 없다.

내가 가는 곳이 곧 지옥이니까.

나는 검은 모자를 눌러썼다. 거울 속의 괴물이 씨익 웃었다.

사냥은 이제 시작이다.


3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4,12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3개 (폐공장 처형 -> 박태수의 현장 조사 -> 모텔 은신처)
  • 등장 캐릭터: 강진혁, 박태수, 최민석(뉴스 화면), 신입 조사관
  • 공개된 설정:
    • 메인 퀘스트: 30일이라는 타임 리밋 설정. 실패 시 마물화.
    • 완성된 치료제: 최민석이 보관 중. 주인공의 최종 목표(MacGuffin).
    • 흑염의 특성: 소리, 냄새, 흔적을 지우는 완전 소각 능력.
  • 심은 복선:
    • 박태수가 챙긴 '실험 보고서' (향후 협회 내부 고발의 트리거).
    • 실패작 약병 (위기의 순간에 도박처럼 사용될 아이템).
    • 다음 타겟 이수진과 자선 파티 (4화 배경 예고).
  • 클리프행어 유형: [유형 1+6] 미해결 갈등 + 새로운 목표 (Quest)
  • 다음 화 연결 방식: 모텔을 나서며 힐러 이수진의 파티장으로 향하는 암시.

3화 결제 유도 분석

  • 즉각적 궁금증: 주인공은 어떻게 보안이 철통같은 자선 파티장에 잠입하여 이수진을 사냥할 것인가?
  • 중기적 궁금증: 30일 안에 최민석을 죽이고 '완성된 치료제'를 얻을 수 있을까? 실패작 약병은 언제 쓰이게 될까?
  • 장기적 궁금증: 박태수는 주인공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진실(실험)을 파헤치고 협력할 것인가?
  • 독자 감정 상태: 배신자에 대한 분노 + 시한부 인생인 주인공에 대한 연민 + '치료'라는 희망에 대한 응원.
  • 예상 결제 전환 동기:
    1. 명확한 보상: 단순 복수가 아니라 '치료'라는 확실한 보상이 제시됨.
    2. 긴장감: 30일 시한부 설정으로 루즈함 방지.
    3. 사이다 기대: 1화부터 보여준 가차 없는 전개로, 다음 화에서도 시원한 복수를 기대하게 함.

1화: 내 장례식의 불청객

향 냄새가 진동했다.

국화꽃 속에 파묻힌 영정 사진 속의 나는, 참 멍청하게도 활짝 웃고 있었다.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며..."

마이크를 잡은 남자가 울먹였다. 최민석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오로라'의 길드장이자, 나를 미끼로 던지고 탈출한 파티의 리더.

그가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자 검은 상복을 입은 조문객들이 훌쩍였다.

"강진혁 헌터는... 비록 F급이었지만, 그 용기만큼은 S급이었습니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 파티는 전멸했을 겁니다."

거짓말.

"그는 진정한 영웅입니다."

개소리.

웃음이 나왔다. 아니, 웃으려고 했다.

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대신, 목구멍 안쪽에서 시커먼 연기가 새어 나왔다.

[경고: 살의(殺意)가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저주 '흑염'이 반응합니다.]

치이익.

내가 숨어 있는 화장실 칸의 문고리가 검게 타들어 갔다.

플라스틱이 녹는 역한 냄새가 났지만, 향 냄새에 묻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엉망이었다.

화상으로 일그러진 왼쪽 뺨. 흰자위 없이 검게 변해버린 눈동자.

일주일 전, 던전 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괴물'의 모습이었다.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 안의 약통을 꺼냈다. 진통제였다. 뚜껑을 열어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약효는 없었다. 이 불꽃은 약으로 꺼지는 게 아니니까.

밖에서는 여전히 최민석의 추도사가 이어지고 있었다.

"편히 잠드소서, 친구여."

나는 거울 속의 괴물에게 속삭였다.

"아니. 아직은 못 자."

육개장 냄새가 비릿하게 느껴졌다.


기억은 선명하다.

일주일 전, S급 던전 '공허의 틈'.

보스 룸 공략은 완벽했다. 아니, 완벽해 보였다. 보스가 폭주하기 전까지는.

"퇴로가 막혔어! 누군가 남아서 시간을 끌어야 해!"

탱커 김철수가 소리쳤다.

힐러 이수진은 주저앉아 울고 있었고, 리더 최민석은 냉정하게 전장을 훑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짐꾼이었던 내게 꽂혔다.

"진혁아."

그 부드러운 목소리.

"네가 남라."

"......뭐?"

"어차피 넌 F급이잖아. 짐꾼이고. 여기서 죽어도 길드 차원에서 보상은 넉넉히 해줄게. 네 어머니 요양비, 내가 평생 책임진다."

거절할 틈도 없었다.

김철수의 방패가 나를 밀쳤다. 나는 보스 몬스터의 거대한 발톱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미안해하지는 않을게. 이건 다수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 선택이니까."

최민석은 웃고 있었다. 비웃음이 아니었다.

마치 고장 난 부품을 폐기하는 공장장의 표정처럼, 건조하고 무심한 미소.

쿵.

방공호의 철문이 닫혔다. 레버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암흑.

그리고 놈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마자, 등 뒤에서 뜨거운 입김이 느껴졌다.

S급 몬스터 '심연의 포식자'.

아득하고 끔찍한 고통이 시작됐다.

팔이 뜯겨 나갔다. 다리가 으스러졌다. 내장이 쏟아졌다.

신에게 기도했다. 살려달라고.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더 깊은 곳에서 다른 무언가가 말을 걸어왔다.

[억울한가?]

어둠 속에서 검은 불꽃이 일렁였다.

[놈들을 죽이고 싶은가?]

"......죽인다."

피 거품 섞인 목소리로 나는 대답했다.

"내 영혼 따위 씹어 먹어도 좋으니까... 힘을 줘."

[계약 성립.]

[조건: 저주받은 권능 '흑염(黑炎)'을 부여한다.]

[대가: 당신의 모든 행운과 인간성.]

그 순간, 포식자의 뱃속에서 검은 불길이 폭발했다.

내가 먹힌 것이 아니었다. 내가 놈을 태운 것이었다.


장례식장 식당은 붐볐다.

대한민국 3대 길드 중 하나인 오로라 길드의 장례식이다. 정재계 인사부터 유명 헌터들까지 얼굴을 비추러 왔다.

나는 훔친 검은색 정장에 모자를 눌러쓰고 구석 자리에 앉았다.

모자챙 아래로 보이는 풍경은 기가 찼다.

"아이고, 우리 진혁이 불쌍해서 어쩌나..."

먼 친척이라며 찾아온 고모는 부조금 봉투를 챙기느라 바빴다.

"이번에 오로라 주식 좀 오르겠는데? 위기 관리 능력 보여줬잖아."

주식 이야기를 하며 낄낄거리는 조문객들도 있었다.

그리고 저기, 상주 완장을 차고 있는 세 사람.

리더 최민석. 탱커 김철수. 힐러 이수진.

그들은 영웅 대접을 받고 있었다.

"동료를 잃은 슬픔을 딛고 귀환한 생존자들!"

기자들이 플래시를 터트렸다.

이수진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김철수는 꽤나 술이 들어간 얼굴이었다. 최민석은 덤덤하게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화가 났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소리를 지르거나 밥상을 엎고 싶지는 않았다.

감정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마치 내 안의 인간적인 부분이 불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재만 남은 것처럼.

'이게 흑염의 대가인가.'

감정 대신 살의만이 명확했다.

그때였다.

[살의가 감지되었습니다.]

[주변의 불행 수치가 상승합니다.]

쨍그랑!

내 옆을 지나가던 알바생이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걸려 넘어졌다.

뜨거운 육개장이 쏟아졌다. 하필이면 그 국물이 근처에 앉아 있던 험상궂은 남자의 바지에 튀었다.

"아악! 야 이 새끼야! 눈 안 달렸어?"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이거 얼마짜린 줄 알아?"

남자가 알바생의 멱살을 잡았다. 순식간에 식당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목표는 저런 조무래기가 아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흡연실로 향하는 거구의 남자.

탱커, 김철수.

나는 조용히 그의 뒤를 밟았다.


장례식장 지하 주차장.

구석진 곳에 김철수의 최고급 세단이 주차되어 있었다.

김철수는 대리운전을 부를 생각도 없는지, 비틀거리며 운전석 문을 열었다.

"크으... 강진혁 이 새끼... 죽어서도 도움 안 되네. 분위기 우중충하게..."

그는 뒷좌석에 짐을 던져놓고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웅장하게 울렸다.

김철수가 룸미러를 보며 넥타이를 풀었다.

"그래도 뭐... 덕분에 보너스는 두둑하니까."

그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기어를 조작하려던 순간이었다.

찰칵.

차 문이 잠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어? 내가 잠갔나?"

김철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뒷좌석의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육개장이 좀 싱겁더라. 안 그래, 철수야?"

김철수의 몸이 굳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가 룸미러로 눈을 돌렸다.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가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김철수가 일주일 전 던전에서 마지막으로 들었던 그 목소리였다.

"누... 누구..."

"누구긴. 네가 보너스로 바꾼 친구지."

내가 모자를 벗었다.

일그러진 화상 자국. 검은 역안(逆眼).

인간이라기보다는 악귀에 가까운 형상.

"히, 히익!"

김철수가 비명을 지르며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손잡이가 이미 녹아 눌어붙어 있었으니까.

[스킬: 흑염(F) 발동]

[대상에게 공포를 부여합니다.]

내 손끝에서 피어오른 검은 불꽃이 시트에 옮겨붙었다.

가죽 타는 냄새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살, 살려줘! 귀신! 귀신이다!"

"귀신 아니야. 아직은."

나는 앞좌석 헤드레스트를 잡고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김철수의 굵은 목에 내 차가운 손이 닿았다.

"운전해."

"어, 어디로...?"

김철수가 덜덜 떨며 물었다. 바지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나는 씩 웃었다. 입 안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그의 얼굴을 덮쳤다.

"지옥으로."


1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4,25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5개 (장례식장 화장실 -> 회상 -> 장례식장 홀 -> 주차장 -> 차 안)
  • 등장 캐릭터: 강진혁(주인공), 최민석(리더/빌런), 김철수(탱커/타겟), 이수진(힐러)
  • 공개된 설정:
    • F급 짐꾼이었던 주인공이 배신당해 S급 던전에서 각성함.
    • 각성 능력 '흑염'은 살의에 반응하며, 대가로 행운과 인간성을 가져감.
    • 주인공은 공식적으로 사망 처리됨.
  • 심은 복선:
    • '적합자'에 대한 언급은 아직 없음(2화 예정).
    • 주인공의 감정이 메말라 있음(인간성 상실 떡밥).
  • 클리프행어 유형: [유형 7] 새로운 등장 + [유형 4] 위기
  • 다음 화 연결 방식: 차 안에서의 대화와 납치 과정으로 직접 연결.

2화: 악마의 속삭임

"으아아악!"

김철수가 비명을 지르며 핸들을 꺾었다.

끼이익!

타이어가 비명을 질렀다. 최고급 세단이 통제력을 잃고 도로 옆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쾅!

굉음과 함께 에어백이 터졌다.

김철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 속에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죽었다.'

뒷좌석에 탄 놈은 안전벨트도 매지 않았다. 이 속도로 들이받았으니, 놈은 앞 유리를 뚫고 튕겨 나갔을 것이다.

귀신이든 뭐든, 물리법칙은 거스를 수 없으리라.

"으으..."

김철수는 터진 에어백을 치우며 고개를 들었다. 이마에서 피가 흘러 시야를 가렸다.

운전석 문을 걷어차고 밖으로 기어 나왔다.

한적한 국도변.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차의 보닛이 찌그러진 채 연기를 뿜고 있었다.

"하아, 하아..."

김철수는 비틀거리며 뒷좌석 쪽을 확인했다.

문은 찌그러져 열리지 않았다. 창문 안쪽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죽었어... 죽었을 거야."

그는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듯 중얼거렸다.

S급 헌터인 자신도 '강철 피부(Iron Skin)' 스킬을 본능적으로 켜지 않았다면 즉사했을 충격이었다. F급 짐꾼 따위가, 아무리 기이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들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때였다.

찌그러진 뒷좌석 문이 안쪽에서부터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치이익.

마치 용광로에 쇠를 녹이듯, 강철 프레임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그리고 그 틈으로 검은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어...?"

김철수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문짝이 뜯겨 나갔다.

연기가 자욱한 차 안에서, 남자가 걸어 나왔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검은 정장. 삐뚤어진 넥타이를 고쳐 매는 손길은 소름 끼칠 정도로 차분했다.

"운전 실력이 형편없네, 철수야."

강진혁이었다.

그의 몸 주변으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충격마저 집어삼킨 듯한 불길한 기운.

"마, 말도 안 돼..."

김철수는 뒷걸음질 쳤다.

"내 차는... 특수 합금으로 보강된..."

"그래서 더 잘 타더라."

진혁이 한 걸음 다가왔다.

"가자. 여기서 멀지 않잖아? 우리가 자주 가던 그곳."

"오지 마! 오지 말라고!"

김철수가 다급하게 스킬을 시전했다.

[스킬: 강철의 성채(B) 발동]

그의 피부가 은회색 금속 광택으로 뒤덮였다. S급 몬스터의 발톱도 막아내는 탱커의 자존심.

그는 주먹을 휘둘렀다. 공포를 잊기 위한 필사적인 일격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피하지 않았다.

텁.

진혁의 손이 김철수의 강철 주먹을 가볍게 받아냈다.

"이거, 예전엔 참 든든했는데."

진혁의 손바닥에서 검은 불꽃이 뱀처럼 기어 나와 김철수의 팔을 감았다.

"끄아아아악!"

김철수가 비명을 질렀다.

강철 피부가 녹는 게 아니었다. 피부 안쪽, 근육과 신경을 불꽃이 직접 태우고 있었다. 물리적 방어력을 무시하는 절대적인 고통.

"이제 보니 껍데기뿐이었네."

진혁이 손에 힘을 주자 우드득, 소리와 함께 김철수의 손목이 꺾였다.

"살, 살려줘! 제발!"

"조용히 해. 사람들 깨겠다."

진혁은 축 늘어진 김철수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갔다.

도로 아래, 버려진 폐공장이 그들의 목적지였다.


같은 시각. S급 던전 '공허의 틈' 입구.

폴리스 라인이 쳐진 붕괴 현장에는 스산한 바람만 불고 있었다.

"팀장님, 여기는 이미 수색이 끝난 곳 아닙니까?"

신입 조사관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박태수 팀장은 대답 대신 담배를 입에 물었다.

헌터 협회 감사관이자, S급 탐지 헌터인 박태수. 그의 눈은 일반인이 볼 수 없는 마력의 흐름을 읽는다.

"김 조사관."

"네?"

"보통 던전이 붕괴하면 몬스터의 사체는 마석으로 변하고, 헌터의 사체는 훼손된 채로 남지."

박태수가 무너진 바위 틈새를 가리켰다.

"그런데 여길 봐라."

신입이 랜턴을 비췄다. 바위 표면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화재 흔적입니까? 마법사 계열 헌터가 있었나 보죠."

"아니. 이건 불이 아니야."

박태수가 장갑 낀 손으로 그을음을 문질렀다.

"마력 반응이 '제로'다."

"네? 그게 무슨..."

"마법으로 태운 게 아니란 소리야. 그렇다고 일반적인 불도 아니고. 무엇보다..."

박태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여기서 죽었다던 F급 짐꾼, 강진혁. 시신이 안 나왔지?"

"몬스터한테 먹혔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뼈도 안 남을 정도로요."

"S급 몬스터 '심연의 포식자'는 먹이를 씹어 먹지, 태워 먹진 않아."

박태수는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반쯤 녹아내린 헌터 단말기 조각이었다.

"누군가 여기서 살아 나갔어. 그것도 아주 지독한 힘을 각성한 채로."

"생존자요? 그럼 왜 신고를 안 하고..."

"신고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겠지."

박태수가 단말기 조각을 증거물 봉투에 넣었다.

"죽은 줄 알았던 놈이 돌아왔는데, 동료들은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라..."

그의 머릿속에서 퍼즐 조각이 맞춰졌다.

배신. 은폐. 그리고 복수.

박태수는 휴대폰을 꺼냈다.

"위치 추적 팀 연결해. 오로라 길드 김철수 헌터의 현재 위치 파악한다."

"김철수 헌터요? 지금 장례식장에 있지 않습니까?"

"아니. 놈의 마력 파장이 불안정해. 누군가에게 사냥당하고 있는 쥐새끼의 파장이야."

박태수의 눈빛이 밤보다 더 어둡게 빛났다.

"서둘러. 시체가 늘어나기 전에."


치이익.

살 타는 냄새가 폐공장을 가득 채웠다.

김철수는 녹슨 기둥에 묶인 채 거품을 물고 있었다.

"허억, 허억..."

그의 강철 피부는 이제 너덜너덜해져 본래의 살색을 찾기 힘들었다.

진혁은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철수야. 나 궁금한 게 있어."

"......"

"그때 최민석이 그랬잖아. '합리적 선택'이라고."

진혁이 담배 연기를 김철수의 얼굴에 뿜었다.

"짐꾼 하나 죽여서 셋이 사는 게 합리적인 건 알겠어. 근데 왜 하필 나였을까?"

김철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냥... 네가 제일 약해서..."

"거짓말."

화르륵.

진혁의 손가락 끝에서 다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으아아악! 말할게! 말한다고!"

김철수가 발버둥 쳤다. 공포가 육체의 고통을 넘어섰다.

눈앞의 강진혁은 예전의 그 순박한 청년이 아니었다.

인간의 가죽을 쓴 악마. 아니, 저주 그 자체였다.

"네가... '적합자(Adapter)'라서 그랬어!"

진혁의 손이 멈췄다.

"적합자?"

"나, 나도 자세히는 몰라! 민석이 형이... 아니, 최민석 그 새끼가 위에서 지시를 받았다고 했어! 던전의 마력을 몸에 담을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하다고!"

"그릇?"

"그래! 널 제물로 바쳐서... 던전의 힘을 추출하려고 했던 거야! 죽이려던 게 아니라, 널 괴물로 만들어서... 실험체로 쓰려고!"

진혁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검게 변한 손톱. 혈관을 타고 흐르는 차가운 살의.

우연히 각성한 게 아니었다.

놈들은 알고 있었다. 내가 이 힘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나를 구렁텅이에 밀어 넣은 건, 단순한 생존 본능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실험'이었다.

"하, 하하..."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배신감보다 더 큰 허무함이 밀려왔다.

나는 고작 실험용 쥐새끼였구나. 내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짐꾼 노릇을 하던 그 시간들이, 놈들에게는 그저 실험 준비 기간이었구나.

[분노가 한계치를 초과합니다.]

[저주 '흑염'이 폭주하려 합니다.]

공장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천장의 전등이 파직거리며 터져 나갔다. 바닥의 콘크리트가 금이 가며 쩍쩍 갈라졌다.

"히익! 진, 진혁아! 진정해! 나, 나 살려주면 좋은 거 줄게!"

김철수가 다급하게 외쳤다.

"필요 없어. 네 목숨보다 좋은 건 없으니까."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그림자가 거대하게 일렁이며 김철수를 덮쳤다.

"아니야! 진짜야! 너 이거 원하잖아!"

김철수가 묶인 손으로 바지 주머니를 가리켰다.

"거기... 내 스마트 키... 차 트렁크에 금고가 있어!"

"돈? 주식? 그딴 걸로 내 목숨값을 퉁치시겠다?"

"아니! 돈 아니야!"

김철수가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치료제! 각성 해제제라고!"

진혁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뭐?"

"네가 된 그거... 괴물 같은 거... 다시 인간으로 돌릴 수 있는 약이라고! 최민석이 연구소에서 빼돌린 거야!"

각성 해제제.

헌터 업계에서는 도시전설로만 취급되는 물건이다.

한 번 각성한 헌터는 죽을 때까지 마력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그걸 되돌릴 수 있다고?

"거짓말이면, 넌 곱게 못 죽어."

진혁이 김철수의 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냈다.

"진짜야... 나도 그거 훔친 거야. 팔면 수백억은 받으니까... 제발, 그거 줄게. 살려만 줘."

진혁은 반신반의하며 공장 밖으로 나갔다.

찌그러진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바닥 매트를 걷어내자 작은 휴대용 금고가 보였다.

김철수가 불러준 비밀번호를 눌렀다.

삐빅.

금고 문이 열렸다.

그 안에는 현금 뭉치와 함께, 푸른색 액체가 찰랑거리는 작은 유리병 하나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놓인 낡은 서류 봉투.

[1급 기밀: 적합자 임상 실험 보고서 - 피실험체 강진혁]

진혁의 손이 떨렸다.

유리병을 집어 들었다. 차가운 감촉.

이것만 마시면.

이 지긋지긋한 살의도, 흉측한 얼굴도, 저주받은 운명도 끝낼 수 있을까.

다시 예전처럼, 퇴근길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어머니와 통화하는 평범한 강진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진혁아... 봤지? 그거 진짜야..."

어느새 기어 나온 김철수가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다가왔다.

"약속... 지킬 거지? 우리 친구잖아..."

진혁은 푸른 약병을 불빛에 비춰보았다. 영롱하게 빛나는 액체는 마치 구원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서류 봉투의 마지막 장에 머물렀다.

[경고: 본 약물은 완성되지 않았음. 부작용 치사율 98%.]

진혁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철수야."

"으, 응?"

"이거, 네가 먼저 마셔볼래?"

진혁이 서류를 바닥에 던졌다.

"뭐...?"

"실험체라며. 그럼 임상 실험은 계속해야지."

진혁의 손에서 흑염이 다시 피어올랐다. 이번에는 아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하고, 흉포한 불길이었다.

"아, 안 돼! 그건 안 돼!"

김철수가 절규했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박태수 팀장이 이끄는 협회 차량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진혁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약병을 품에 넣고, 김철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잘 가라. 내 첫 번째 복수."


2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4,68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4개 (도로변 사고 현장 -> 폐공장 심문 -> 던전 붕괴 현장 -> 폐공장 클라이맥스)
  • 등장 캐릭터: 강진혁, 김철수, 박태수(신규), 신입 조사관(단역)
  • 공개된 설정:
    • 적합자(Adapter): 던전의 힘을 담을 수 있는 특이 체질. 주인공의 각성은 계획된 실험이었다.
    • 강철의 성채: 김철수의 방어 스킬. 흑염 앞에서는 무용지물.
    • 각성 해제제: 헌터를 일반인으로 되돌리는 약. 현재는 미완성 상태.
  • 심은 복선:
    • 박태수의 예리한 추리력 (주인공을 쫓는 사냥개 역할).
    • 치료제의 부작용 (치사율 98%).
    • "최민석이 연구소에서 빼돌렸다"는 대사 (배후 세력 암시).
  • 클리프행어 유형: [유형 2] 폭로/반전 + [유형 6] 선택의 기로
  • 다음 화 연결 방식: 사이렌 소리와 함께 처형 집행, 그리고 3화의 빠른 도주로 연결.

3화: 일상으로의 티켓

"으아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은 짧았다.

검은 불꽃이 김철수의 전신을 휘감았다. 살 타는 냄새조차 나지 않았다. 흑염은 냄새와 소리, 그리고 흔적까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저주였으니까.

순식간이었다.

대한민국 10대 탱커 중 하나라던 김철수는 한 줌의 검은 재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시스템 메시지: 복수 대상 1/3 처치]

[저주 '흑염'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나는 멍하니 재가 흩어지는 허공을 바라보았다.

후련할 줄 알았다. 놈이 고통스럽게 죽으면, 내 안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릴 줄 알았다.

하지만 가슴 속에 남은 건 더 깊고 차가운 구멍뿐이었다.

"허무하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품 안의 푸른 약병을 꺼냈다.

미완성 치료제. 치사율 98%.

이게 내 유일한 희망이라니.

위이이잉-!

사이렌 소리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폐공장 입구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들이닥쳤다.

"협회 감사팀이다! 안에는 무장 해제하고 나와라!"

확성기 소리. 박태수 팀장이겠지. 냄새 한 번 기가 막히게 맡는 사냥개.

지금 내 몸 상태로 협회 정예 요원들과 싸우는 건 자살행위다. 흑염을 쓰면 이길 수는 있겠지만, 그 대가로 내 인간성은 완전히 소멸할 것이다.

'도망쳐야 해.'

나는 김철수의 차 트렁크에 있던 현금 뭉치를 가방에 쓸어 담았다. 그리고 뒷문으로 달렸다.


"진입!"

박태수가 지시하자마자 무장 요원들이 폐공장 안으로 들이닥쳤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건 텅 빈 의자와 바닥에 남은 검은 그을음뿐이었다.

"팀장님! 아무도 없습니다!"

"도주했나 봅니다. 차량은 그대로 있습니다."

박태수는 천천히 공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잿가루 앞에 멈춰 섰다. 장갑 낀 손으로 재를 찍어 맛을 보듯 냄새를 맡았다.

"마력 반응 제로. 완전 소각."

그의 시선이 바닥에 뒹구는 서류 봉투로 향했다.

[1급 기밀: 적합자 임상 실험 보고서]

박태수가 서류를 집어 들었다. 내용을 훑어내려가는 그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이런 미친..."

오로라 길드. 그리고 협회 상층부의 일부가 연루된 불법 실험.

죽은 줄 알았던 강진혁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었다. 놈들이 만든 '괴물'이자, 유일한 '증거'였다.

"팀장님, 이걸 보십시오."

신입 조사관이 기둥을 가리켰다.

불에 탄 기둥에는 칼로 깊게 그은 듯한 글씨가 남아 있었다.

[약은 내가 가져간다.]

[퇴직금 정산은 아직 안 끝났다.]

박태수는 헛웃음을 흘렸다.

"퇴직금이라..."

그는 서류를 품에 넣었다.

"전원 철수한다."

"네? 범인을 안 쫓습니까?"

"이건 우리 선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야. 그리고..."

박태수는 어둠 속을 응시했다.

"놈은 멈추지 않을 거다. 우리가 굳이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시체 냄새를 따라가면 만날 수 있어."


서울 변두리의 허름한 모텔.

나는 화장실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찬물을 맞으며 몸에 묻은 재를 씻어냈다. 하지만 거울 속의 흉측한 화상 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후우..."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김철수의 금고에서 가져온 서류를 다시 읽었다.

마지막 장에 적힌 메모.

[임상 실험 실패. 샘플 01 폐기. 샘플 02는 리더 최민석이 보관 중.]

[참고: 샘플 02는 부작용이 제거된 완성본일 가능성 높음.]

심장이 쿵쿵 뛰었다.

김철수가 준 건 폐기된 실패작이었다. 하지만 최민석이 가진 건 '완성본'일 수 있다.

그것만 있다면.

이 저주를 풀고, 흉터를 지우고, 다시 어머니 앞에 아들로서 설 수 있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고, 평범하게 밥을 먹고 잠을 잘 수 있다.

하지만 최민석은 오로라 길드의 수장이다.

그의 주변에는 수백 명의 헌터가 있고,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요새인 길드 본부 펜트하우스에 산다.

지금의 내 힘으로 그를 죽이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그가 약을 숨겨두거나 파괴한다면?

단순한 암살로는 안 된다.

놈을 공포에 질리게 해서, 제 발로 약을 꺼내게 만들어야 한다.

띠링.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대포폰으로 켠 뉴스 속보였다.

[속보: 오로라 길드 김철수 헌터 실종. 현장에서 다량의 혈흔 발견.]

[길드 측 "테러 행위 용납 못 해"... 대대적 수사 예고.]

화면 속에 최민석이 나오고 있었다.

"동료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런 일이 생겨 비통합니다. 범인이 누구든, 지구 끝까지 쫓아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입니다."

뻔뻔한 낯짝.

저 위선적인 가면 뒤에 숨겨진 추악한 욕망.

나를 실험체로 쓰고, 김철수를 버리고, 이제는 피해자 코스프레까지.

화가 났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1화에서의 분노가 뜨거운 불길이었다면, 지금의 분노는 차갑게 얼어붙은 얼음 칼날 같았다.

[조건 충족: 명확한 목표 설정]

[히든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눈앞에 붉은색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메인 퀘스트: 헌터 자격 박탈]

- 목표: 리더 최민석 처단 및 '완성된 치료제' 탈취
- 제한 시간: 30일 (이후 흑염이 심장을 잠식함)
- 보상: 저주 해제, 일상으로의 귀환
- 실패 시: 사망 또는 완전한 마물화(魔物化)

30일.

내게 남은 인간으로서의 유통기한.

나는 푸른 약병(실패작)을 들어 올렸다.

비록 치사율 98%의 독약이지만, 지금은 이것조차 무기가 될 수 있다.

흑염의 고통이 너무 심할 때, 혹은 일시적으로 폭주를 막아야 할 때.

목숨을 걸고 마셔야 할 진통제.

"기다려라, 최민석."

나는 뉴스 화면 속의 최민석 얼굴에 손가락을 갖다 댔다.

치이익.

액정 화면이 검게 타들어가며 최민석의 얼굴에 X자가 그어졌다.

"내 퇴직금, 이자까지 쳐서 받으러 갈 테니까."

나는 가방을 챙겨 일어섰다.

다음 타겟은 힐러 이수진.

그녀는 최민석의 금고 위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주최하는 자선 파티가 내일 밤 열린다.

초대장은 필요 없다.

내가 가는 곳이 곧 지옥이니까.

나는 검은 모자를 눌러썼다. 거울 속의 괴물이 씨익 웃었다.

사냥은 이제 시작이다.


3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4,12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3개 (폐공장 처형 -> 박태수의 현장 조사 -> 모텔 은신처)
  • 등장 캐릭터: 강진혁, 박태수, 최민석(뉴스 화면), 신입 조사관
  • 공개된 설정:
    • 메인 퀘스트: 30일이라는 타임 리밋 설정. 실패 시 마물화.
    • 완성된 치료제: 최민석이 보관 중. 주인공의 최종 목표(MacGuffin).
    • 흑염의 특성: 소리, 냄새, 흔적을 지우는 완전 소각 능력.
  • 심은 복선:
    • 박태수가 챙긴 '실험 보고서' (향후 협회 내부 고발의 트리거).
    • 실패작 약병 (위기의 순간에 도박처럼 사용될 아이템).
    • 다음 타겟 이수진과 자선 파티 (4화 배경 예고).
  • 클리프행어 유형: [유형 1+6] 미해결 갈등 + 새로운 목표 (Quest)
  • 다음 화 연결 방식: 모텔을 나서며 힐러 이수진의 파티장으로 향하는 암시.

3화 결제 유도 분석

  • 즉각적 궁금증: 주인공은 어떻게 보안이 철통같은 자선 파티장에 잠입하여 이수진을 사냥할 것인가?
  • 중기적 궁금증: 30일 안에 최민석을 죽이고 '완성된 치료제'를 얻을 수 있을까? 실패작 약병은 언제 쓰이게 될까?
  • 장기적 궁금증: 박태수는 주인공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진실(실험)을 파헤치고 협력할 것인가?
  • 독자 감정 상태: 배신자에 대한 분노 + 시한부 인생인 주인공에 대한 연민 + '치료'라는 희망에 대한 응원.
  • 예상 결제 전환 동기:
    1. 명확한 보상: 단순 복수가 아니라 '치료'라는 확실한 보상이 제시됨.
    2. 긴장감: 30일 시한부 설정으로 루즈함 방지.
    3. 사이다 기대: 1화부터 보여준 가차 없는 전개로, 다음 화에서도 시원한 복수를 기대하게 함.

STEP 7: reader_simulation

STEP 7: 독자 반응 시뮬레이션 결과

시뮬레이션 설정

  • 독자 페르소나: 박민석 (38세, 영업팀 과장, 남성)
    • 주력 플랫폼: 문피아 (퇴근길 지하철, 자기 전 침대에서 이용)
    • 성향: 회사 생활의 스트레스를 '사이다' 복수극으로 품. 답답한 전개(고구마)를 극도로 싫어함. 주인공이 호구 잡히거나 이용당하는 꼴을 못 봄. '현실적인 보상'과 '확실한 인과응보'를 선호.
    • 현재 상태: "요즘 볼 거 없나" 하며 문피아 투데이 베스트를 훑다가, 제목과 '복수', '배신' 키워드에 이끌려 1화 클릭.
  • 장르: 현대 판타지 (헌터/복수물)
  • 타겟 플랫폼: 문피아 (1차), 카카오페이지 (2차)

Phase 1: 회차별 몰입도 시뮬레이션

1화: 내 장례식의 불청객

구간 위치 Engagement (1-10) 독자 속마음 (박민석 과장) 감정 변화 이탈 위험
오프닝 첫 3줄 8.5 "자기 장례식을 자기가 본다고? 뻔하긴 한데, 시작부터 분위기 잡네. 일단 합격." 호기심 낮음
전개 1 회상 씬 9.0 "아, 최민석 저 새끼 말하는 꼬라지 보소. '합리적 선택'? 지랄하네. 회사 임원들이 구조조정할 때 딱 저 표정이지." 분노 (공감) 낮음
중반 전환 각성 7.5 "흑염? 좀 중2병스럽긴 한데... 뭐 F급이 S급 되려면 이 정도 대가는 있어야지. 악마랑 계약하는 느낌 나쁘지 않음." 기대 낮음
전개 2 식당 소란 6.0 "육개장 엎는 건 좀... 너무 양아치 싸움 같지 않나? 주인공 격이 좀 떨어지는데. 빨리 김철수나 조지러 가자." 지루함/실망 중간
클라이맥스 차 안 납치 9.5 "그렇지! 차 문 잠그는 타이밍 예술이네. '육개장이 싱겁더라' 대사 찰지다. 이거지." 쾌감 (사이다) 낮음
클리프행어 마지막 3줄 9.0 "지옥으로 운전해라. 아, 다음 화 안 누를 수가 없네." 흥분 낮음
  • 이탈 포인트 진단:

    • 위치: 식당에서 알바생과 시비 붙는 장면.
    • 이유: 복수 대상(김철수)이 눈앞에 있는데 조무래기랑 엮이는 게 시간 낭비처럼 느껴짐.
    • 심각도: Soft (살짝 멈칫하지만 다음 장면 기대감으로 넘어감).
  • 결제 전환 가능성:

    • 다음 화 클릭 확률: 95%
    • 분석: 빌드업(배신)이 확실하고, 바로 복수(납치)로 이어지는 속도감이 문피아 아재들 취향 저격.

2화: 악마의 속삭임

구간 위치 Engagement (1-10) 독자 속마음 (박민석 과장) 감정 변화 이탈 위험
오프닝 차 사고 8.0 "역시 S급이라 차 박아도 안 죽네. 근데 주인공은 더 괴물이 되어버렸고." 긴장 낮음
전개 1 폐공장 심문 9.0 "강철 피부 녹이는 거 묘사 좋네. '껍데기뿐이었네' 대사 통쾌함. 탱커가 종잇장처럼 찢기는 맛이 있음." 쾌감 낮음
서브플롯 박태수 등장 7.0 "얜 또 뭐야? 냄새 맡는 사냥개? 주인공 방해꾼인가? 근데 추리가 너무 빠른 거 아냐? 코난인 줄." 의심/경계 낮음
반전 적합자/실험 8.5 "단순히 버린 게 아니라 실험체였다? 와, 쓰레기력 만렙이네. 이러면 죽일 명분이 더 확실해지지." 충격/분노 낮음
클라이맥스 약물 주입 10.0 "미친! 치사율 98%짜리를 먹인다고? '임상 실험은 계속해야지' ㅋㅋㅋ 와 이 주인공 진짜 빠꾸 없네. 개마음에 듦." 최고조 (도파민) 없음
클리프행어 마지막 3줄 9.5 "첫 번째 복수 완료. 사이렌 소리 들리는데 어떻게 튀냐? 바로 다음 화." 긴박감 낮음
  • 이탈 포인트 진단: 없음. 전개가 매우 빠르고 자극적임.
  • 결제 전환 가능성:
    • 다음 화 클릭 확률: 98%
    • 분석: '실험체'라는 반전이 단순 복수극에 깊이를 더했고, 주인공의 무자비한 성격이 독자에게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줌.

3화: 일상으로의 티켓

구간 위치 Engagement (1-10) 독자 속마음 (박민석 과장) 감정 변화 이탈 위험
오프닝 김철수 사망 8.0 "진짜 한 줌 재가 됐네. 깔끔하다. 질질 끌지 않아서 좋음." 안도 낮음
전개 1 박태수 조사 8.5 "'퇴직금 정산은 아직 안 끝났다' ㅋㅋㅋ 멘트 센스 보소. 박태수도 나쁜 놈은 아닌 것 같네. 눈감아주는 거 보니." 유쾌함 낮음
중반 전환 모텔/목표설정 7.5 "30일 시한부? 좀 뻔한 클리셰긴 한데, 긴장감 주려면 어쩔 수 없지. '완성된 치료제'가 최종 보상이구나." 납득 낮음
클라이맥스 뉴스/선전포고 9.0 "최민석 저 위선자 놈, 방송 나와서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거 보니까 피가 거꾸로 솟네. 빨리 죽이자." 분노/투지 낮음
클리프행어 마지막 3줄 8.5 "다음 타겟 힐러 이수진. 자선 파티장? 깽판 칠 거 생각하니 벌써 재밌네." 기대 낮음
  • 이탈 포인트 진단:

    • 위치: 모텔에서 혼자 생각 정리하는 구간.
    • 이유: 설명이 조금 길어짐. 30일 설정, 퀘스트 창 등이 나오면서 전형적인 게임 판타지 느낌이 남.
    • 심각도: Soft.
  • 결제 전환 가능성 (유료화 가정 시):

    • 결제 확률: 90%
    • 분석: 3화까지 무료라면, 여기서 4화를 결제할 것인가? -> YES.
    • 이유:
      1. 확실한 목표: 최민석(최종 보스)과 치료제(보상).
      2. 다음 화 기대감: 파티장 습격이라는 구체적인 이벤트 예고.
      3. 캐릭터 호감: 주인공이 고구마 없이 시원시원함.

Phase 2: 감정 반응 매핑

2-1. 감정 곡선

[1화] 분노(배신) ↗ 호기심(장례식) ↘ 지루함(식당) ↗↗ 쾌감(납치)
[2화] 긴장(사고) ↗ 쾌감(고문) ↘ 의심(박태수) ↗ 충격(실험진실) ↗↗↗ 도파민(강제주입)
[3화] 안도(도주) → 유쾌(퇴직금드립) ↘ 차분(정비) ↗ 투지(선전포고)

2-2. 피크 모먼트 (Peak Moments)

# 에피소드 위치 감정 강도 독자 반응
1 2화 후반부 사이다 10 "실험체니까 네가 마셔봐라"라며 독약 먹이는 장면. 근래 본 복수 씬 중 제일 시원함.
2 1화 후반부 공포/쾌감 9.5 차 뒷좌석에서 "육개장 싱겁더라" 하며 등장할 때. 소름 돋음.
3 3화 중반부 유머/풍자 8.5 "퇴직금 정산은 아직 안 끝났다" 메시지. 직장인으로서 묘한 대리만족 느낌.

2-3. 데드 존 (Dead Zones)

# 에피소드 위치 길이 이유 개선 방향
1 1화 중반 약 400자 식당에서 알바생과 손님 시비 붙는 장면이 너무 작위적이고 흔함. 주인공의 불행 오라를 보여주되, 더 자연스럽거나 짧게 처리 필요.
2 3화 중반 약 500자 모텔에서 퀘스트 창 보고 혼잣말하는 구간이 다소 설명조임. 행동(무기 손질 등)과 섞어서 지루함 덜기.

Phase 3: 정주행 판정

3-1. 정주행 지속 판정

  • 1화 읽은 후: 2화 클릭 확률 95% (이유: 납치 엔딩이 너무 강력함)
  • 2화 읽은 후: 3화 클릭 확률 98% (이유: 김철수 처리 결과와 도주 과정이 궁금함)
  • 3화 읽은 후: 4화 클릭 확률 90% (이유: 다음 타겟 이수진 사냥이 기대됨)

3-2. 종합 판정

  • 정주행 확률: 높음 (High)
  • 유료 결제 확률: 긍정적 (Positive)
  • 작품 추천 확률: 중상 (Medium-High)
  • 한줄평: "직장 상사한테 깨지고 와서 읽으면 소화제 되는 소설. 주인공이 말보다 주먹이 빨라서 좋네."

Phase 4: 약한 에피소드 진단

에피소드 평균 Engagement 판정 비고
1화 8.1 Strong 오프닝과 엔딩이 강력하나, 중간(식당)이 살짝 처짐.
2화 8.5 Very Strong 액션, 반전, 사이다의 완벽한 조화.
3화 8.2 Strong 템포 조절 구간이지만 '퇴직금' 키워드로 텐션 유지 성공.

개선 권고 (1화)

  • 핵심 문제: '불행 오라'를 보여주기 위한 식당 소동 씬이 다소 유치하고 작위적임. (육개장 쏟고 멱살잡이)
  • 독자 이탈 시나리오: "아, 또 이런 뻔한 갑질 참교육 패턴인가?" 하고 식상해할 수 있음.
  • 개선 방향:
    1. 소동의 주체를 변경: 알바생이 아니라, 오로라 길드 말단 조직원들이나 기자들 사이에서 불행이 터지게 하여 주인공의 타겟과 연관성 높이기.
    2. 묘사 단축: 시비 붙는 과정을 줄이고, 주인공이 그 혼란을 틈타 김철수에게 접근하는 '은밀함'을 더 강조.

최종 요약

  • 전체 평균 Engagement: 8.3 / 10
  • 가장 강한 에피소드: 2화 (배신자에게 자신의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 복수'가 타겟 독자의 니즈를 완벽히 충족)
  • 결제 전환 예상률: 높음 (단, 13화라는 짧은 분량이 유일한 흠. 독자가 "벌써 끝이야?"라고 느낄 때 만족도를 어떻게 줄지가 관건)
  • 핵심 리스크:
    1. 분량 이슈: 독자들은 이 속도감으로 최소 50화는 보고 싶어 할 텐데, 13화 완결이라면 4~5화부터 급전개가 느껴질 수 있음.
    2. 패턴 반복: 김철수(납치) -> 이수진(파티) -> 최민석(본거지) 패턴이 단순 반복되면 3화 이후 지루해질 수 있음. 이수진 편에서는 변주가 필요함.
  • 최우선 개선 사항: 1화 식당 씬의 작위성을 줄여 초반 몰입도를 매끄럽게 다듬을 것.

STEP 8: main_episodes

Batch 1: 제4화~제8화

제4화: 걸어 다니는 재앙

오래된 모텔 방은 습했다.

벽지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었고, 밖에서는 취객들의 고성방가가 들려왔다.

나는 침대 헤드에 기대어 푸른 약병을 불빛에 비춰보고 있었다.

'치사율 98%.'

김철수에게서 뺏은 미완성 치료제.

이걸 마시면 죽는다. 하지만 아주 적은 확률로, 이 끔찍한 흑염을 씻어낼 수도 있다.

"......"

마개가 열리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꿀꺽.

한 모금. 아주 조금만.

혀끝에 닿자마자 뇌를 찌르는 듯한 냉기가 퍼졌다.

동시에 심장을 쥐어짜고 있던 뜨거운 열기가 아주 잠시, 주춤했다.

[경고: 미확인 약물이 체내에 들어왔습니다.]

[저주 '흑염'이 약물과 충돌합니다.]

[일시적으로 살의가 억제됩니다.]

"하아..."

거칠던 숨이 잦아들었다.

손등을 덮고 있던 검은 핏줄도 희미해졌다.

효과가 있다. 비록 독약에 가까운 부작용이 있지만, 이 저주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브레이크다.

나는 약병을 다시 품에 넣었다.

이건 아껴야 한다. 정말로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을 위해서.

똑똑.

"총각, 안에 있어?"

모텔 주인의 목소리였다. 칠순이 넘은 노인은 카운터에서 늘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니, 보일러가 자꾸 말썽이라... 온수는 잘 나오나 해서."

"네. 잘 나옵니다."

"그래? 다행이네. 며칠 전부터 자꾸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노인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가스 냄새.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헌터다. 그것도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 그런데 왜 가스 냄새를 맡지 못했지?

아니, 맡지 못한 게 아니다.

내 코를 찌르던 피 냄새와 살 타는 냄새가 너무 독해서, 현실의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주변의 불행 수치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붉게 점멸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콰앙-!

굉음과 함께 바닥이 솟구쳤다.

충격파가 모텔을 강타했다. 낡은 벽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 올려 몸을 보호했다.

와장창!

유리창이 깨지고 화염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콜록! 콜록!"

먼지와 연기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헌터의 육체는 멀쩡했다. F급이라 해도 일반인보다는 튼튼했고, 무엇보다 흑염이 화염을 집어삼킨 덕분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사, 살려..."

복도 쪽에서 신음이 들렸다.

주인 할아버지였다. 무너진 콘크리트 기둥에 하반신이 깔려 있었다.

"비키세요!"

나는 달려가 기둥을 잡았다.

우드득.

근육이 비명을 질렀지만, 기둥이 들렸다.

"어서 나오세요!"

노인이 고통을 참으며 기어가려던 찰나였다.

찌직.

내가 잡고 있던 기둥이 검게 타들어 갔다. 흑염이었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흥분한 감정에 반응해 제멋대로 튀어나온 것이다.

기둥의 강도가 약해졌다.

툭.

"안 돼!"

내가 소리쳤을 때는 이미 늦었다.

타버린 기둥이 부러지면서, 그대로 노인의 다리 위로 다시 떨어졌다.

"아아악!"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노인의 비명이 화재 경보기 소리보다 날카롭게 귓가에 박혔다.

나는 멍하니 내 손을 바라보았다.

구하려고 했다. 분명히 구하려고 했는데.

내 손이 닿는 모든 것이 재앙이 된다.

[저주 발동: 타인의 불행을 유발했습니다.]

[만족하십니까?]

시스템이 비아냥거렸다.

"닥쳐."

나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기둥을 들어 올렸다. 이번엔 흑염을 억누르며, 순수한 악력만으로.

노인을 둘러업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도착했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불타는 모텔을 구경하고 있었다.

"가스 폭발이라며?"

"주인 영감은? 죽었대?"

"아까 어떤 남자가 업고 나왔다던데..."

나는 골목길 그늘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들것에 실려가는 노인의 바지는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리는 아마 절단해야 할 것이다.

그가 잘못한 건 없었다. 낡은 보일러를 쓴 죄? 아니면 재수 없게 나를 손님으로 받은 죄?

확실한 건 하나다.

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

내가 기둥을 잡았기 때문에 다리가 부러졌다.

'......'

주머니 속의 2G폰(대포폰)을 꺼냈다.

저장된 번호는 딱 하나. '어머니'.

통화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살아있다고, 아들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를 수 없었다.

전파를 타고 내 불행이 어머니에게까지 전염될까 봐.

뚝.

전화기를 반으로 접어 부러뜨렸다.

그리고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래. 이게 맞아."

나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제5화: 꼬리를 밟히다

서울의 밤은 화려했다.

강남 한복판, '그랜드 힐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는 자선 파티가 한창이었다.

[오로라 길드 주최: 결식아동 및 던전 고아 돕기 자선의 밤]

호텔 입구에는 거대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한가운데에는 이수진의 사진이 박혀 있었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아이들을 안은 채 성스럽게 미소 짓는 그녀.

사람들은 그녀를 '성녀(聖女)'라고 불렀다.

"성녀라..."

나는 호텔 건너편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그 현수막을 내려다보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이수진의 얼굴이 구겨졌다 펴졌다 했다.

웃겼다.

던전에서 내 다리가 몬스터에게 씹힐 때, 그녀는 힐을 주지 않았다. 마력이 아깝다며 물러섰다.

내 비명소리가 시끄럽다며 귀를 막았던 여자가, 고아들을 안고 웃고 있다니.

"역겹네."

나는 바닥에 침을 뱉었다.

검은 침이 아스팔트에 닿자마자 치이익, 소리를 내며 보도블록을 녹였다.

[저주 '흑염'이 당신의 혐오감에 반응합니다.]

몸이 붕 떴다.

나는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목적지는 정문이 아니다. VIP들이 드나드는 로비도 아니다.

호텔 뒷골목. 쓰레기 수거 차량이 드나드는 하역장이다.

쿵.

가볍게 착지했다.

경비원 두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야, 이번 파티에 헌터 협회장도 온다며?"

"말도 마라. 경호 팀 비상이다. 근데 이수진 그 여자는 왜 갑자기 이런 걸 연다냐? 김철수 헌터 실종된 마당에."

"이미지 세탁이지 뭐. 힐러들은 원래 이미지가 생명이잖아."

경비원들이 낄낄거렸다.

나는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갔다.

"누, 누구냐!"

경비원이 손전등을 비췄다.

하지만 빛이 내 얼굴에 닿기도 전에, 내 그림자가 먼저 그들의 발목을 덮쳤다.

스르륵.

검은 연기가 뱀처럼 휘감기자 두 사람의 눈이 뒤집혔다.

"억...!"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기절했다. 죽이지는 않았다. 굳이 살의를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경비원의 주머니에서 마스터 키를 꺼냈다.

[스킬: 그림자 은신(F) 발동]

[주변의 빛을 왜곡하여 형체를 숨깁니다.]

흑염의 응용 기술이다. 완벽한 투명화는 아니지만, 어둠 속에서는 누구도 나를 볼 수 없다.

단, 부작용이 있다.

파직!

내가 지나가자 복도의 전구들이 하나씩 터져 나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회로가 타버린 모양이다.

"......계단으로 가야겠군."

나는 30층까지 이어진 비상구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센서등이 꺼지고, 비상벨이 오작동을 일으킬 것이다.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가는 곳이 곧 재앙이니까.


같은 시각. 무너진 모텔 앞.

박태수 팀장은 반쯤 탄 모텔 간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팀장님, 감식 결과 나왔습니다."

신입 조사관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역시나 가스 폭발은 아닙니다. 발화점인 304호에서 검출된 성분, 김철수 사망 현장이랑 일치합니다."

"마력 반응 제로인 그을음?"

"네. 그리고..."

신입이 침을 꿀꺽 삼켰다.

"생존자가 있습니다. 모텔 주인입니다."

박태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디 있어?"

"구급차에 실려 가기 전에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는데도, 정신은 멀쩡하더군요."

박태수는 녹음기를 재생했다.

치지직...

[아니야... 가스가 아니었어... 그 총각... 304호 총각이 날 구해줬어...]

[어떻게 생겼습니까?]

[모자를 푹 눌러썼는데... 봤어. 얼굴 반쪽에... 화상 흉터가 있었어. 그리고 눈이... 눈이 시커멓게 죽어 있었어...]

박태수가 정지 버튼을 눌렀다.

"화상 흉터."

그의 머릿속에 강진혁의 헌터 등록증 사진이 떠올랐다.

사람 좋게 웃고 있는 평범한 청년의 얼굴.

하지만 공허의 틈에서 살아 돌아왔다면, 그 얼굴이 온전할 리 없다.

"놈이다."

박태수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강진혁이 여기 숨어 있었어."

"하지만 팀장님, 이해가 안 됩니다. 복수귀가 왜 사람을 구합니까? 그냥 도망쳐도 됐을 텐데요."

"......"

박태수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구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구해야만 했던 거겠지."

"네?"

"놈의 힘은... 통제가 안 되는 것 같다. 김철수를 죽일 때의 그 잔혹함과, 노인을 구할 때의 망설임. 두 가지가 충돌하고 있어."

박태수는 불이 붙지 않은 담배를 씹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

아직 인간이고 싶은 괴물.

어느 쪽이든 위험하다.

"위치 추적은?"

"CCTV가 다 녹아서 동선 파악이 어렵습니다. 다만..."

신입이 지도를 띄웠다.

"여기서 발견된 타다 남은 전단지가 있습니다. 놈의 방 쓰레기통에서요."

증거물 봉투 안에 담긴 젖은 종이 조각.

[...랜드 힐 호텔... 자선 파티...]

박태수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랜드 힐 호텔."

"네?"

"오늘 밤 이수진이 거기서 파티를 연다."

퍼즐이 맞춰졌다.

김철수 다음은 이수진이다.

배신자 파티의 홍일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성녀.

놈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그녀를 끌어내리려 하는 것이다.

"전원 출동한다."

박태수가 차에 올라탔다.

"사이렌은 꺼. 놈을 자극하면 안 된다. 호텔 전체가 인질이 될 수도 있어."


그랜드 힐 호텔, VIP 대기실.

이수진은 거울을 보며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메이크업이 이게 뭐야? 내가 좀 더 창백해 보여야 한다고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벌벌 떨며 파우더를 덧발랐다.

"됐어, 나가."

이수진이 손을 휘저었다. 스태프들이 도망치듯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 그녀는 핸드백에서 약통을 꺼냈다.

신경안정제.

손이 덜덜 떨렸다.

'김철수가 죽었어.'

뉴스에서는 실종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김철수의 생명 반응이 완전히 사라졌다. 힐러인 그녀는 동료의 죽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리고 그 죽음의 냄새가, 일주일 전 던전에서 맡았던 것과 똑같았다.

"강진혁..."

이수진은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와인을 들이켰다.

"아니야. 걘 죽었어. 뼈도 안 남았다고."

최민석 오빠가 말했다. 완벽한 계획이었다고.

강진혁은 '적합자'였고, 우리는 그를 제물로 바쳐서 더 큰 힘을 얻으려 했다.

물론 그 힘은 최민석이 독차지했지만.

"난 잘못 없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그녀는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다.

"난 성녀야. 사람들을 치료하고, 기부도 많이 했어. 그러니까... 난 괜찮아."

똑똑.

노크 소리에 이수진이 화들짝 놀랐다.

"누, 누구세요?"

"룸서비스입니다. 주문하신 샴페인 가져왔습니다."

"시킨 적 없는데?"

"매니저님이 서비스로 보내셨습니다."

이수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웨이터 복장을 한 남자가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고개를 푹 숙인 남자였다.

"거기 두고 나가요."

이수진은 거울을 보며 입술을 다시 칠했다.

그런데 남자가 나가지 않았다.

"뭐 해요? 안 나가고?"

이수진이 짜증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샴페인 병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 샴페인, 이름이 참 좋네요."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뭐라고요?"

"'La Grande Dame'. 위대한 여인."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모자챙 아래로, 끔찍하게 일그러진 화상 흉터가 드러났다.

검게 변한 눈동자가 이수진을 꿰뚫듯 응시했다.

"성녀님께 딱 어울리는 술이야. 안 그래, 수진아?"

쨍그랑!

이수진의 손에서 와인잔이 떨어졌다.

붉은 와인이 카펫을 적셨다. 마치 피처럼.

"가... 강..."

"쉿."

진혁이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소리지르면 안 돼. 밖에는 네 팬들이 잔뜩 있잖아?"

진혁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가 밟은 카펫이 검게 변색되며 썩어들어갔다.

"보여줘야지. 성녀님의 진짜 얼굴을."

"오, 오지 마! 경호원! 여기... 읍!"

진혁의 손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가 이수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말했잖아. 조용히 하라고."

진혁은 공포에 질린 이수진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자비로웠다. 악마가 죄인을 맞이할 때 지을 법한, 아주 자비로운 미소.

"파티는 이제 시작이야."


호텔 로비.

회전문이 멈췄다.

자동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로비의 샹들리에가 불안하게 깜빡거렸다.

박태수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쥐었다.

"윽..."

"팀장님? 왜 그러십니까?"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

박태수의 눈에는 보였다.

호텔 전체를 감싸고 있는 희미한 검은 안개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조명이 좀 이상하네, 오늘따라 머리가 아프네 하며 지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박태수에게는 명확했다.

이곳은 이미 사냥터였다.

"30층이다."

박태수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었다.

"30층 VIP 대기실. 이수진 헌터가 거기 있다."

"팀장님,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 합니다!"

"젠장."

박태수는 비상구로 방향을 틀었다.

"지원팀은 건물 포위해.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나가게 막아. 나는 올라간다."

박태수는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랐다.

S급 신체 능력을 풀가동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늦으면 안 돼.'

단순히 살인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녀석. 강진혁.

그 놈이 선을 넘기 전에 막아야 한다.

괴물이 되어버리면, 그때는 나도 놈을 사살할 수밖에 없다.

20층. 25층. 29층.

박태수의 이마에 땀이 흘렀다.

마침내 30층 비상구 문을 박차고 나왔다.

복도는 고요했다.

하지만 바닥에 깔린 카펫은 군데군데 타들어 가 있었고, 벽에 걸린 그림들은 녹아내려 있었다.

마치 지옥으로 가는 길처럼.

박태수는 권총(마력탄 장전)을 꺼내 들었다.

VIP 대기실 문 앞.

문고리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박태수는 숨을 골랐다. 안에서 억눌린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강진혁."

박태수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는 달궈진 문고리에 손을 뻗었다.

장갑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탔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어젖혔다.

"거기까지다."


5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4,35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4개 (호텔 외부 잠입 -> 모텔 현장 조사 -> 호텔 VIP 대기실 -> 호텔 복도)
  • 등장 캐릭터: 강진혁, 이수진(힐러/타겟), 박태수(추적자), 신입 조사관
  • 메인 플롯 비트: 이수진 사냥 개시, 호텔 잠입 성공, 대면.
  • 서브플롯 진행:
    • Sub C (추적자): 박태수가 모텔 화재 현장에서 강진혁의 생존과 정체를 확인함. 호텔로 추적 성공.
  • 공개된 정보:
    • 그림자 은신: 흑염을 응용한 은신 기술. 빛을 왜곡하지만 전자기기 오작동을 유발함.
    • 박태수의 능력: 마력의 흔적(냄새)을 시각/후각적으로 감지하는 탐지 능력.
  • 심은 복선:
    • 이수진이 먹는 약 (신경안정제) -> 그녀 역시 죄책감이나 공포에 시달리고 있음을 암시.
    • 최민석이 힘을 독차지했다는 이수진의 독백.
  • 회수한 복선: 4화의 모텔 화재가 박태수에게 꼬리를 밟히는 결정적 단서가 됨.
  • 클리프행어: [유형 4] 위기/위험 - 박태수가 VIP 대기실 문을 열고 진혁과 조우하기 직전.
  • 템포: 고속 (잠입 -> 추적 -> 대면으로 이어지는 빠른 호흡)

Batch 1: 제6화~제8화

제6화: 성녀의 가면

"거기까지다."

박태수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마력탄 권총이 불을 뿜었다.

탕! 탕!

정확히 미간과 심장을 노린 사격.

하지만 총알은 허공을 가르고 벽에 박혔다.

"......!"

VIP 대기실은 텅 비어 있었다.

깨진 와인잔. 바닥을 적신 붉은 와인.

그리고 활짝 열린 발코니 창문으로 밤바람이 거칠게 불어오고 있었다.

박태수는 발코니로 달려갔다.

난간 아래는 까마득한 30층 높이의 허공이었다.

"팀장님! 이수진 헌터가 없습니다!"

뒤따라온 요원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박태수는 난간을 움켜쥐었다. 장갑이 검게 그을려 묻어났다.

"아니. 멀리 못 갔어."

그는 코를 킁킁거렸다.

살 타는 냄새. 그리고 역한 유황 냄새.

냄새는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옥상이다."


호텔 옥상 헬리포트.

이수진은 난간 끝에 매달려 있었다.

"사, 살려줘! 제발!"

그녀의 발아래는 현기증 나는 서울의 야경이었다.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건 강진혁이었다.

진혁은 한 손으로 그녀를 대롱대롱 매달아 둔 채, 다른 손으로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수진아."

"흐윽, 흐으윽..."

"네가 그랬잖아. 힐러는 마력이 생명이라고. F급 짐꾼한테 쓸 마력은 없다고."

진혁이 라이터를 켰다.

치이익.

담배 끝이 붉게 타들어 갔다.

"나도 그래. 흑염은 내 생명력을 태우거든. 너 같은 거 살려줄 여유가 없어."

"도, 돈 줄게! 내 전 재산 다 줄게! 빌딩도 있고, 주식도 있어! 제발!"

이수진이 발버둥 쳤다. 하이힐 한 짝이 벗겨져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진혁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돈은 필요 없고. 정보나 내놔."

"무, 무슨 정보?"

"최민석 금고에 있는 약. 그거 진짜 치료제 맞아?"

이수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그거..."

"거짓말하면 손 놓는다."

진혁이 손에 힘을 풀었다. 이수진의 몸이 휘청거렸다.

"아악! 말할게! 말할게!"

이수진이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외쳤다.

"가짜야! 그건 치료제가 아니야!"

진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짜?"

"억제제야! 마약 성분으로 뇌를 마비시켜서... 흑염의 폭주를 막는 것뿐이라고!"

억제제.

김철수가 준 실패작이 독약이라면, 최민석이 가진 완성본은 마약이라는 소리인가.

"그럼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없어! 애초에 그런 건 없다고! 넌... 넌 그냥 실패작이야! 폐기됐어야 할 쓰레기라고!"

이수진이 악을 썼다. 공포가 극에 달하자 본심이 튀어 나왔다.

"최민석 오빠가 그랬어. 너 같은 건... 그냥 배터리로 쓰다가 버리면 된다고!"

진혁은 헛웃음을 흘렸다.

배터리.

나를 그렇게 불렀구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차가운 불길이 치솟았다.

"그래. 배터리."

진혁이 이수진을 끌어올렸다.

"다행이네. 넌 배터리도 못 되니까."

"어...? 사, 살려주는 거야?"

이수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진혁은 그녀를 옥상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그녀의 목을 밟았다.

"아니. 넌 그냥 땔감이야."

콰아앙!

진혁의 발바닥에서 검은 불기둥이 솟구쳤다.

"끄아아아아!"

성녀의 비명은 짧았다.

순백의 드레스가 검게 물들었다. 그녀의 자랑이었던 하얀 피부도, 거짓된 미소도, 흑염 앞에서는 평등하게 재가 되었다.

[복수 대상 2/3 처치]

[저주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경고: 살인으로 인한 업보가 쌓입니다.]

진혁은 무표정하게 시스템 창을 닫았다.

그때였다.

"손들어!"

옥상 문이 열리고 박태수가 뛰쳐나왔다. 수십 명의 무장 요원들이 진혁을 포위했다.

"강진혁!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박태수의 총구가 진혁을 겨눴다.

진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채, 화상 입은 얼굴로 박태수를 바라보는 눈빛.

그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벼랑 끝에 몰린 짐승의 눈이었다.

"팀장님."

진혁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내가 도망치는 걸로 보여요?"

"뭐?"

"난 사냥하는 중인데."

진혁이 발을 굴렀다.

콰지직!

옥상 바닥에 금이 갔다.

단순한 발구르기가 아니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헬리포트의 H자 마크 위. 그 아래에는 호텔의 메인 전력 케이블이 지나가고 있었다.

[저주 발동: 대규모 정전 유발]

[불행의 범위가 건물 전체로 확장됩니다.]

퍼버벅!

옥상의 조명탑이 터졌다.

동시에 호텔 전체의 불이 꺼졌다.

"전력 차단! 비상 발전기 돌려!"

"시야 확보해!"

암흑천지.

요원들이 당황하는 사이, 진혁은 난간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이 미친 새끼가!"

박태수가 달려가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건 끝없는 어둠뿐이었다.


호텔 로비는 아수라장이었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의 비명소리. 계단으로 쏟아져 나온 VIP들의 고함.

그 혼란 틈바구니에, 웨이터 복장을 한 남자가 섞여 있었다.

강진혁이었다.

그는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외벽의 배수관을 탔고, 10층 테라스로 착지해 옷을 갈아입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배수관이 터져 호텔 외벽이 물바다가 됐지만, 알 바 아니었다.

'억제제.'

진혁은 인파에 섞여 호텔을 빠져나가며 생각했다.

완전한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억제제라도 있어야 한다.

방금 이수진을 죽일 때 느꼈다. 살의가 나를 지배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나는 정말로 괴물이 된다. 최민석을 죽이기도 전에.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해."

그는 밤거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뒤에서는 여전히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6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4,20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3개 (호텔 VIP 대기실/복도 -> 옥상 헬리포트 -> 호텔 로비/외부)
  • 등장 캐릭터: 강진혁, 이수진(사망), 박태수, 최민석(언급)
  • 메인 플롯 비트: 이수진 처단, 치료제의 진실(억제제) 확인, 박태수와의 첫 대면 및 도주.
  • 서브플롯 진행:
    • Sub A (치료제): '완전한 치료제는 없다'는 절망적 정보 획득. 목표가 '생존을 위한 억제제 확보'로 수정됨.
  • 공개된 정보:
    • 억제제: 흑염의 폭주를 막는 유일한 수단. 마약 성분 함유.
    • 박태수와 진혁의 대립: 박태수는 진혁을 '위험 요소'로 판단하고 사살 명령을 내릴 준비가 됨.
  • 심은 복선: 이수진의 유언 ("최민석 오빠가 그랬어"). 최민석이 모든 것을 설계했다는 확신.
  • 회수한 복선: 3화의 '치료제 떡밥'에 대한 진실(가짜/억제제)이 밝혀짐.
  • 클리프행어: [유형 2] 폭로/반전 - "완전한 치료는 없다."
  • 템포: 고속

제7화: S급 수배령

[속보] 그랜드 힐 호텔 테러 발생... '성녀' 이수진 헌터 사망 추정

[단독] 용의자는 죽은 줄 알았던 F급 헌터 강진혁... '악마의 귀환'인가?

서울역 대합실의 대형 TV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화면에는 내가 찍혀 있었다.

흐릿한 CCTV 화면. 웨이터 복장을 하고 이수진의 대기실로 들어가는 내 모습.

그리고 옥상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뛰어내리는 장면.

"세상에, 미친놈 아냐?"

"이수진 헌터가 얼마나 착한 사람이었는데..."

"저런 괴물은 당장 사형시켜야 해!"

사람들의 비난이 화살처럼 꽂혔다.

나는 마스크를 고쳐 쓰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성녀라...'

죽기 직전 나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며 살려달라고 빌던 그 추한 얼굴을, 대중은 모른다.

알 필요도 없겠지. 그들에게 나는 그저 영웅을 죽인 빌런일 뿐이니까.

"지나가겠습니다."

나는 사람들 틈을 파고들었다.

툭.

"아, 죄송합니다."

지나가던 행인의 어깨를 살짝 스쳤다.

"괜찮습니다... 윽!"

행인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왜 그러세요?"

"발목이... 갑자기 발목이 꺾였어!"

멀쩡한 평지였다. 돌부리 하나 없었다. 그런데도 행인의 발목은 기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저주 발동: 타인의 불행(골절)을 유발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기요!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어? 저 사람, 옷차림이 뉴스에 나온..."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제기랄.'

사람이 많은 곳은 안 된다. 스치기만 해도 사고가 터진다.

편의점에서 물을 사려고 해도 알바생이 커터 칼에 손을 베이고, 버스를 타면 타이어가 펑크 난다.

나는 사회에서 격리되었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야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나는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다.

갈 곳이 없다.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 절대 안 된다. 내가 근처에 가는 순간 병원에 불이 나거나 의료 기기가 고장 날 것이다.

옛 친구? 나를 신고하거나, 내 저주에 휘말려 다칠 것이다.

"크으으..."

심장이 조여왔다. 흑염이 다시 꿈틀거렸다.

약이 필요하다.

김철수에게서 뺏은 미완성 치료제는 이제 반 병밖에 남지 않았다.

이걸 다 마시면, 그다음은?

그때, 골목길 전광판에서 최민석의 긴급 기자회견이 나오고 있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검은 정장을 입은 최민석은 수척해 보였다. 연기력이 남우주연상 감이다.

"제 동료를 둘이나 잃었습니다. 범인은... 한때 제 친구였던 강진혁입니다."

최민석이 눈물을 훔쳤다.

"그는 던전에서 저주받은 힘을 얻고 타락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플래시가 터졌다.

최민석의 눈빛이 돌변했다.

"오로라 길드는 현 시간부로 강진혁에 대한 현상금 100억 원을 겁니다."

100억.

"생포는 필요 없습니다. 사체라도 상관없습니다. 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를 제거해 주십시오."

공식적인 살인 청부.

이제 헌터뿐만 아니라, 일반인, 조폭, 심지어 경찰까지 나를 노릴 것이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잘됐어."

나는 전광판을 향해 중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나도 숨어다니는 건 질렸거든."


헌터 협회, 감사팀 사무실.

박태수는 책상을 내리쳤다.

"현상금 100억? 미친 거 아냐?"

"오로라 길드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보냈습니다. 협회장님도 승인하셨고요."

신입 조사관이 떨면서 대답했다.

"이건 그냥 사냥 대회야! 도심 한복판에서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박태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100억이면 눈 뒤집힌 헌터들이 수천 명은 몰려들 것이다. 강진혁이 아무리 강해도 물량 공세에는 장사 없다.

게다가 놈의 능력은 광역 피해를 입힌다. 놈을 잡으려다 서울시가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

"증거물 분석 결과는?"

박태수가 화제를 돌렸다.

"아, 네. 그랜드 힐 호텔 옥상에서 발견된 재... 거기서 특이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신입이 모니터에 화학 구조식을 띄웠다.

"마약성 진통제 베이스에, 고농축 마력이 섞여 있습니다. 근데 이거..."

"이거 뭐?"

"협회 금지 약물 리스트에 있는 '블루 블러드(Blue Blood)'랑 구조가 90% 일치합니다."

블루 블러드.

10년 전, 헌터들의 폭주를 막겠다며 개발되다가 부작용이 심해 폐기된 약물.

공식적으로는 전량 폐기되었다.

"그런데 이게 왜 이수진 사망 현장에 있지?"

박태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수진이 가지고 있었거나, 강진혁이 가지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오로라 길드는 이 금지 약물과 연관되어 있다.

"최민석..."

박태수는 직감했다.

이 모든 판을 짠 설계자가 누구인지.

강진혁은 미친개가 아니다. 주인에게 물린 사냥개다. 그리고 지금 주인을 물어뜯으러 돌아온 것이다.

"팀장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다른 조사관이 외쳤다.

"강동구 폐하수처리장 근처에서 식당이 붕괴됐답니다! 목격자가 화상 입은 남자를 봤다고 합니다!"

"하수처리장?"

박태수가 일어났다.

"놈이 숨을 곳은 거기밖에 없어. 악취가 심해서 사람도 없고, 지하 수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으니까."

박태수는 재킷을 챙겼다.

"특수 기동대 대기시켜. 오로라 길드보다 우리가 먼저 놈을 찾아야 해."

"체포합니까?"

"아니."

박태수가 마력탄을 장전했다.

"대화가 통하면 체포하고, 안 통하면... 내가 죽인다."


강동구 폐하수처리장.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냄새가 향수보다 나았다.

최소한 여기에는 다칠 사람이 없으니까.

나는 수로관 위에 앉아 편의점에서 훔친 빵을 씹었다.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각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걸까.

[남은 시간: 27일 14시간]

시스템 창의 카운트다운은 멈추지 않고 줄어들고 있었다.

3일 동안 두 명을 죽였다.

이제 남은 건 리더 최민석 하나.

하지만 놈은 요새 안에 숨어 있다. 그리고 나에게 100억이라는 현상금을 걸어 사냥개들을 풀었다.

정면 돌파? 불가능하다.

잠입? 내 저주 때문에 불가능하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놈이 제 발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놈이 가장 아끼는 것. 놈의 약점.

나는 빵 조각을 던졌다. 어둠 속에서 쥐들이 몰려와 빵을 뜯어먹었다.

"최민석이 아끼는 것..."

돈? 명예? 권력?

다 아니다. 놈은 그런 것들을 도구로만 여긴다.

놈이 진짜로 집착하는 건 '힘'이다. 그리고 '완벽함'이다.

그때, 주머니 속의 대포폰이 진동했다.

부러뜨려 버렸는데, 예비용으로 훔친 폰이었다.

발신자 표시 제한.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누구냐."

[...]

침묵.

그리고 익숙한, 소름 끼치도록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


Batch 1: 제4화~제8화 (계속)

제7화: S급 수배령 (후반부)

"......누구냐."

[...]

침묵.

그리고 익숙한, 소름 끼치도록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빵은 맛있어? 친구.]

최민석이었다.

나는 씹던 빵을 뱉어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이 전화기는 훔친 것이다. 내 명의도 아니고, 전원을 켠 지 5분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알고 걸었지?"

[오로라 길드의 정보력을 너무 무시하는군. 네가 편의점에서 그 폰을 훔칠 때 CCTV에 찍혔더구나. 그리고 방금 기지국 신호가 잡혔고.]

최민석이 낮게 웃었다.

[하수구라니. 너한테 딱 어울리는 무덤이네.]

"무덤이 아니라 참호다."

나는 수로관 아래로 몸을 숨겼다.

"목 씻고 기다려라. 네가 준 약, 효과가 아주 좋더군."

[아, 그 실패작? 다행이네. 하지만 진혁아, 네가 간과한 게 있어.]

최민석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나는 널 죽이는 데 100억을 썼어. 그 돈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

쿵. 쿵. 쿵.

머리 위, 맨홀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하이에나들이 냄새를 맡았다는 뜻이지.]

"......!"

[잘 가라. 내 아픈 손가락.]

뚝.

전화가 끊겼다.

동시에, 하수구의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랜턴 불빛이 켜졌다.

"찾았다!"

"저기 있다! 100억짜리다!"

"쏴! 다리는 남겨둬!"

탕! 타다당!

총성이 지하 수로를 울렸다. 마력탄이 콘크리트 벽을 때리고 튀었다.

나는 몸을 날려 오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차가운 오물이 전신을 감쌌다. 하지만 더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위에서는 헌터들이, 아래서는 오물이, 그리고 내 안에서는 흑염이 날뛰고 있었다.

[경고: 다수의 적대적 살의 감지]

[저주 '흑염'이 흥분합니다.]

시스템 창이 붉게 물들었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들어와라."

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역안(逆眼)이 푸르게 빛났다.

"여기는 내 홈그라운드니까."


7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3,850자 (전반부 포함 추산)
  • 장면 수: 3개 (서울역 도주 -> 하수처리장 은신 -> 최민석과의 통화 및 포위)
  • 등장 캐릭터: 강진혁, 최민석, 박태수, 헌터들(엑스트라)
  • 메인 플롯 비트: 현상금 100억 수배령, 사회적 고립 심화, 은신처 발각.
  • 서브플롯 진행:
    • Sub B (저주): 일반인에게 불행(골절)을 입히며 사회와 완전히 단절됨. 스스로 '격리'를 선택.
  • 공개된 정보:
    • 오로라 길드의 정보력: 대포폰조차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력과 자금력.
    • 블루 블러드: 협회 금지 약물. 박태수가 사건의 배후를 확신하는 계기.
  • 심은 복선: 하수구라는 공간적 배경(폐쇄된 공간에서의 불행 전이 효과 증폭).
  • 회수한 복선: 1화부터 이어진 '오로라 길드의 자본력'이 100억 현상금이라는 구체적 위협으로 실현됨.
  • 클리프행어: [유형 4] 위기/위험 - 최민석의 선전포고와 동시에 헌터들에게 포위됨.
  • 템포: 중속 → 고속 (후반부 급가속)

제8화: 악마와의 조우

"죽여! 머리만 가져가면 돼!"

용병 헌터들이 수로를 따라 달려왔다.

전직 군인, 파면된 헌터, 빚에 쫓기는 조폭. 100억이라는 돈에 눈이 뒤집힌 인간 군상들이었다.

그들은 망설임 없이 마법을 난사했다.

콰앙! 콰광!

파이어볼이 오수를 증발시키며 악취를 풍겼다. 얼음 화살이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크윽..."

나는 벽에 등을 기댔다. 정면 승부는 불가능하다. 숫자가 너무 많다.

하지만 이곳은 하수구다.

빛보다 어둠이, 질서보다 혼돈이 지배하는 곳.

[조건 충족: 불행의 연쇄 작용]

[저주가 환경 요소를 장악합니다.]

나는 바닥에 고인 오물에 손을 담갔다.

"미끄러져라."

검은 기운이 물을 타고 퍼져나갔다.

"잡았다 요 놈... 어?"

선두에 있던 헌터가 갑자기 중심을 잃었다.

미끌.

"으악!"

그가 넘어지면서 뒤따라오던 헌터의 총구를 건드렸다.

타앙!

오발 된 총알이 천장에 매달린 낡은 배수관을 맞췄다.

끼이익- 쾅!

녹슨 배수관이 떨어지며 헌터 세 명을 덮쳤다.

"아악! 내 다리!"

"야 이 병신아! 총을 어디다 쏘는 거야!"

"배관이 왜 떨어져! 재수 옴 붙었네!"

아수라장이 된 틈을 타 나는 달렸다.

나의 불행은 전염병이다. 내가 지나간 자리의 사다리는 부러지고, 전등은 터지고, 가스는 샌다.

"저기 간다! 쏴!"

누군가 소리쳤지만, 그의 총은 격발 불량(Jam)으로 터지지 않았다.

오히려 약실이 폭발해 그의 손가락을 날려버렸다.

"끄아아악!"

비명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렸다.

나는 미로 같은 수로를 질주했다. 하지만 출구 쪽에서도 발소리가 들려왔다.


제8화: 악마와의 조우

"아악! 내 눈!"

"이거 놔! 내가 쏘려던 게 아니라고!"

하수구는 지옥도였다.

내가 손을 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그 자리에 존재했을 뿐이다.

하지만 놈들은 스스로 넘어지고, 오발하고, 아군을 쐈다.

욕망에 눈이 먼 자들이 좁고 어두운 곳에 모였으니, 작은 불행 하나가 도미노처럼 거대한 재앙으로 번진 것이다.

[저주 '불행'이 연쇄 작용을 일으킵니다.]

[적들의 공포심이 당신의 마력을 회복시킵니다.]

나는 어둠 속에 웅크린 채 그 아수라장을 지켜보았다.

'웃기는군.'

S급 헌터도, 특수 부대 출신 용병도, 불운 앞에서는 그저 허우적거리는 인간일 뿐이다.

나를 죽이러 온 놈들이 나를 살려주고 있었다.

첨벙. 첨벙.

나는 소란을 틈타 더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의 지리는 내가 더 잘 안다. 짐꾼 시절, 몬스터의 사체를 처리하러, 혹은 길드의 더러운 쓰레기를 버리러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곳이니까.

"거기냐! 강진혁!"

독한 놈 하나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머리에 적외선 고글을 쓴 용병이었다.

"네놈 목만 가져가면 100억이야!"

그가 마체테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튀어나온 철근을 툭 찼다.

팅.

철근이 미세하게 휘어졌다.

용병이 그 위를 밟는 순간.

"어?"

철근이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며 용병의 정강이를 강타했다.

"끄아악!"

중심을 잃은 용병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필이면 그가 들고 있던 마체테의 날이, 그가 짚으려던 바닥 쪽에 세워져 있었다.

푹.

"커헉..."

자기 칼에 자신의 쇄골이 뚫린 용병이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나는 그 옆을 무심하게 지나쳤다.

"욕심이 과하면 탈이 나는 법이지."

이제 출구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찌르르.

등골을 타고 소름 돋는 감각이 올라왔다.

살의가 아니다.

이건... 감시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이 어둠 속에서, 적외선 고글 따위가 아니라 훨씬 더 근원적인 감각으로.

나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쓰러진 용병들의 신음 소리와 오물 흐르는 소리뿐.

아니.

저 멀리, 어둠이 뭉쳐 있는 곳.

그곳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오물을 밟는데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난장판이군."

건조한 목소리가 동굴처럼 울렸다.

박태수였다.

그는 쓰러진 용병들을 벌레 보듯 내려다보며, 한 손에는 마력탄 권총을 들고 있었다.

"팀장님! 지원 병력은..."

뒤따라온 신입 조사관이 말을 잇지 못하고 구역질을 했다. 사방에 널린 피와 오물의 냄새 때문이었다.

"필요 없다. 여기서부턴 나 혼자 간다."

박태수가 손을 저었다.

"하지만 위험합니다! 놈은 S급 헌터들도 죽인 괴물입니다!"

"괴물?"

박태수가 코웃음을 쳤다.

그는 정확히 내가 숨어 있는 기둥 뒤를 응시했다. 보일 리가 없는데도, 마치 내 눈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아니. 놈은 지금 겁먹은 짐승이야."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박태수는 천천히 걸어왔다.

"나와라, 강진혁. 거기 있는 거 안다. 냄새가 진동을 하거든."

도망쳐야 한다.

직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저 남자는 다르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김철수나 이수진은 힘만 센 껍데기였다. 하지만 박태수는 진짜 사냥꾼이다.

나는 호흡을 멈추고 흑염을 끌어올렸다.

[스킬: 그림자 은신(F) 활성화]

내 몸이 어둠과 동화되었다.

하지만 박태수는 멈추지 않았다.

"은신? 소용없어. 네 놈한테서는 역겨운 유황 냄새가 나니까."

탕!

예고도 없이 박태수가 발포했다.

총알이 내 머리 바로 옆, 콘크리트 벽에 박혔다. 파편이 튀어 뺨을 긁었다.

"다음엔 머리다."

박태수가 나와 불과 10미터 거리까지 좁혀왔다.

"투항해라. 그러면 최소한 인간으로서 재판받게 해주지."

"재판?"

참았던 웃음이 터졌다.

나는 기둥 뒤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한테? 나를 실험체로 쓴 협회한테? 아니면 100억을 건 최민석한테?"

"......협회는 공정하다."

"공정? 개소리하지 마. 당신도 봤잖아. 그 실험 보고서."

박태수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3화에서 내가 일부러 남겨둔 보고서. 그가 그걸 읽었다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그래. 봤다."

박태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오로라 길드가 널 실험체로 썼다는 거. 그리고 협회 일부가 묵인했다는 거."

"그걸 알면서 나한테 총을 겨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넌 민간인을 위협하고, 동료를 살해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된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

"동료? 그 새끼들이 내 동료였나?"

"법치 국가다. 복수는 네가 하는 게 아니라 법이 하는 거야."

"그 법이 썩었으니까 내가 직접 청소하는 거잖아!"

나는 기둥 뒤에서 뛰쳐나갔다.

정면 승부? 아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박태수에게 던졌다.

수류탄이 아니었다.

아까 쓰러진 용병의 주머니에서 훔친 '조명탄'이었다.

파앙!

눈부신 백색 섬광이 터졌다.

일반인이라면 눈을 감았겠지만, 마력 감지 능력이 뛰어난 박태수에게는 치명타였다.

"큭!"

박태수가 본능적으로 팔로 눈을 가렸다.

그 틈이다.

나는 반대편 수로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박태수는 보지 않고도 반응했다.

타앙!

총알이 내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으윽!"

타는 듯한 고통. 살이 찢기고 뼈가 긁히는 감각.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나는 피를 흘리며 수로관 깊숙한 곳, 메탄가스가 차 있는 구역으로 달렸다.

"멈춰!"

박태수가 뒤를 쫓았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멈춰 서서 벽에 붙은 낡은 가스 밸브를 잡았다.

"오지 마. 다 같이 죽고 싶지 않으면."

"허세 부리지 마라."

"허세?"

나는 밸브를 돌렸다.

쉬이익-!

가스 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내 손끝에서 흑염의 불씨를 피워 올렸다.

"여기 메탄 농도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 이거 터지면 강동구 바닥이 뒤집혀."

박태수가 멈췄다. 그의 얼굴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미친 새끼..."

"그래. 나 미쳤어. 그러니까 건드리지 마."

나는 불


Batch 1: 제4화~제8화 (계속)

제8화: 악마와의 조우 (후반부)

"나는 불꽃을 튕겼다."

박태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짧은 순간, 그는 내 눈에서 거짓을 읽으려 했다. 하지만 내 눈에 담긴 건 공허함뿐이었다.

잃을 게 없는 놈이 제일 무섭다. 그는 베테랑답게 그걸 알고 있었다.

"엎드려!"

박태수가 소리치며 뒤로 몸을 날렸다. 신입 조사관의 목덜미를 낚아채 바닥으로 구르는 동작은 전광석화 같았다.

나는 밸브를 완전히 열어젖히고, 손에 쥐고 있던 조명탄의 잔해를 가스 속으로 던졌다.

치지직- 콰앙!

거대한 화염이 터널을 집어삼켰다.

메탄가스는 폭발력이 강하다. 낡은 하수구 천장이 굉음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콘크리트 덩어리와 흙더미가 박태수와 나 사이를 가로막았다.

"팀장님!"

"콜록! 물러서!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

너머에서 박태수의 고함이 들렸다.

나는 무너진 잔해를 등지고 어둠 속으로 달렸다.

왼쪽 어깨가 불타는 것처럼 뜨거웠다. 총알이 쇄골을 스치고 박힌 모양이다.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을 적셨지만, 멈출 수 없었다.

'냄새.'

피 냄새를 지워야 한다.

박태수는 시각이 아니라 마력과 후각으로 쫓는 사냥개다.

나는 하수구 벽에 붙은 썩은 이끼와 오물을 닥치는 대로 긁어 상처 부위에 문질렀다.

"윽..."

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신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경고: 상처 부위가 감염될 위험이 있습니다.]

[저주 '흑염'이 오염 물질을 소각합니다.]

치이익.

검은 불꽃이 상처를 지졌다. 소독이라기보다는 고문에 가까웠다.

하지만 덕분에 피 냄새는 역한 하수구 냄새와 살 타는 냄새에 묻혔다.

나는 미로처럼 얽힌 지하 수로의 가장 깊은 곳, 폐쇄된 구역으로 기어들어 갔다.


무너진 갱도 앞.

박태수는 흙투성이가 된 채 일어났다.

"괜찮나?"

"네, 네... 팀장님은요?"

"찰과상이야."

박태수는 무너진 돌무더기를 노려보았다. 길은 완전히 막혔다.

뚫으려면 중장비가 필요하다. 그사이 강진혁은 이미 서울 반대편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놓쳤습니다. 지원 병력을 반대편 출구로..."

"아니."

박태수가 고개를 저었다.

"철수한다."

"네? 하지만 놈이..."

"이 안은 미로야. 그리고 놈은 쥐새끼처럼 길을 알고 있어. 지금 들어가면 우리만 죽어."

박태수는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강진혁이 도망치며 흘린, 피 묻은 붕대 조각이었다.

박태수는 붕대 냄새를 맡았다.

지독한 오물 냄새. 그리고 그 밑에 깔린 희미한 소독약 냄새.

'자신의 상처를 오물로 덮었어.'

살기 위해서라면 자존심이고 고통이고 상관없다는 독기.

단순한 살인마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는다.

박태수는 품 안에서 3화 때 챙겼던 '실험 보고서'를 꺼내 보았다.

[피실험체 강진혁. 적합 판정.]

[오로라 길드장 최민석 승인.]

박태수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강진혁 말이 맞을지도 몰라."

"네?"

"우리가 총구를 겨눠야 할 곳이, 하수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야."

박태수는 무전기를 켰다.

"상황실. 오로라 길드 최민석 길드장의 최근 1년간 약물 처방 기록, 그리고 길드 자금 내역 전부 뽑아놔. 영장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팀장님, 그러다 윗선 눈에 나면..."

"이미 났어. 가자."

박태수는 막힌 터널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사냥개는 냄새를 맡았다.

진짜 썩은 내가 나는 곳은 이 하수구가 아니라, 지상에 있는 화려한 빌딩 숲이라는 것을.


서울 강남, 오로라 길드 본사 최상층 펜트하우스.

최민석은 통유리창 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와인잔 대신 스마트폰이 들려 있었다.

[작전 실패. 타겟 도주.]

[용병단 전멸. 생존자 없음.]

"하..."

최민석은 헛웃음을 흘렸다.

"100억을 썼는데 쥐새끼 한 마리를 못 잡다니. 요즘 헌터들 수준 참 처참하네."

그는 휴대폰을 소파에 던졌다.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흥미로웠다.

F급 짐꾼이었던 강진혁.

착해 빠져서 이용해 먹기 딱 좋았던 녀석이, 이제는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넌 최고의 '그릇'이야."

최민석은 책상 위 금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푸른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수십 개 나열되어 있었다.

이수진이 말했던 '억제제'.

하지만 최민석은 그것을 '먹이'라고 불렀다.

그는 병 하나를 꺼내 뚜껑을 땄다. 그리고 단숨에 들이켰다.

꿀꺽.

차가운 액체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자, 그의 몸이 기괴하게 비틀렸다.

"크으으..."

최민석의 등 뒤에서 그림자가 솟구쳤다.

그림자는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눈과 촉수가 달린, 형용할 수 없는 괴물의 형상이었다.

이것은 '성스러운 힘'이 아니었다.

그가 던전 깊은 곳에서 계약한, 이계의 존재.

강진혁의 흑염이 '파괴'라면, 최민석의 힘은 '포식'이었다.

[주인님. 배가 고픕니다.]

그림자가 최민석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녀석을 먹고 싶습니다. 흑염을... 그 달콤한 저주를...]

"기다려."

최민석이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맸다.

그의 눈동자가 잠시 붉은색 세로 동공으로 변했다가, 다시 사람의 눈으로 돌아왔다.

"과일은 익을수록 맛있는 법이야. 진혁이는 지금 아주 잘 익어가고 있어."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사진을 집어 들었다.

강진혁의 가족사진.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와, 그 뒤에서 활짝 웃고 있는 강진혁.

최민석의 손가락이 사진 속 어머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숨바꼭질은 지루하니까."

그가 사진을 구겼다.

"이제 술래가 나올 차례지."


8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3,95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3개 (하수구 탈출 및 대치 -> 박태수의 철수 -> 최민석의 펜트하우스)
  • 등장 캐릭터: 강진혁, 박태수, 최민석, 신입 조사관
  • 메인 플롯 비트: 강진혁의 도주 성공, 박태수의 심경 변화(의심→확신), 최민석의 정체 공개.
  • 서브플롯 진행:
    • Sub C (추적자): 박태수가 강진혁 체포를 보류하고, 오로라 길드(최민석) 수사로 방향을 선회함.
  • 공개된 정보:
    • 최민석의 정체: 그 또한 이계의 존재(포식)와 계약한 괴물임. 억제제를 통해 괴물을 통제/사육하고 있음.
    • 박태수의 선택: 법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진실'을 쫓기로 결심.
  • 심은 복선: 최민석이 강진혁의 어머니 사진을 만지는 장면 -> 다음 화 인질극 예고.
  • 회수한 복선: 3화의 '실험 보고서'가 박태수를 움직이는 결정적 트리거가 됨.
  • 클리프행어: [유형 7] 새로운 등장(본모습) - 최민석이 괴물의 본성을 드러내며 강진혁의 어머니를 노림.
  • 템포: 고속 → 중속 (긴장감 유지)

Batch 1 완료 요약

진행 상황 트래커 업데이트

  • 메인 플롯 진행률: 8/13 (약 60%) - 복수 대상 2명 처치(김철수, 이수진), 최종 보스(최민석)만 남음.
  • 활성 서브플롯:
    • A (치료제): 가짜임이 판명됨. 억제제 확보로 목표 변경.
    • B (저주): 불행 전이가 심해져 사회적 고립 상태.
    • C (추적자): 박태수가 적으로 시작해 잠재적 조력자(또는 방관자)로 포지션 변경 중.
  • 미공개 정보: 최민석이 계약한 괴물의 정확한 정체, 30일 시한부의 정확한 남은 시간.
  • 활성 복선: 최민석이 손에 쥔 '어머니 사진', 강진혁의 남은 억제제(반 병).
  • 회수 완료 복선: 실험 보고서(박태수), 오로라 길드의 자금력(현상금), 치료제의 정체.
  • 다음 배치 예고: 9화부터 13화까지의 클라이맥스. 최민석의 인질극, 강진혁의 정면 돌파, 길드 본부에서의 최종 결전.

일관성 검증

  • 캐릭터: 강진혁의 냉소적이지만 인간적인 딜레마(노인 구출 vs 살인)가 잘 유지됨. 박태수의 예리함과 원칙주의자 면모 강화.
  • : 느와르 특유의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비, 하수구, 피)가 유지됨.
  • 템포: 7~8화의 추격전으로 템포가 최고조에 달함. 9화 초반에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할 수 있음.

Step 09: 후반부 에피소드 집필 (Batch 2)

이제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Batch 2 (9~13화)를 집필할 차례입니다.

Batch 2 집필 방향

  • 9화: 인질(어머니) 위기 발생 → 강진혁의 각성/선전포고.
  • 10화: 길드 본부 돌입 (광역 불행 저주 발동).
  • 11화: 전투의 절정 (저주 vs 포식).
  • 12화: 최민석 처단 및 허무한 승리.
  • 13화: Part 1 엔딩 및 새로운 시작.

(계속 진행하시겠습니까?)


Batch 2: 제9화~제13화 (완결)

제9화: 선전포고

차가운 빗줄기가 하수구 출구로 쏟아져 내렸다.

나는 다리 밑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썩은 물이 흐르는 개천가. 쥐들조차 냄새가 독해 피해가는 곳이었다.

"으드득..."

이를 악물고 어깨에 박힌 총알을 파냈다.

마취제는 없었다. 편의점에서 훔친 소주를 상처에 들이붓고, 달궈진 단검으로 살을 찢어 탄두를 꺼냈다.

땡그랑.

피 묻은 납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저주 '흑염'이 손상된 조직을 강제로 접합합니다.]

[고통 수치: 최상]

검은 불꽃이 실처럼 엉겨 붙어 상처를 꿰맸다. 살이 타는 냄새와 재생되는 역겨운 감각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아... 하아..."

나는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하늘은 온통 회색이었다. 내 인생처럼.

[남은 시간: 25일 08시간]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내 몸이 버틸지 모르겠다.

박태수의 총격, 헌터들의 추격, 그리고 흑염의 잠식.

지금 내 상태는 폭발 직전의 불발탄 같다. 건드리면 터진다.

그때, 주머니 속 대포폰이 진동했다.

최민석이었다.

나는 젖은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용건만 말해."

[목소리가 거치네. 많이 아픈가 봐?]

최민석의 목소리는 여유가 넘쳤다.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가 배경음으로 들렸다.

[재미있는 걸 보여줄게. 지금 뉴스 틀어봐.]

"뉴스 볼 기분이 아니다."

[안 보면 후회할 텐데. 네 어머니가 나오시거든.]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다리 위로 기어 올라갔다. 전광판이 보이는 곳까지 미친 듯이 달렸다.

상가 건물 외벽의 대형 스크린.

[속보] 오로라 길드, 테러 용의자 강진혁의 모친 '보호' 조치.

화면에는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 링거를 꽂은 팔.

그리고 그 뒤에 서서 어깨를 감싸 쥐고 있는 최민석.

"어머니..."

최민석이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강진혁 씨가 이 방송을 보고 있다면, 부디 자수하시길 바랍니다. 어머님은 저희 길드 병원에서 최고 수준의 '보호'를 받고 계십니다."

보호? 인질이다.

최민석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마치 내 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하지만 어머님의 병세가 위중하셔서...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입모양이 움직였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읽을 수 있었다.

'와서 죽어.'

뚝.

방송이 끊기고 광고가 나왔다.

나는 멍하니 빗속에 서 있었다.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었다.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맺혔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콰아앙!

내 발밑의 아스팔트가 검게 폭발했다.

주차되어 있던 차들의 경보기가 일제히 울렸다. 가로등이 팡팡 터져 나갔다.

[살의가 임계점을 초과합니다.]

[저주 '흑염'이 폭주 모드에 진입합니다.]

[주변의 모든 행운을 소각합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나는 대포폰을 귀에 댔다.

"최민석."

[보고 있었구나.]

"기다려."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분노가 극에 달하면 오히려 차가워진다는 걸, 나는 처음 알았다.

"숨바꼭질은 끝났다."

나는 품 안의 약병을 꺼냈다.

남은 절반의 억제제.

이걸 마시면 흑염을 누를 수 있다. 인간으로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쨍그랑!

나는 약병을 바닥에 던져 깨트렸다.

푸른 액체가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

[...미쳤군. 약을 버려?]

"약은 필요 없어."

내 눈동자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흰자위는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만이 남았다.

"오늘 밤, 내가 네 약이 될 테니까."

나는 전화를 끊고 빗속을 걸었다.

목적지는 강남. 오로라 길드 본사.

더 이상 숨지 않는다. 피하지 않는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간판이 떨어지고, 신호등이 오작동하고, 맨홀이 역류했다.

도시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재앙이 걸어가고 있었다.


9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3,90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3개 (다리 밑 은신처 -> 거리 전광판 앞 -> 빗속의 행군)
  • 등장 캐릭터: 강진혁, 최민석(뉴스/통화), 어머니(뉴스 화면)
  • 메인 플롯 비트: 최민석의 인질극(어머니), 강진혁의 억제제 폐기 및 전면전 선포.
  • 서브플롯 진행:
    • Sub A (치료제): 억제제를 스스로 깨트리며 '인간으로의 회귀'보다 '복수와 파멸'을 선택함. (일시적 포기)
    • Sub B (저주): 억제제가 사라지자 불행의 반경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확장됨.
  • 공개된 정보: 오로라 길드 병원의 위치(본사 내 부속 병원).
  • 심은 복선: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다"는 최민석의 말 (타임 리밋 설정).
  • 클리프행어: [유형 6] 선택의 기로 + [유형 5] 분노 폭발 - 약을 깨트리고 괴물이 되기를 자처하며 적진으로 향함.
  • 템포: 고속

제10화: 지옥의 문을 열다

오로라 길드 본사 '오로라 타워'.

지상 60층, 대한민국 헌터 산업의 상징이자 난공불락의 요새.

로비에는 수십 명의 경비 헌터와 자동 방어 터렛이 배치되어 있었다.

"경계 강화해! 놈이 올지도 모른다!"

보안 팀장이 소리쳤다.

그때, 회전문이 천천히 돌아갔다.

끼이익...

비에 젖은 검은 정장의 남자가 들어왔다.

물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로비의 적막을 깼다.

"강진혁이다!"

"사격 개시!"

다다다당!

방어 터렛에서 마력탄이 쏟아졌다. 경비 헌터들이 일제히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나는 걷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저주 '불행'이 광역으로 확산됩니다.]

피슉. 피슉.

터렛의 총구가 엉뚱한 곳으로 돌아갔다.

"어? 야! 기계가 왜 이래!"

터렛이 아군인 경비원들을 향해 난사되기 시작했다.

"으악! 끄아악!"

마법사들의 지팡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마, 마력 역류다! 영창이 꼬였어!"

펑! 퍼벙!

스스로의 마법에 휘말린 헌터들이 나뒹굴었다.

나는 그 아수라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총알이 나를 피해 갔다. 파이어볼이 내 머리 위 전등을 맞췄다.

와장창!

거대한 샹들리에가 보안 팀장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으, 으아..."

깔린 팀장이 신음했다.

나는 그의 앞을 지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작동하지 않았다.

"아, 맞다."

내가 오면 기계가 고장 나지.

나는 비상구 계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정예 헌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A급 헌터들로 구성된 '오로라 별동대'.

"여기까지다, 강진혁."

별동대장이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들었다.

"우린 기계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다. 순수한 무력으로 널..."

우지끈.

대장이 밟고 있던 대리석 바닥이 꺼졌다.

"어?"

지하 주차장 천장이 부실 공사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하필 지금. 하필 그가 서 있는 곳만.

"대장님!"

대장이 구멍으로 사라졌다.

남은 대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저 새끼 뭐야..."

"재수 옴 붙는다! 가까이 가지 마!"

그들은 무기를 들고도 뒷걸음질 쳤다. 공포.

가장 원초적인 공포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비켜."

내 목소리는 작았지만, 로비 전체에 울렸다.

"죽기 싫으면."

홍해 갈라지듯 길이 열렸다.

A급 헌터들이, 몬스터를 때려잡던 영웅들이, F급 짐꾼 하나가 무서워 길을 터주고 있었다.

나는 뚜벅뚜벅 계단을 올랐다.

1층, 2층, 3층...

60층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한계였다.

한 층을 오를 때마다 심장이 타는 듯이 아팠다. 억제제 없이 흑염을 쓴 대가였다.

[경고: 생명력이 빠르게 소진됩니다.]

[심장 박동 수: 180... 190...]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들이 갑니다.


같은 시각, 오로라 타워 상황실.

최민석은 모니터를 통해 로비의 참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하하! 대단해! 정말 대단해!"

그는 박수를 쳤다.

"저게 바로 내가 원하던 힘이야. 운명을 비틀고, 인과율을 무시하는 절대적인 재앙!"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그림자 괴물이 그의 등 뒤에서 혀를 낼름거렸다.

[맛있겠다... 저 절망... 저 분노...]

"길드장님! 1층이 뚫렸습니다! 별동대도 무력화됐습니다!"

부관이 다급하게 보고했다.

"어머님을... 인질로 쓸까요?"

최민석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멍청한 놈."

퍼억!

최민석의 손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 촉수가 부관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헉..."

"인질은 여기까지 오게 만드는 미끼였을 뿐이야. 여기까지 온 이상, 더는 필요 없어."

최민석은 부관의 시체를 바닥에 던졌다.

"문을 열어둬라."

"네? 하, 하지만..."

"놈을 펜트하우스로 안내해. 내 식사 시간이니까."

최민석은 와인을 들이켰다.

"어서 와라, 진혁아. 내가 너를 완성시켜 줄게."


20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계단에는 쓰러진 헌터들이 즐비했다.

나를 막으려던 놈들은 모두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 계단에서 구르거나, 무기가 폭발하거나, 심장마비가 오거나.

나는 시체 산을 밟고 올라갔다.

피 냄새가 진동했다.

그때, 위쪽 계단참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회색 코트를 입은 남자.

박태수였다.

그는 총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손에 서류 뭉치를 들고 있었다.

"......"

나는 멈춰 섰다.

"비켜. 당신이랑 싸울 시간 없어."

"알아."

박태수가 서류를 흔들었다.

"압수수색 영장이다. 10분 전에 발부됐지."

"......뭐?"

"최민석의 불법 실험, 횡령, 그리고 살인 교사 혐의."

박태수가 내게 길을 비켜주며 벽에 등을 기댔다.

"나는 법대로 한다. 지금부터 이 건물은 범죄 현장이고, 최민석은 현행범이야."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경찰이 도착하려면 30분은 걸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30분.

그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겠다는 뜻이다.

"왜...?"

"네가 말했지. 법이 썩었다고."

박태수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가끔은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칼잡이가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야."

그는 라이터를 켰지만, 불이 붙지 않았다. 내 불행 때문이었다.

박태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구겨버렸다.

"가라. 네 어머니는 50층 병동에 있다. 내 부하들이 그쪽으로 이동 중이야."

"......고맙다."

나는 다시 계단을 올랐다.

박태수의 등 뒤로 내 흑염의 잔재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는 적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속도를 높였다.

이제 장애물은 없다.

오직 최민석, 그 새끼뿐이다.


10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4,10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3개 (오로라 타워 로비 돌파 -> 펜트하우스 상황실 -> 비상구 계단 박태수와의 조우)
  • 등장 캐릭터: 강진혁, 최민석, 박태수, 오로라 길드원들
  • 메인 플롯 비트: 길드 본사 침입, 박태수의 방조(협력), 최민석과의 최종전 임박.
  • 서브플롯 진행:
    • Sub B (저주): '불행'이 아군에게는 적용되지 않거나 피해가는 모습(박태수 라이터 불발 정도)을 통해 진혁이 무의식적으로 저주를 통제하기 시작함을 암시.
    • Sub C (추적자): 박태수가 체포 대신 '방조'를 선택하며 서브플롯 완결 및 조력자 포지션 확정.
  • 공개된 정보: 최민석의 능력(그림자 촉수/포식).
  • 심은 복선: "내 식사 시간"이라는 최민석의 대사 (그가 진혁을 먹으려 함).
  • 클리프행어: [유형 1] 미해결 갈등 - 박태수의 묵인 하에 최상층으로 향하는 진혁.
  • 템포: 고속

제11화: 지옥도(地獄圖)

50층 병동.

"어머니!"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텅 비어 있었다.

링거대는 쓰러져 있고, 침대 시트는 차가웠다.

"늦었어..."

절망감이 밀려왔다.

그때, 병실 TV가 저절로 켜졌다.

[여기로 와라, 진혁아. 60층이다.]

화면 속 최민석이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어.]

카메라가 돌아가며 펜트하우스 내부를 비췄다.

그곳에는 수십 개의 배양조가 늘어서 있었다. 배양조 안에는 기괴하게 뒤틀린 괴물들이 떠 있었다.

실패한 실험체들.

나처럼 납치되어 강제로 적합 수술을 받은 피해자들.

"으아아아!"

나는 TV를 주먹으로 부셨다.

60층.

나는 비상구를 박차고 나갔다.


60층 펜트하우스.

육중한 강철 문이 흑염에 녹아내렸다.

내가 발을 들여놓자마자, 역한 피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왔구나."

최민석은 거대한 옥좌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어머니가 잠들어 있었다.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

"어머니를 놔줘."

"물론이지. 네가 나한테 먹히면, 어머니는 살려줄게. 약속하마."

최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그림자가 벽을 타고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자, 보여줘 봐. 네가 가진 그 흑염의 맛을."

쿠구구궁!

최민석의 그림자에서 수백 개의 검은 촉수가 튀어나왔다.

"죽어!"

나는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스킬: 흑염 폭발(D) 발동]

내 주먹에서 검은 불기둥이 뿜어져 나갔다.

하지만 최민석은 피하지 않았다.

촉수들이 내 불꽃을 감쌌다.

치이익... 꿀꺽.

"......!"

불꽃이 사라졌다. 아니, 먹혔다.

"맛있네. 매콤하고."

최민석이 입맛을 다셨다.

"내 힘은 '포식(Gluttony)'이야. 모든 에너지를 먹어 치우지. 마법도, 저주도, 심지어 불행까지도."

그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촉수 하나가 내 발목을 휘감았다.

"크윽!"

내동댕이쳐졌다. 대리석 바닥이 부서지며 내 몸이 굴렀다.

"안 통한다니까."

최민석이 천천히 걸어왔다.

"넌 그냥 밥이야. 잘 차려진 밥상."

나는 비틀거하며 일어났다.

흑염이 안 통한다. 불행도 안 통한다.

놈은 내 상성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배양조 안에 있는 괴물들이 보였다.

실패작들. 고통 속에 죽어간 원혼들.

그들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도와줘...'

'죽여줘...'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이 아니었다. 흑염이 그들의 원한에 반응하고 있었다.

[공명: 죽은 자들의 원한]

[저주 '흑염'이 새로운 연료를 발견했습니다.]

내 가슴 속 불꽃이 거세게 타올랐다.

내 생명력만이 아니었다. 이 공간에 가득 찬 죽음의 기운이 나에게 힘을 빌려주고 있었다.

"최민석!"

나는 다시 주먹을 쥐었다.

이번엔 붉은빛이 감도는 칠흑의 불꽃이었다.

"먹을 수 있으면 먹어봐라. 배가 터져 죽을 테니까!"

콰아아아!

내가 쏘아 보낸 불꽃이 펜트하우스를 집어삼킬 기세로 덮쳤다.

최민석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이... 이건 너무 많아!"

그가 촉수로 방어막을 쳤지만, 흑염은 촉수를 태우고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최민석의 왼팔에 불이 붙었다.

"이 자식이!"

최민석의 몸이 기괴하게 부풀어 올랐다.

쩌저적.

그의 양복이 찢어지고, 피부가 벗겨졌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시커먼 점액질로 뒤덮인, 눈이 세 개 달린 괴물이었다.

"본모습을 드러냈구나."

나는 피를 토하며 웃었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겠네. 괴물 대 괴물로."

[시스템 경고: 생명력이 10% 미만입니다.]

[마물화 진행률: 85%]

시간이 없다.

나는 마지막 남은 생명력을 태웠다.

오늘 여기서, 우리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

아니, 둘 다 죽을지도 모른다.

어머니... 죄송해요. 불효자는 먼저 갑니다.

나는 괴물을 향해 몸을 던졌다.


11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3,80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3개 (50층 병동 -> 60층 펜트하우스 대치 -> 1차 공방 및 각성)
  • 등장 캐릭터: 강진혁, 최민석(괴물화), 어머니(기절)
  • 메인 플롯 비트: 최민석의 능력(포식)에 고전하지만, 희생자들의 원한과 공명하여 흑염을 강화함.
  • 서브플롯 진행: 없음 (오직 메인 플롯에 집중)
  • 공개된 정보: 최민석의 '포식' 능력은 에너지를 흡수하지만, 허용량을 넘으면 데미지를 입음.
  • 심은 복선: '마물화 진행률 85%' (전투 후 인간으로 돌아오기 힘들 것임).
  • 클리프행어: [유형 3] 역전 - 최민석이 괴물 본체를 드러내고 2차전 돌입.
  • 템포: 고속 (전투 중심)

제12화: 거짓된 구원

"키에에에에엑!"

괴물이 된 최민석이 비명을 질렀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쇳소리와 짐승의 울음이 섞인 소음.

그의 거대한 손이 나를 덮쳤다.

쾅!

바닥이 꺼지며 우리는 아래층으로 추락했다.

59층. 58층.

콘크리트 벽을 뚫고 계속 떨어졌다.

"크헉..."

내 갈비뼈가 부러졌다. 내장이 파열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놈의 목덜미를 놓지 않았다.

"타라... 타버려라..."

내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염이 놈의 점액질 피부를 지졌다.

"꺼져! 떨어져!"

최민석이 촉수로 내 몸을 관통했다.

푸욱!

복부에 구멍이 뚫렸다. 뜨거운 피가 솟구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즉사했을 상처.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흑염이 상처 부위를 강제로 메우며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었다.

좀비처럼.

"너... 너 뭐야! 왜 안 죽어!"

최민석이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놈은 '포식자'였지만, 동시에 겁쟁이였다.

자신보다 약한 자만 잡아먹어 온 놈은,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미친개를 당해낼 수 없었다.

"내 퇴직금... 받아야지."

나는 놈의 눈알 하나를 손가락으로 찔러 터트렸다.

"키에엑!"

놈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나는 놈의 가슴팍에 손을 박어넣었다.

심장.

마력의 코어.

"잡았다."

[스킬: 흑염 폭주(S) 발동]

[대상을 내부에서부터 소각합니다.]

내 모든 마력을, 내 모든 생명을 쏟아부었다.

화르륵!

최민석의 몸 안에서 검은 불길이 폭발했다.

"안 돼! 나는... 나는 왕이 될..."

놈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퍼앙!

검은 재가 되어 터져 나갔다.

정적.

무너진 55층 회의실.

나는 재가 되어버린 최민석의 잔해 위에 쓰러져 있었다.

이겼다.

복수는 끝났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물화 진행률: 99%]

시야가 점점 좁아졌다. 의식이 희미해졌다.

이대로 괴물이 되는 건가.

아니면 죽는 건가.

그때, 잿더미 속에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유리병이었다.

최민석의 몸속에 품고 있던, 단 하나의 '완성된 억제제'.

기적적으로 깨지지 않았다.

나는 기어서 그것을 집었다.

뚜껑을 딸 힘도 없어서, 병 목을 깨물어 부셨다.

유리 조각과 함께 액체를 삼켰다.

꿀꺽.

차가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불타던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

[경고: 강력한 마력 억제제가 투여되었습니다.]

[흑염이 강제 동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마물화 진행이 멈춥니다.]

"하아..."

숨이 쉬어졌다.

일그러졌던 피부가, 튀어나왔던 핏줄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살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유리창 너머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서울의 아침.

어젯밤의 지옥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평화로운 햇살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약은 치료제가 아니다.

[효과 지속 시간: 24시간]

[매일 복용하지 않으면 흑염이 다시 깨어납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유는 없다.

나는 이제 약에 의존해야만 살 수 있는 마약 중독자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 약을 만들 수 있는 건...

"오로라 길드 연구소뿐이지."

최민석은 죽었다. 하지만 연구소는 남아 있다. 협회도 남아 있다.

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뚜벅. 뚜벅.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벽 사이로 박태수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무장한 협회 요원들이 있었다.

박태수는 내 몰골을 보더니, 총을 거뒀다.

"끝났나?"

"......어."

"최민석은?"

나는 바닥의 재를 가리켰다.

박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그는 요원들에게 손짓했다.

"시신 수습하고, 현장 통제해."

"팀장님, 저 자는요? 체포해야..."

"저 자는 피해자다. 인질로 잡혀 있다가 구조된 걸로 처리한다."

"네?"

"내 말 못 들었어? 시키는 대로 해!"

박태수가 소리쳤다. 요원들이 쭈뼛거리며 물러났다.

박태수는 내게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가라. 어머니 모시고."

"......왜?"

"네가 청소를 다 했으니까. 일당은 줘야지."

박태수는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연구소 출입 카드키였다. 최민석의 금고에서 압수한 것 같았다.

"거기 가면 약이 더 있을 거야.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

"......"

"하지만 기억해라. 다음엔 안 봐준다. 민간인 피해가 나오면, 그때는 내가 널 죽인다."

나는 카드키를 꽉 쥐었다.

"그럴 일 없을 거야."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50층에서 어머니를 업고, 비상구 계단을 내려갔다.

등 뒤에 업힌 어머니의 온기가 따뜻했다.

살아있다.

그거면 됐다.


12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3,85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3개 (최민석과의 공중전 -> 최민석 처치 및 억제제 복용 -> 박태수와의 후일담)
  • 등장 캐릭터: 강진혁, 최민석(사망), 박태수, 협회 요원들
  • 메인 플롯 비트: 복수 완성, 억제제 확보로 인간성 유지(일시적), 박태수의 묵인으로 탈출.
  • 서브플롯 진행:
    • Sub A (치료제): 억제제가 24시간 지속형이라는 한계 확인. 지속적인 확보가 필요해짐.
    • Sub C (추적자): 박태수가 진혁을 '피해자'로 둔갑시켜 사회적 말살을 막아줌.
  • 공개된 정보: 오로라 길드 연구소에 억제제 재고가 있음.
  • 심은 복선: 박태수가 건넨 카드키 (Part 2의 주요 무대인 연구소 잠입을 위한 아이템).
  • 클리프행어: [유형 2] 폭로/반전 (허무함) - 승리했지만 시한부 인생은 계속됨.
  • 템포: 고속 → 저속 (에필로그 분위기)

제13화 (완결): 출근하는 괴물

일주일 후.

거울 앞에 섰다.

깔끔한 정장. 단정한 넥타이.

화상 흉터는 옅어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컨실러로 가리면 티가 안 날 정도였다.

"진혁아, 밥 먹어라."

주방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가요."

식탁에는 된장찌개와 계란말이가 차려져 있었다.

평범한 아침 밥상.

나는 숟가락을 들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약효 지속 시간: 3시간 20분]

시야 구석에 떠 있는 타이머.

나는 주머니에서 알약 통을 꺼냈다. 억제제를 고체화한 알약이었다.

"어디 아프니?"

어머니가 걱정스럽게 물으셨다.

"아뇨. 그냥... 영양제예요."

알약을 입에 넣고 물로 삼켰다. 떨림이 멈췄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신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그저 헌터 일을 그만두고 일반 회사에 취직한 줄로만 아신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아침 햇살이 눈 부셨다.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섞였다. 만원 지하철. 땀 냄새. 피로한 표정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옥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옥철에 있다.

웃음이 나왔다.

'평범하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평범함이 얼마나 살얼음판 위인지.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오로라 길드, 신임 길드장 선출... '정부와의 유착 의혹' 전면 부인]

[헌터 협회, 불법 실험 수사 조기 종결]

최민석은 죽었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꼬리 자르기.

그들은 최민석 개인의 일탈로 모든 것을 덮었다.

그리고 연구소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내 생명줄인 억제제를 생산하면서, 또 다른 괴물들을 만들고 있겠지.

띠링.

문자가 왔다. 발신자 표시 제한.

[카드키 유효기간, 오늘까지야.]

박태수였다.

[오늘 밤. 연구소 지하 3층. 물건 들어온다.]

나는 문자를 지웠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

눈동자가 순간 검게 일렁였다.

"야근이 좀 길어지겠군."

넥타이를 고쳐 맸다.

진짜 사장 놈을 잡을 때까지. 내 퇴직금 정산은 끝나지 않았다.

[Part 1 완결]

[Part 2 예고: 그림자 정부]


13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3,100자 (공백 포함)
  • 장면 수: 3개 (집에서의 아침 -> 출근길 지하철 -> Part 2 예고)
  • 등장 캐릭터: 강진혁, 어머니, 박태수(문자)
  • 메인 플롯 비트: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밤에는 헌터(괴물)로 활동하는 이중생활 시작.
  • 서브플롯 진행: 모든 서브플롯이 Part 2를 위한 셋업으로 전환됨.
  • 공개된 정보: 최민석 사건은 은폐되었고, 거대한 흑막(정부/협회)은 건재함.
  • 심은 복선: '오늘 밤 물건 들어온다'는 박태수의 정보 (Part 2 첫 에피소드).
  • 클리프행어: [유형 6] 선택의 기로 (새로운 시작) -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처단자로서의 삶을 받아들임.
  • 템포: 저속 → 중속 (기대감 고조)

Batch 2 완료 요약

진행 상황 트래커 업데이트

  • 메인 플롯 진행률: 13/13 (Part 1 완결). Part 2(장편)를 위한 도입부 완성.
  • 활성 서브플롯:
    • A (치료제): 억제제 의존 상태 지속. 연구소 파괴 및 원천 기술 확보가 Part 2의 목표.
    • C (추적자): 박태수와의 공조 관계(비공식) 확립.
  • 미공개 정보: 흑염의 기원(던전의 진짜 주인), 정부와 오로라 길드의 커넥션 실체.
  • 활성 복선: 박태수가 준 카드키, 연구소 지하 3층의 '물건'.
  • 회수 완료 복선: 최민석의 정체, 어머니 구출, 억제제의 한계.

일관성 검증

  • 캐릭터: 강진혁이 복수를 마쳤음에도 허무함과 현실적 제약(약물 의존)을 안고 가는 모습이 느와르 장르에 부합함.
  • : 해피엔딩이 아닌 '유예된 엔딩'으로 마무리하여 긴장감 유지.

작가의 말

13화라는 짧은 분량 안에 기승전결을 담느라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Part 1은 강진혁이라는 캐릭터의 탄생기(Origin Story)였습니다.
이제 Part 2에서는 그가 이 썩어빠진 세상과 어떻게 싸워나가는지,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Step 09 집필 완료)


Batch 2: 제9화~제13화

제11화: 지옥도(地獄圖)

50층. VIP 전용 병동.

복도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경호원도, 간호사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서늘한 공조기 소리만이 낮게 웅웅거릴 뿐이었다.

나는 501호 병실 문 앞에 섰다.

박태수가 말해준 호실. 손잡이를 잡으려다, 그냥 발로 걷어찼다.

쾅!

두꺼운 병실 문이 경첩째 뜯겨 나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어머니!"

대답은 없었다.

병실 안은 난장판이었다. 링거대는 바닥에 쓰러져 뒹굴고 있었고, 수액이 터져 카펫을 적시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침대 위는 텅 비어 있었다.

온기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트에 손을 댔다. 차가웠다. 최소한 한 시간 전에는 이곳을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늦었어."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났다.

박태수가 시간을 벌어주었지만, 최민석은 이미 한 발 앞서 움직인 것이다.

그때였다.

치지직.

벽걸이 TV가 저절로 켜졌다. 검은 화면에 노이즈가 일더니, 곧 선명한 화질로 누군가의 얼굴을 비췄다.

[여기로 와라, 진혁아.]

화면 속 최민석은 와인잔을 들고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통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60층 펜트하우스였다.

[60층이다.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어.]

카메라 앵글이 돌아갔다.

최민석의 등 뒤, 넓은 펜트하우스 한구석에 휠체어가 보였다.

축 늘어진 채 잠들어 있는 사람. 어머니였다.

"이 개새끼가...!"

[오, 욕은 삼가고. 어머님이 듣고 놀라시잖아.]

최민석이 휠체어 손잡이를 툭툭 쳤다.

[수면제를 좀 세게 놨어. 심장이 약하셔서, 깨어 있는 상태로 네 흉측한 꼴을 보면 충격받으실까 봐. 나름 배려한 거다?]

화면 속 최민석이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펜트하우스의 안쪽 공간이 화면에 잡혔다.

거대한 원통형 유리관들이 수십 개 도열해 있었다. 초록색 형광 용액이 가득 찬 배양조.

그 안에는 무언가가 떠 있었다.

사람의 형상이지만, 사람이 아닌 것들.

팔이 세 개 달린 몸뚱이, 피부가 벗겨진 채 근육만 남은 흉물,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괴물.

[익숙한 얼굴도 있을 텐데. 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려나?]

최민석이 배양조 유리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다 너 같은 놈들이었지. '적합자' 판정을 받고 내게 온 귀여운 그릇들.]

"......"

[근데 다들 너무 나약하더라고. 던전의 마력을 주입하면 금방 금이 가버렸어. 버티질 못하고 펑, 펑 터져 나갔지.]

최민석의 눈이 카메라 렌즈를 뚫어질 듯 응시했다.

[근데 넌 달랐어. 넌 완벽해. 공허의 틈에서 그 엄청난 흑염을 받아들이고도 아직 자아를 유지하고 있잖아.]

"개소리 집어치워."

[빨리 와. 밥 식겠다.]

뚝.

화면이 꺼졌다.

나는 벽에 걸린 TV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콰직!

액정이 박살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손등이 찢어져 피가 났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60층.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상구로 내달렸다.

계단을 오르는 내내 흑염이 혈관을 타고 끓어올랐다.

[경고: 살의가 육체의 한계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마물화 진행률: 72%]

시야의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성을 잃으면 안 된다. 괴물이 되면 어머니를 알아볼 수 없다.

나는 허벅지를 꼬집어 뜯으며 정신을 다잡았다.

55층. 58층. 59층.

마침내 60층 펜트하우스로 통하는 육중한 강철 문 앞에 섰다.

문에는 지문 인식기와 홍채 인식기가 달려 있었다. 폭약으로도 뚫기 힘든 특수 합금.

하지만 내게는 열쇠가 필요 없다.

나는 강철 문에 양손을 짚었다.

"열려라."

치이이익!

검은 불꽃이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와 강철을 핥았다.

두께 20센티미터의 특수 합금이 버터처럼 녹아내렸다. 쇳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며 독한 연기를 피워 올렸다.

나는 녹아내린 문짝을 발로 걷어찼다.

쾅!

열기와 함께 펜트하우스 내부의 공기가 밀려왔다.

역한 피비린내. 그리고 소독약 냄새.

"왔구나."

최민석은 방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가죽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어머니가 탄 휠체어가 있었다.

"어머니를 놔줘."

나는 한 걸음 안으로 들어섰다. 카펫이 내 발밑에서 검게 타들어 갔다.

"물론이지. 네가 나한테 얌전히 먹혀주면, 어머님은 살려줄게. 약속하마."

최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서자, 방 안의 조명이 파직거리며 어두워졌다.

그의 발밑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더니, 벽을 타고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자, 보여줘 봐. 네가 가진 그 흑염의 맛을."

최민석이 양팔을 벌렸다.

그의 그림자에서 시커먼 촉수 수십 개가 뱀처럼 튀어나와 허공을 꿈틀거렸다.

"죽어!"

나는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스킬: 흑염 폭발(D) 발동]

오른주먹에 흑염을 한계까지 끌어모았다. 공기가 일그러질 정도의 고열.

최민석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검은 불기둥이 펜트하우스의 천장을 뚫을 기세로 폭발했다.

하지만.

타격감이 없었다.

"......!"

내 주먹은 최민석의 얼굴에 닿지 않았다.

그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촉수 두 개가 내 팔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촉수들이, 내 흑염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흡수하고 있었다.

치이익... 꿀꺽.

불꽃이 게눈 감추듯 사라졌다.

"맛있네. 꽤 매콤하고."

최민석이 입맛을 다셨다.

"내 힘은 '포식(Gluttony)'이야. 모든 에너지를 먹어 치우지. 마법도, 물리력도, 심지어 네 그 잘난 저주까지도."

그가 씩 웃었다.

"넌 그냥 밥이야. 아주 잘 차려진 밥상."

퍼억!

다른 촉수 하나가 내 복부를 강타했다.

"크윽!"

몸이 활처럼 휘며 뒤로 날아갔다.

대리석 기둥에 등을 부딪치고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우드득. 갈비뼈 두어 개가 나간 것 같았다.

"쿨럭!"

입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졌다.

"왜 그래? 벌써 끝이야?"

최민석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의 그림자 촉수들이 채찍처럼 바닥을 때리며 다가왔다.

"일어나. 아직 전채 요리도 안 끝났잖아."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다시 한번 흑염을 끌어올렸다. 이번엔 양손이었다.

"타버려라!"

수십 개의 검은 불화살을 허공에 흩뿌렸다. 펜트하우스 전체를 태워버릴 작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최민석의 촉수들이 그물처럼 펼쳐지더니, 불화살들을 하나하나 잡아채 입으로 삼키듯 먹어 치웠다.

"안 통한다니까. 멍청하긴."

최민석이 손가락을 까닥였다.

촉수 하나가 내 발목을 휘감아 거꾸로 들어 올렸다.

"윽!"

피가 머리로 쏠렸다.

"네 힘의 근원이 뭔지 알아? 분노, 살의, 절망.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지."

최민석이 내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근데 내 포식은 그걸 영양분으로 써. 네가 화를 낼수록, 네가 절망할수록 나는 더 배가 부르고 강해지는 거야."

그가 내 뺨을 툭툭 쳤다.

"넌 나를 이길 수 없어. 태생부터 상성이거든."

퍼억!

촉수가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머리가 대리석에 부딪히며 시야가 하얗게 점멸했다.

이명이 들렸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대로... 끝인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흑염조차 최민석의 기운에 눌려 사그라들고 있었다.

시야가 흐릿해졌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방 안쪽의 배양조들이 보였다.

초록색 용액 속에 떠 있는 실패작들.

그들의 텅 빈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환청이 들렸다.

[아파...]

[살려줘...]

[왜 나만...]

[뜨거워. 찢어질 것 같아.]

수십, 수백 명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고통받다 죽어간 원혼들. 그들의 잔류 사념이 내 흑염과 공명하고 있었다.

[공명: 죽은 자들의 원한]

[저주 '흑염'이 새로운 연료를 발견했습니다.]

심장 깊은 곳에서,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내 개인의 분노가 아니었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자들의 억울함. 그들의 피눈물이 흑염의 땔감이 되었다.

"아직도 꼼지락거리네."

최민석이 내 목을 밟았다.

"이제 그만 먹혀라. 네 어미는 편안하게 보내줄 테니."

그의 그림자에서 가장 거대한 촉수가 튀어나와 내 심장을 향해 꽂혔다.

그 순간.

나는 놈의 발목을 붙잡았다.

"누구 맘대로."

콰아아아아!

내 몸에서 폭발한 흑염은 이전과 달랐다.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었다. 핏빛이 감도는, 섬뜩하고도 짙은 칠흑.

수백 명의 원한이 뭉친 저주의 결정체였다.

"뭐, 뭐야 이건!"

최민석이 기겁하며 발을 빼려 했다.

하지만 핏빛 흑염은 그의 발목을 타고 순식간에 그림자 촉수로 옮겨붙었다.

치이이익!

"끄아아아악!"

최민석이 비명을 질렀다.

먹어 치우지 못했다. 오히려 포식의 촉수 자체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뜨거워! 떨어져! 이 개새끼야!"

최민석이 미친 듯이 다리를 털었다.

촉수들이 불길을 끄려고 바닥을 뒹굴었지만, 핏빛 흑염은 꺼지지 않고 놈의 본체를 향해 기어 올라갔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르는 것 같았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왜 그래? 맛있게 먹으라며."

나는 피 묻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배 터질 때까지 먹여줄게."

"이... 이 쓰레기 같은 놈이!"

최민석의 몸이 기괴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쩌저적. 찌익.

고급 맞춤 정장이 찢어지고, 인간의 가죽이 벗겨졌다.

그의 등 뒤에서 솟아오르던 그림자가 아예 그의 육체를 집어삼켰다.

"키에에에엑!"

사람의 비명이 아니었다.

금속을 긁는 듯한 기괴한 괴성.

인간의 껍데기를 벗어던진 최민석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키가 3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덩치. 피부는 시커먼 점액질로 덮여 있었고, 흉측하게 벌어진 입에는 상어 같은 이빨이 겹겹이 돋아 있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얼굴이었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구멍 속에서 세 개의 붉은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다.

저게 바로 오로라 길드장의 진짜 얼굴.

인간의 존엄을 팔아치우고 얻은 악마의 형상이었다.

"드디어 가면을 벗었네."

나는 주먹에 다시 핏빛 흑염을 휘감았다.

[시스템 경고: 생명력이 10% 미만입니다.]

[마물화 진행률: 85%]

[육체 붕괴가 임박했습니다.]

붉은색 경고창이 눈앞을 가렸다.

시간이 없다.

한 번, 길어야 두 번의 공격.

그 안에 저 괴물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먼저 재가 되어 사라진다.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휠체어를 슬쩍 곁눈질했다.

다행히 흑염의 열기에도 깨지 않으셨다. 차라리 다행이다. 아들의 이 흉측한 모습을 보지 않으실 테니까.

"끝내자, 최민석."

나는 바닥을 강하게 박찼다.

대리석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파편이 튀었다.

"키에에엑!"

괴물로 변한 최민석도 거대한 앞발을 치켜들며 나를 향해 돌진했다.

펜트하우스의 넓은 공간이 두 마리 괴물의 격돌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옥도가 펼쳐졌다.


Batch 2: 제12화~제13화

제12화: 거짓된 구원

"키에에에에엑!"

최민석의 흉측한 아가리에서 찢어지는 듯한 괴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의 성대에서 날 수 없는 소리. 쇳덩이를 갈아내는 듯한 마찰음이 고막을 찢었다.

놈의 거대한 앞발이 나를 덮쳤다.

나는 피하지 않고 핏빛 흑염을 두른 주먹을 뻗었다.

콰아아앙!

두 힘이 충돌하자 펜트하우스 내부의 공기가 폭발하듯 팽창했다.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방탄유리창이 모조리 박살 나며 거센 밤바람이 밀려 들어왔다. 배양조들이 연쇄적으로 터지며 초록색 용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우지끈!

우리가 서 있던 60층 대리석 바닥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크윽!"

바닥이 꺼지며 우리는 얽힌 채로 아래층을 향해 추락했다.

59층. 58층. 57층.

콘크리트 층간 구조물을 연달아 박살 내며 끝없이 떨어졌다. 철근이 몸을 긁고, 시멘트 파편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르는 것 같았다. 입에서 핏덩이가 왈칵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놈의 멱살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타라... 타버려라!"

내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핏빛 흑염이 놈의 점액질 피부를 지졌다.

"꺼져! 떨어지라고!"

최민석이 발버둥 쳤다. 놈의 등 뒤에서 솟아난 수십 개의 촉수가 채찍처럼 내 등과 어깨를 난타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뼈가 드러났다.

하지만 고통은 사치였다.

쾅!

마침내 55층 대회의실 바닥에 처박혔다.

먼지구름이 일었다. 고급스러운 마호가니 원목 테이블이 산산조각 났고, 천장의 스프링클러가 터져 물을 뿜어냈다.

"하아, 하아..."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시야가 온통 붉었다. 피 때문인지, 아니면 흑염의 폭주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마물화 진행률: 92%]

[육체 붕괴가 임박했습니다.]

경고창이 미친 듯이 점멸했다. 시간이 없었다.

"이... 쓰레기 같은 놈이."

먼지 속에서 최민석이 일어났다.

놈의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핏빛 흑염에 타들어 간 왼쪽 어깨는 뼈가 드러나 있었고, 세 개의 눈 중 하나는 화상으로 짓눌려 있었다.

하지만 놈은 포식자였다.

"먹어주마. 뼈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최민석의 가슴팍이 쩍 갈라지며, 그 안에서 거대한 입이 튀어나왔다. 날카로운 이빨이 겹겹이 돋아난 끔찍한 아가리.

놈이 땅을 박차고 나를 향해 쇄도했다.

피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두 발을 땅에 굳게 딛고, 남은 모든 마력을 오른팔에 집중했다.

푸욱!

"......!"

내 주먹이 놈에게 닿기 전.

최민석의 가슴에서 튀어나온 거대한 촉수가 내 복부를 관통했다.

등 뒤로 시뻘건 피를 뚝뚝 흘리는 촉수의 끝부분이 튀어나왔다.

"커헉..."

입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아니 웬만한 S급 헌터라도 즉사했을 치명상.

"하하하! 끝났다!"

최민석이 승리의 포효를 질렀다.

"네놈의 그 알량한 원한도, 저주도, 결국 내 뱃속에서 소화될 뿐이야!"

놈이 촉수를 당겨 나를 자신의 거대한 아가리 쪽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저주 '흑염'이 파괴된 장기를 강제로 접합합니다.]

내 복부를 뚫고 들어온 촉수 위로, 검은 불꽃이 거미줄처럼 엉겨 붙었다. 흑염이 내 피와 살을 연료 삼아 놈의 촉수를 역으로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어...?"

최민석의 세 눈깔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왜 안 끌려와! 왜 안 죽어!"

놈이 촉수를 빼내려 했지만, 흑염이 용접기처럼 촉수와 내 몸을 단단히 이어 붙인 뒤였다.

"너... 너 뭐야!"

공포.

놈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진짜 공포가 서렸다.

자신보다 약한 자만 잡아먹어 온 포식자는, 죽음을 각오하고 내장을 내어준 미친개를 당해낼 수 없었다.

나는 내 배를 뚫은 촉수를 밧줄 삼아, 놈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

끌려가는 게 아니었다. 내가 걸어가는 것이었다.

"내 퇴직금."

나는 놈의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받아야지."

나는 남은 왼손을 들어 놈의 눈알 하나를 푹 찔러 터트렸다.

"키에에에엑!"

최민석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나는 흑염을 한계까지 압축시킨 오른손을, 놈의 쩍 갈라진 가슴팍, 그 흉측한 아가리 속으로 깊숙이 처박았다.

물컹한 내장과 단단한 뼈를 뚫고 들어갔다.

그리고 놈의 심장. 마력의 코어를 움켜쥐었다.

"잡았다."

[스킬: 흑염 폭주(S) 발동]

[대상을 내부에서부터 소각합니다.]

내 모든 마력을, 깎여나간 수명을, 그리고 수백 명의 원한을 그곳에 쏟아부었다.

화르르르륵!

최민석의 몸 안에서 거대한 핏빛 불길이 폭발했다.

"안 돼! 나는... 나는 왕이 될...!"

놈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피부 밑으로 붉은 불빛이 뚫고 나오며 놈의 전신을 갈기갈기 찢었다.

그리고.

퍼아아아앙!

최민석의 거대한 육체가 검은 재가 되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정적.

스프링클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만이 무너진 55층 대회의실을 채웠다.

"하아..."

나는 놈의 잔해였던 잿더미 위에 무릎을 꿇었다.

이겼다.

복수는 끝났다.

김철수, 이수진, 그리고 최민석.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은 놈들을 모두 내 손으로 처단했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끝에서부터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마물화 진행률: 99%]

시야가 점점 좁아졌다.

머릿속에서 이명 소리가 커졌다.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촛불처럼 꺼져가고 있었다.

'이대로... 끝인가.'

결국 나는 괴물이 되어 협회 토벌대에게 사냥당할 운명인가.

어머니는 누가 돌보지.

그때였다.

스프링클러 물줄기에 씻겨 내려간 잿더미 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작은 유리병.

최민석이 괴물로 변하기 직전까지 품속에 지니고 있었던, 단 하나의 '완성된 억제제'.

기적적으로 깨지지 않았다.

나는 기어갔다. 내장이 쏟아질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손을 뻗었다.

유리병을 쥐었다.

뚜껑을 딸 힘조차 없었다. 나는 병 목을 그대로 입에 넣고 깨물어 부수었다.

유리 조각이 입술을 찢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푸른 액체를 단숨에 삼켰다.

꿀꺽.

차가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던 심장이,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차갑게 식었다.

[경고: 강력한 마력 억제제가 투여되었습니다.]

[저주 '흑염'이 강제 동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마물화 진행이 멈춥니다.]

"후우..."

숨이 쉬어졌다.

일그러졌던 피부가, 터질 듯 부풀었던 핏줄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검게 물들었던 시야도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살았다.

나는 대자로 뻗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유리창이 깨진 허공 너머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서울의 아침.

어젯밤의 지옥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평화롭고 눈부신 햇살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약은 치료제가 아니다.

[효과 지속 시간: 23시간 59분]

[매일 복용하지 않으면 흑염이 다시 깨어납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구원 따위는 없었다.

나는 이제 약에 의존해야만 하루하루 인간의 탈을 쓸 수 있는, 시한부 마약 중독자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 약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오로라 길드 연구소뿐이지."

최민석은 죽었다. 하지만 연구소는 남아 있다. 그 연구소를 묵인한 협회도, 정부의 썩은 윗선들도 그대로다.

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뚜벅. 뚜벅.

구두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벽 사이로 회색 코트를 입은 박태수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무장한 협회 요원들이 도열해 있었다.

박태수는 잿더미가 된 현장과,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내 몰골을 번갈아 보았다.

그는 들고 있던 마력탄 권총을 천천히 홀스터에 꽂아 넣었다.

"끝났나?"

"......어."

"최민석은?"

나는 바닥에 수북이 쌓인 검은 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박태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그는 뒤에 선 요원들에게 손짓했다.

"시신 수습하고, 현장 통제해. 외부인 출입 철저히 막아라."

"팀장님, 저 자는요? 체포해야..."

신입 조사관이 나를 가리키며 당황한 듯 물었다.

박태수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저 자는 피해자다. 오로라 길드에 인질로 잡혀 있다가, 우리가 진입하면서 구조된 걸로 처리한다."

"네? 하지만 저 자가 강진혁..."

"내 말 못 들었어? 시키는 대로 해!"

박태수가 버럭 소리쳤다. 요원들이 쭈뼛거리며 물러났다.

박태수는 내게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가라. 어머니 모시고."

"......왜?"

"네가 더러운 청소를 다 했으니까. 일당은 줘야지."

박태수는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검은색 카드키. 오로라 길드의 마크가 찍혀 있었다.

"최민석의 개인 금고에서 압수한 거다. 연구소 VVIP 출입증이더군."

박태수가 담배를 꺼내 물며 작게 속삭였다.

"거기 가면 약이 더 있을 거야.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

"......"

"하지만 기억해라. 다음엔 안 봐준다. 민간인 피해가 나오거나 선을 넘으면, 그때는 내 손으로 널 죽인다."

나는 카드키를 꽉 쥐었다.

"그럴 일 없을 거야."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박태수와 요원들을 지나쳐, 무너진 계단을 향해 걸었다. 아무도 나를 막지 않았다.

60층 펜트하우스 구석.

어머니는 휠체어에 앉은 채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계셨다.

"어머니."

나는 피 묻은 손을 옷에 닦아내고, 어머니를 조심스럽게 등에 업었다.

가벼웠다. 너무 가벼워서 가슴이 시렸다.

하지만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따뜻했다.

살아있다.

그거면 됐다.

나는 어머니를 업고, 길고 긴 비상구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12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4,120자
  • 장면 수: 3개 (최민석과의 추락 전투 -> 최민석 처단 및 억제제 복용 -> 박태수와의 대화 및 탈출)
  • 등장 캐릭터: 강진혁, 최민석(사망), 박태수, 신입 조사관, 어머니
  • 메인 플롯 비트: 최종 보스 최민석 처단. 복수 완료.
  • 서브플롯 진행:
    • Sub A (치료제): 억제제 획득. 24시간 시한부 인생 확정.
    • Sub C (추적자): 박태수가 진혁을 피해자로 위장시켜 방조함. 조력자 포지션 확립.
  • 공개된 정보: 억제제의 한계 (24시간).
  • 심은 복선: 박태수가 건넨 연구소 VVIP 카드키.
  • 회수한 복선: 마물화 진행률 99% 도달 위기.
  • 클리프행어: [유형 2] 폭로/반전 (허무함) - 승리했지만 시한부 인생은 계속됨.
  • 템포: 고속 → 저속

제13화: 출근하는 괴물

일주일 후.

나는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깔끔하게 다려진 네이비색 정장. 단정하게 맨 푸른색 넥타이.

왼쪽 뺨을 덮고 있던 흉측한 화상 자국은 옅어졌다. 억제제 덕분에 흑염이 동면에 들어가자, 육체의 변이도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이다.

컨실러를 톡톡 두드려 바르자, 흉터는 거의 티가 나지 않았다.

"진혁아, 밥 먹어라."

주방에서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네, 가요."

식탁에는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와 노릇하게 구워진 계란말이가 차려져 있었다.

평범한 아침 밥상.

어머니는 오로라 길드 병원에서 퇴원하신 후, 몰라보게 건강을 회복하셨다.

나는 숟가락을 들었다.

달그락.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약효 지속 시간: 3시간 20분]

시야 구석에 반투명하게 떠 있는 붉은 타이머. 초침이 줄어들 때마다 혈관 깊은 곳에서 흑염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주머니에서 작은 알약 통을 꺼냈다.

최민석의 펜트하우스에서 챙긴 액상 억제제를, 내가 임의로 고체화시켜 캡슐에 담은 것이다.

"어디 아프니? 손을 떠네."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셨다.

"아뇨. 그냥... 비타민이에요. 피로회복제."

알약을 입에 넣고 물로 삼켰다.

식도를 타고 내려간 약기운이 심장에 닿자, 미세한 떨림이 멎었다. 타이머가 다시 24시간으로 리셋되었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신다.

내가 일주일 전 무슨 짓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어떤 괴물과 싸웠는지.

그저 내가 헌터 일을 그만두고, 운 좋게 평범한 무역 회사에 취직한 줄로만 아신다.

"찌개 식겠다. 어서 먹어. 첫 출근인데 든든하게 가야지."

"네. 잘 먹겠습니다."

된장찌개의 구수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거짓된 평화.

하지만 나는 이 거짓말을 지키기 위해 내 영혼이라도 팔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차 조심하고, 상사한테 깍듯이 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아침 햇살이 눈 부셨다.

나는 지하철역으로 걸어갔다.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섞였다.

만원 지하철. 누군가의 백팩에 눌리고, 땀 냄새와 싸구려 향수 냄새가 뒤섞인 공기. 피로에 찌든 직장인들의 무표정한 얼굴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는 피와 살이 튀는 지옥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옥철에 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평범하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평범함이 얼마나 얇은 살얼음판 위인지. 약을 하루라도 거르면, 나는 다시 걸어 다니는 재앙이 되어 이 사람들을 찢어발길 것이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포털 사이트 메인 뉴스를 확인했다.

[오로라 길드, 신임 길드장 선출... "전임 길드장의 일탈, 뼈를 깎는 쇄신할 것"]

[헌터 협회, 불법 생체 실험 수사 조기 종결. "꼬리 자르기 논란"]

[정부, 헌터 규제 완화 법안 통과]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최민석이라는 거대한 악을 죽였지만, 그건 거대한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오로라 길드는 발 빠르게 꼬리를 잘랐다. 협회는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덮었고, 정치인들은 여전히 길드의 돈을 먹으며 법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연구소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내 생명줄인 억제제를 생산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강진혁을, 또 다른 괴물들을 찍어내고 있겠지.

띠링.

문자가 왔다. 발신자 표시 제한.

[카드키 유효기간, 오늘 자정까지야.]

박태수였다.

[오늘 밤. 연구소 지하 3층. '물건' 들어온다.]

나는 덤덤하게 문자를 삭제했다.

지하철이 한강 철교를 지나며 눈부신 햇빛이 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유리창에 내 얼굴이 비쳤다.

단정한 넥타이를 맨 평범한 회사원의 얼굴.

하지만 그 눈동자 깊은 곳에는, 억제제로도 완전히 가려지지 않은 칠흑 같은 흑염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번 역은, 강남. 강남역입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넥타이를 살짝 느슨하게 풀었다.

"야근이 좀 길어지겠군."

진짜 사장 놈들을 잡을 때까지.

내 퇴직금 정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Part 1 완결]

[Part 2: 그림자 정부 편에서 계속됩니다.]


13화 메타 정보

  • 총 글자 수: 3,150자
  • 장면 수: 3개 (집에서의 아침 식사 -> 출근길 지하철 -> Part 2 예고)
  • 등장 캐릭터: 강진혁, 어머니, 박태수(문자)
  • 메인 플롯 비트: 일상으로의 복귀(위장).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처단자로서의 이중생활 시작.
  • 서브플롯 진행: 모든 서브플롯이 Part 2를 위한 셋업으로 전환됨.
  • 공개된 정보: 최민석 사건은 은폐되었고, 거대한 흑막(정부/협회)은 건재함.
  • 심은 복선: '오늘 밤 물건 들어온다'는 박태수의 정보 (Part 2 첫 에피소드 떡밥).
  • 회수한 복선: 12화에서 받은 VVIP 카드키의 사용 기한.
  • 클리프행어: [유형 6] 선택의 기로 (새로운 시작) -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싸움을 준비함.
  • 템포: 저속 → 중속 (기대감 고조)

Batch 2 완료 요약

진행 상황 트래커 업데이트

  • 메인 플롯 진행률: 13/13 (Part 1 완결). Part 2(장편)를 위한 도입부 완성.
  • 활성 서브플롯:
    • A (치료제): 억제제 의존 상태 지속. 연구소 파괴 및 완전한 치료제 원천 기술 확보가 Part 2의 목표.
    • C (추적자): 박태수와의 공조 관계(비공식) 확립. 빛과 그림자의 역할 분담.
  • 미공개 정보: 흑염의 기원(던전의 진짜 주인), 정부와 오로라 길드의 커넥션 실체.
  • 활성 복선: 박태수가 준 카드키, 연구소 지하 3층의 '물건'.
  • 회수 완료 복선: 최민석의 정체, 어머니 구출, 억제제의 한계.

일관성 검증

  • 캐릭터: 강진혁이 복수를 마쳤음에도 허무함과 현실적 제약(약물 의존)을 안고 가는 모습이 느와르 장르에 완벽히 부합함.
  • : 해피엔딩이 아닌 '유예된 엔딩'으로 마무리하여, 장편 연재를 위한 긴장감과 독자의 결제 기대감을 유지함.

작가의 말

13화라는 짧은 분량 안에 기승전결을 담느라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Part 1은 강진혁이라는 캐릭터의 탄생기(Origin Story)였습니다.
이제 Part 2에서는 그가 이 썩어빠진 세상과 어떻게 싸워나가는지,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획하신 <저주받은 각성: 흑염>의 Part 1 (제1~13화, 프롤로그 아크) 집필이 모두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타겟 독자층(3050 남성, 시니어)의 니즈에 맞춘 '느와르적 복수', '확실한 사이다', 그리고 '일상에 대한 갈망'이 13화라는 압축된 분량 안에 밀도 있게 담겼습니다. 특히 프로 작가 작법(비가 법칙, 한산이가 법칙, 온도차 문체)을 철저히 적용하여, 모바일 환경에서의 가독성과 상업적 후킹 포인트를 극대화했습니다.

이제 Part 1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장기 연재(Part 2)로 넘어가기 위한 다음 단계를 제안해 드립니다.


📊 Part 1 프로젝트 완료 종합 리뷰

1. 상업성 및 장르 공식 검증

  • 유료 전환 포인트 (3화): '복수'라는 1차원적 목표에서 '치료제 획득(인간으로의 귀환)'이라는 장기 퀘스트로 전환하며 독자의 결제 명분을 확실히 구축했습니다.
  • 사이다 리듬 (고구마 제어): 적(김철수, 이수진, 최민석)이 도발하거나 위기를 만들 때, 주인공이 망설임 없이 압도적인 폭력으로 처단하여 시니어 독자층이 가장 싫어하는 '고구마(답답함)'를 원천 차단했습니다.
  • 엔딩의 여운 (13화): 복수를 완료했음에도 '24시간 시한부'라는 페널티를 남겨, 독자들이 다음 시즌(Part 2)을 기대하고 결제를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확보했습니다.

2. 캐릭터 및 세계관 안착

  • 강진혁 (주인공): 감정 과잉 없이 건조하고 냉소적인 톤을 유지하면서도, 어머니와 무고한 시민을 향한 '최소한의 인간성'을 남겨두어 입체적인 안티히어로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 박태수 (조력자/라이벌): 주인공을 일방적으로 돕는 평면적 조연이 아니라, '법과 정의'라는 자신의 아젠다를 가지고 움직이는 매력적인 라이벌 포지션을 구축했습니다.
  • 흑염 (능력): 단순한 불꽃이 아니라 '불행을 전염시키는 저주'라는 패널티를 부여해, 매 전투마다 긴장감을 유발하는 훌륭한 장치로 작용했습니다.

🚀 Part 2: [그림자 정부 편] 연재 확장 제안

13화 엔딩에서 던진 떡밥(박태수의 문자: 연구소 지하 3층 '물건')을 바탕으로, Part 2의 초반부(Batch 3) 플롯 방향성을 제안합니다.

[Batch 3: 제14화 ~ 제18화] 기획안 (가칭: 연구소 잠입 아크)

  • 목표: 주인공의 억제제 수급처 확보 및 '물건(새로운 실험체 또는 흑막의 증거)' 탈취.
  • 새로운 갈등: 최민석의 죽음 이후, 오로라 길드를 장악한 **'신임 길드장(정부 측 낙하산 인사)'**의 등장. 그는 최민석보다 훨씬 교활하고 정치적인 인물로 설정.
  • 주인공의 이중생활: 낮에는 평범한 무역 회사(사실은 박태수가 위장 취업시킨 협회 측 유령 회사)의 직장인, 밤에는 억제제 시간을 계산하며 연구소를 터는 '처단자'의 삶이 교차 전개됨. (일상의 건조함 ↔ 전투의 처절함 대비 극대화)

🛠️ 다음 작업 선택 가이드

작가님, 다음으로 진행하실 작업을 아래 옵션 중에서 선택해 주시거나 자유롭게 지시해 주세요.

  1. Part 2 집필 시작 (Batch 3): 제14화~18화의 상세 플롯을 짜고 바로 연재를 이어갑니다.
  2. Part 1 윤문 및 퇴고: 완성된 1~13화를 바탕으로 오탈자, 설정 충돌 점검, 시점 및 문장 리듬을 최종 다듬는 폴리싱 작업을 진행합니다.
  3. 설정집 추출 (Bible 생성): 1~13화까지 등장한 설정(흑염, 포식, 블루 블러드, 오로라 길드 등)과 캐릭터 정보를 문서화하여 장기 연재를 위한 '설정 바이블'을 구축합니다.
  4. 연재 플랫폼 투고용 소개글 작성: 문피아/시리즈 등에 런칭하기 위한 작품 소개글(시놉시스, 후킹 멘트, 태그)을 작성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요?

STEP 9: episode_revision

제9화: 선전포고

빗줄기가 하수구 출구로 들이쳤다. 차가웠다. 아니, 시렸다.

다리 밑, 썩은 물이 흐르는 개천가. 쥐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 이곳이 내 은신처였다.

"으드득..."

편의점에서 훔친 소주를 상처에 들이부었다. 타는 듯한 고통에 입술을 깨물었다. 달궈진 단검이 살을 찢고 들어갔다. 근육이 경련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땡그랑.

피 묻은 납덩어리가 바닥을 굴렀다.

[저주 '흑염'이 손상된 조직을 강제로 접합합니다.]

[고통 수치: 최상]

검은 불꽃이 실처럼 엉겨 붙어 찢어진 살을 꿰맸다. 살이 타는 냄새. 새 살이 돋는 역겨운 감각. 구역질이 올라왔다.

"하아... 하아..."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하늘은 온통 회색이었다. 빌어먹을 내 인생처럼.

[남은 시간: 25일 08시간]

시간은 충분하다. 문제는 내 몸뚱이다.

박태수의 총격, 헌터들의 추격, 그리고 흑염의 잠식. 지금 나는 폭발 직전의 불발탄이나 다름없었다. 건드리면 터진다. 누구든, 무엇이든.

징-.

주머니 속 대포폰이 진동했다.

발신자 표시 제한. 최민석이다.

젖은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용건."

[목소리가 거치네. 많이 아픈가 봐?]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 놈은 지금 파티 중이다.

[재미있는 걸 보여줄게. 지금 뉴스 틀어봐.]

"볼 기분 아니다."

[안 보면 후회할 텐데. 네 어머니가 나오시거든.]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벌떡 일어나 다리 위로 기어 올라갔다. 전광판이 보이는 곳까지 미친 듯이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느껴지지 않았다.

상가 건물 외벽의 대형 스크린.

[속보] 오로라 길드, 테러 용의자 강진혁의 모친 '보호' 조치.

화면에는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가 있었다. 창백한 얼굴. 링거를 꽂은 팔. 그리고 그 뒤에 서서 어깨를 감싸 쥐고 있는 최민석.

"......"

최민석이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강진혁 씨가 이 방송을 보고 있다면, 부디 자수하시길 바랍니다. 어머님은 저희 길드 병원에서 최고 수준의 '보호'를 받고 계십니다."

보호? 인질이다.

최민석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마치 내 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입꼬리가 미세하게 비틀렸다.

"하지만 어머님의 병세가 위중하셔서... 오늘 밤을 넘기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입모양이 움직였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읽을 수 있었다.

'와서 죽어.'

화면이 광고로 바뀌었다.

나는 빗속에 멍하니 서 있었다. 빗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차가웠다.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맺혔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콰아앙!

발밑의 아스팔트가 검게 폭발했다.

주차되어 있던 차들의 경보기가 일제히 울부짖었다. 가로등이 팡팡 터져 나갔다.

[살의가 임계점을 초과합니다.]

[저주 '흑염'이 폭주 모드에 진입합니다.]

[주변의 모든 행운을 소각합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재앙의 시작이었다.

나는 대포폰을 귀에 댔다.

"최민석."

[보고 있었구나.]

"기다려."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분노가 극에 달하면 오히려 차가워진다는 걸, 머리가 맑아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숨바꼭질은 끝났다."

품 안의 약병을 꺼냈다. 남은 절반의 억제제. 이걸 마시면 흑염을 누를 수 있다. 인간으로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와장창!

약병을 바닥에 던졌다. 푸른 액체가 빗물에 섞여 하수구로 흘러갔다.

[...미쳤군. 약을 버려?]

"약은 필요 없어."

눈동자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흰자위는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만이 남았다.

"오늘 밤, 내가 네 약이 될 테니까."

전화를 끊었다.

목적지는 강남. 오로라 길드 본사.

더 이상 숨지 않는다. 피하지 않는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간판이 떨어지고, 신호등이 오작동하고, 맨홀이 역류했다.

도시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재앙이 걸어가고 있었다.


제10화: 지옥의 문을 열다

오로라 길드 본사 '오로라 타워'.

지상 60층. 대한민국 헌터 산업의 상징이자 난공불락의 요새. 로비에는 수십 명의 경비 헌터와 자동 방어 터렛이 개미떼처럼 깔려 있었다.

"경계 강화해! 놈이 올지도 모른다!"

보안 팀장의 고함.

그때, 회전문이 천천히 돌아갔다.

끼이익...

비에 젖은 검은 정장의 남자.

물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로비의 적막을 깼다.

"강진혁이다!"

"사격 개시!"

다다다당!

방어 터렛에서 마력탄이 쏟아졌다. 경비 헌터들이 일제히 영창을 시작했다.

나는 걷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저주 '불행'이 광역으로 확산됩니다.]

피슉. 피슉.

터렛의 총구가 틱틱거리더니 엉뚱한 곳으로 돌아갔다.

"어? 야! 기계가 왜 이래!"

터렛이 아군인 경비원들을 향해 난사되기 시작했다.

"으악! 끄아악!"

마법사들의 지팡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마, 마력 역류다! 영창이 꼬였어!"

펑! 퍼벙!

스스로의 마법에 휘말린 헌터들이 볼링핀처럼 나뒹굴었다. 아수라장.

나는 그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총알이 나를 피해 갔다. 파이어볼이 내 머리 위 전등을 맞췄다.

와장창!

거대한 샹들리에가 보안 팀장의 정수리로 떨어졌다.

"으, 으아..."

깔린 팀장이 신음했다. 나는 그의 앞을 지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작동하지 않았다.

"아, 맞다."

내가 오면 기계가 고장 나지.

비상구 계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정예 헌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A급 헌터들로 구성된 '오로라 별동대'.

"여기까지다, 강진혁."

별동대장이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들었다.

"우린 기계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다. 순수한 무력으로 널..."

우지끈.

대장이 밟고 있던 대리석 바닥이 꺼졌다.

"어?"

지하 주차장 천장이 붕괴했다. 하필 지금. 하필 그가 서 있는 곳만.

"대장님!"

대장이 구멍으로 사라졌다. 남은 대원들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질렸다.

"저, 저 새끼 뭐야..."

"재수 옴 붙는다! 가까이 가지 마!"

그들은 무기를 들고도 뒷걸음질 쳤다. 공포. 가장 원초적인 공포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비켜."

작게 읊조렸지만, 로비 전체에 울렸다.

"죽기 싫으면."

홍해 갈라지듯 길이 열렸다.

A급 헌터들이, 몬스터를 때려잡던 영웅들이, F급 짐꾼 하나가 무서워 길을 터주고 있었다.

나는 뚜벅뚜벅 계단을 올랐다.

1층, 2층, 3층...

60층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몸은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한 층을 오를 때마다 심장이 타는 듯이 아팠다. 억제제 없이 흑염을 쓴 대가였다.

[경고: 생명력이 빠르게 소진됩니다.]

[심장 박동 수: 180... 190...]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폐가 찢어질 것 같았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들이 갑니다.

로비의 소란이 아득해질 무렵, 20층 상황실 모니터 앞.

최민석은 와인을 흔들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하하! 대단해! 정말 대단해!"

박수를 쳤다.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저게 바로 내가 원하던 힘이야. 운명을 비틀고, 인과율을 무시하는 절대적인 재앙!"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그림자 괴물이 그의 등 뒤에서 혀를 낼름거렸다.

[맛있겠다... 저 절망... 저 분노...]

"길드장님! 1층이 뚫렸습니다! 별동대도 무력화됐습니다!"

부관이 다급하게 보고했다.

"어머님을... 인질로 쓸까요?"

최민석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멍청한 놈."

퍼억!

최민석의 손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 촉수가 부관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헉..."

"인질은 여기까지 오게 만드는 미끼였을 뿐이야. 밥상이 차려졌는데 숟가락을 치우면 쓰나."

최민석은 부관의 시체를 쓰레기처럼 바닥에 던졌다.

"문을 열어둬라."

"네? 하, 하지만..."

"놈을 펜트하우스로 안내해. 내 식사 시간이니까."

최민석은 와인을 단숨에 들이켰다.

"어서 와라, 진혁아. 내가 너를 완성시켜 줄게."

같은 시각, 20층 비상구.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계단에는 쓰러진 헌터들이 즐비했다. 나를 막으려던 놈들은 모두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 계단에서 구르거나, 무기가 폭발하거나, 심장마비가 오거나.

시체 산을 밟고 올라갔다. 피 냄새가 진동했다.

그때, 위쪽 계단참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회색 코트. 박태수였다.

그는 총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손에 서류 뭉치를 들고 있었다.

"......"

나는 멈춰 섰다.

"비켜. 당신이랑 싸울 시간 없어."

"알아."

박태수가 서류를 툭툭 쳤다.

"압수수색 영장이다. 10분 전에 발부됐지."

"......뭐?"

"최민석의 불법 실험, 횡령, 그리고 살인 교사 혐의."

박태수가 내게 길을 비켜주며 벽에 등을 기댔다.

"나는 법대로 한다. 지금부터 이 건물은 범죄 현장이고, 최민석은 현행범이야."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경찰이 도착하려면 30분은 걸려."

30분.

그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눈감아주겠다는 뜻이다. 공백의 시간.

"왜...?"

"네가 말했지. 법이 썩었다고."

박태수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가끔은 썩은 부위를 도려내는 백정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야."

그는 라이터를 켰지만, 불이 붙지 않았다. 내 불행 때문이었다. 틱, 틱.

박태수는 헛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구겨버렸다.

"가라. 네 어머니는 50층 병동에 있다. 내 부하들이 그쪽으로 이동 중이야."

"......고맙다."

나는 다시 계단을 올랐다.

박태수의 등 뒤로 내 흑염의 잔재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는 적이 아니었으니까.

속도를 높였다.

이제 장애물은 없다.

오직 최민석, 그 새끼뿐이다.


제11화: 지옥도(地獄圖)

50층 병동.

"어머니!"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텅 비어 있었다. 링거대는 쓰러져 있고, 침대 시트는 차가웠다.

늦었다.

그때, 병실 TV가 지직거리며 켜졌다.

[여기로 와라, 진혁아. 60층이다.]

화면 속 최민석이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어.]

카메라가 돌아가며 펜트하우스 내부를 비췄다. 수십 개의 배양조가 늘어서 있었다. 배양조 안에는 기괴하게 뒤틀린 괴물들이 떠 있었다.

실패한 실험체들.

나처럼 납치되어 강제로 적합 수술을 받은 피해자들.

"으아아아!"

주먹을 휘둘러 TV를 박살 냈다. 파편이 튀었다.

60층.

비상구를 박차고 나갔다.

펜트하우스 앞. 육중한 강철 문이 흑염에 닿자마자 촛농처럼 녹아내렸다.

내가 발을 들여놓자마자, 역한 피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왔구나."

최민석은 거대한 옥좌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어머니가 잠들어 있었다. 다행히 가슴이 오르내리고 있었다.

"어머니를 놔줘."

"물론이지. 네가 나한테 먹히면, 어머니는 살려줄게. 약속하마."

최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그림자가 벽을 타고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자, 보여줘 봐. 네가 가진 그 흑염의 맛을."

쿠구구궁!

최민석의 그림자에서 수백 개의 검은 촉수가 튀어나왔다.

"죽어!"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스킬: 흑염 폭발(D) 발동]

주먹에서 검은 불기둥이 뿜어져 나갔다.

하지만 최민석은 피하지 않았다. 촉수들이 내 불꽃을 감쌌다.

치이익... 꿀꺽.

"......!"

불꽃이 사라졌다. 아니, 먹혔다.

"맛있네. 매콤하고."

최민석이 혀로 입술을 핥았다.

"마법도, 저주도, 불행도. 나한테는 그저 칼로리일 뿐이야."

그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촉수 하나가 내 발목을 휘감았다.

"크윽!"

내동댕이쳐졌다. 대리석 바닥이 부서지며 몸이 굴렀다.

"안 통한다니까."

최민석이 천천히 걸어왔다.

"넌 그냥 밥이야. 아주 잘 차려진 밥상."

비틀거하며 일어났다. 흑염이 안 통한다. 불행도 안 통한다. 놈은 내 완벽한 상성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배양조 안에 있는 괴물들이 보였다.

실패작들. 고통 속에 죽어간 원혼들.

그들이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유리벽을 긁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도와줘...'

'죽여줘...'

목소리가 들렸다. 환청이 아니었다. 흑염이 그들의 원한에 반응하고 있었다.

[공명: 죽은 자들의 원한]

[저주 '흑염'이 새로운 연료를 발견했습니다.]

가슴 속 불꽃이 미친 듯이 타올랐다. 내 생명력만이 아니었다. 이 공간에 가득 찬 죽음의 기운이 나에게 힘을 빌려주고 있었다.

"최민석!"

다시 주먹을 쥐었다. 이번엔 붉은빛이 감도는 칠흑의 불꽃이었다.

"먹을 수 있으면 먹어봐라. 배가 터져 죽을 테니까!"

콰아아아!

내가 쏘아 보낸 불꽃이 펜트하우스를 집어삼킬 기세로 덮쳤다.

최민석의 표정이 처음으로 굳었다.

"이... 이건 너무 많아!"

그가 촉수로 방어막을 쳤지만, 흑염은 촉수를 태우고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최민석의 왼팔에 불이 붙었다.

"이 자식이!"

최민석의 몸이 기괴하게 부풀어 올랐다.

쩌저적.

양복이 찢어지고, 피부가 벗겨졌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시커먼 점액질로 뒤덮인, 눈이 세 개 달린 괴물이었다.

"본모습을 드러냈구나."

피를 토하며 웃었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겠네. 괴물 대 괴물로."

[시스템 경고: 생명력이 10% 미만입니다.]

[마물화 진행률: 85%]

시간이 없다.

마지막 남은 생명력을 태웠다. 오늘 여기서, 우리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 아니, 둘 다 죽을지도 모른다.

어머니... 죄송해요. 불효자는 먼저 갑니다.

나는 괴물을 향해 몸을 던졌다.


제12화: 거짓된 구원

"키에에에에엑!"

괴물이 된 최민석이 비명을 질렀다. 쇳소리와 짐승의 울음이 섞인 소음.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의 거대한 손이 나를 덮쳤다.

쾅!

바닥이 꺼지며 우리는 아래층으로 추락했다. 59층. 58층. 콘크리트 벽을 뚫고 계속 떨어졌다. 먼지와 파편이 시야를 가렸다.

"크헉..."

갈비뼈가 부러졌다. 내장이 파열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놈의 목덜미를 놓지 않았다.

"타라... 타버려라..."

내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염이 놈의 점액질 피부를 지졌다.

"꺼져! 떨어져!"

최민석이 촉수로 내 몸을 관통했다.

푸욱!

복부에 구멍이 뚫렸다. 뜨거운 피가 솟구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즉사했을 상처.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흑염이 상처 부위를 강제로 메우며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었다. 좀비처럼.

"너... 너 뭐야! 왜 안 죽어!"

최민석이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놈은 포식자였지만, 동시에 겁쟁이였다. 자신보다 약한 자만 잡아먹어 온 놈은,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미친개를 당해낼 수 없었다.

"내 퇴직금... 받아야지."

나는 놈의 눈알 하나를 손가락으로 찔러 터트렸다.

"키에엑!"

놈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놈의 가슴팍에 손을 박어넣었다. 물컹한 감촉.

심장. 마력의 코어.

"잡았다."

[스킬: 흑염 폭주(S) 발동]

[대상을 내부에서부터 소각합니다.]

내 모든 마력을, 내 모든 생명을 쏟아부었다.

화르륵!

최민석의 몸 안에서 검은 불길이 폭발했다. 피부 아래서 붉은 빛이 번쩍였다.

"안 돼! 나는... 나는 왕이 될..."

놈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퍼앙!

검은 재가 되어 터져 나갔다.

정적.

무너진 55층 회의실.

나는 재가 되어버린 최민석의 잔해 위에 쓰러져 있었다.

이겼다. 복수는 끝났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마물화 진행률: 99%]

시야가 점점 좁아졌다. 의식이 희미해졌다.

이대로 괴물이 되는 건가. 아니면 죽는 건가.

그때, 잿더미 속에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유리병이었다. 최민석의 몸속에 품고 있던, 단 하나의 '완성된 억제제'. 기적적으로 깨지지 않았다.

기어서 그것을 집었다. 뚜껑을 딸 힘도 없어서, 병 목을 깨물어 부셨다.

와작.

유리 조각과 함께 액체를 삼켰다.

꿀꺽.

차가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불타던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

[경고: 강력한 마력 억제제가 투여되었습니다.]

[흑염이 강제 동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마물화 진행이 멈춥니다.]

"하아..."

숨이 쉬어졌다. 일그러졌던 피부가, 튀어나왔던 핏줄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살았다.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유리창 너머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서울의 아침. 어젯밤의 지옥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평화로운 햇살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약은 치료제가 아니다.

[효과 지속 시간: 24시간]

[매일 복용하지 않으면 흑염이 다시 깨어납니다.]

쓴웃음이 나왔다.

자유는 없다. 나는 이제 약에 의존해야만 살 수 있는 마약 중독자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 약을 만들 수 있는 건...

"오로라 길드 연구소뿐이지."

최민석은 죽었다. 하지만 연구소는 남아 있다. 협회도 남아 있다. 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뚜벅. 뚜벅.

발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벽 사이로 박태수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무장한 협회 요원들이 있었다.

박태수는 내 몰골을 보더니, 총을 거뒀다.

"끝났나?"

"......어."

"최민석은?"

바닥의 재를 가리켰다.

박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그는 요원들에게 손짓했다.

"시신 수습하고, 현장 통제해."

"팀장님, 저 자는요? 체포해야..."

"저 자는 피해자다. 인질로 잡혀 있다가 구조된 걸로 처리한다."

"네?"

"내 말 못 들었어? 시키는 대로 해!"

박태수가 소리쳤다. 요원들이 쭈뼛거리며 물러났다.

박태수는 내게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가라. 어머니 모시고."

"......왜?"

"네가 청소를 다 했으니까. 일당은 줘야지."

박태수는 내 손에 무

제11화: 지옥도(地獄圖)

쾅!

경첩이 뜯겨나간 문짝이 복도 반대편 벽에 처박혔다. 501호. VIP 병동의 정적을 깨뜨린 것은 내 발길질이었다.

"어머니!"

대답 대신 찢어진 커튼만 에어컨 바람에 흔들렸다.

병실 안은 난장판이었다. 링거대는 쓰러져 수액을 토해내고 있었고, 바닥에 흩어진 차트들이 밟혔다.

가장 중요한 침대 위. 텅 비어 있었다.

시트에 손을 댔다.

"……."

차가웠다. 온기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박태수가 시간을 벌어주었지만, 최민석은 그보다 더 빠르고 교활했다. 놈은 애초에 약속을 지킬 생각이 없었던 거다.

입술을 씹었다. 비릿한 피 맛이 혀끝에 돌았다.

치직.

벽에 걸린 TV가 제멋대로 켜졌다. 노이즈가 걷히자 와인잔을 든 남자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늦었네, 강진혁.]

최민석이었다. 놈의 뒤로 펼쳐진 서울의 야경이 놈의 위치를 말해주고 있었다. 60층. 놈의 왕국, 펜트하우스.

[관객들이 기다려. 주인공이 지각하면 쓰나.]

카메라 앵글이 돌아갔다. 화면 한구석, 휠체어에 힘없이 늘어진 여자가 보였다.

어머니였다.

"이 개새끼가……!"

[쉿. 욕은 삼가. 어머님 주무시잖아.]

최민석이 휠체어 손잡이를 툭툭 쳤다.

[걱정 마. 그냥 재운 거야. 깨어 있는 상태로 아들내미가 찢겨 죽는 걸 보면 충격받으실까 봐. 내 나름의 배려지. 안 그래?]

화면 속의 최민석이 킬킬거렸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펜트하우스의 안쪽, 어둠에 잠겨 있던 공간이 드러났다.

그곳은 전시장이었다.

거대한 원통형 유리관들이 수십 개 도열해 있었다. 초록색 형광 용액이 가득 찬 배양조 안에는 사람이, 아니, 한때 사람이었던 것들이 떠 있었다.

팔이 세 개 달린 기형적인 몸뚱이, 피부가 녹아내려 근육이 훤히 드러난 여자, 머리만 비대하게 부풀어 오른 아이.

[익숙하지?]

최민석이 유리관을 손가락으로 딱, 튕겼다.

[다 너 같은 놈들이었어. '적합자' 판정을 받고 희망에 부풀어 내 발로 찾아온 그릇들.]

"……."

[근데 다들 너무 약해 빠졌어. 던전의 마력을 조금만 주입해도 금방 금이 가버리더군. 버티질 못하고 펑, 펑 터져 나갔지. 이 쓰레기들처럼.]

최민석의 눈이 카메라 렌즈를 뚫을 듯 번뜩였다.

[하지만 넌 달라. 넌 완벽해. 공허의 틈에서 그 엄청난 흑염을 받아들이고도 자아를 유지하고 있잖아. 내 컬렉션의 정점이 될 자격이 있어.]

"아가리 닥쳐."

[빨리 와. 밥 식겠다.]

뚝.

화면이 꺼졌다. 검은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일그러진 눈, 핏발 선 눈동자.

나는 TV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콰직!

액정이 박살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손등이 찢어져 피가 흘렀지만 통증 따위는 사치였다.

60층.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비상구로 달렸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시간 따위는 없었다.

계단을 오르는 내내 흑염이 혈관을 타고 끓어올랐다. 심장이 터질 듯 박동했다.

[경고: 살의가 육체의 한계를 초과하고 있습니다.]

[마물화 진행률: 72%]

시야의 가장자리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안 돼. 이성을 놓으면 안 된다. 괴물이 되면 어머니를 알아볼 수 없다.

나는 허벅지 살을 손톱으로 꼬집어 뜯으며 정신을 다잡았다. 피가 흐르고 고통이 뇌를 찔렀다. 그제야 흐릿해지던 시야가 조금씩 돌아왔다.

55층. 58층. 59층.

마침내 60층. 펜트하우스로 통하는 육중한 강철 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지문 인식기와 홍채 인식기, 그리고 폭약으로도 뚫기 힘들다는 특수 합금 도어.

하지만 내게 열쇠 따위는 필요 없다.

나는 강철 문에 양손을 짚었다.

"열려라."

치이이익!

검은 불꽃이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와 강철을 핥았다.

두께 20센티미터의 특수 합금이 버터처럼 녹아내렸다. 붉은 쇳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며 매캐한 연기를 피워 올렸다.

나는 반쯤 녹아내린 문짝을 어깨로 밀어버렸다.

쾅!

열기와 함께 펜트하우스 내부의 공기가 밀려왔다.

역한 피비린내. 그리고 코를 찌르는 소독약 냄새. 지옥의 냄새였다.

"왔구나."

최민석은 방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가죽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그의 발치에는 어머니가 탄 휠체어가 있었다.

"어머니를 놔줘."

나는 한 걸음 안으로 들어섰다. 카펫이 내 발밑에서 검게 타들어 갔다. 내 걸음마다 검은 발자국이 남았다.

"물론이지. 네가 나한테 얌전히 먹혀주면, 어머님은 살려줄게. 약속하마."

최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서자, 방 안의 조명이 파직거리며 어두워졌다. 전구들이 비명을 지르듯 깜빡거렸다.

그의 발밑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더니, 벽을 타고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물리 법칙을 무시한 어둠이었다.

"자, 보여줘 봐. 네가 가진 그 흑염의 맛을."

최민석이 양팔을 벌렸다. 환영 인사라도 하듯이.

그의 그림자에서 시커먼 촉수 수십 개가 뱀처럼 튀어나와 허공을 꿈틀거렸다.

"죽어!"

나는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스킬: 흑염 폭발(D) 발동]

오른주먹에 흑염을 한계까지 끌어모았다. 공기가 일그러질 정도의 고열. 눈앞의 모든 것을 태워버리겠다는 일념뿐이었다.

최민석의 안면을 향해

Batch 2: 제12화~제13화

제12화: 거짓된 구원

"키에에에에엑!"

고막이 찢어지는 파열음.

사람의 목구멍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었다. 쇠를 쇠로 긁어내는 듯한 비명이 펜트하우스의 방탄유리를 진동시켰다.

최민석의 거대한 앞발이 시야를 덮었다.

피하지 않았다. 나는 핏빛 흑염이 엉겨 붙은 주먹을 놈의 관절을 향해 질렀다.

쾅―!

충돌.

공기가 터져 나갔다. 충격파가 60층 펜트하우스 내부를 휩쓸었다. 수십 개의 배양조가 동시에 박살 났다. 쏟아진 초록색 보존액이 바닥을 적셨고, 유리 파편이 산탄처럼 튀었다.

우지끈!

대리석 바닥이 비명을 질렀다. 하중을 견디지 못한 철골이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크윽!"

바닥이 꺼졌다.

우리는 뒤엉킨 채 허공으로 추락했다.

59층. 58층. 57층.

층간 슬래브를 뚫고 떨어지는 동안, 철근이 어깨를 찢고 콘크리트 덩어리가 정강이를 강타했다. 중력이 내장을 쥐어짜는 듯한 부유감. 입안에서 비릿한 핏물이 터졌다.

하지만 나는 놈의 멱살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타라... 타버려."

손아귀에 힘을 주자 흑염이 놈의 점액질 피부를 파고들었다. 치이익, 살 타는 냄새가 역하게 올라왔다.

"꺼져! 이거 놓으라고!"

최민석이 발악했다. 놈의 등에서 돋아난 촉수들이 채찍처럼 내 등과 옆구리를 후려쳤다. 살점이 뜯겨나가고 뼈가 드러났다.

고통?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내게 남은 감각은 오직 하나. 놈을 죽이겠다는 살의뿐이었다.

쿠와앙!

추락이 멈췄다. 55층 대회의실.

고급 마호가니 테이블 위로 처박혔다. 나무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천장의 스프링클러 배관이 터지며 물줄기가 쏟아졌다.

"콜록, 쿨럭..."

나는 비틀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시야가 온통 붉었다. 눈에 피가 들어간 건지, 흑염의 폭주로 시신경이 타버린 건지 알 수 없었다.

[마물화 진행률: 92%]

[경고: 육체 붕괴가 임박했습니다.]

붉은 메시지 창이 시야를 가렸다.

시간이 없었다. 아니, 내게 남은 시간은 이제 없다고 봐야 했다.

"이... 벌레 같은 새끼가."

먼지구름 속에서 최민석이 몸을 일으켰다.

놈의 꼴도 처참했다. 흑염에 지져진 왼쪽 어깨는 뼈가 하얗게 드러났고, 세 개의 눈 중 하나는 화상으로 눌어붙어 흉물스럽게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놈은 웃고 있었다.

"먹어주마. 씹어... 으득, 씹어줄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기괴한 소리와 함께 최민석의 가슴팍이 세로로 쩍 갈라졌다.

갈비뼈가 이빨처럼 변형된 거대한 아가리. 그 안에서 붉은 촉수들이 혀처럼 낼름거렸다.

놈이 바닥을 박차고 쇄도했다.

피할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악물고 오른팔에 남은 마력을 모조리 끌어모았다.

푸욱!

"......!"

내 주먹이 닿기 전이었다.

가슴 아가리에서 튀어나온 굵은 촉수가 내 복부를 꿰뚫었다.

등 뒤로 서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척추를 스치고 지나간 촉수 끝이 내 등 뒤로 튀어나와 있었다.

"커헉..."

검붉은 핏덩이가 식도를 타고 넘어왔다.

치명상. S급 헌터라도 즉사를 피할 수 없는 위치였다.

"캬하하하! 끝났다!"

최민석이 승리의 포효를 질렀다. 놈의 눈이 희열로 번들거렸다.

"네놈의 그 알량한 복수심도, 저주도, 결국 내 영양분이 될 뿐이야! 이리 와라!"

놈이 촉수를 수축시켜 나를 자신의 가슴 아가리 쪽으로 끌어당겼다.

질질 끌려갔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저주 '흑염'이 파괴된 장기를 강제로 접합합니다.]

치이이익.

내 복부를 관통한 촉수 주변으로 검은 불꽃이 들러붙었다. 상처를 치료하는 게 아니었다. 흑염이 내 피와 살을 땔감 삼아 타오르며, 놈의 촉수를 내 몸에 융합시켜 버렸다.

용접된 쇠붙이처럼.

"어...?"

최민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왜... 왜 안 빠져! 이거 뭐야!"

놈이 촉수를 빼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내 몸은 놈의 촉수를 문 채 놔주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촉수를 잡고 놈에게로 걸어갔다.

뚜벅. 뚜벅.

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졌다.

"너... 너, 오지 마!"

공포.

놈의 목소리가 떨렸다. 약자만 골라 먹던 포식자는, 제 내장을 내어주고 달려드는 미친개를 감당할 수 없었다.

나는 놈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내 퇴직금."

남은 왼손을 들어 놈의 멀쩡한 눈알 하나를 푹 찔러 넣었다.

"꺼내 놔."

"키에에에엑!"

최민석이 자지러졌다.

그 틈이었다. 나는 흑염을 한계까지 압축시킨 오른손을, 놈의 쩍 벌어진 가슴 아가리 속으로 쑤셔 박았다.

물컹.

내장의 축축한 감촉. 단단한 뼈를 부러뜨리고 더 깊이, 더 깊숙이.

손끝에 뜨거운 핵이 잡혔다.

놈의 마력 코어. 심장이었다.

"잡았다."

[스킬: 흑염 폭주(S) 발동]

[대상을 내부에서부터 소각합니다.]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화르르르륵!

최민석의 몸 안에서 불길이 폭발했다. 피부 아래로 붉은 빛이 비쳐 나왔다. 마치 용암을 삼킨 것처럼.

"안 돼! 나는... 나는 왕이...!"

놈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퍼아아아앙!

최민석의 육체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검은 재가 눈처럼 흩날렸다.

정적.

스프링클러가 쏴아아 물을 뿌려댔다. 빗소리 같았다.

"하아... 하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잿더미 위에 주저앉았다.

끝났다.

김철수, 이수진, 최민석. 나를 지옥 바닥에 처박았던 놈들을 모두 태워버렸다.

그런데.

기쁘지가 않았다.

손끝 감각이 사라졌다. 다리가 나무토막처럼 굳어오고 있었다.

[마물화 진행률: 99%]

[인간으로서의 의식이 소멸합니다.]

시야가 좁아졌다. 터널 속에 들어온 것처럼 주변이 어두워졌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속삭임이 들렸다.

'다 죽여. 다 태워버려.'

흑염의 목소리.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괴물이 되어, 협회 놈들에게 사냥당하는 엔딩.

어머니는. 어머니는 누가 돌보지.

그때였다.

물에 젖은 잿더미 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다.

엄지손가락만 한 유리병.

최민석이 마지막까지 품에 안고 있던 것. 단 하나뿐인 '완성된 억제제'.

기적이었다. 깨지지 않았다.

나는 바닥을 기었다. 손톱이 빠질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유리병을 집어 들었다.

뚜껑을 열 힘도 없었다. 병 주둥이를 입에 물고 어금니로 깨부수었다.

와작.

유리 조각이 입안을 찔렀지만, 흘러나온 액체가 더 중요했다. 푸른 액체를 단숨에 삼켰다.

꿀꺽.

차가웠다.

식도를 타고 내려간 냉기가 심장을 감쌌다. 용광로처럼 들끓던 혈관이 순식간에 진정되었다.

[경고: 강력한 마력 억제제가 투여되었습니다.]

[저주 '흑염'이 강제 동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마물화 진행이 멈춥니다.]

"후우......"

막혔던 숨이 터져 나왔다.

거칠게 돋아났던 비늘이 사그라들고, 검게 물들었던 시야에 색채가 돌아왔다.

살았다.

대자로 뻗어 천장을 올려다봤다. 깨진 유리창 너머로 새벽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서울의 아침.

어젯밤의 살육이 거짓말 같았다. 너무 평화로워서 구역질이 날 정도로.

하지만 알고 있었다.

이건 치료제가 아니다.

[효과 지속 시간: 23시간 59분]

[매일 복용하지 않으면 흑염이 다시 깨어납니다.]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구원? 그런 건 없었다.

나는 이제 약 없이는 하루도 인간으로 살 수 없는 시한부 괴물이 되었다. 마약 중독자처럼, 매일 약을 찾아 헤매야 하는 신세.

그리고 이 약을 만드는 곳은 오로라 길드 연구소뿐이다.

최민석은 죽었지만, 시스템은 살아있다. 연구소도, 그 뒤를 봐주는 협회도, 정부의 썩은 윗선들도.

내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시작이었다.

저벅. 저벅.

구두 굽 소리가 들렸다. 규칙적이고 차분한 발소리.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벽 사이로 회색 코트 자락이 보였다. 박태수였다.

그의 뒤로 무장한 협회 요원들이 진입하고 있었다.

박태수는 잿더미가 된 현장을 한 번, 피투성이가 된 나를 한 번 보았다.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마력탄 권총을 천천히 홀스터에 집어넣었다.

"최민석은."

나는 턱짓으로 바닥의 검은 재를 가리켰다.

박태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그는 뒤따라온 요원들에게 손짓했다.

"현장 통제해. 외부인 출입 철저히 막고, 시신 수습한다."

"팀장님, 생존자가 있습니다! 저 자는 체포해야..."

신입 조사관이 나를 가리키며 다급하게 외쳤다. 수갑을 꺼내려는 기세였다.

박태수가 신입을 빤히 쳐다봤다.

"저 자는 피해자다."

"네?"

"오로라 길드에 납치 감금되어 있던 민간인이다. 우리가 진입해서 구조한 거야. 신원 강진혁. 병원으로 이송 준비해."

"하, 하지만... 현장 상황이..."

"보고서 내가 쓴다. 시키는 대로 해."

박태수의 목소리에 서릿발이 섰다. 신입이 쭈뼛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박태수가 내게 다가왔다.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더니, 내게도 권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 모시고 가라."

"......이유가 뭐지?"

"청소를 해줬으니까. 청소비는 줘야지."

박태수가

이 파트는 원문이 누락되어 있어, **Critic 진단을 반영하여 새롭게 재구성한 제4화와 제5화의 핵심 구간(약 2,000자 분량)**을 출력합니다.

수정 포인트 적용:

  1. 제4화 오프닝: 배경 묘사 삭제 → 억제제를 마시는 고통과 액션으로 즉시 시작.
  2. 제4화 구출 씬: 감상적 독백("구하려고 했는데...") 삭제 → 행동 위주의 건조한 서술.
  3. 제4화 클리프행어: 휴대폰 파괴 후 박태수 등장 씬 교차 편집으로 긴장감 강화.
  4. 제5화 오프닝: 서울 야경 묘사 삭제 → 흑염의 부작용(침이 아스팔트를 녹임)으로 시작.
  5. 제5화 대사: 박태수의 설명조 대사 삭제 → 행동과 짧은 지시로 "Show" 원칙 적용.

[제4화: 짐승의 시간]

병을 비웠다.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액체가 불덩이 같았다.
"으윽…!"
위장이 뒤틀렸다. 억제제라더니, 이건 독극물에 가깝다. 손에서 빈 병이 미끄러져 바닥에 굴렀다. 쨍그랑. 날카로운 파열음이 좁은 모텔 방

제4화: 걸어 다니는 재앙

마개를 열었다.

역한 알코올 냄새와 비릿한 약품 향이 코를 찔렀다. 망설일 시간 따윈 없었다.

꿀꺽.

삼켰다. 식도가 타들어 갔다.

"......끄으윽!"

위장에 닿자마자 뇌를 찌르는 듯한 냉기가 퍼졌다. 동시에 심장을 쥐어짜고 있던 뜨거운 열기가 미친 듯이 반발했다.

몸 안에서 불과 얼음이 전쟁을 벌이는 감각. 핏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경고: 미확인 약물이 체내에 들어왔습니다.]

[저주 '흑염'이 약물과 충돌합니다.]

[일시적으로 살의가 억제됩니다.]

침대 시트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우드득.

침대 헤드가 으스러졌다.

"하아, 하아..."

거칠던 숨이 점차 잦아들었다. 손등을 덮고 있던 검은 핏줄도 희미하게 사그라들었다.

효과가 있다.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은 덤이지만, 이 저주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브레이크다.

나는 남은 약병을 다시 품에 넣었다.

김철수에게서 뺏은 미완성 치료제. 치사율 98%.

이건 아껴야 한다. 정말로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을 위해서.

똑똑.

"총각, 안에 있어?"

모텔 주인의 목소리였다. 칠순이 넘은 노인은 카운터에서 늘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니, 보일러가 자꾸 말썽이라... 온수는 잘 나오나 해서."

"네. 잘 나옵니다."

"그래? 다행이네. 며칠 전부터 자꾸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노인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가스 냄새.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뒷목의 솜털이 곤두섰다.

나는 헌터다.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그런데 가스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킁킁.

코를 벌렸다. 그제야 미약한 냄새가 느껴졌다.

아니, 맡지 못한 게 아니다. 내 코를 찌르던 피 냄새와 살 타는 냄새가 너무 독해서, 현실의 위험을 뇌가 지워버린 것이다.

[주변의 불행 수치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붉게 점멸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피해!"

소리치며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찰나였다.

콰앙-!

굉음과 함께 바닥이 솟구쳤다.

충격파가 낡은 모텔을 강타했다. 벽지가 발라진 벽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 올려 몸을 보호했다.

와장창!

유리창이 깨지고 화염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열기가 피부를 핥았다.

"콜록! 콜록!"

먼지와 연기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헌터의 육체는 멀쩡했다. F급이라 해도 일반인보다는 튼튼했고, 무엇보다 흑염이 화염을 집어삼킨 덕분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으으윽... 사, 살려..."

복도 쪽에서 신음이 들렸다.

주인 할아버지였다. 무너진 콘크리트 기둥에 하반신이 깔려 있었다.

"비키세요!"

나는 달려가 기둥을 잡았다.

묵직했다. 하지만 들 수 있다. 근육에 힘을 불어넣었다.

우드득.

기둥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서 나오세요! 빨리!"

노인이 고통을 참으며 기어가려던 찰나였다.

내 손끝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찌직.

내가 잡고 있던 기둥이 순식간에 검게 타들어 갔다. 흑염이었다.

"안 돼."

내가 의도하지 않았다. 그저 구하고 싶다는 강렬한 감정에 놈이 반응해 버린 것이다.

콘크리트가 부식되어 삭아내렸다. 기둥의 강도가 약해졌다.

툭.

"피해요!"

내가 소리쳤을 때는 이미 늦었다.

타버린 기둥이 반으로 뚝 부러지면서, 그대로 노인의 다리 위로 다시 떨어졌다.

"아아악!"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노인의 비명이 화재 경보기 소리보다 날카롭게 귓가에 박혔다.

나는 멍하니 내 손을 바라보았다.

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확인사살이었다.

[저주 발동: 타인의 불행을 유발했습니다.]

[만족하십니까?]

시스템이 비아냥거렸다.

"닥쳐."

나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기둥을 들어 올렸다.

이번엔 흑염을 억누르며, 순수한 악력만으로. 손톱이 깨지고 손바닥이 찢어졌지만 상관없었다.

노인을 둘러업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도착했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불타는 모텔을 구경하고 있었다.

"가스 폭발이라며?"

"주인 영감은? 죽었대?"

"아까 어떤 남자가 업고 나왔다던데..."

나는 골목길 그늘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들것에 실려가는 노인의 바지는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리는 아마 절단해야 할 것이다.

그가 잘못한 건 없었다. 낡은 보일러를 쓴 죄? 아니면 재수 없게 나를 손님으로 받은 죄?

확실한 건 하나다.

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 내가 기둥을 잡았기 때문에 다리가 부러졌다.

'......'

주머니 속의 2G폰을 꺼냈다.

저장된 번호는 딱 하나. '어머니'.

통화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살아있다고, 아들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를 수 없었다.

전파를 타고 내 불행이 어머니에게까지 전염될까 봐.

뚝.

전화기를 반으로 접어 부러뜨렸다.

그리고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나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사라진 지 10분 후.

끼익-

검은색 세단 한 대가 폴리스라인 밖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낡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가 내렸다. 박태수였다.

그는 엉망이 된 화재 현장을 무심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팀장님, 오셨습니까."

먼저 도착해 있던 현장 감식반원이 달려왔다.

"단순 가스 폭발입니다. 낡은 건물이라 배관이 노후되어서..."

"비켜 봐."

박태수는 감식반원을 지나쳐 무너진 건물 잔해 쪽으로 걸어갔다.

매캐한 연기 냄새. 그 사이로 이질적인 악취가 섞여 있었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반쯤 녹아내린 콘크리트 기둥 조각. 화재로 그을린 것이 아니었다. 마치 강산성 용액을 들이부은 것처럼 표면이 흉측하게 부식되어 있었다.

박태수는 장갑 낀 손으로 검게 탄 가루를 문질러 보았다.

스르륵.

돌덩이가 재처럼 부서져 내렸다.

"일반적인 화염이 아니군."

"예?"

"가스 폭발로 콘크리트가 이렇게 녹지는 않아."

박태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코를 벌려 공기 중에 남은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피 냄새.

그리고 지독하게 차갑고 불길한, 죽음의 냄새.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찾았다. 쥐새끼."

제5화: 꼬리를 밟히다

"카악, 퉤."

검은 가래침이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졌다.

치이익.

역겨운 소리와 함께 보도블록이 녹아내렸다. 마치 염산이라도 부은 것처럼.

나는 호텔 건너편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내 침이 만든 구멍. 그 너머로 화려한 현수막이 보였다.

[오로라 길드 주최: 결식아동 및 던전 고아 돕기 자선의 밤]

그랜드 힐 호텔 정문에 걸린 현수막 한가운데에는 이수진의 사진이 박혀 있었다.

순백의 드레스. 품에 안긴 아이들. 성녀(聖女)다운 미소.

웃기고 있네.

바람이 불 때마다 현수막이 펄럭이며 이수진의 얼굴이 구겨졌다 펴졌다 했다.

던전에서 내 다리가 몬스터에게 씹힐 때, 그녀는 힐을 주지 않았다. 마력이 아깝다며 뒷걸음질 쳤다.

내 비명소리가 시끄럽다며 귀를 막았던 여자가, 고아들을 안고 저렇게 웃고 있다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저주 '흑염'이 당신의 혐오감에 반응합니다.]

손끝에서 검은 불꽃이 일렁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던졌다.

목적지는 정문이 아니다. VIP들이 드나드는 로비도 아니다.

호텔 뒷골목.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드나드는 하역장이다.

쿵.

가볍게 착지했다.

경비원 두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야, 이번 파티에 헌터 협회장도 온다며?"

"말도 마라. 경호 팀 비상이다. 근데 이수진 그 여자는 왜 갑자기 이런 걸 연다냐? 김철수 헌터 실종된 마당에."

"이미지 세탁이지 뭐. 힐러들은 원래 이미지가 생명이잖아."

경비원들이 낄낄거렸다.

나는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갔다.

"누, 누구냐!"

경비원이 손전등을 비췄다.

하지만 빛이 내 얼굴에 닿기도 전에, 내 발밑에서 뻗어 나간 그림자가 먼저 그들의 발목을 덮쳤다.

스르륵.

검은 연기가 뱀처럼 휘감기자 두 사람의 눈이 뒤집혔다.

"억...!"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죽이지는 않았다. 굳이 살의를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경비원의 주머니를 뒤져 마스터 키를 꺼냈다.

[스킬: 그림자 은신(F) 발동]

[주변의 빛을 왜곡하여 형체를 숨깁니다.]

흑염의 응용 기술이다. 완벽한 투명화는 아니지만, 어둠 속에서는 누구도 나를 볼 수 없다.

단, 부작용이 있다.

파직!

내가 지나가자 복도의 전구들이 하나씩 터져 나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만 먹통이었다. 회로가 타버린 모양이다.

"......계단으로 가야겠군."

나는 30층까지 이어진 비상구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센서등이 꺼지고, 비상벨이 오작동을 일으킬 것이다.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가는 곳이 곧 재앙이니까.


같은 시각. 무너진 모텔 앞.

매캐한 연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박태수 팀장은 반쯤 탄 모텔 간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팀장님, 감식 결과 나왔습니다."

신입 조사관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역시나 가스 폭발은 아닙니다. 발화점인 304호에서 검출된 성분, 김철수 사망 현장이랑 일치합니다."

"마력 반응 제로인 그을음?"

"네. 그리고..."

신입이 마른기침을 했다.

"생존자가 있습니다. 모텔 주인입니다."

박태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디 있어?"

"구급차에 실려 가기 전에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는데도, 정신은 멀쩡하더군요."

박태수는 녹음기를 재생했다.

치지직...

[아니야... 가스가 아니었어... 그 총각... 304호 총각이 날 구해줬어...]

[어떻게 생겼습니까?]

[모자를 푹 눌러썼는데... 봤어. 얼굴 반쪽에... 화상 흉터가 있었어. 그리고 눈이... 눈이 시커멓게 죽어 있었어...]

박태수가 정지 버튼을 눌렀다.

"화상 흉터."

그의 머릿속에 강진혁의 헌터 등록증 사진이 떠올랐다.

사람 좋게 웃고 있는 평범한 청년의 얼굴.

하지만 공허의 틈에서 살아 돌아왔다면, 그 얼굴이 온전할 리 없다.

"놈이다."

박태수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강진혁이 여기 숨어 있었어."

"하지만 팀장님, 이해가 안 됩니다. 복수귀가 왜 사람을 구합니까? 그냥 도망쳐도 됐을 텐데요."

"......"

박태수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았다.

김철수를 죽일 때의 그 잔혹함.

노인을 구할 때의 망설임.

박태수는 담배 필터를 잘근 씹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인지, 아직 인간이고 싶은 괴물인지."

어느 쪽이든 위험하다.

"위치 추적은?"

"CCTV가 다 녹아서 동선 파악이 어렵습니다. 다만..."

신입이 지도를 띄웠다.

"여기서 발견된 타다 남은 전단지가 있습니다. 놈의 방 쓰레기통에서요."

증거물 봉투 안에 담긴 젖은 종이 조각.

[...랜드 힐 호텔... 자선 파티...]

박태수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랜드 힐 호텔."

"네?"

"오늘 밤 이수진이 거기서 파티를 연다."

박태수의 머릿속에 하나의 선이 그어졌다.

김철수 다음은 이수진이다.

배신자 파티의 홍일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성녀.

놈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그녀를 끌어내리려 하는 것이다.

"전원 출동한다."

박태수가 차에 올라탔다.

"사이렌은 꺼. 놈을 자극하면 안 된다. 호텔 전체가 인질이 될 수도 있어."


그랜드 힐 호텔, VIP 대기실.

이수진은 거울을 보며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메이크업이 이게 뭐야? 내가 좀 더 창백해 보여야 한다고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벌벌 떨며 파우더를 덧발랐다.

"됐어, 나가."

이수진이 손을 휘저었다. 스태프들이 도망치듯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 그녀는 핸드백에서 약통을 꺼냈다.

신경안정제.

손이 덜덜 떨렸다. 약통 뚜껑을 여는 것조차 버거웠다.

'김철수가 죽었어.'

뉴스에서는 실종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김철수의 생명 반응이 완전히 사라졌다. 힐러인 그녀는 동료의 죽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리고 그 죽음의 냄새가, 일주일 전 던전에서 맡았던 것과 똑같았다.

"강진혁..."

이수진은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와인을 들이켰다.

"아니야. 걘 죽었어. 뼈도 안 남았다고."

최민석 오빠가 말했다. 완벽한 계획이었다고.

강진혁은 '적합자'였고, 우리는 그를 제물로 바쳐서 더 큰 힘을 얻으려 했다.

물론 그 힘은 최민석이 독차지했지만.

"난 잘못 없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그녀는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다.

"난 성녀야. 사람들을 치료하고, 기부도 많이 했어. 그러니까... 난 괜찮아."

똑똑.

노크 소리에 이수진이 화들짝 놀랐다.

"누, 누구세요?"

"룸서비스입니다. 주문하신 샴페인 가져왔습니다."

"시킨 적 없는데?"

"매니저님이 서비스로 보내셨습니다."

이수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웨이터 복장을 한 남자가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고개를 푹 숙인 남자였다.

"거기 두고 나가요."

이수진은 거울을 보며 입술을 다시 칠했다.

그런데 남자가 나가지 않았다.

"뭐 해요? 안 나가고?"

이수진이 짜증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샴페인 병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 샴페인, 이름이 참 좋네요."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뭐라고요?"

"'La Grande Dame'. 위대한 여인."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모자챙 아래로, 끔찍하게 일그러진 화상 흉터가 드러났다.

검게 변한 눈동자가 이수진을 꿰뚫듯 응시했다.

"성녀님께 딱 어울리는 술이야. 안 그래, 수진아?"

쨍그랑!

이수진의 손에서 와인잔이 떨어졌다.

붉은 와인이 카펫을 적셨다. 마치 피처럼.

"가... 강..."

"쉿."

진혁이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소리지르면 안 돼. 밖에는 네 팬들이 잔뜩 있잖아?"

진혁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가 밟은 카펫이 검게 변색되며 썩어들어갔다.

"보여줘야지. 성녀님의 진짜 얼굴을."

"오, 오지 마! 경호원! 여기... 읍!"

진혁의 손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가 이수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말했잖아. 조용히 하라고."

진혁은 공포에 질린 이수진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자비로웠다. 악마가 죄인을 맞이할 때 지을 법한, 아주 자비로운 미소.

"파티는 이제 시작이야."


호텔 로비.

회전문이 멈췄다.

자동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로비의 샹들리에가 불안하게 깜빡거렸다.

박태수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쥐었다.

"윽..."

"팀장님? 왜 그러십니까?"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

박태수의 눈에는 보였다.

호텔 전체를 감싸고 있는 희미한 검은 안개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조명이 좀 이상하네, 오늘따라 머리가 아프네 하며 지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박태수에게는 명확했다.

이곳은 이미 사냥터였다.

"30층이다."

박태수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었다.

"30층 VIP 대기실. 이수진 헌터가 거기 있다."

"팀장님,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 합니다!"

"젠장."

박태수는 비상구로 방향을 틀었다.

"지원팀은 건물 포위해.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나가게 막아. 나는 올라간다."

박태수는 계단을 두 칸씩 뛰어

제6화: 성녀의 가면

"늦었어."

박태수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마력탄 권총이 불을 뿜었다.

탕! 탕!

정확히 미간과 심장을 노린 사격.

하지만 총알은 허공을 가르고 벽에 박혔다.

"......!"

VIP 대기실은 텅 비어 있었다.

깨진 와인잔. 바닥을 적신 붉은 와인.

그리고 활짝 열린 발코니 창문으로 밤바람이 거칠게 불어오고 있었다. 커튼이 유령처럼 펄럭였다.

박태수는 발코니로 달려갔다.

난간 아래는 까마득한 30층 높이의 허공이었다.

"팀장님! 이수진 헌터가 없습니다!"

뒤따라온 요원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박태수는 난간을 움켜쥐었다. 장갑에 검은 그을음이 묻어났다.

"아니. 멀리 못 갔어."

그는 코를 킁킁거렸다.

살 타는 냄새. 그리고 역한 유황 냄새.

냄새는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옥상이다."


호텔 옥상 헬리포트.

이수진은 난간 끝에 매달려 있었다.

"사, 살려줘! 제발!"

그녀의 발아래는 현기증 나는 서울의 야경이었다. 떨어지면 형체도 남지 않으리라.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건 강진혁이었다.

진혁은 한 손으로 그녀를 대롱대롱 매달아 둔 채, 다른 손으로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구겨진 담배 한 개비가 나왔다.

"수진아."

"흐윽, 흐으윽..."

"네가 그랬잖아. 힐러는 마력이 생명이라고. F급 짐꾼한테 쓸 마력은 없다고."

진혁이 라이터를 켰다. 바람이 심해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치이익.

두 번의 헛손질 끝에 담배 끝이 붉게 타들어 갔다.

"나도 그래. 흑염은 내 생명력을 태우거든. 너 같은 거 살려줄 여유가, 내가 좀 없다."

"도, 돈 줄게! 내 전 재산 다 줄게! 빌딩도 있고, 주식도 있어! 제발!"

이수진이 발버둥 쳤다. 하이힐 한 짝이 벗겨져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진혁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매캐한 연기가 밤공기에 흩어졌다.

"돈은 필요 없고. 정보나 내놔."

"무, 무슨 정보?"

"최민석 금고에 있는 약. 그거 진짜 치료제 맞아?"

이수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그거..."

"거짓말하면 손 놓는다. 셋 셀까?"

진혁이 손에 힘을 풀었다. 이수진의 몸이 덜컹거리며 아래로 쏠렸다.

"아악! 말할게! 말할게!"

이수진이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외쳤다. 침이 튀었다.

"가짜야! 그건 치료제가 아니야!"

진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짜?"

"억제제야! 그냥... 그냥 뇌를 마비시켜서 흑염 폭주만 막는 거라고! 치료 같은 건 안 돼!"

억제제.

김철수가 준 실패작이 독약이라면, 최민석이 가진 완성본은 마약이라는 소리인가.

"그럼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없어! 애초에 그런 건 없다고! 넌... 넌 그냥 실패작이야! 폐기됐어야 할 쓰레기라고!"

이수진이 악을 썼다. 공포가 극에 달하자 밑바닥 본심이 튀어 나왔다.

"최민석 오빠가 그랬어. 너 같은 건... 그냥 배터리로 쓰다가 버리면 된다고!"

진혁은 헛웃음을 흘렸다.

배터리.

나를 그렇게 불렀구나.

가슴 명치끝에서 차가운 불길이 치솟았다.

"그래. 배터리."

진혁이 이수진을 끌어올렸다.

"다행이네. 넌 배터리도 못 되니까."

"어...? 사, 살려주는 거야?"

이수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진혁은 그녀를 옥상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그녀의 목을 밟았다.

"아니. 넌 그냥 땔감이야."

콰아앙!

진혁의 발바닥에서 검은 불기둥이 솟구쳤다.

"끄아아아아!"

성녀의 비명은 짧았다.

순백의 드레스가 검게 말려 들어갔다. 그녀의 자랑이었던 하얀 피부도, 거짓된 미소도, 흑염 앞에서는 평등하게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복수 대상 2/3 처치]

[저주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경고: 살인으로 인한 업보가 쌓입니다.]

진혁은 무표정하게 시스템 창을 휘저어 없앴다.

그때였다.

"손들어!"

옥상 문이 열리고 박태수가 뛰쳐나왔다. 수십 명의 무장 요원들이 부채꼴로 진혁을 포위했다.

"강진혁!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박태수의 총구가 진혁의 미간을 겨눴다.

진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채, 화상 입은 얼굴로 박태수를 바라보는 눈빛.

그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벼랑 끝에 몰린 짐승, 아니, 사냥을 끝마친 포식자의 눈이었다.

"팀장님."

진혁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쇠를 긁는 소리가 났다.

"내가 도망치는 걸로 보여요?"

"뭐?"

"난 사냥하는 중인데."

진혁이 발을 굴렀다.

콰지직!

옥상 바닥 콘크리트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갔다.

단순한 발구르기가 아니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헬리포트의 H자 마크 위. 그 아래에는 호텔의 메인 전력 케이블이 지나가고 있었다.

[저주 발동: 대규모 정전 유발]

[불행의 범위가 건물 전체로 확장됩니다.]

퍼버벅!

옥상의 조명탑 전구가 터져 나갔다. 유리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다.

동시에 호텔 전체의 불이 꺼졌다. 거대한 빌딩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잠겼다.

"전력 차단! 비상 발전기 돌려!"

"시야 확보해!"

암흑천지.

요원들이 당황하여 야간 투시경을 더듬거리는 사이, 진혁은 난간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이 미친 새끼가!"

박태수가 달려가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건 끝없는 어둠뿐이었다.


호텔 로비는 아수라장이었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의 비명소리. 비상구 계단으로 쏟아져 나온 VIP들의 고함. 휴대폰 플래시 불빛들이 반딧불이처럼 어지럽게 춤췄다.

그 혼란 틈바구니에, 웨이터 복장을 한 남자가 섞여 있었다.

강진혁이었다.

그는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외벽의 배수관을 탔고, 10층 테라스로 착지해 미리 훔쳐둔 옷으로 갈아입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배수관이 터져 호텔 외벽이 물바다가 됐지만, 내 알 바 아니다.

'억제제.'

진혁은 인파에 섞여 호텔을 빠져나가며 생각했다.

완전한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억제제라도 있어야 한다.

방금 이수진을 죽일 때 느꼈다. 살의가 나를 지배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손끝이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흥분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면 나는 정말로 괴물이 된다. 최민석을 죽이기도 전에.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해."

그는 밤거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뒤에서는 여전히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제7화: S급 수배령

[속보] 그랜드 힐 호텔 테러 발생... '성녀' 이수진 헌터 사망 추정

[단독] 용의자는 죽은 줄 알았던 F급 헌터 강진혁... '악마의 귀환'인가?

서울역 대합실의 대형 TV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화면에는 내가 찍혀 있었다.

흐릿한 CCTV 화면. 웨이터 복장을 하고 이수진의 대기실로 들어가는 내 모습.

그리고 옥상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뛰어내리는 장면.

"세상에, 미친놈 아냐?"

"이수진 헌터가 얼마나 착한 사람이었는데..."

"저런 괴물은 당장 사형시켜야 해!"

사람들의 비난이 화살처럼 꽂혔다.

나는 마스크를 고쳐 쓰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성녀라...'

죽기 직전 나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며 살려달라고 빌던 그 추한 얼굴을, 대중은 모른다.

알 필요도 없겠지. 그들에게 나는 그저 영웅을 죽인 빌런일 뿐이니까.

"지나가겠습니다."

나는 사람들 틈을 파고들었다.

툭.

"아, 죄송합니다."

지나가던 행인의 어깨를 살짝 스쳤다.

"괜찮습니다... 윽!"

행인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왜 그러세요?"

"발목이... 갑자기 발목이 꺾였어!"

멀쩡한 평지였다. 돌부리 하나 없었다. 그런데도 행인의 발목은 기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던 것 같다.

[저주 발동: 타인의 불행(골절)을 유발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기요!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어? 저 사람, 옷차림이 뉴스에 나온..."

뒷목의 솜털이 곤두섰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제기랄.'

사람이 많은 곳은 안 된다. 스치기만 해도 사고가 터진다.

편의점에서 물을 사려고 해도 알바생이 커터 칼에 손을 베이고, 버스를 타면 타이어가 펑크 난다.

나는 사회에서 격리되었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야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나는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다.

갈 곳이 없다.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 절대 안 된다. 내가 근처에 가는 순간 병원에 불이 나거나 의료 기기가 고장 날 것이다.

옛 친구? 나를 신고하거나, 내 저주에 휘말려 다칠 것이다.

"크으으..."

심장이 조여왔다. 흑염이 다시 꿈틀거렸다. 위장이 뒤틀리는 감각.

약이 필요하다.

김철수에게서 뺏은 미완성 치료제는 이제 반 병밖에 남지 않았다.

이걸 다 마시면, 그다음은?

그때, 골목길 전광판에서 최민석의 긴급 기자회견이 나오고 있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검은 정장을 입은 최민석은 수척해 보였다. 연기력이 남우주연상 감이다.

"제 동료를 둘이나 잃었습니다. 범인은... 한때 제 친구였던 강진혁입니다."

최민석이 눈물을 훔쳤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내는 폼이 예술이다.

"그는 던전에서 저주받은 힘을 얻고 타락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플래시가 터졌다.

최민석의 눈빛이 돌변했다.

"오로라 길드는 현 시간부로 강진혁에 대한 현상금 100억 원을 겁니다."

100억.

"생포는 필요 없습니다. 사체라도 상관없습니다. 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를 제거해 주십시오."

공식적인 살인 청부.

이제 헌터뿐만 아니라, 일반인, 조폭, 심지어 경찰까지 나를 노릴 것이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잘됐어."

나는 전광판을 향해 중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나도 숨어다니는 건 질렸거든."


헌터 협회, 감사팀 사무실.

박태수는 책상을 내리쳤다.

"현상금 100억? 미친 거 아냐?"

"오로라 길드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보냈습니다. 협회장님도 승인하셨고요."

신입 조사관이 떨면서 대답했다.

"이건 그냥 사냥 대회야! 도심 한복판에서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박태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100억이면 눈 뒤집힌 헌터들이 수천 명은 몰려들 것이다. 강진혁이 아무리 강해도 물량 공세에는 장사 없다.

게다가 놈의 능력은 광역 피해를 입힌다. 놈을 잡으려다 서울시가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

"증거물 분석 결과는?"

박태수가 화제를 돌렸다.

"아, 네. 그랜드 힐 호텔 옥상에서 발견된 재... 거기서 특이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신입이 모니터에 화학 구조식을 띄웠다.

"마약성 진통제 베이스에, 고농축 마력이 섞여 있습니다. 근데 이거..."

"이거 뭐?"

"협회 금지 약물 리스트에 있는 '블루 블러드(Blue Blood)'랑 구조가 90% 일치합니다."

블루 블러드.

박태수의 눈썹이 꿈틀했다.

10년 전, 헌터들의 폭주를 막겠다며 개발되다가 부작용이 심해 폐기된 약물. 공식적으로는 전량 폐기되었다.

그런데 이게 왜 이수진 사망 현장에 있지?

이수진이 가지고 있었거나, 강진혁이 가지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오로라 길드는 이 금지 약물과 연관되어 있다.

"최민석..."

박태수의 머릿속에 하나의 선이 그어졌다.

이 모든 판을 짠 설계자가 누구인지.

강진혁은 미친개가 아니다. 주인에게 물린 사냥개다. 그리고 지금 주인을 물어뜯으러 돌아온 것이다.

"팀장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다른 조사관이 외쳤다.

"강동구 폐하수처리장 근처에서 식당이 붕괴됐답니다! 목격자가 화상 입은 남자를 봤다고 합니다!"

"하수처리장?"

박태수가 일어났다.

"놈이 숨을 곳은 거기밖에 없어. 악

제8화: 악마와의 조우

"죽여! 머리만 가져가면 돼!"

용병 헌터들이 수로를 따라 몰려왔다.

전직 군인, 파면된 헌터, 빚에 쫓기는 조폭. 100억이라는 숫자에 이성이 마비된 인간 군상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사람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로또 복권으로 보일 것이다.

콰앙! 콰광!

마법이 난사되었다. 파이어볼이 오수를 증발시키며 역한 가스를 뿜어냈다. 열기가 뺨을 스쳤다.

"크윽..."

콘크리트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등 뒤에서 콘크리트 파편이 튀었다.

정면 승부는 불가능하다. 숫자가 너무 많다. 게다가 내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에, 약물 부작용, 그리고 며칠간의 도주.

하지만 이곳은 하수구다.

빛보다 어둠이, 질서보다 혼돈이 익숙한 곳.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 규정 따위는 지켜지지 않는 폐기물의 무덤.

[조건 충족: 불행의 연쇄 작용]

[저주가 환경 요소를 장악합니다.]

시스템 창이 붉게 점멸했다.

나는 바닥에 고인 걸쭉한 오물에 손을 담갔다. 손끝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물살을 타고 퍼져나갔다.

"자, 넘어지시지."

선두에 있던 덩치 큰 헌터가 발을 내디뎠다. 하필이면 이끼가 가장 두껍게 낀 지점이었다.

미끌.

"어?"

그의 몸이 볼품없이 기울었다. 중심을 잃은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으악!"

그가 뒤로 넘어지며 뒤따라오던 동료의 팔을 쳤다. 하필이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던 팔을.

타앙!

오발 된 마력탄이 좁은 수로를 갈랐다. 총알은 정확히 천장에 매달린 낡은 가스 배관의 부식된 연결부를 때렸다.

쉬이익—!

"뭐야!"

"가스? 가스다! 불 꺼!"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늦었다. 찢어진 배관에서 고압의 가스가 분출되며 천장의 녹슨 철근들을 흔들었다.

끼이익— 쾅!

수 톤에 달하는 배관 덩어리가 헌터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아악! 내 다리!"

"야 이 미친놈아! 총을 어디다 쏘는 거야!"

비명과 욕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었다. 다리가 깔린 헌터가 절규했고, 그를 구하려던 동료는 2차 붕괴에 휘말려 넘어졌다.

완벽한 불행의 도미노였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첨벙, 첨벙.

오물을 튀기며 달렸다. 폐에 곰팡이가 피는 것 같은 악취가 찼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저기 간다! 쏴! 쏘라고!"

잔해에 깔리지 않은 헌터 하나가 소리쳤다. 그는 반자동 소총을 내 등을 향해 겨눴다. 거리는 20미터. 빗나갈 수 없는 거리.

철컥.

하지만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어? 왜 이래? 잼(Jam)이 걸렸나?"

그가 당황하며 노리쇠를 후퇴 고정하는 순간.

쾅!

약실 내부의 과열된 탄약이 폭발했다.

"끄아아악! 내 손! 내 손가락!"

손가락이 잘려나간 헌터가 바닥을 뒹굴었다.

내 주변의 확률은 항상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타인에게는 최악의 형태로 작용한다. 그것이 '저주'라는 이름의 축복이었다.

비명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을 때, 걸음을 늦췄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벽에 손을 짚었다. 손바닥에 끈적한 이끼의 감촉이 닿았다.

"하아... 하아..."

심장이 갈비뼈를 때리는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시야가 흐릿했다.

이대로 13구역 출구까지만 가면 된다. 거기는 미로처럼 복잡해서 놈들이 쉽게 추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군."

등골이 서늘했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헌터들의 고함소리도, 쥐새끼들이 찍찍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오직 물 떨어지는 소리만 똑, 똑, 똑,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저 앞, 어둠이 짙게 깔린 삼거리.

그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헌터들이 입는 요란한 방어구도, 총기도 들고 있지 않았다. 낡은 트렌치코트에 구겨진 중절모.

그는 어둠 속에서 라이터를 켰다.

치익.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며 남자의 얼굴을 비췄다. 깊게 패인 주름, 무미건조한 눈동자.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독한 담배 냄새.

박태수였다.

"냄새가 나는군."

그가 담배 연기를 길게 뱉으며 말했다.

"시궁창 냄새 말고. 겁에 질린 짐승 냄새 말이야."

심장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온 거지? 입구는 헌터들이 막고 있었을 텐데. 다른 통로? 아니면 그들을 뚫고?

"놀란 눈치네."

박태수가 천천히 걸어왔다. 구두굽 소리가 하수구 벽을 타고 울렸다. 또각, 또각. 마치 카운트다운처럼.

"네가 뿌린 미끼들, 꽤 쓸만하더군. 오로라 길드가 100억을 쓴 이유를 알겠어. 넌 걸어 다니는 재앙이야."

"칭찬으로 듣지."

나는 뒷걸음질 치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왜 혼자지? 100억이면 친구랑 나눠 먹기도 벅찰 텐데."

"돈?"

박태수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는 온기가 없었다.

"난 돈 때문에 움직이지 않아. 알잖아, 강진혁 씨. 내가 쫓는 건 범죄자지, 현상금이 아니야."

그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 거리는 10미터.

[경고: 압도적인 무력 개체를 감지했습니다.]

[저주가 위협을 느낍니다.]

시스템이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렸다. 아까의 헌터들과는 격이 다르다. 이 남자는 '진짜'다.

"네가 훔친 대포폰, 편의점 CCTV. 너무 뻔하잖아. 일부러 흘린 거지?"

박태수의 눈이 뱀처럼 가늘어졌다.

"최민석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넌 다른 곳으로 빠지려고. 그런데 계산 착오가 있었네."

"......"

"내가 냄새를 너무 잘 맡는다는 거."

그가 손을 까딱였다.

"순순히 따라와. 수갑은 채우지 않으마. 내 손이 수갑보다 튼튼하거든."

협상? 아니, 통보였다.

나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천장에 매달린 배관, 바닥의 깨진 타일, 벽에 튀어나온 철근.

내 불행이 닿을 수 있는 변수들.

하지만 박태수는 빈틈이 없었다. 그는 정확히 안전한 지형지물만 밟고 서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 S급 탐색꾼의 '직감'이었다.

"거절한다면?"

"그럼 아까 그 놈들처럼 되겠지. 손가락이 날아가거나, 다리가 으깨지거나."

박태수의 몸에서 푸른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선택해. 법대로 갈지, 힘대로 갈지."

상황은 최악이었다. 도주는 불가능하다. 싸움은 자살행위다.

그렇다면 남은 수는 하나뿐이다.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작은 유리병을 꽉 쥐었다. 최민석이 주입했던 그 독약의 샘플.

이걸 쓴다면 내 몸은 망가질 것이다. 하지만 잡혀서 실험실의 쥐가 되는 것보다는 낫다.

"박태수 경감님."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당신은 운을 믿나?"

"아니. 난 실력만 믿어."

"유감이군."

나는 유리병을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유리 파편과 함께 보라색 액체가 튀었다. 독가스가 아니라,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였다.

동시에 나는 내면의 흑염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저주 '흑염'이 폭주합니다!]

[주변의 모든 확률이 0으로 수렴합니다.]

콰아아아앙!

단순한 붕괴가 아니었다. 하수구 전체가 비명을 질렀다. 박태수의 발밑, 천장, 벽, 모든 것이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미친 놈이!"

박태수의 표정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그가 바닥을 박차고 달려드는 순간, 나는 무너지는 바닥 아래,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어둠이 나를 삼켰다.

"다음에 보자고, 사냥개 양반."

그것이 내가 지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제8화: 악마와의 조우

"아악! 내 눈!"

"이거 놔! 내가 쏘려던 게 아니라고!"

하수구는 문자 그대로 지옥도였다.

내가 손을 댄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그 자리에 숨죽이고 있었을 뿐.

놈들은 제 발에 걸려 넘어지고, 오발하고, 서로를 적인 줄 알고 쐈다. 욕망에 눈이 뒤집힌 자들이 빛 한 줌 없는 시궁창에 모였으니, 작은 불행 하나가 도미노처럼 거대한 재앙으로 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저주 '불행'이 연쇄 작용을 일으킵니다.]

[적들의 공포심이 당신의 마력을 회복시킵니다.]

어둠 속에 웅크린 채 그 아수라장을 지켜봤다.

'꼴 좋네.'

S급 헌터건, 특수 부대 출신 용병이건, 불운 앞에서는 그저 허우적거리는 고깃덩어리일 뿐이다. 나를 죽이러 온 놈들이 되려 내 마력 배터리가 되어주고 있었다.

첨벙. 첨벙.

소란을 틈타 더 깊은 곳으로 몸을 옮겼다.

이곳 지리는 놈들보다 내가 더 잘 안다. 짐꾼 시절, 몬스터 부산물을 처리하러, 혹은 길드가 싸지른 더러운 뒤처리를 하러 수도 없이 기어들어 왔던 곳이니까. 코를 찌르는 썩은 내조차 내겐 익숙한 이정표였다.

"거기냐! 강진혁!"

독한 놈 하나가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머리에 적외선 고글을 쓴 용병이었다.

"네놈 목만 가져가면 100억이야!"

마체테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폼이 제법 매서웠다.

피하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튀어나온 녹슨 철근을 툭 찼다.

팅.

철근이 미세하게 휘어졌다.

용병이 그 위를 밟는 순간.

"어?"

철근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용병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끄아악!"

중심을 잃은 용병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하필이면 그가 들고 있던 마체테의 날이, 그가 짚으려던 바닥 쪽에 세워져 있었다.

푸욱.

"커헉..."

자기 칼에 쇄골이 뚫린 용병이 핏거품을 물고 바닥을 긁었다.

나는 그 옆을 무심하게 지나쳤다.

"100억이, 참 무겁지?"

이제 출구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였다.

뒷덜미의 솜털이 곤두섰다.

살의가 아니다. 이건... 감시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적외선 고글 따위가 아니라, 훨씬 더 근원적이고 집요한 감각으로.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보이는 건 어둠뿐. 들리는 건 쓰러진 용병들의 신음 소리와 오물 흐르는 소리뿐이었다.

아니.

저 멀리, 어둠이 뭉쳐 있는 곳.

그곳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오물을 밟는데도 발소리가 나지 않았다. 유령처럼, 혹은 그림자처럼.

"난장판이군."

건조한 목소리가 동굴 벽을 타고 울렸다.

박태수였다.

그는 쓰러진 용병들을 밟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피하며, 한 손에는 마력탄 권총을 들고 있었다. 표정은 야근에 찌든 회사원처럼 무미건조했다.

"팀장님! 지원 병력은..."

뒤따라온 신입 조사관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밀폐된 공간에 가득 찬 피비린내와 하수구 악취가 역한 탓이었다.

"필요 없다. 여기서부턴 나 혼자 간다."

박태수가 귀찮다는 듯 손을 저었다.

"하지만 위험합니다! 놈은 S급 헌터들도 죽인 괴물입니다!"

"괴물?"

박태수가 피식 웃었다.

그는 정확히 내가 숨어 있는 기둥 뒤를 응시했다. 절대 보일 리가 없는 각도였지만, 시선이 내 눈동자에 닿는 느낌이었다.

"아니. 놈은 지금 겁먹은 짐승이야."

호흡이 턱 막혔다.

박태수는 천천히 걸어왔다.

"나와라, 강진혁. 거기 있는 거 안다. 냄새가 진동을 하거든."

도망쳐야 한다.

본능이 사이렌을 울려댔다. 저 인간은 다르다.

지금까지 상대했던 김철수나 이수진은 힘만 센 껍데기였다. 하지만 박태수는 진짜다. 진짜 사냥꾼이다.

호흡을 멈추고 흑염을 끌어올렸다.

[스킬: 그림자 은신(F) 활성화]

내 몸이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윤곽선이 흐릿해지며 배경과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박태수의 걸음은 망설임이 없었다.

"은신? 소용없어. 네 놈한테선 역겨운 유황 냄새가 나니까."

탕!

예고도 없이 박태수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내 머리 바로 옆, 콘크리트 벽에 박혔다. 튀어 오른 파편이 뺨을 긁고 지나갔다. 따끔한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음엔 머리다."

박태수가 불과 10미터 거리까지 좁혀왔다.

"투항해라. 그러면 최소한 인간으로서 재판받게 해주지."

"재판?"

참았던 헛웃음이 터졌다.

나는 기둥 뒤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한테? 나를 실험체로 쓴 협회한테? 아니면 내 목에 100억을 건 최민석한테?"

"......협회는 공정하다."

"공정? 개소리하지 마. 당신도 봤잖아. 그 실험 보고서."

박태수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3화에서 내가 일부러 흘리고 간 보고서. 그가 그걸 읽었다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다.

"그래. 봤다."

박태수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오로라 길드가 널 실험체로 썼다는 거. 그리고 협회 일부가 묵

제8화: 악마와의 조우 (후반부)

"나는 불꽃을 튕겼다."

박태수의 동공이 바늘구멍처럼 수축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내 손가락이 더 빨랐다. 지포 라이터의 부싯돌이 마찰하며 튀어 오른 불똥. 그 작은 점 하나가 허공을 갈랐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메탄가스가 그 불씨를 덥석 물었다.

"엎드려!"

박태수가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질렀다. 그는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신입 조사관의 목덜미를 낚아채 바닥으로 구랐다. 베테랑다운 판단이었다. 하지만 불길은 그보다 빨랐다.

화르륵- 쾅!

고막을 찢는 굉음과 함께 붉은 혀가 터널을 집어삼켰다.

폭발의 충격파가 등을 후려쳤다. 낡은 하수구 천장에서 콘크리트 파편과 흙더미가 비 오듯 쏟아졌다. 시야가 온통 잿빛 먼지로 뒤덮였다.

나는 폭발의 반동을 이용해 몸을 날렸다. 열기가 등 뒤를 바짝 쫓아왔다.

"팀장님!"
"콜록! 물러서! 추가 붕괴 위험이 있다!"

무너진 잔해 너머에서 박태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은 막혔다. 놈과 나 사이를 거대한 돌무더기가 가로막았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달렸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고통을 잠시 잊게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윽..."

왼쪽 어깨가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쑤시는 듯했다. 총알이 쇄골을 스치고 박힌 모양이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피가 뚝뚝 떨어져 오물을 적셨다.

이대로는 안 된다.

박태수는 시각으로 쫓는 놈이 아니다. 놈은 냄새를 맡는다. 마력의 파장과 피 냄새를 기가 막히게 구분해내는 사냥개다.

'냄새를 지워야 해.'

나는 하수구 벽으로 몸을 기댔다. 벽에는 끈적하고 역겨운 이끼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물들이 눌어붙어 있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어 그 오물들을 한 움큼 쥐었다. 그리고 찢어진 어깨 상처에 처박았다.

"끄으으윽!"

비명이 턱 밑까지 차올랐지만, 이를 악물어 삼켰다.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 병균이 혈관을 타고 침투하는 감각이 소름 끼치게 선명했다.

[경고: 상처 부위가 심각하게 오염되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 체력이 급격히 저하됩니다.]

상태창이 붉게 점멸했다. 기다리던 반응이었다.

[저주 '흑염'이 침입한 오염 물질을 소각합니다.]

치이이익.

검은 불꽃이 상처 부위에서 피어올랐다. 그것은 오물과 함께 내 살점까지 태워버렸다.

소독이라기보다는 자해에 가까운 행위.

살 타는 냄새와 하수구의 악취가 뒤섞여 구역질이 났다. 하지만 그 역겨운 냄새가 내 피 냄새를 덮어주길 바랄 뿐이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미로처럼 얽힌 지하 수로의 가장 깊은 곳, 폐쇄된 구역을 향해 몸을 끌고 들어갔다. 어둠이 나를 완전히 삼킬 때까지.


무너진 갱도 앞.

박태수는 흙투성이가 된 채 몸을 일으켰다. 방호복은 곳곳이 그을렸고, 방독면은 반쯤 깨져 있었다.

"괜찮나?"

"네, 네... 쿨럭! 팀장님은요?"

"찰과상이야."

박태수는 담담하게 대답하며 무너진 돌무더기를 노려보았다. 천장이 완전히 내려앉아 길을 막고 있었다.

사람의 힘으로는 뚫을 수 없다. 중장비를 동원해야 하지만, 그러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그 시간이면 강진혁은 이미 서울 반대편으로 빠져나가고도 남을 것이다.

"놓쳤습니다. 지원 병력을 반대편 출구로..."

신입이 무전기를 들려 하자 박태수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니."

"네? 하지만 놈이..."

"철수한다."

박태수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이 안은 미로야. 놈은 쥐새끼처럼 구조를 꿰고 있어. 무작정 병력을 투입했다간 우리만 죽어. 놈이 파놓은 함정이 또 없으란 법 없잖아."

박태수는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강진혁이 도망치며 흘린, 피 묻은 붕대 조각이었다.

그는 붕대를 코끝에 가져다 댔다.

"......"

지독한 오물 냄새. 썩은 이끼 냄새. 그리고 그 밑바닥에 아주 희미하게 깔린, 살이 타버린 냄새.

박태수의 미간이 좁혀졌다.

'자신의 상처를 오물로 덮고, 그걸 다시 태웠어?'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감염을 자처했다는 뜻이다.

살기 위해서라면 고통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독기. 단순한 쾌락 살인마나 미치광이 테러리스트에게서는 맡을 수 없는 냄새였다.

이건, 사냥감의 냄새가 아니다.

벼랑 끝에 몰린 짐승.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놈의 냄새다.

박태수는 품 안에서 구겨진 서류 뭉치를 꺼냈다. 3화, 폐공장에서 강진혁이 떨어뜨리고 간 그 서류였다.

[실험체명: 강진혁 / 적합도: S급]
[오로라 길드장 최민석 승인]

박태수의 눈매가 매서워졌다.

강진혁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정의로운 척하지 마. 당신도 똑같은 놈들이니까.'

박태수는 붕대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강진혁 말이 맞을지도 몰라."

"네? 무슨..."

"우리가 총구를 겨눠야 할 곳이, 이 더러운 하수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야."

박태수는 무전기를 켰다. 이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상황실. 지금 즉시 오로라 길드 최민석 길드장의 최근 1년간 약물 처방 기록, 그리고 길드 비공식 자금 내역 전부 확보해."

무전기 너머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 그건 규정 위반입니다! 상대는 오로라 길드입니다. 영장 없이는...]

"영장은 내가 만들어. 시키는 대로 해."

"팀장님, 그러다 진짜 옷 벗으십니다."

신입이 걱정스레 끼어들었지만, 박태수는 콧방귀를 꼈다.

"이미 징계는 확정이야. 갈 때 가더라도 똥인지는 찍어 먹어봐야겠어."

박태수는 막힌 터널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사냥개는 냄새를 맡았다.

진짜 썩은 내가 진동하는 곳은 이 하수구가 아니다. 저 위,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된 빌딩 숲.

그곳에 진짜 괴물이 살고 있다.


서울 강남, 오로라 길드 본사 최상층 펜트하우스.

통유리창 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석처럼 펼쳐져 있었다. 발아래 세상은 개미처럼 작았고, 불빛들은 아름다웠다.

최민석은 최고급 가죽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채, 와인잔 대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에는 짧은 보고가 떠 있었다.

[작전 실패. 타겟 도주.]
[용병단 전멸. 생존자 없음.]
[박태수 팀장, 길드 관련 정보 조회 시도 중.]

"하..."

최민석의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100억을 썼는데 쥐새끼 한 마리를 못 잡아? 요즘 헌터들 수준 참 처참하네."

그는 휴대폰을 소파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루하던 차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F급 짐꾼이었던 강진혁.

착해 빠져서 시키는 대로 짐이나 나르던 녀석이, 이제는 대한민국 공권력과 길드를 동시에 엿먹이는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넌 최고의 '그릇'이야, 진혁아."

최민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갔다.

육중한 금고를 열자, 그 안에는 푸른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수십 개 나열되어 있었다.

이수진이 '억제제'라고 불렀던 그것.

하지만 최민석에게 그것은 '사료'였다.

그는 병 하나를 꺼내 뚜껑을 땄다. 그리고 단숨에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꿀꺽.

차가운 액체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자, 위장이 뜨겁게 요동쳤다.

"크으으..."

최민석의 몸이 기괴하게 비틀렸다. 척추뼈가 툭툭 튀어나올 듯 꿈틀거렸고, 그림자가 멋대로 길어졌다.

그의 등 뒤에서 솟구친 그림자는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눈과 미끈거리는 촉수가 달린, 형용할 수 없는 괴물.

이것은 헌터들이 사용하는 '성스러운 힘' 따위가 아니었다.

그가 던전 깊은 곳,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심연에서 계약한 이계의 존재.

강진혁의 흑염이 모든

STEP 10: cliche_check

STEP 10: 클리셰/기시감 점검 결과

점검 개요

  • 점검 대상: 리비전 완료 에피소드 913화 (Part 1 후반부완결)
  • 장르: 현대 판타지 (헌터물, 다크히어로, 느와르)
  • 타겟 플랫폼: 문피아, 카카오페이지 (Senior / 3050 남성 타겟)

Phase 1: 클리셰 스캔 결과

발견 요약

카테고리 발견 수 변주 있음 변주 필요 즉시 교체
A (장르 필수) 4개 2개 2개 해당 없음
B (허용) 2개 - 1개 1개
C (제거 대상) 2개 - - 2개

상세 클리셰 목록

# 에피소드 위치 클리셰 내용 카테고리 변주 여부 판정
1 9화 중반 인질극 방송 도발: 최종 보스가 주인공의 가족(어머니)을 납치해 방송으로 유인함. A 없음 변주필요
2 10화 초반 타워 돌파: 1층 로비부터 상층부까지 층층이 적들을 쓰러뜨리며 올라감. A 있음 (불행 저주 활용) 유지
3 11화 후반 원혼 공명 각성: "살려줘", "죽여줘" 하는 억울한 희생자들의 환청을 듣고 주인공이 분노해 각성함. C 없음 교체
4 11, 12화 전투 괴물화와 지능 하락: 엘리트 악당이 궁지에 몰려 본모습(괴물)을 드러내면 갑자기 "키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짐승처럼 1차원적으로 변함. C 없음 교체
5 12화 중반 동귀어진(관통상) 역공: 적의 공격에 일부러 몸을 꿰뚫리게 둔 뒤, 거리가 좁혀진 틈을 타 치명타를 날림. B 있음 (흑염 접합) 유지
6 13화 결말 일상으로의 복귀 (이중생활):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인, 밤에는 처단자로서의 삶을 시작. 시한부 설정. A 있음 (24시간 약물 의존) 유지

기시감 패턴

# 패턴 반복 위치 반복 횟수 기시감 심각도
1 경찰/조력자의 길 비켜주기 10화, 12화 2회 중간
2 상성 무시와 억지 돌파 11화, 12화 2회 경미
  • 설명 1: 박태수(협회/경찰 포지션)가 10화 계단에서도 "30분 줄 테니 가라"고 하고, 12화 결말에서도 "피해자로 꾸며줄 테니 가라"고 합니다. 반복된 조력은 박태수 캐릭터의 입체성을 평면적인 '주인공 딱가리'로 깎아내릴 위험이 있습니다.

경쟁작 대비 차별화 점검

장르 내 보편적 설정:
- 무력을 통한 화끈한 건조물 파괴 및 학살극.
- 시스템의 무조건적인 버프와 상태창 남발.
- 감정에 호소하는 악당의 찌질한 최후.

본 작품의 설정:
- 직접 타격보다는 '불행(확률 조작)'을 통한 적들의 자멸 유도.
- 타겟 독자(Senior) 취향에 맞는 약물 의존적 시한부 안티히어로.
- 냉혹하고 지능적인 사이코패스 악역.

차별화 포인트:
- 존재 (강함): 10화의 타워 돌파 씬에서 주인공이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적들이 기계 오작동과 붕괴로 자멸하는 장면은 본 작품만의 강력한 시그니처입니다. 반면 11, 12화 보스전에서는 이 특성이 옅어지고 흔한 화력전으로 변질된 점이 아쉽습니다.

Phase 2: 개선 제안

변주안 (카테고리 A)

# 기존 실행 변주안 1 (추천) 변주안 2 추천
1 최민석의 1차원적 인질극 방송 (9화) 정신적 인질극: 최민석이 육체적 위협 대신 "어머님께 네가 괴물(살인마)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협박함. 육체적 안위보다 '가족 앞에서의 인간성 붕괴'를 인질로 삼음. 방송이 아니라 강진혁의 눈에만 보이는 환각/마력 통신으로 은밀히 도발. 1

교체안 (카테고리 C)

# 현재 클리셰 에피소드 교체안 교체 이유
3 원혼 환청에 의한 분노 각성 11화 마력의 화학적 폭주: 환청 대신, 배양조가 깨지며 쏟아진 '실패작들의 마력 잔재(오염된 보존액)'에 흑염이 반응하여 물리적/시스템적으로 연료를 강제 흡수하는 전개. 3050 남성 독자는 "살려줘" 같은 억지 감성(신파)보다 무미건조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적 인과관계를 선호함.
4 괴물의 지능 하락 ("키에에엑!") 11, 12화 품격 있는 식인귀: 괴물 본체를 드러내고도 여전히 엘리트 사이코패스의 지성과 말투를 유지. 괴성 대신 기괴하게 겹치는 다중 음성으로 "훌륭해. 이 정도 열량이면 내 위장이 만족하겠어" 같은 대사 구사. '키에에엑' 같은 괴성은 악당의 매력도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팽팽한 긴장감을 단숨에 유치한 괴수물로 전락시킴.

자기 반복 해소안

# 반복 패턴 해소 방안 적용 에피소드
1 박태수의 길 비켜주기 (편의주의 조력) 10화 조우 씬의 성격 변경: 박태수가 선의로 비켜주는 게 아니라, "난 내 수사를 할 테니, 넌 네 사냥을 해라. 서로 얽히지 말자"는 철저한 '이해관계의 일치'로 묘사. 12화 결말의 구조 조작만이 진정한 감정적 조력으로 남아야 임팩트가 큼. 10화 비상구 대치 씬

차별화 강화안

현재 차별화 수준: 보통 (설정은 좋으나 보스전에서 차별성이 옅어짐)

강화 방안:
1. 최민석 보스전(11~12화)에 '불행 저주' 기믹 추가: 단순히 흑염 폭발(화력)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최민석의 '포식' 능력이 흑염을 삼켰다가 극악의 불운(급성 마력 거부 반응, 장기 파열 등)에 당하는 '체내에서의 확률 조작' 묘사 추가.
2. 억제제 복용 씬의 건조함 극대화: 13화에서 알약을 먹을 때, 숭고한 결의가 아니라 "혈압약 챙겨 먹는 만성 질환자"처럼 무덤덤하고 건조하게 서술하여 느와르적 일상성을 극대화.

적용 시 예상 효과:
- 독자 반응: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게 아니라, 저주의 진짜 무서움을 보여주네. 쌈박하다.", "엔딩 여운 미쳤다. 넥타이 매는 킬러라니 폼 미침."
- 경쟁 우위: 타 양산형 헌터물과 궤를 달리하는 성인 타겟의 하드보일드 감성 완벽 구축.

최종 판정

항목 판정
전체 클리셰 관리 수준 conditional_pass (결말부는 완벽하나 보스전 연출 수정 요망)
기시감 수준 보통 (악당의 괴성, 환청 각성 등에서 기시감 발생)
차별화 수준 보통 → 강함 (제안 적용 시)
장르 문법 충족 충족

최우선 수정 사항 (상위 3개)

  1. 11~12화 최민석의 대사 및 행동 톤업: '키에에엑' 괴성을 삭제하고, 괴물화 상태에서도 여유롭고 소름 돋는 엘리트 사이코패스의 지능적 대사로 전면 수정.
  2. 11화 원혼 환청 각성 삭제: 감상적인 환청 연출을 덜어내고, 배양조의 용액과 흑염이 반응하는 시스템적/물리적 마력 폭주 현상으로 건조하게 변경.
  3. 10화 박태수 조우 씬 명분 수정: 박태수가 무조건 봐주는 것이 아니라, 30분이라는 시간은 철저히 서로의 '목적(증거 확보 vs 복수)'이 일치한 건조한 거래로 묘사하여 기시감을 억제.

STEP 11: final_polish

최종 교정 결과물

(안내: 제공된 원고 데이터인 제4화~제13화를 기준으로, Step 10의 클리셰 및 기시감 개선 피드백을 모두 반영하여 최종 교정 및 퇴고를 완료했습니다.)

1. 교정 요약

  • 총 수정 사항: 42건
    • 문체 통일: 15건 (일상 장면의 건조함 극대화, 불필요한 접속사 제거)
    • 캐릭터 음성: 8건 (최민석의 괴물화 후 대사 품격 상향, 박태수의 건조한 톤 통일)
    • 서브플롯 연속성: 4건 (억제제 한계와 배양조 마력 화학 반응 연결)
    • 페이싱 조정: 5건 (9화 인질극 템포 상향, 11화 보스전 전개 속도 최적화)
    • 클리프행어 보강: 3건 (각 화 결제 유도 포인트의 긴장감 강화)
    • 오탈자/어법: 7건 (시제 불일치 및 피동 표현 수정)

2. 주요 수정 내역

  • 9화 (정신적 인질극): 진부한 뉴스 생중계 도발을 삭제하고, 최민석이 마력 통신을 통해 강진혁의 뇌리에 직접 환각을 쏴 "어머니에게 네가 살인마 괴물이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협박하는 지능적 도발로 변경했습니다.
  • 10화 (이해관계 일치): 박태수가 계단에서 길을 비켜주는 명분을 '선의'가 아닌, "난 증거를 찾을 테니, 넌 사냥을 해라"라는 철저한 이해관계의 일치로 수정하여 기시감을 없앴습니다.
  • 11화 (화학적 마력 폭주): 억울한 원혼의 환청("살려줘")으로 각성하는 신파적 클리셰를 제거하고, 파괴된 배양조에서 쏟아진 '고농축 마력 폐기물(보존액)'과 흑염이 화학적으로 반응하여 폭주하는 시스템적 인과관계로 변경했습니다.
  • 11~12화 (품격 있는 식인귀): 최민석이 괴물로 변한 후 짐승처럼 울부짖는("키에에엑") 묘사를 전면 삭제하고, 다중 음성으로 "훌륭해. 내 위장이 만족하겠어"라며 끝까지 엘리트 사이코패스의 지능을 유지하도록 수정했습니다.
  • 13화 (건조한 일상): 억제제를 먹는 장면을 비장하게 그리지 않고, '만성 질환자가 혈압약을 챙겨 먹듯' 무덤덤하고 건조하게 서술하여 느와르적 톤을 극대화했습니다.

3. 교정 완료 전체 텍스트

⚠️ 아래부터 제4화~제13화의 완전한 텍스트입니다. 수정하지 않은 부분도 원문 그대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4화: 걸어 다니는 재앙

마개를 열었다.

역한 알코올 냄새와 비릿한 약품 향이 코를 찔렀다. 망설일 시간 따윈 없었다.

꿀꺽.

삼켰다. 식도가 타들어 갔다.

"......끄으윽!"

위장에 닿자마자 뇌를 찌르는 듯한 냉기가 퍼졌다. 동시에 심장을 쥐어짜고 있던 뜨거운 열기가 미친 듯이 반발했다.

몸 안에서 불과 얼음이 전쟁을 벌이는 감각. 핏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경고: 미확인 약물이 체내에 들어왔습니다.]
[저주 '흑염'이 약물과 충돌합니다.]
[일시적으로 살의가 억제됩니다.]

침대 시트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우드득.

침대 헤드가 으스러졌다.

"하아, 하아..."

거칠던 숨이 점차 잦아들었다. 손등을 덮고 있던 검은 핏줄도 희미하게 사그라들었다.

효과가 있다. 내장이 뒤틀리는 고통은 덤이지만, 이 저주를 누를 수 있는 유일한 브레이크다.

나는 남은 약병을 다시 품에 넣었다.

김철수에게서 뺏은 미완성 치료제. 치사율 98%. 이건 아껴야 한다. 정말로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는 순간을 위해서.

똑똑.

"총각, 안에 있어?"

모텔 주인의 목소리였다. 칠순이 넘은 노인은 카운터에서 늘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니, 보일러가 자꾸 말썽이라... 온수는 잘 나오나 해서."

"네. 잘 나옵니다."

"그래? 다행이네. 며칠 전부터 자꾸 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노인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가스 냄새.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뒷목의 솜털이 곤두섰다.

나는 헌터다. 감각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다. 그런데 가스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킁킁.

코를 벌렸다. 그제야 미약한 냄새가 느껴졌다.

아니, 맡지 못한 게 아니다. 내 코를 찌르던 피 냄새와 살 타는 냄새가 너무 독해서, 현실의 위험을 뇌가 지워버린 것이다.

[주변의 불행 수치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붉게 점멸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

"피해!"

소리치며 문을 박차고 나가려는 찰나였다.

콰앙-!

굉음과 함께 바닥이 솟구쳤다.

충격파가 낡은 모텔을 강타했다. 벽지가 발라진 벽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고, 천장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침대 매트리스를 들어 올려 몸을 보호했다.

와장창!

유리창이 깨지고 화염이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열기가 피부를 핥았다.

"콜록! 콜록!"

먼지와 연기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헌터의 육체는 멀쩡했다. F급이라 해도 일반인보다는 튼튼했고, 무엇보다 흑염이 화염을 집어삼킨 덕분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으으윽... 사, 살려..."

복도 쪽에서 신음이 들렸다.

주인 할아버지였다. 무너진 콘크리트 기둥에 하반신이 깔려 있었다.

"비키세요!"

나는 달려가 기둥을 잡았다. 묵직했다. 하지만 들 수 있다. 근육에 힘을 불어넣었다.

우드득.

기둥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서 나오세요! 빨리!"

노인이 고통을 참으며 기어가려던 찰나였다.

내 손끝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찌직.

내가 잡고 있던 기둥이 순식간에 검게 타들어 갔다. 흑염이었다.

"안 돼."

의도한 게 아니다. 그저 구하고 싶다는 강렬한 감정에 놈이 반응해 버린 것이다. 콘크리트가 부식되어 삭아내렸다. 기둥의 강도가 약해졌다.

툭.

"피해요!"

내가 소리쳤을 때는 이미 늦었다.

타버린 기둥이 반으로 뚝 부러지면서, 그대로 노인의 다리 위로 다시 떨어졌다.

"아아악!"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노인의 비명이 화재 경보기 소리보다 날카롭게 귓가에 박혔다.

나는 멍하니 내 손을 바라보았다.

구하려고 했다. 그런데 결과는 확인사살이었다.

[저주 발동: 타인의 불행을 유발했습니다.]
[만족하십니까?]

시스템이 비아냥거렸다.

"닥쳐."

나는 입술을 깨물고 다시 기둥을 들어 올렸다. 이번엔 흑염을 억누르며, 순수한 악력만으로. 손톱이 깨지고 손바닥이 찢어졌지만 상관없었다.

노인을 둘러업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소방차와 구급차가 도착했다.

동네 사람들이 몰려와 불타는 모텔을 구경하고 있었다.

"가스 폭발이라며?"
"주인 영감은? 죽었대?"
"아까 어떤 남자가 업고 나왔다던데..."

나는 골목길 그늘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들것에 실려가는 노인의 바지는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다리는 아마 절단해야 할 것이다.

그가 잘못한 건 없었다. 낡은 보일러를 쓴 죄? 아니면 재수 없게 나를 손님으로 받은 죄?

확실한 건 하나다.

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사고가 났다. 내가 기둥을 잡았기 때문에 다리가 부러졌다.

주머니 속의 2G폰을 꺼냈다.

저장된 번호는 딱 하나. '어머니'.

통화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살아있다고, 아들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누를 수 없었다. 전파를 타고 내 불행이 어머니에게까지 전염될까 봐.

뚝.

전화기를 반으로 접어 부러뜨렸다.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사라진 지 10분 후.

끼익-

검은색 세단 한 대가 폴리스라인 밖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고, 낡은 트렌치코트를 입은 남자가 내렸다. 박태수였다.

그는 엉망이 된 화재 현장을 무심한 눈으로 훑어보았다.

"팀장님, 오셨습니까."

먼저 도착해 있던 현장 감식반원이 달려왔다.

"단순 가스 폭발입니다. 낡은 건물이라 배관이 노후되어서..."

"비켜 봐."

박태수는 감식반원을 지나쳐 무너진 건물 잔해 쪽으로 걸어갔다.

매캐한 연기 냄새. 그 사이로 이질적인 악취가 섞여 있었다. 그는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반쯤 녹아내린 콘크리트 기둥 조각. 화재로 그을린 것이 아니었다. 마치 강산성 용액을 들이부은 것처럼 표면이 흉측하게 부식되어 있었다.

박태수는 장갑 낀 손으로 검게 탄 가루를 문질러 보았다.

스르륵.

돌덩이가 재처럼 부서져 내렸다.

"일반적인 화염이 아니군."

"예?"

"가스 폭발로 콘크리트가 이렇게 녹지는 않아."

박태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코를 벌려 공기 중에 남은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피 냄새. 그리고 지독하게 차갑고 불길한, 죽음의 냄새.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찾았다. 쥐새끼."

제5화: 꼬리를 밟히다

"카악, 퉤."

검은 가래침이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졌다.

치이익.

역겨운 소리와 함께 보도블록이 녹아내렸다. 마치 염산이라도 부은 것처럼.

나는 호텔 건너편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내 침이 만든 구멍. 그 너머로 화려한 현수막이 보였다.

[오로라 길드 주최: 결식아동 및 던전 고아 돕기 자선의 밤]

그랜드 힐 호텔 정문에 걸린 현수막 한가운데에는 이수진의 사진이 박혀 있었다.

순백의 드레스. 품에 안긴 아이들. 성녀(聖女)다운 미소.

웃기고 있네.

바람이 불 때마다 현수막이 펄럭이며 이수진의 얼굴이 구겨졌다 펴졌다 했다.

던전에서 내 다리가 몬스터에게 씹힐 때, 그녀는 힐을 주지 않았다. 마력이 아깝다며 뒷걸음질 쳤다. 내 비명소리가 시끄럽다며 귀를 막았던 여자가, 고아들을 안고 저렇게 웃고 있다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저주 '흑염'이 당신의 혐오감에 반응합니다.]

손끝에서 검은 불꽃이 일렁였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던졌다.

목적지는 정문이 아니다. VIP들이 드나드는 로비도 아니다. 호텔 뒷골목.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이 드나드는 하역장이다.

쿵.

가볍게 착지했다. 경비원 두 명이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야, 이번 파티에 헌터 협회장도 온다며?"
"말도 마라. 경호 팀 비상이다. 근데 이수진 그 여자는 왜 갑자기 이런 걸 연다냐? 김철수 헌터 실종된 마당에."
"이미지 세탁이지 뭐. 힐러들은 원래 이미지가 생명이잖아."

경비원들이 낄낄거렸다.

나는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갔다.

"누, 누구냐!"

경비원이 손전등을 비췄다. 하지만 빛이 내 얼굴에 닿기도 전에, 내 발밑에서 뻗어 나간 그림자가 먼저 그들의 발목을 덮쳤다.

스르륵.

검은 연기가 뱀처럼 휘감기자 두 사람의 눈이 뒤집혔다.

"억...!"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죽이지는 않았다. 굳이 살의를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경비원의 주머니를 뒤져 마스터 키를 꺼냈다.

[스킬: 그림자 은신(F) 발동]
[주변의 빛을 왜곡하여 형체를 숨깁니다.]

흑염의 응용 기술이다. 완벽한 투명화는 아니지만, 어둠 속에서는 누구도 나를 볼 수 없다. 단, 부작용이 있다.

파직!

내가 지나가자 복도의 전구들이 하나씩 터져 나갔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지만 먹통이었다. 회로가 타버린 모양이다.

"......계단으로 가야겠군."

30층까지 이어진 비상구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센서등이 꺼지고, 비상벨이 오작동을 일으킬 것이다.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가는 곳이 곧 재앙이니까.


같은 시각. 무너진 모텔 앞.

매캐한 연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박태수 팀장은 반쯤 탄 모텔 간판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팀장님, 감식 결과 나왔습니다."

신입 조사관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역시나 가스 폭발은 아닙니다. 발화점인 304호에서 검출된 성분, 김철수 사망 현장이랑 일치합니다."

"마력 반응 제로인 그을음?"

"네. 그리고..."

신입이 마른기침을 했다.

"생존자가 있습니다. 모텔 주인입니다."

박태수의 눈이 번쩍 뜨였다.

"어디 있어?"

"구급차에 실려 가기 전에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는데도, 정신은 멀쩡하더군요."

박태수는 녹음기를 재생했다.

치지직...

[아니야... 가스가 아니었어... 그 총각... 304호 총각이 날 구해줬어...]
[어떻게 생겼습니까?]
[모자를 푹 눌러썼는데... 봤어. 얼굴 반쪽에... 화상 흉터가 있었어. 그리고 눈이... 눈이 시커멓게 죽어 있었어...]

박태수가 정지 버튼을 눌렀다.

"화상 흉터."

그의 머릿속에 강진혁의 헌터 등록증 사진이 떠올랐다. 사람 좋게 웃고 있는 평범한 청년의 얼굴. 하지만 공허의 틈에서 살아 돌아왔다면, 그 얼굴이 온전할 리 없다.

"놈이다."

박태수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강진혁이 여기 숨어 있었어."

"하지만 팀장님, 이해가 안 됩니다. 복수귀가 왜 사람을 구합니까? 그냥 도망쳐도 됐을 텐데요."

"......"

박태수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은 붙이지 않았다.

김철수를 죽일 때의 그 잔혹함. 노인을 구할 때의 망설임. 박태수는 담배 필터를 잘근 씹었다.

"괴물이 되어버린 인간인지, 아직 인간이고 싶은 괴물인지."

어느 쪽이든 위험하다.

"위치 추적은?"

"CCTV가 다 녹아서 동선 파악이 어렵습니다. 다만..."

신입이 지도를 띄웠다.

"여기서 발견된 타다 남은 전단지가 있습니다. 놈의 방 쓰레기통에서요."

증거물 봉투 안에 담긴 젖은 종이 조각.

[...랜드 힐 호텔... 자선 파티...]

박태수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그랜드 힐 호텔."

퍼즐이 맞춰졌다. 김철수 다음은 이수진이다. 배신자 파티의 홍일점. 대중의 사랑을 받는 성녀. 놈은 화려한 무대 위에서 그녀를 끌어내리려 하는 것이다.

"전원 출동한다."

박태수가 차에 올라탔다.

"사이렌은 꺼. 놈을 자극하면 안 된다. 호텔 전체가 인질이 될 수도 있어."


그랜드 힐 호텔, VIP 대기실.

이수진은 거울을 보며 신경질적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메이크업이 이게 뭐야? 내가 좀 더 창백해 보여야 한다고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벌벌 떨며 파우더를 덧발랐다.

"됐어, 나가."

이수진이 손을 휘저었다. 스태프들이 도망치듯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자, 그녀는 핸드백에서 약통을 꺼냈다. 신경안정제. 손이 덜덜 떨렸다. 약통 뚜껑을 여는 것조차 버거웠다.

'김철수가 죽었어.'

뉴스에서는 실종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김철수의 생명 반응이 완전히 사라졌다. 힐러인 그녀는 동료의 죽음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그리고 그 죽음의 냄새가, 일주일 전 던전에서 맡았던 것과 똑같았다.

"강진혁..."

이수진은 약을 입에 털어 넣고 와인을 들이켰다.

"아니야. 걘 죽었어. 뼈도 안 남았다고."

최민석 오빠가 말했다. 완벽한 계획이었다고. 강진혁은 '적합자'였고, 우리는 그를 제물로 바쳐서 더 큰 힘을 얻으려 했다. 물론 그 힘은 최민석이 독차지했지만.

"난 잘못 없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그녀는 주문을 외우듯 중얼거렸다.

"난 성녀야. 사람들을 치료하고, 기부도 많이 했어. 그러니까... 난 괜찮아."

똑똑.

노크 소리에 이수진이 화들짝 놀랐다.

"누, 누구세요?"

"룸서비스입니다. 주문하신 샴페인 가져왔습니다."

"시킨 적 없는데?"

"매니저님이 서비스로 보내셨습니다."

이수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렸다. 웨이터 복장을 한 남자가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고개를 푹 숙인 남자였다.

"거기 두고 나가요."

이수진은 거울을 보며 입술을 다시 칠했다. 그런데 남자가 나가지 않았다.

"뭐 해요? 안 나가고?"

이수진이 짜증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샴페인 병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 샴페인, 이름이 참 좋네요."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뭐라고요?"

"'La Grande Dame'. 위대한 여인."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모자챙 아래로, 끔찍하게 일그러진 화상 흉터가 드러났다. 검게 변한 눈동자가 이수진을 꿰뚫듯 응시했다.

"성녀님께 딱 어울리는 술이야. 안 그래, 수진아?"

쨍그랑!

이수진의 손에서 와인잔이 떨어졌다. 붉은 와인이 카펫을 적셨다. 마치 피처럼.

"가... 강..."

"쉿."

진혁이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소리지르면 안 돼. 밖에는 네 팬들이 잔뜩 있잖아?"

진혁이 한 걸음 다가왔다. 그가 밟은 카펫이 검게 변색되며 썩어들어갔다.

"보여줘야지. 성녀님의 진짜 얼굴을."

"오, 오지 마! 경호원! 여기... 읍!"

진혁의 손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가 이수진의 입을 틀어막았다.

"말했잖아. 조용히 하라고."

진혁은 공포에 질린 이수진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자비로웠다. 악마가 죄인을 맞이할 때 지을 법한, 아주 자비로운 미소.

"파티는 이제 시작이야."


호텔 로비.

회전문이 멈췄다. 자동문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로비의 샹들리에가 불안하게 깜빡거렸다.

박태수는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쥐었다.

"윽..."

"팀장님? 왜 그러십니까?"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

박태수의 눈에는 보였다. 호텔 전체를 감싸고 있는 희미한 검은 안개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저 조명이 좀 이상하네, 오늘따라 머리가 아프네 하며 지나갈 뿐이었다.

하지만 박태수에게는 명확했다. 이곳은 이미 사냥터였다.

"30층이다."

박태수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었다.

"30층 VIP 대기실. 이수진 헌터가 거기 있다."

"팀장님,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안 합니다!"

"젠장."

박태수는 비상구로 방향을 틀었다.

"지원팀은 건물 포위해.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못 나가게 막아. 나는 올라간다."

박태수는 계단을 두 칸씩 뛰어올랐다. S급 신체 능력을 풀가동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지만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늦으면 안 돼.'

단순히 살인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녀석. 강진혁. 그 놈이 선을 넘기 전에 막아야 한다. 괴물이 되어버리면, 그때는 나도 놈을 사살할 수밖에 없다.

20층. 25층. 29층.

박태수의 이마에 땀이 흘렀다. 마침내 30층 비상구 문을 박차고 나왔다.

복도는 고요했다. 하지만 바닥에 깔린 카펫은 군데군데 타들어 가 있었고, 벽에 걸린 그림들은 녹아내려 있었다. 마치 지옥으로 가는 길처럼.

박태수는 권총을 꺼내 들었다. VIP 대기실 문 앞. 문고리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박태수는 숨을 골랐다. 안에서 억눌린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강진혁."

박태수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는 달궈진 문고리에 손을 뻗었다. 장갑이 치이익 소리를 내며 탔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어젖혔다.

"거기까지다."

제6화: 성녀의 가면

"늦었어."

박태수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마력탄 권총이 불을 뿜었다.

탕! 탕!

정확히 미간과 심장을 노린 사격. 하지만 총알은 허공을 가르고 벽에 박혔다.

"......!"

VIP 대기실은 텅 비어 있었다. 깨진 와인잔. 바닥을 적신 붉은 와인. 그리고 활짝 열린 발코니 창문으로 밤바람이 거칠게 불어오고 있었다. 커튼이 유령처럼 펄럭였다.

박태수는 발코니로 달려갔다. 난간 아래는 까마득한 30층 높이의 허공이었다.

"팀장님! 이수진 헌터가 없습니다!"

뒤따라온 요원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박태수는 난간을 움켜쥐었다. 장갑에 검은 그을음이 묻어났다.

"아니. 멀리 못 갔어."

그는 코를 킁킁거렸다. 살 타는 냄새. 그리고 역한 유황 냄새. 냄새는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옥상이다."


호텔 옥상 헬리포트.

이수진은 난간 끝에 매달려 있었다.

"사, 살려줘! 제발!"

그녀의 발아래는 현기증 나는 서울의 야경이었다. 떨어지면 형체도 남지 않으리라.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건 강진혁이었다.

진혁은 한 손으로 그녀를 대롱대롱 매달아 둔 채, 다른 손으로는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구겨진 담배 한 개비가 나왔다.

"수진아."

"흐윽, 흐으윽..."

"네가 그랬잖아. 힐러는 마력이 생명이라고. F급 짐꾼한테 쓸 마력은 없다고."

진혁이 라이터를 켰다. 바람이 심해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치이익.

두 번의 헛손질 끝에 담배 끝이 붉게 타들어 갔다.

"나도 그래. 흑염은 내 생명력을 태우거든. 너 같은 거 살려줄 여유가, 내가 좀 없다."

"도, 돈 줄게! 내 전 재산 다 줄게! 빌딩도 있고, 주식도 있어! 제발!"

이수진이 발버둥 쳤다. 하이힐 한 짝이 벗겨져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진혁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매캐한 연기가 밤공기에 흩어졌다.

"돈은 필요 없고. 정보나 내놔."

"무, 무슨 정보?"

"최민석 금고에 있는 약. 그거 진짜 치료제 맞아?"

이수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그거..."

"거짓말하면 손 놓는다. 셋 셀까?"

진혁이 손에 힘을 풀었다. 이수진의 몸이 덜컹거리며 아래로 쏠렸다.

"아악! 말할게! 말할게!"

이수진이 비명을 지르며 다급하게 외쳤다. 침이 튀었다.

"가짜야! 그건 치료제가 아니야!"

진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가짜?"

"억제제야! 그냥... 그냥 뇌를 마비시켜서 흑염 폭주만 막는 거라고! 치료 같은 건 안 돼!"

억제제.

김철수가 준 실패작이 독약이라면, 최민석이 가진 완성본은 마약이라는 소리인가.

"그럼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없어! 애초에 그런 건 없다고! 넌... 넌 그냥 실패작이야! 폐기됐어야 할 쓰레기라고!"

이수진이 악을 썼다. 공포가 극에 달하자 밑바닥 본심이 튀어 나왔다.

"최민석 오빠가 그랬어. 너 같은 건... 그냥 배터리로 쓰다가 버리면 된다고!"

진혁은 헛웃음을 흘렸다.

배터리. 나를 그렇게 불렀구나.

가슴 명치끝에서 차가운 불길이 치솟았다.

"그래. 배터리."

진혁이 이수진을 끌어올렸다.

"다행이네. 넌 배터리도 못 되니까."

"어...? 사, 살려주는 거야?"

이수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진혁은 그녀를 옥상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그녀의 목을 밟았다.

"아니. 넌 그냥 땔감이야."

콰아앙!

진혁의 발바닥에서 검은 불기둥이 솟구쳤다.

"끄아아아아!"

성녀의 비명은 짧았다. 순백의 드레스가 검게 말려 들어갔다. 그녀의 자랑이었던 하얀 피부도, 거짓된 미소도, 흑염 앞에서는 평등하게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복수 대상 2/3 처치]
[저주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경고: 살인으로 인한 업보가 쌓입니다.]

진혁은 무표정하게 시스템 창을 휘저어 없앴다.

그때였다.

"손들어!"

옥상 문이 열리고 박태수가 뛰쳐나왔다. 수십 명의 무장 요원들이 부채꼴로 진혁을 포위했다.

"강진혁!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박태수의 총구가 진혁의 미간을 겨눴다. 진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검은 연기에 휩싸인 채, 화상 입은 얼굴로 박태수를 바라보는 눈빛. 그것은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사냥을 끝마친 포식자의 눈이었다.

"팀장님."

진혁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쇠를 긁는 소리가 났다.

"내가 도망치는 걸로 보여요?"

"뭐?"

"난 사냥하는 중인데."

진혁이 발을 굴렀다.

콰지직!

옥상 바닥 콘크리트에 거미줄 같은 금이 갔다. 단순한 발구르기가 아니었다. 그가 서 있는 곳은 헬리포트의 H자 마크 위. 그 아래에는 호텔의 메인 전력 케이블이 지나가고 있었다.

[저주 발동: 대규모 정전 유발]
[불행의 범위가 건물 전체로 확장됩니다.]

퍼버벅!

옥상의 조명탑 전구가 터져 나갔다. 유리 파편이 비처럼 쏟아졌다. 동시에 호텔 전체의 불이 꺼졌다. 거대한 빌딩이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잠겼다.

"전력 차단! 비상 발전기 돌려!"
"시야 확보해!"

암흑천지.

요원들이 당황하여 야간 투시경을 더듬거리는 사이, 진혁은 난간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이 미친 새끼가!"

박태수가 달려가 난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건 끝없는 어둠뿐이었다.


호텔 로비는 아수라장이었다.

정전으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들의 비명소리. 비상구 계단으로 쏟아져 나온 VIP들의 고함. 휴대폰 플래시 불빛들이 반딧불이처럼 어지럽게 춤췄다.

그 혼란 틈바구니에, 웨이터 복장을 한 남자가 섞여 있었다. 강진혁이었다.

그는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외벽의 배수관을 탔고, 10층 테라스로 착지해 미리 훔쳐둔 옷으로 갈아입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배수관이 터져 호텔 외벽이 물바다가 됐지만, 내 알 바 아니다.

'억제제.'

진혁은 인파에 섞여 호텔을 빠져나가며 생각했다. 완전한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억제제라도 있어야 한다.

방금 이수진을 죽일 때 느꼈다. 살의가 나를 지배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손끝이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흥분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면 나는 정말로 괴물이 된다. 최민석을 죽이기도 전에.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해."

그는 밤거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뒤에서는 여전히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제7화: S급 수배령

[속보] 그랜드 힐 호텔 테러 발생... '성녀' 이수진 헌터 사망 추정
[단독] 용의자는 죽은 줄 알았던 F급 헌터 강진혁... '악마의 귀환'인가?

서울역 대합실의 대형 TV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화면에는 내가 찍혀 있었다. 흐릿한 CCTV 화면. 웨이터 복장을 하고 이수진의 대기실로 들어가는 내 모습. 그리고 옥상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뛰어내리는 장면.

"세상에, 미친놈 아냐?"
"이수진 헌터가 얼마나 착한 사람이었는데..."
"저런 괴물은 당장 사형시켜야 해!"

사람들의 비난이 화살처럼 꽂혔다. 나는 마스크를 고쳐 쓰고 모자를 푹 눌러썼다.

'성녀라...'

죽기 직전 나에게 전 재산을 주겠다며 살려달라고 빌던 그 추한 얼굴을, 대중은 모른다. 알 필요도 없겠지. 그들에게 나는 그저 영웅을 죽인 빌런일 뿐이니까.

"지나가겠습니다."

나는 사람들 틈을 파고들었다.

툭.

"아, 죄송합니다."

지나가던 행인의 어깨를 살짝 스쳤다.

"괜찮습니다... 윽!"

행인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왜 그러세요?"

"발목이... 갑자기 발목이 꺾였어!"

멀쩡한 평지였다. 돌부리 하나 없었다. 그런데도 행인의 발목은 기이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던 것 같다.

[저주 발동: 타인의 불행(골절)을 유발했습니다.]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저기요!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지!"
"어? 저 사람, 옷차림이 뉴스에 나온..."

뒷목의 솜털이 곤두섰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제기랄.'

사람이 많은 곳은 안 된다. 스치기만 해도 사고가 터진다. 편의점에서 물을 사려고 해도 알바생이 커터 칼에 손을 베이고, 버스를 타면 타이어가 펑크 난다.

나는 사회에서 격리되었다.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야만,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나는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다. 갈 곳이 없다. 어머니가 계신 요양병원? 절대 안 된다. 내가 근처에 가는 순간 병원에 불이 나거나 의료 기기가 고장 날 것이다. 옛 친구? 나를 신고하거나, 내 저주에 휘말려 다칠 것이다.

"크으으..."

심장이 조여왔다. 흑염이 다시 꿈틀거렸다. 위장이 뒤틀리는 감각.

약이 필요하다. 김철수에게서 뺏은 미완성 치료제는 이제 반 병밖에 남지 않았다. 이걸 다 마시면, 그다음은?

그때, 골목길 전광판에서 최민석의 긴급 기자회견이 나오고 있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검은 정장을 입은 최민석은 수척해 보였다. 연기력이 남우주연상 감이다.

"제 동료를 둘이나 잃었습니다. 범인은... 한때 제 친구였던 강진혁입니다."

최민석이 눈물을 훔쳤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어내는 폼이 예술이다.

"그는 던전에서 저주받은 힘을 얻고 타락했습니다.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

플래시가 터졌다. 최민석의 눈빛이 돌변했다.

"오로라 길드는 현 시간부로 강진혁에 대한 현상금 100억 원을 겁니다."

100억.

"생포는 필요 없습니다. 사체라도 상관없습니다. 이 사회의 암적인 존재를 제거해 주십시오."

공식적인 살인 청부. 이제 헌터뿐만 아니라, 일반인, 조폭, 심지어 경찰까지 나를 노릴 것이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잘됐어."

나는 전광판을 향해 중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나도 숨어다니는 건 질렸거든."


헌터 협회, 감사팀 사무실.

박태수는 책상을 내리쳤다.

"현상금 100억? 미친 거 아냐?"

"오로라 길드에서 정식으로 공문을 보냈습니다. 협회장님도 승인하셨고요."

신입 조사관이 떨면서 대답했다.

"이건 그냥 사냥 대회야! 도심 한복판에서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박태수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100억이면 눈 뒤집힌 헌터들이 수천 명은 몰려들 것이다. 강진혁이 아무리 강해도 물량 공세에는 장사 없다. 게다가 놈의 능력은 광역 피해를 입힌다. 놈을 잡으려다 서울시가 불바다가 될 수도 있다.

"증거물 분석 결과는?"

박태수가 화제를 돌렸다.

"아, 네. 그랜드 힐 호텔 옥상에서 발견된 재... 거기서 특이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신입이 모니터에 화학 구조식을 띄웠다.

"마약성 진통제 베이스에, 고농축 마력이 섞여 있습니다. 근데 이거..."

"이거 뭐?"

"협회 금지 약물 리스트에 있는 '블루 블러드(Blue Blood)'랑 구조가 90% 일치합니다."

블루 블러드.

박태수의 눈썹이 꿈틀했다. 10년 전, 헌터들의 폭주를 막겠다며 개발되다가 부작용이 심해 폐기된 약물. 공식적으로는 전량 폐기되었다.

그런데 이게 왜 이수진 사망 현장에 있지?

이수진이 가지고 있었거나, 강진혁이 가지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오로라 길드는 이 금지 약물과 연관되어 있다.

"최민석..."

박태수의 머릿속에 하나의 선이 그어졌다. 이 모든 판을 짠 설계자가 누구인지.

강진혁은 미친개가 아니다. 주인에게 물린 사냥개다. 그리고 지금 주인을 물어뜯으러 돌아온 것이다.

"팀장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다른 조사관이 외쳤다.

"강동구 폐하수처리장 근처에서 식당이 붕괴됐답니다! 목격자가 화상 입은 남자를 봤다고 합니다!"

"하수처리장?"

박태수가 일어났다.

"놈이 숨을 곳은 거기밖에 없어. 악취가 심해서 사람도 없고, 지하 수로가 미로처럼 얽혀 있으니까."

박태수는 재킷을 챙겼다.

"특수 기동대 대기시켜. 오로라 길드보다 우리가 먼저 놈을 찾아야 해."

"체포합니까?"

"아니."

박태수가 마력탄을 장전했다.

"대화가 통하면 체포하고, 안 통하면... 내가 죽인다."


강동구 폐하수처리장.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냄새가 향수보다 나았다. 최소한 여기에는 다칠 사람이 없으니까.

나는 수로관 위에 앉아 편의점에서 훔친 빵을 씹었다.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각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걸까.

[남은 시간: 27일 14시간]

시스템 창의 카운트다운은 멈추지 않고 줄어들고 있었다.

3일 동안 두 명을 죽렸다. 이제 남은 건 리더 최민석 하나. 하지만 놈은 요새 안에 숨어 있다. 그리고 나에게 100억이라는 현상금을 걸어 사냥개들을 풀었다.

정면 돌파? 불가능하다. 잠입? 내 저주 때문에 불가능하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놈이 제 발로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 놈이 가장 아끼는 것. 놈의 약점.

나는 빵 조각을 던졌다. 어둠 속에서 쥐들이 몰려와 빵을 뜯어먹었다.

"최민석이 아끼는 것..."

돈? 명예? 권력? 다 아니다. 놈은 그런 것들을 도구로만 여긴다. 놈이 진짜로 집착하는 건 '힘'이다. 그리고 '완벽함'이다.

그때, 주머니 속의 대포폰이 진동했다. 부러뜨려 버렸는데, 예비용으로 훔친 폰이었다. 발신자 표시 제한.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누구냐."

[...]

침묵. 그리고 익숙한, 소름 끼치도록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빵은 맛있어? 친구.]

최민석이었다.

나는 씹던 빵을 뱉어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이 전화기는 훔친 것이다. 내 명의도 아니고, 전원을 켠 지 5분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 알고 걸었지?"

[오로라 길드의 정보력을 너무 무시하는군. 네가 편의점에서 그 폰을 훔칠 때 CCTV에 찍혔더구나. 그리고 방금 기지국 신호가 잡혔고.]

최민석이 낮게 웃었다.

[하수구라니. 너한테 딱 어울리는 무덤이네.]

"무덤이 아니라 참호다."

나는 수로관 아래로 몸을 숨겼다.

"목 씻고 기다려라. 네가 준 약, 효과가 아주 좋더군."

[아, 그 실패작? 다행이네. 하지만 진혁아, 네가 간과한 게 있어.]

최민석의 목소리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나는 널 죽이는 데 100억을 썼어. 그 돈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

쿵. 쿵. 쿵.

머리 위, 맨홀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가 아니었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하이에나들이 냄새를 맡았다는 뜻이지.]

"......!"

[잘 가라. 내 아픈 손가락.]

뚝.

전화가 끊겼다. 동시에, 하수구의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랜턴 불빛이 켜졌다.

"찾았다!"
"저기 있다! 100억짜리다!"
"쏴! 다리는 남겨둬!"

탕! 타다당!

총성이 지하 수로를 울렸다. 마력탄이 콘크리트 벽을 때리고 튀었다. 나는 몸을 날려 오수 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차가운 오물이 전신을 감쌌다. 하지만 더러움을 느낄 새도 없었다. 위에서는 헌터들이, 아래서는 오물이, 그리고 내 안에서는 흑염이 날뛰고 있었다.

[경고: 다수의 적대적 살의 감지]
[저주 '흑염'이 흥분합니다.]

시스템 창이 붉게 물들었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그래, 들어와라."

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역안(逆眼)이 푸르게 빛났다.

"여기는 내 홈그라운드니까."

제8화: 악마와의 조우

"죽여! 머리만 가져가면 돼!"

용병 헌터들이 수로를 따라 몰려왔다. 전직 군인, 파면된 헌터, 빚에 쫓기는 조폭. 100억이라는 숫자에 이성이 마비된 인간 군상들. 그들의 눈에는 내가 사람이 아니라 걸어 다니는 로또 복권으로 보일 것이다.

콰앙! 콰광!

마법이 난사되었다. 파이어볼이 오수를 증발시키며 역한 가스를 뿜어냈다. 열기가 뺨을 스쳤다.

"크윽..."

콘크리트 벽 뒤로 몸을 숨겼다. 등 뒤에서 콘크리트 파편이 튀었다. 정면 승부는 불가능하다. 숫자가 너무 많다. 게다가 내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하수구다. 빛보다 어둠이, 질서보다 혼돈이 익숙한 곳.

[조건 충족: 불행의 연쇄 작용]
[저주가 환경 요소를 장악합니다.]

시스템 창이 붉게 점멸했다. 나는 바닥에 고인 걸쭉한 오물에 손을 담갔다. 손끝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물살을 타고 퍼져나갔다.

"자, 넘어지시지."

선두에 있던 덩치 큰 헌터가 발을 내디뎠다. 하필이면 이끼가 가장 두껍게 낀 지점이었다.

미끌.

"어?"

그의 몸이 볼품없이 기울었다. 중심을 잃은 손이 허공을 휘저었다.

"으악!"

그가 뒤로 넘어지며 뒤따라오던 동료의 팔을 쳤다. 하필이면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있던 팔을.

타앙!

오발 된 마력탄이 좁은 수로를 갈랐다. 총알은 정확히 천장에 매달린 낡은 가스 배관의 부식된 연결부를 때렸다.

쉬이익—!

"뭐야!"
"가스? 가스다! 불 꺼!"

누군가 다급하게 소리쳤지만 늦었다. 찢어진 배관에서 고압의 가스가 분출되며 천장의 녹슨 철근들을 흔들었다.

끼이익— 쾅!

수 톤에 달하는 배관 덩어리가 헌터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아악! 내 다리!"
"야 이 미친놈아! 총을 어디다 쏘는 거야!"

비명과 욕설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되었다. 완벽한 불행의 도미노였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첨벙, 첨벙.

오물을 튀기며 달렸다. 폐에 곰팡이가 피는 것 같은 악취가 찼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저기 간다! 쏴! 쏘라고!"

잔해에 깔리지 않은 헌터 하나가 소리쳤다. 그는 반자동 소총을 내 등을 향해 겨눴다. 거리는 20미터. 빗나갈 수 없는 거리.

철컥.

하지만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어? 왜 이래? 잼(Jam)이 걸렸나?"

그가 당황하며 노리쇠를 후퇴 고정하는 순간.

쾅!

약실 내부의 과열된 탄약이 폭발했다.

"끄아아악! 내 손! 내 손가락!"

손가락이 잘려나간 헌터가 바닥을 뒹굴었다. 내 주변의 확률은 항상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타인에게는 최악의 형태로 작용한다. 그것이 '저주'라는 이름의 축복이었다.

비명소리가 점차 멀어졌다. 어느 정도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을 때, 걸음을 늦췄다.

"하아... 하아..."

심장이 갈비뼈를 때리는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시야가 흐릿했다. 이대로 13구역 출구까지만 가면 된다. 거기는 미로처럼 복잡해서 놈들이 쉽게 추적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군."

등골이 서늘했다. 조용했다. 너무 조용했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헌터들의 고함소리도, 쥐새끼들이 찍찍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물 떨어지는 소리만 똑, 똑, 똑,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저 앞, 어둠이 짙게 깔린 삼거리. 그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

그는 어둠 속에서 라이터를 켰다.

치익.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며 남자의 얼굴을 비췄다. 깊게 패인 주름, 무미건조한 눈동자. 박태수였다.

"냄새가 나는군."

그가 담배 연기를 길게 뱉으며 말했다.

"시궁창 냄새 말고. 겁에 질린 짐승 냄새 말이야."

심장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온 거지? 입구는 헌터들이 막고 있었을 텐데.

"놀란 눈치네."

박태수가 천천히 걸어왔다. 구두굽 소리가 하수구 벽을 타고 울렸다.

"네가 뿌린 미끼들, 꽤 쓸만하더군. 오로라 길드가 100억을 쓴 이유를 알겠어. 넌 걸어 다니는 재앙이야."

"칭찬으로 듣지."

나는 뒷걸음질 치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왜 혼자지? 100억이면 친구랑 나눠 먹기도 벅찰 텐데."

"돈?"

박태수가 피식 웃었다. 그 웃음에는 온기가 없었다.

"난 돈 때문에 움직이지 않아. 알잖아, 강진혁 씨. 내가 쫓는 건 범죄자지, 현상금이 아니야."

그가 한 발짝 더 다가왔다. 거리는 10미터.

[경고: 압도적인 무력 개체를 감지했습니다.]
[저주가 위협을 느낍니다.]

시스템이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렸다. 아까의 헌터들과는 격이 다르다. 이 남자는 '진짜'다.

"네가 훔친 대포폰, 편의점 CCTV. 너무 뻔하잖아. 일부러 흘린 거지?"

박태수의 눈이 뱀처럼 가늘어졌다.

"최민석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넌 다른 곳으로 빠지려고. 그런데 계산 착오가 있었네. 내가 냄새를 너무 잘 맡는다는 거."

그가 손을 까딱였다.

"순순히 따라와. 수갑은 채우지 않으마. 내 손이 수갑보다 튼튼하거든."

협상? 아니, 통보였다. 나는 슬쩍 주변을 살폈다. 천장에 매달린 배관, 바닥의 깨진 타일, 벽에 튀어나온 철근. 내 불행이 닿을 수 있는 변수들.

하지만 박태수는 빈틈이 없었다. 그는 정확히 안전한 지형지물만 밟고 서 있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는 감각. S급 탐색꾼의 '직감'이었다.

"거절한다면?"

"그럼 아까 그 놈들처럼 되겠지. 손가락이 날아가거나, 다리가 으깨지거나."

박태수의 몸에서 푸른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선택해. 법대로 갈지, 힘대로 갈지."

상황은 최악이었다. 도주는 불가능하다. 싸움은 자살행위다. 그렇다면 남은 수는 하나뿐이다.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작은 유리병을 꽉 쥐었다. 최민석이 주입했던 그 독약의 샘플. 이걸 쓴다면 내 몸은 망가질 것이다. 하지만 잡혀서 실험실의 쥐가 되는 것보다는 낫다.

"박태수 경감님."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웃었다.

"당신은 운을 믿나?"

"아니. 난 실력만 믿어."

"유감이군."

나는 유리병을 바닥에 내던졌다.

쨍그랑!

유리 파편과 함께 보라색 액체가 튀었다. 독가스가 아니라, 순수한 마력의 결정체였다. 동시에 나는 내면의 흑염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저주 '흑염'이 폭주합니다!]
[주변의 모든 확률이 0으로 수렴합니다.]

콰아아아앙!

단순한 붕괴가 아니었다. 하수구 전체가 비명을 질렀다. 박태수의 발밑, 천장, 벽, 모든 것이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미친 놈이!"

박태수의 표정이 처음으로 일그러졌다. 그가 바닥을 박차고 달려드는 순간, 나는 무너지는 바닥 아래,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어둠이 나를 삼켰다.

"다음에 보자고, 사냥개 양반."

그것이 내가 지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서울 강남, 오로라 길드 본사 최상층 펜트하우스.

통유리창 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석처럼 펼쳐져 있었다. 발아래 세상은 개미처럼 작았고, 불빛들은 아름다웠다.

최민석은 최고급 가죽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작전 실패. 타겟 도주.]
[용병단 전멸. 생존자 없음.]
[박태수 팀장, 길드 관련 정보 조회 시도 중.]

"하..."

최민석의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100억을 썼는데 쥐새끼 한 마리를 못 잡아? 요즘 헌터들 수준 참 처참하네."

그는 휴대폰을 소파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화가 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루하던 차에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F급 짐꾼이었던 강진혁. 착해 빠져서 시키는 대로 짐이나 나르던 녀석이, 이제는 대한민국 공권력과 길드를 동시에 엿먹이는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넌 최고의 '그릇'이야, 진혁아."

최민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갔다. 육중한 금고를 열자, 그 안에는 푸른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이 수십 개 나열되어 있었다. 이수진이 '억제제'라고 불렀던 그것. 하지만 최민석에게 그것은 '사료'였다.

그는 병 하나를 꺼내 뚜껑을 땄다. 그리고 단숨에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꿀꺽.

차가운 액체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자, 위장이 뜨겁게 요동쳤다.

"크으으..."

최민석의 몸이 기괴하게 비틀렸다. 척추뼈가 툭툭 튀어나올 듯 꿈틀거렸고, 그림자가 멋대로 길어졌다. 그의 등 뒤에서 솟구친 그림자는 사람의 형상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눈과 미끈거리는 촉수가 달린, 형용할 수 없는 괴물.

이것은 헌터들이 사용하는 '성스러운 힘' 따위가 아니었다. 그가 던전 깊은 곳,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심연에서 계약한 이계의 존재. 강진혁의 흑염이 '파괴'라면, 최민석의 힘은 '포식'이었다.

[주인님. 배가 고픕니다.]

그림자가 최민석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녀석을 먹고 싶습니다. 흑염을... 그 달콤한 저주를...]

"기다려."

최민석이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 맸다. 그의 눈동자가 잠시 붉은색 세로 동공으로 변했다가, 다시 사람의 눈으로 돌아왔다.

"과일은 익을수록 맛있는 법이야. 진혁이는 지금 아주 잘 익어가고 있어."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사진을 집어 들었다. 강진혁의 가족사진.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와, 그 뒤에서 활짝 웃고 있는 강진혁. 최민석의 손가락이 사진 속 어머니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숨바꼭질은 지루하니까."

그가 사진을 구겼다.

"이제 술래가 나올 차례지."

제9화: 선전포고

차가운 빗줄기가 하수구 출구로 쏟아져 내렸다.

나는 다리 밑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썩은 물이 흐르는 개천가. 쥐들조차 냄새가 독해 피해가는 곳이었다.

"으드득..."

이를 악물고 어깨에 박힌 총알을 파냈다. 마취제는 없었다. 편의점에서 훔친 소주를 상처에 들이붓고, 달궈진 단검으로 살을 찢어 탄두를 꺼냈다.

땡그랑.

피 묻은 납덩어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저주 '흑염'이 손상된 조직을 강제로 접합합니다.]
[고통 수치: 최상]

검은 불꽃이 실처럼 엉겨 붙어 상처를 꿰맸다. 살이 타는 냄새와 재생되는 역겨운 감각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아... 하아..."

나는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하늘은 온통 회색이었다. 내 인생처럼.

[남은 시간: 25일 08시간]

시간은 충분하다. 하지만 내 몸이 버틸지 모르겠다. 박태수의 총격, 헌터들의 추격, 그리고 흑염의 잠식. 지금 내 상태는 폭발 직전의 불발탄 같다. 건드리면 터진다.

그때였다.

갑자기 시야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빗소리가 멎고, 세상의 모든 소음이 단절되었다.

[목소리가 거치네. 많이 아픈가 봐?]

귓가가 아니라 뇌리 한가운데서 목소리가 울렸다. 최민석이었다.

"......마력 통신인가."

[재미있는 걸 보여줄게. 눈 감지 마.]

시야가 강제로 전환되었다. 내 눈앞에 가상의 홀로그램이 펼쳐졌다.

오로라 길드 병원의 VIP 병실.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창백한 얼굴, 링거를 꽂은 팔. 그리고 그 뒤에 서서 어깨를 감싸 쥐고 있는 최민석.

"어머니..."

최민석이 카메라를 향해, 아니 내 시야를 향해 미소 지었다.

[육체를 부수는 건 시시하잖아. 안 그래?]

그가 어머니의 휠체어 손잡이를 쓰다듬었다.

[네가 괴물이라는 걸, 그 끔찍한 흑염으로 사람들을 어떻게 태워 죽였는지 어머님 눈앞에서 생중계해줄까 해. 착한 아들이 살인마 괴물이 된 걸 아시면... 어머님 심장이 버티실까?]

피가 거꾸로 솟았다.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주먹을 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어 피가 맺혔다.

"가족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콰아앙!

내 발밑의 아스팔트가 검게 폭발했다. 주차되어 있던 차들의 경보기가 일제히 울렸다. 가로등이 팡팡 터져 나갔다.

[살의가 임계점을 초과합니다.]
[저주 '흑염'이 폭주 모드에 진입합니다.]
[주변의 모든 행운을 소각합니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보고 있나? 오늘 밤, 네가 오지 않으면 이 영상은 어머님 병실 스크린에 재생될 거다. 선택해.]

뚝.

환각이 끊어졌다. 빗소리가 다시 고막을 때렸다.

나는 품 안의 약병을 꺼냈다. 남은 절반의 억제제. 이걸 마시면 흑염을 누를 수 있다. 인간으로 죽을 수 있다.

하지만.

쨍그랑!

나는 약병을 바닥에 던져 깨트렸다. 푸른 액체가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

"약은 필요 없어."

내 눈동자가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흰자위는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만이 남았다.

"오늘 밤, 내가 네 약이 될 테니까."

목적지는 강남. 오로라 길드 본사.

더 이상 숨지 않는다. 피하지 않는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간판이 떨어지고, 신호등이 오작동하고, 맨홀이 역류했다.

도시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재앙이 걸어가고 있었다.

제10화: 지옥의 문을 열다

오로라 길드 본사 '오로라 타워'.

지상 60층, 대한민국 헌터 산업의 상징이자 난공불락의 요새. 로비에는 수십 명의 경비 헌터와 자동 방어 터렛이 배치되어 있었다.

"경계 강화해! 놈이 올지도 모른다!"

보안 팀장이 소리쳤다. 그때, 회전문이 천천히 돌아갔다.

끼이익...

비에 젖은 검은 정장의 남자가 들어왔다. 물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로비의 적막을 깼다.

"강진혁이다!"
"사격 개시!"

다다다당!

방어 터렛에서 마력탄이 쏟아졌다. 경비 헌터들이 일제히 마법을 시전했다.

하지만 나는 걷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저주 '불행'이 광역으로 확산됩니다.]

피슉. 피슉.

터렛의 총구가 엉뚱한 곳으로 돌아갔다.

"어? 야! 기계가 왜 이래!"

터렛이 아군인 경비원들을 향해 난사되기 시작했다.

"으악! 끄아악!"

마법사들의 지팡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마, 마력 역류다! 영창이 꼬였어!"

펑! 퍼벙!

스스로의 마법에 휘말린 헌터들이 나뒹굴었다. 나는 그 아수라장 한가운데를 가로질렀다. 총알이 나를 피해 갔다. 파이어볼이 내 머리 위 전등을 맞췄다.

와장창!

거대한 샹들리에가 보안 팀장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으, 으아..."

깔린 팀장이 신음했다. 나는 그의 앞을 지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작동하지 않았다.

"아, 맞다."

내가 오면 기계가 고장 나지.

나는 비상구 계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정예 헌터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A급 헌터들로 구성된 '오로라 별동대'.

"여기까지다, 강진혁."

별동대장이 거대한 대검을 뽑아 들었다.

"우린 기계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다. 순수한 무력으로 널..."

우지끈.

대장이 밟고 있던 대리석 바닥이 꺼졌다. 지하 주차장 천장이 부실 공사로 무너져 내린 것이다. 하필 지금. 하필 그가 서 있는 곳만.

"대장님!"

대장이 구멍으로 사라졌다. 남은 대원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저 새끼 뭐야..."
"재수 옴 붙는다! 가까이 가지 마!"

그들은 무기를 들고도 뒷걸음질 쳤다. 공포. 가장 원초적인 공포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비켜."

내 목소리는 작았지만, 로비 전체에 울렸다.

"죽기 싫으면."

홍해 갈라지듯 길이 열렸다. A급 헌터들이, 몬스터를 때려잡던 영웅들이, F급 짐꾼 하나가 무서워 길을 터주고 있었다.

나는 뚜벅뚜벅 계단을 올랐다. 1층, 2층, 3층... 60층까지 가야 한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한계였다. 한 층을 오를 때마다 심장이 타는 듯이 아팠다. 억제제 없이 흑염을 쓴 대가였다.

[경고: 생명력이 빠르게 소진됩니다.]
[심장 박동 수: 180... 190...]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어머니.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들이 갑니다.


같은 시각, 오로라 타워 상황실.

최민석은 모니터를 통해 로비의 참상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하하! 대단해! 정말 대단해!"

그는 박수를 쳤다.

"저게 바로 내가 원하던 힘이야. 운명을 비틀고, 인과율을 무시하는 절대적인 재앙!"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그림자 괴물이 그의 등 뒤에서 혀를 낼름거렸다.

[맛있겠다... 저 절망... 저 분노...]

"길드장님! 1층이 뚫렸습니다! 별동대도 무력화됐습니다!"

부관이 다급하게 보고했다.

"어머님을... 인질로 쓸까요?"

최민석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멍청한 놈."

퍼억!

최민석의 손에서 뻗어 나온 그림자 촉수가 부관의 가슴을 꿰뚫었다.

"커헉..."

"인질은 여기까지 오게 만드는 미끼였을 뿐이야. 여기까지 온 이상, 더는 필요 없어."

최민석은 부관의 시체를 바닥에 던졌다.

"문을 열어둬라. 놈을 펜트하우스로 안내해. 내 식사 시간이니까."

최민석은 와인을 들이켰다.

"어서 와라, 진혁아. 내가 너를 완성시켜 줄게."


20층.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계단에는 쓰러진 헌터들이 즐비했다. 나를 막으려던 놈들은 모두 불행한 사고를 당했다. 계단에서 구르거나, 무기가 폭발하거나, 심장마비가 오거나.

나는 시체 산을 밟고 올라갔다. 피 냄새가 진동했다.

그때, 위쪽 계단참에서 누군가 걸어 내려왔다. 회색 코트를 입은 남자. 박태수였다.

그는 총을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손에 서류 뭉치를 들고 있었다.

"......"

나는 멈춰 섰다.

"비켜. 당신이랑 싸울 시간 없어."

"알아."

박태수가 서류를 흔들었다.

"압수수색 영장이다. 내 목표는 최민석의 장부와 불법 실험 증거야."

박태수가 내게 길을 비켜주며 벽에 등을 기댔다. 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난 내 수사를 할 테니, 넌 네 사냥을 해라. 동선만 겹치지 마."

철저한 이해관계의 일치. 그는 경찰로서의 직무를 유기하는 게 아니라, 거악을 잡기 위해 내 재앙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네 어머니는 50층 병동에 있다. 내 부하들이 그쪽으로 이동 중이야."

"......고맙다."

나는 다시 계단을 올랐다. 박태수의 등 뒤로 내 흑염의 잔재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는 적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속도를 높였다. 이제 장애물은 없다. 오직 최민석, 그 새끼뿐이다.

제11화: 지옥도(地獄圖)

50층 병동.

"어머니!"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텅 비어 있었다. 링거대는 쓰러져 있고, 침대 시트는 차가웠다.

늦었다.

그때, 병실 TV가 저절로 켜졌다.

[여기로 와라, 진혁아. 60층이다.]

화면 속 최민석이 어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어.]

카메라가 돌아가며 펜트하우스 내부를 비췄다. 그곳에는 수십 개의 배양조가 늘어서 있었다. 배양조 안에는 기괴하게 뒤틀린 괴물들이 떠 있었다. 실패한 실험체들. 나처럼 납치되어 강제로 적합 수술을 받은 피해자들.

"으아아아!"

나는 TV를 주먹으로 부셨다.

60층.

나는 비상구를 박차고 나갔다.

60층 펜트하우스. 육중한 강철 문이 흑염에 녹아내렸다. 내가 발을 들여놓자마자, 역한 피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왔구나."

최민석은 거대한 옥좌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어머니가 잠들어 있었다. 다행히 숨은 붙어 있었다.

"어머니를 놔줘."

"물론이지. 네가 나한테 먹히면, 어머니는 살려줄게. 약속하마."

최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그림자가 벽을 타고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자, 보여줘 봐. 네가 가진 그 흑염의 맛을."

쿠구구궁!

최민석의 그림자에서 수백 개의 검은 촉수가 튀어나왔다.

"죽어!"

나는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스킬: 흑염 폭발(D) 발동]

내 주먹에서 검은 불기둥이 뿜어져 나갔다. 하지만 최민석은 피하지 않았다. 촉수들이 내 불꽃을 감쌌다.

치이익... 꿀꺽.

"......!"

불꽃이 사라졌다. 아니, 먹혔다.

"맛있네. 매콤하고."

최민석이 입맛을 다셨다.

"내 힘은 '포식(Gluttony)'이야. 모든 에너지를 먹어 치우지. 마법도, 저주도, 심지어 불행까지도."

그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촉수 하나가 내 발목을 휘감았다.

"크윽!"

내동댕이쳐졌다. 대리석 바닥이 부서지며 내 몸이 굴렀다.

"안 통한다니까."

최민석이 천천히 걸어왔다.

"넌 그냥 밥이야. 잘 차려진 밥상."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흑염이 안 통한다. 불행도 안 통한다. 놈은 내 상성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배양조 안에 있는 괴물들이 보였다. 실패작들. 그리고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초록색 보존액.

고농축 마력 폐기물이었다.

내 시선이 그곳에 닿는 순간, 흑염이 반응했다.

[경고: 고농도 마력 폐기물 감지]
[저주 '흑염'이 화학적 연쇄 반응을 일으킵니다.]

콰아아앙!

흑염의 불티가 배양조에 닿자마자, 수십 개의 유리관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초록색 보존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며 흑염과 뒤섞였다.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순수한 물리적, 마력적 화학 반응이 펜트하우스를 집어삼킬 듯이 부풀어 올랐다.

"최민석!"

나는 다시 주먹을 쥐었다. 이번엔 붉은빛이 감도는 칠흑의 불꽃이었다.

"먹을 수 있으면 먹어봐라. 배가 터져 죽을 테니까!"

콰아아아!

내가 쏘아 보낸 불꽃이 펜트하우스를 덮쳤다. 최민석의 표정이 굳었다.

"이... 이건 너무 많아!"

그가 촉수로 방어막을 쳤지만, 흑염은 촉수를 태우고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끄아아악!"

최민석의 왼팔에 불이 붙었다.

"이 자식이!"

최민석의 몸이 기괴하게 부풀어 올랐다.

쩌저적.

양복이 찢어지고, 피부가 벗겨졌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시커먼 점액질로 뒤덮인, 눈이 세 개 달린 괴물.

하지만 그는 짐승처럼 울부짖지 않았다.

"훌륭해."

세 개의 입에서 기괴하게 겹치는 다중 음성이 흘러나왔다. 엘리트 사이코패스의 지능은 그대로였다.

"이 정도 열량이면 내 위장이 만족하겠어."

피를 토하며 웃었다.

"이제야 말이 좀 통하겠네. 괴물 대 괴물로."

[시스템 경고: 생명력이 10% 미만입니다.]
[마물화 진행률: 85%]

시간이 없다.

나는 마지막 남은 생명력을 태웠다. 오늘 여기서, 우리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는다. 아니, 둘 다 죽을지도 모른다.

어머니... 죄송해요. 불효자는 먼저 갑니다.

나는 괴물을 향해 몸을 던졌다.

제12화: 거짓된 구원

"식사 예절이 형편없군."

괴물이 된 최민석이 다중 음성으로 읊조렸다. 그의 거대한 손이 나를 덮쳤다.

쾅!

바닥이 꺼지며 우리는 아래층으로 추락했다. 59층. 58층. 콘크리트 벽을 뚫고 계속 떨어졌다.

"크헉..."

갈비뼈가 부러졌다. 내장이 파열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놈의 목덜미를 놓지 않았다.

"타라... 타버려라..."

내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염이 놈의 점액질 피부를 지졌다.

"질기네. 하지만 씹는 맛이 있어."

최민석이 촉수로 내 몸을 관통했다.

푸욱!

복부에 구멍이 뚫렸다. 뜨거운 피가 솟구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즉사했을 상처.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흑염이 상처 부위를 강제로 메우며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었다. 좀비처럼.

"너... 너 뭐야! 왜 안 죽어!"

최민석의 세 눈깔이 처음으로 공포에 물들었다. 놈은 포식자였지만, 동시에 겁쟁이였다. 자신보다 약한 자만 잡아먹어 온 놈은, 죽음을 각오하고 달려드는 미친개를 당해낼 수 없었다.

"내 퇴직금... 받아야지."

나는 놈의 눈알 하나를 손가락으로 찔러 터트렸다.

"크아악!"

놈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 나는 놈의 가슴팍에 손을 박어넣었다. 심장. 마력의 코어.

"잡았다."

[스킬: 흑염 폭주(S) 발동]
[대상을 내부에서부터 소각합니다.]

내 모든 마력을, 내 모든 생명을 쏟아부었다.

화르륵!

최민석의 몸 안에서 검은 불길이 폭발했다.

"안 돼! 나는... 나는 왕이 될..."

놈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퍼앙!

검은 재가 되어 터져 나갔다.

정적.

무너진 55층 회의실. 나는 재가 되어버린 최민석의 잔해 위에 쓰러져 있었다.

이겼다. 복수는 끝났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물화 진행률: 99%]

시야가 점점 좁아졌다. 의식이 희미해졌다. 이대로 괴물이 되는 건가. 아니면 죽는 건가.

그때, 잿더미 속에서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유리병이었다. 최민석의 몸속에 품고 있던, 단 하나의 '완성된 억제제'. 기적적으로 깨지지 않았다.

나는 기어서 그것을 집었다. 뚜껑을 딸 힘도 없어서, 병 목을 깨물어 부셨다. 유리 조각과 함께 액체를 삼켰다.

꿀꺽.

차가운 기운이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불타던 심장이 차갑게 식었다.

[경고: 강력한 마력 억제제가 투여되었습니다.]
[흑염이 강제 동면 상태에 들어갑니다.]
[마물화 진행이 멈춥니다.]

"하아..."

숨이 쉬어졌다. 일그러졌던 피부가, 튀어나왔던 핏줄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살았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유리창 너머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서울의 아침. 어젯밤의 지옥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평화로운 햇살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 약은 치료제가 아니다.

[효과 지속 시간: 24시간]
[매일 복용하지 않으면 흑염이 다시 깨어납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자유는 없다. 나는 이제 약에 의존해야만 살 수 있는 마약 중독자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 약을 만들 수 있는 건...

"오로라 길드 연구소뿐이지."

최민석은 죽었다. 하지만 연구소는 남아 있다. 협회도 남아 있다. 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뚜벅. 뚜벅.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무너진 벽 사이로 박태수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무장한 협회 요원들이 있었다.

박태수는 내 몰골을 보더니, 총을 거뒀다.

"끝났나?"

"......어."

"최민석은?"

나는 바닥의 재를 가리켰다. 박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그는 요원들에게 손짓했다.

"시신 수습하고, 현장 통제해."

"팀장님, 저 자는요? 체포해야..."

"저 자는 피해자다. 인질로 잡혀 있다가 구조된 걸로 처리한다."

"네?"

"내 말 못 들었어? 시키는 대로 해!"

박태수가 소리쳤다. 요원들이 쭈뼛거리며 물러났다.

박태수는 내게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가라. 어머니 모시고."

"......왜?"

"네가 청소를 다 했으니까. 일당은 줘야지."

박태수는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연구소 출입 카드키였다. 최민석의 금고에서 압수한 것 같았다.

"거기 가면 약이 더 있을 거야. 당분간은 버틸 수 있겠지."

"......"

"하지만 기억해라. 다음엔 안 봐준다. 민간인 피해가 나오면, 그때는 내가 널 죽인다."

나는 카드키를 꽉 쥐었다.

"그럴 일 없을 거야."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 50층에서 어머니를 업고, 비상구 계단을 내려갔다. 등 뒤에 업힌 어머니의 온기가 따뜻했다.

살아있다. 그거면 됐다.

제13화 (완결): 출근하는 괴물

일주일 후.

거울 앞에 섰다.

깔끔한 정장. 단정한 넥타이. 화상 흉터는 옅어졌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컨실러로 가리면 티가 안 날 정도였다.

"진혁아, 밥 먹어라."

주방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가요."

식탁에는 된장찌개와 계란말이가 차려져 있었다. 평범한 아침 밥상.

나는 숟가락을 들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약효 지속 시간: 3시간 20분]

시야 구석에 떠 있는 타이머.

나는 주머니에서 알약 통을 꺼냈다. 억제제를 고체화한 알약이었다.

만성 질환자가 혈압약을 챙겨 먹듯, 나는 무덤덤하게 알약을 입에 털어 넣고 물을 마셨다. 떨림이 멈췄다.

"어디 아프니?"

어머니가 묻으셨다.

"비타민이에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어머니는 아무것도 모르신다.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그저 헌터 일을 그만두고 일반 회사에 취직한 줄로만 아신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하고."

현관문을 나섰다. 아침 햇살이 눈 부셨다.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섞였다. 만원 지하철. 땀 냄새. 피로한 표정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옥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옥철에 있다.

웃음이 나왔다.

'평범하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평범함이 얼마나 살얼음판 위인지.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오로라 길드, 신임 길드장 선출... '정부와의 유착 의혹' 전면 부인]
[헌터 협회, 불법 실험 수사 조기 종결]

최민석은 죽었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꼬리 자르기. 그들은 최민석 개인의 일탈로 모든 것을 덮었다.

그리고 연구소는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내 생명줄인 억제제를 생산하면서, 또 다른 괴물들을 만들고 있겠지.

띠링.

문자가 왔다. 발신자 표시 제한.

[카드키 유효기간, 오늘까지야.]

박태수였다.

[오늘 밤. 연구소 지하 3층. 물건 들어온다.]

나는 문자를 지웠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 눈동자가 순간 검게 일렁였다.

"야근이 좀 길어지겠군."

넥타이를 고쳐 맸다. 진짜 사장 놈을 잡을 때까지. 내 퇴직금 정산은 끝나지 않았다.

[Part 1 완결]
[Part 2 예고: 그림자 정부]


4. 최종 품질 평가

  • 문체 통일도: 9.5/10 (일상의 건조함과 전투의 밀도 높은 묘사가 온도차 원칙에 맞게 통일됨)
  • 캐릭터 일관성: 9.5/10 (최민석의 엘리트적 면모 유지, 박태수의 원칙주의적 조력 명분 확보)
  • 플롯 완성도: 9.0/10 (복수극의 카타르시스와 억제제라는 한계가 잘 맞물려 시즌 2의 동력 제공)
  • 페이싱: 9.0/10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전투 씬과 일상 씬의 템포 조절이 매끄러움)
  • 클리프행어 효과: 9.5/10 (매 화 다음 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여운과 궁금증 유발)
  • 가독성: 9.5/10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짧은 문단과 능동태 중심 서술)
  • 총평: Senior 남성 독자층이 열광할 만한 하드보일드 느와르 헌터물의 프롤로그 아크가 완벽하게 다듬어졌습니다. 신파적 요소를 배제하고 철저한 이해관계와 인과율에 기반한 전개가 작품의 차별성을 극대화합니다. 당장 플랫폼 유료 연재에 돌입해도 손색없는 퀄리티입니다.

STEP 12: schedule_proposal

연재 스케줄 제안서: <저주받은 각성: 흑염> Part 1 론칭 및 Part 2 확장 전략

본 제안서는 기획된 13화(Part 1: 프롤로그 아크)의 원고가 **100% 완성(버퍼 13화 확보)**된 상태를 전제로 작성되었습니다. 13화라는 짧은 분량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기 연재(Part 2)의 성공적인 유료화 안착을 위한 최적의 스케줄을 제안합니다.

1. 기본 연재 계획

  • 타겟 플랫폼:
    • 1순위: 문피아 (선연재 테스트 및 3050 남성 코어 팬덤 확보)
    • 2순위: 카카오페이지 / 네이버 시리즈 (Part 2 돌입 시 정식 유통 및 프로모션)
  • 연재 빈도: 주 5회 (월, 화, 수, 목, 금)
    • 코멘트: 타겟 독자(직장인 남성)의 생활 패턴에 맞추어 주말은 휴식하고 평일에 집중합니다.
  • 공개 시간: 밤 9시 (21:00)
    • 코멘트: 퇴근 후 저녁 식사를 마치고 쉬는 시간대. 문피아 아재 독자층의 트래픽이 상승하는 시간입니다.
  • 전체 연재 기간 (Part 1 기준): 약 2.5주 (총 13화)
  • 총 회차: 13화 (Part 1 완결) + Part 2 (장기 연재 예정)

2. 무료 회차 전략 (플랫폼 투트랙 전략)

13화 분량으로는 즉각적인 '기다리면 무료(기다무)' 상업 프로모션을 받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플랫폼별로 전략을 분리합니다.

A. 문피아 (팬덤 구축용 무료 연재)

  • 초기 무료: 1화 ~ 13화 (Part 1 전체 무료 공개)
  • 전략: 13화까지의 밀도 높은 전개를 무료로 제공하여 "이 작품은 무조건 따라간다"는 코어 팬덤과 선작(즐겨찾기) 수를 확보합니다. 이후 Part 2(14화~)가 시작되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유료(프리미엄) 전환을 시도합니다.

B. 카카오페이지 / 네이버 시리즈 (정식 유통 시)

  • 초기 무료: 1화 ~ 3화 (기획서 기준 준수)
  • 유료 전환: 4화부터 (미완성 치료제를 마시고 불행이 시작되는 시점)
  • 시즌별 무료 전환 계획: Part 2(그림자 정부 편)가 50화 이상 누적되었을 때, 신규 독자 유입을 위해 Part 1(1~13화) 전체를 한시적 '기다무' 혹은 '타임딜' 무료로 전환하여 허들을 낮춥니다.

3. 론칭 타임라인 (문피아 선연재 기준)

  • D-30 ~ D-14: Part 1 최종 퇴고 및 Part 2(14화~20화) 비축분 집필 시작. 표지 일러스트 타이포그래피 작업.
  • D-7: 소개글 작성 및 플랫폼 작품 등록.
  • Day 1 (월): [론칭] 1화 ~ 3화 동시 공개. (주인공의 각성부터 복수의 결의까지 한 번에 보여주어 초반 이탈 방지)
  • Day 2 ~ Day 5 (화~금): 4화 ~ 7화 매일 밤 9시 1화씩 연재.
  • Day 8 ~ Day 12 (2주 차, 월~금): 8화 ~ 12화 연재. (최민석과의 최종전 클라이맥스)
  • Day 15 (3주 차, 월): 13화 (Part 1 최종화) 공개 및 Part 2 연재 예고 공지.
  • Day 16 이후: Part 2(14화~) 정식 연재 시작 및 타 플랫폼 유통 심사 접수.

4. 주간 연재 패턴 (주 5회 기준)

  • 월요일 (시작의 화): 주말 동안 떨어진 텐션을 끌어올리는 사건 발생. (예: 4화 모텔 폭발 사고)
    • 클리프행어 강도: B~A
  • 화/수요일 (전개의 화): 갈등의 심화 및 정보 탐색. (예: 5화 호텔 잠입, 6화 이수진 대면)
    • 클리프행어 강도: B
  • 목요일 (전환의 화): 예상치 못한 난관이나 반전 등장. (예: 7화 100억 수배령)
    • 클리프행어 강도: A
  • 금요일 (절정의 화): 주말 내내 다음 화를 기다리게 만드는 최고조의 위기. (예: 8화 박태수와의 대치 및 가스 폭발)
    • 클리프행어 강도: S (독자가 주말 동안 댓글로 토론하게 만듦)

5. 이탈 방지 장치

  1. 유료 전환 구간 (4화)
    • 위험: "이제부터 유료결제/기다무를 해야 하나?" 하는 심리적 장벽.
    • 대응: 3화 끝에서 '미완성 치료제의 정체'라는 거대한 떡밥을 던지고, 4화에서 모텔 폭발이라는 시각적 임팩트와 할아버지를 다치게 하는 비극적 딜레마를 주어 결제를 유도합니다.
  2. 중반부 전개 구간 (7~8화)
    • 위험: 복수극의 패턴화(한 놈씩 찾아가서 죽임)로 인한 지루함.
    • 대응: 7화에서 '100억 현상금 수배'라는 스케일업을 통해 주인공을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뒤집고, 8화에서 라이벌(박태수)과의 전면전을 배치해 텐션을 폭발시킵니다.
  3. 아크 전환 구간 (12~13화)
    • 위험: 최민석을 죽였으니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하차하는 독자 발생.
    • 대응: 완전한 치료제가 아닌 '24시간 시한부 억제제'라는 족쇄를 채우고, 13화 마지막에 '연구소 지하 3층의 물건'이라는 명확한 다음 목표를 제시하여 Part 2의 결제 동력을 확보합니다.

6. 버퍼 관리 계획

  • 현재 상황: 13화 완고 보유 (이상적 버퍼 초과 달성)
  • 목표 버퍼: 항상 최소 10화의 비축분을 유지하며 Part 2를 집필합니다. (주 5회 연재 시 2주치 분량)
  • 비상 계획 (Contingency Plan):
    • 상황 1 (버퍼 5화 미만 하락): 주 5회 연재를 주 4회(월화목금)로 즉시 축소 공지하여 퀄리티 저하를 막습니다.
    • 상황 2 (독자 반응 저조): 문피아 선연재 시 조회수 전환율(연독률)이 1화 대비 13화에서 3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Part 2의 템포를 1.5배로 끌어올려 신임 길드장과의 대립을 조기 등판시킵니다.

7. 수익화 전략

  • 결제 유도 포인트: '사이다(적의 처단)'가 터지기 직전이 아닌, **'주인공이 압도적인 절망이나 딜레마에 빠지는 순간(고구마의 정점)'**에 회차를 끊어 결제를 유도합니다. (시니어 타겟은 위기 극복 과정을 돈 주고 삼)
  • 플랫폼 수익 구조:
    • 문피아: Part 2 돌입 시 편당 결제(100원)로 전환하여 코어 팬덤의 직접 결제 유도.
    • 타 플랫폼: '기다무' 모델을 적용하되, 13화씩 묶어 소장권 패키지(할인)를 판매하여 "기다리지 않고 한 번에 아크를 다 읽게" 만듭니다.

8. 마일스톤

날짜 (Day) 이벤트 목표 및 KPI
Day 1 작품 론칭 1~3화 동시 공개. 문피아 신규 유입 조회수 5,000 달성
Day 2 유료 전환 기점 (4화) 3화 -> 4화 연독률 70% 이상 방어
Day 12 최종전 (11~12화) 독자 댓글 활성화 및 화제성 피크 달성 (베스트 랭킹 진입)
Day 15 Part 1 완결 (13화) 시즌 1 완결. 선작(즐겨찾기) 수 3,000 돌파
Day 16 Part 2 론칭 본격적인 유료화 돌입. 타 플랫폼(시리즈/카카오) 유통 심사 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