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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출물 (v1)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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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2자 · 예상 14.1분 / 목표 40분 분량 부족 (35%)

저 놈이 범인이야. 지 아비를 독살했어. 마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삿대질을 합니다.

아입니더. 내가 아부지를 얼마나 위했는데. 그게 얼매짜리 약인데. 내가 미쳤다고 죽이겠습니꺼.

마을 사람들은 그를 살인자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천하의 효자라 믿고 있습니다. 상복을 입은 채 억울하다며 땅을 치고 있는 이 남자.

그가 구해온 약은 아버지를 살리는 약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숨통을 끊는, 독이었습니다.

곡소리가 뚝, 끊깁니다. 대신 귀가 먹먹해지는 매미 소리가 쏟아집니다. 맴, 맴, 맴.

육개월 전, 한여름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찜통더위였습니다.

박 노인의 병방. 문틈으로 시큼한 땀 냄새와, 퀴퀴한 곰팡내. 그리고 지독한 똥오줌 냄새가 새어 나옵니다.

방 안에는 딸, 분이가 있습니다. 마흔여덟. 혼기를 놓쳐 흰머리가 희끗한 딸입니다. 그녀의 엄지손가락에는 지문이 없습니다. 십 년 넘게 빨래를 짜고, 약탕기를 닦느라 다 닳아버린 겁니다.

아부지, 약 드실 시간입니더. 뜨거우니 천천히 드이소.

달그락. 분이가 내민 약사발이 무안하게, 박 노인은 고개를 획 돌립니다. 앙상한 등만 보입니다. 검버섯 핀 눈꺼풀이 파르르 떨립니다.

만석이는. 우리 장남은, 아직 안 왔나.

분이는 아무 말 없이 약사발을 내려놓습니다. 익숙한 일입니다. 그녀가 밤새 부채질하며 달인 약보다, 아들이 빈손으로 오는 게 더 반가운 아버지니까요.

쿵. 대문이 부서져라 열립니다. 아버님, 제가 왔습니더. 박만석입니다. 배를 쑥 내밀고, 갓끈을 일부러 느슨하게 맨 폼이 거드름을 피웁니다.

이거 보이소. 한양 정승 댁에서나 먹는다는 귀한 곶감 구해왔심더. 이 촌구석 장터에는 없어가, 내 읍내까지 갔다 안 왔습니꺼.

거짓말입니다. 저 곶감, 장터 입구에서 떨이로 파는 말라비틀어진 놈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곶감을 보물단지처럼 끌어안습니다. 입가에 침이 고입니다.

오냐, 오냐, 내 새끼. 역시 장남밖에 없다. 장남밖에 없어.

부엌 한구석. 분이는 아버지가 남긴 밥에 물을 붓습니다. 후루룩. 숭늉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쌀독이 바닥난 지 오랩니다.

전 배가 불러서 못 먹겠어예. 아버지 많이 드이소.

꼬르륵. 뱃속 사정은 다르지만, 분이는 입을 꾹 다뭅니다. 그녀의 시선이 부뚜막에 놓인 약탕기에 머뭅니다. 검게 그을리고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낡은 약탕기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옆집 최 진사 댁 아들이 군수에게 효자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마을 어귀에 효자비까지 세워준답니다.

만석의 입술이 파르르 떨립니다. 쥐고 있던 부채살이 우지끈, 부러집니다. 속에서 천불이 납니다.

아니, 내가 최 씨 그놈보다 못한 게 뭐꼬. 내는 똥오줌도 다 받아냈다 아이가. 군수님은 눈도 없나.

똥오줌을 받아낸 건 누나 분이였지만, 만석의 머릿속에서 그 공은 이미 자신의 것입니다. 그는 벌컥 방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아버님. 얼른 털고 일어나이소. 남들 다 받는 효자상, 내도 한번 받아봐야 될 거 아닙니꺼. 이래 누워만 계시믄 내 체면이 뭐가 됩니꺼.

만석의 눈이 뒤집혔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되어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체면 때문입니다. 그날부터, 만석의 위험한 효도가 시작됩니다.

만석은 빚을 내어 기름진 잉어와 녹용을 사들입니다. 둥둥 뜬 기름기. 소화도 못 시킬 그 덩어리들을 억지로 밀어 넣습니다.

오라버니, 아버지 속이 안 좋으시다. 미음부터 드시게 해야.

누님은 가만히 좀 계시소. 이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기라. 무식한 여편네가 어데 남자가 하는 일에 토를 다나.

주룩, 주룩. 아버지는 밤새 설사를 합니다. 방 안에는 비릿한 잉어 냄새와 지독한 설사 냄새가 진동합니다. 아버지는 탈진해 눈동자마저 풀렸습니다.

그런데도 만석은 혀를 찹니다. 에잉, 정성이 부족해서 그렇다 안 카나. 누님이 약 달일 때 졸았지예. 그렇지예. 애꿎은 분이만 쥐잡듯 잡습니다.

쾅쾅. 빚쟁이들이 대문을 두드립니다. 만석은 술기운에 눈이 벌겋습니다. 남들은 효자비 세우는데 나는 빚더미라니.

속이 타들어 갑니다. 뭔가 획기적인 한 방이 필요했습니다. 아버지를 벌떡 일으켜 세울, 기적 같은 한 방이.

장날입니다. 읍내 장터에 이상한 소문이 돕니다.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용한 의원이 왔다는 겁니다. 만석의 귀가 번쩍 뜨입니다.

그는 갓을 고쳐 쓰고 장터로 달려갑니다. 그곳에는 화려한 비단 옷을 입은 남자가, 사람들을 모아놓고 약첩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허허, 자네 눈빛을 보니 효자구만. 이건 죽은 정승도 살려낸다는 비방일세. 자네 아버님도 내일 당장 뛰어다니실 걸.

거짓말입니다. 의원의 눈동자는 뱀처럼 번들거립니다. 하지만 만석의 눈에는 구세주로 보입니다. 그는 꿀꺽, 침을 삼킵니다.

의원이 만석의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근데 이 약을 쓰면, 명현현상이 좀 세게 올 걸세. 열이 펄펄 끓고 속이 뒤집힐 걸세. 허나 그게 다 나쁜 기운이 빠지는 증거니, 절대 걱정 말게.

명현현상. 호전반응이라는 그 그럴싸한 말. 그것은 독이 퍼지는 고통을 감추기 위한, 완벽한 핑계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만석이 장롱을 뒤집니다. 드르륵, 쾅. 이불 깊숙이 숨겨둔 집문서를 찾아냅니다.

오라버니, 안 됩니더. 이 집이 어떤 집인데. 아버지 목숨값으로 노름을 하려는 깁니꺼.

분이가 만석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립니다. 질질 끌려가면서도 놓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석은 분이를 매몰차게 뿌리칩니다. 철퍼덕. 분이가 마당에 나뒹굽니다.

활활. 마당 한가운데 큰 솥이 걸렸습니다. 만석은 전 재산을 털어 사 온 약재를 몽땅 털어 넣습니다. 장작불을 미친 듯이 때웁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치 지옥의 가마솥 끓는 소리 같습니다. 그리고 냄새가 퍼집니다. 구수한 한약 냄새가 아닙니다. 코를 찌르는, 비릿하고 역한 냄새입니다.

오라버니, 냄새가 이상합니더. 이거 약 맞습니꺼. 독초 냄새가 납니더. 제발 다시 확인해 보이소.

분이는 본능적으로 알았습니다. 이건 사람이 먹을 게 아니라는 것을요. 하지만 만석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습니다.

재수 없게 무슨 소리라. 이 무식한 여편네가. 니가 평생 달인 그 맹물보다 이 한 첩이 백번 낫다.

쨍그랑. 만석의 발길질에, 분이가 십 년을 닦아온 낡은 약탕기가 산산조각 납니다. 마당에 파편이 튑니다. 분이의 정성도, 마지막 경고도 그렇게 깨져버렸습니다.

만석은 시커먼 약사발을 들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발에서 지독한 냄새가 올라옵니다.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입을 다뭅니다. 고개를 젓습니다.

아부지. 이거 드시면 벌떡 일어납니더. 자, 아 하이소. 꿀꺽. 옳지.

만석은 아버지의 턱을 잡고 억지로 약을 흘려 넣습니다. 꿀꺽, 꿀꺽. 아버지는 괴로운 듯 켁켁거리면서도, 아들이 주는 것이기에 삼킵니다. 그것이, 마지막 식사가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입니다.

짹짹. 아침이 밝았습니다. 밤새 폭풍이 지나간 듯, 마당은 고요합니다. 끼익. 만석이 조심스레 아버지의 방문을 엽니다. 혹시나 잘못되셨을까,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집니다. 이불이 개켜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당에서 빗자루질 소리가 들립니다. 슥, 슥.

아부지. 만석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아버지가 지팡이도 없이 서 계십니다. 얼굴에는 붉은 화색이 돕니다.

이야, 몸이 깃털처럼 가볍구나. 그 의원, 참말로 용하네. 속이 뻥 뚫린 거 같다.

보소, 보소. 내 말이 맞지예. 누님, 나와보소. 아부지 살았다 아입니꺼. 내가 천하의 효자라 안 캤나.

만석은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분이도 부엌에서 뛰쳐나와 입을 틀어막습니다. 어제 맡았던 그 독한 냄새는 착각이었나 봅니다. 눈물이 핑 돕니다. 정말 기적이 일어난 걸까요.

잔치 분위기입니다. 아버지는 평상에 앉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십니다. 벌컥벌컥. 냉수도 한 사발 들이키십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가슴을 문지릅니다. 근데, 속이 좀 타는구나. 시원한 물 좀 더 다오.

에이, 아부지. 나쁜 기운 빠지느라 그렇다 안 캅니까. 명현현상입니더, 명현현상. 조금만 참으이소.

싸아. 갑자기 찬 바람이 불어와 문풍지를 때립니다. 마당에 널린 빨래가 기괴하게 펄럭입니다. 그것이 마지막 평화였습니다.

그날 밤 자정. 모두가 잠든 시각. 적막을 깨는 소리가 들립니다.

쿨럭, 쿨럭. 단순한 기침 소리가 아닙니다. 무언가 찢어지는 듯한, 젖은 소리입니다. 우당탕. 방 안에서 요강이 엎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만석과 분이가 방문을 박차고 들어갑니다. 아부지. 호롱불 아래 비친 아버지의 모습은 처참합니다. 방바닥을 구르며 가슴을 쥐어뜯습니다.

타, 탄다. 속이, 타.

주르륵. 아버지의 입에서 피가 쏟아집니다. 붉은 피가 아닙니다. 먹물처럼 검은, 끈적한 피입니다. 입술은 이미 숯덩이처럼 까맣게 변해버렸습니다. 독입니다. 명백한 중독입니다.

만석은 사색이 되어 굳어버립니다. 아버지가 떨리는 손을 뻗습니다. 만석의 옷자락을 꽉 움켜쥡니다. 살려달라는 것인지, 원망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아들아, 속이. 너무, 뜨겁.

툭. 움켜쥐었던 손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거친 숨소리가 멈췄습니다. 방 안에는 섬뜩한 정적만이 흐릅니다.

휘이잉. 장례가 끝난 집. 바람 소리만 휑하니 돕니다. 만석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마루에 걸터앉아 있습니다. 효자비는커녕, 아비를 죽인 패륜아라는 손가락질만 남았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합니다. 피 묻은 이불, 낡은 지팡이. 그리고 베개 밑에서 묵직한 것이 잡힙니다. 꼬깃꼬깃한 헝겊 뭉치입니다.

만석은 떨리는 손으로 뭉치를 풉니다. 내 주려고 돈을 모으셨나. 하지만 그 안에는 낡은 엽전 꾸러미와, 삐뚤빼뚤한 글씨가 적힌 쪽지가 있습니다.

우리 분이, 시집 밑천.

만석의 손에서 쪽지가 떨어집니다. 아버지는 알고 계셨습니다. 병든 자신 때문에 시집도 못 가고 고생하는 딸을요. 일부러 모질게 대하고, 아들만 찾았던 겁니다. 그래야 딸이 정을 떼고 떠날 수 있을 테니까요.

아부지, 아부지. 제가 죽일 놈입니더. 이 못난 놈이, 아부지 속만 태우고. 만석은 땅을 치며 통곡합니다. 하지만 떠난 버스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마당 구석. 비에 젖은 깨진 약탕기 조각이 보입니다. 아무리 맞춰보려 해도, 다시는 하나가 될 수 없습니다.

덜컹. 바람에 문풍지가 웁니다. 마치 아버지의 기침 소리 같습니다. 빈 방에는 주인을 잃은 이불만이, 식지 않은 온기를 품고 있습니다.

효도는 경쟁이 아닙니다. 부모님은 우리가 철들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오늘, 부모님께 따뜻한 전화 한 통 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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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재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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