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10: TTS 대본

Writer · 버전 1 · 초안

산출물 (v1)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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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3자 · 예상 10.1분 / 목표 20분 분량 부족 (51%)

너 우리 집 식구 아니야. 남이라고. 그러니까 제발 좀 나가.

쾅. 문 닫는 소리와 함께 이명이 삐이 하고 울립니다.

그게 형의 진심인 줄 알았습니다. 차가운 묘비 앞에 서기 전까지는요. 형이 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저를 향한 그 모진 독설이, 사실은 저를 살리기 위한 비명이었다는 것을요. 시간을 십 년 전으로, 되돌려보겠습니다.

스르륵. 기억이 돌아옵니다. 현관에는 항상 그 신발이 있었습니다. 뒤꿈치가 다 닳아빠진 회색 운동화. 현관문을 열면 쿰쿰한 냄새가 코를 찌르곤 했죠. 밑창이 떨어지면 본드로 덕지덕지 붙여 신었거든요. 형, 민석이의 신발이었습니다.

형, 나 여행 좀 가게 십만 원만.

탁. 숟가락 놓는 소리가 났습니다. 형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돈이 썩어 나냐. 그럴 시간 있으면 알바나 하나 더 해.

지독한 구두쇠였습니다.

집안의 왕은 형이었습니다. 부모님조차 형 눈치를 봤으니까요. 달그락. 어머니가 조용히 설거지통에 그릇을 담았습니다. 숨이 막혔습니다. 형이 집에 있는 시간은, 제겐 감옥이었습니다.

그날 밤이었습니다. 목이 말라 거실로 나갔는데요. 형이 달력을 보고 있더군요. 사각사각. 월말 날짜에 빨간 동그라미를 치면서요. 휴우. 땅이 꺼질 듯한 한숨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굽실거렸습니다.

네, 이번 달은 꼭.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 인간, 도박 아니면 주식으로 빚을 졌구나. 형의 뒷모습이 그렇게 경멸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며칠 뒤, 형이 없을 때 방을 뒤졌습니다. 비상금이라도 찾으려고요. 드르륵. 서랍 깊숙한 곳에서 누런 서류 봉투가 나왔습니다. 바스락. 종이를 꺼낸 순간,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입양 관계 증명서. 수신인 김진수.

너 뭐 하는 거야.

홱. 형이 들어와 서류를 낚아챘습니다. 제가 따져 물었습니다. 친부모가 따로 있냐고요. 형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그래, 알았으면 됐다. 너 우리 집 식구 아니야. 남이라고. 그러니까 주제 파악하고 조용히 살아.

첫 번째 거짓말이었습니다.

뭐. 남이라고.

억울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짝. 고개가 돌아갔습니다. 뺨보다 가슴이 더 아팠습니다.

억울하면 나가서 네 진짜 부모 찾든지.

쾅. 방문을 닫고 뛰쳐나왔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문밖이 지옥이라는 걸요.

미친 듯이 찾았습니다. 입양 기관, 동사무소. 저벅저벅. 신발 밑창이 닳도록 다녔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형이 먼저 다녀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전화를 걸어 따졌습니다. 형이 코웃음을 치더군요.

그 사람들 쓰레기야. 찾지 마. 널 버린 인간들이라고.

뚝. 전화가 끊겼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유산 혼자 다 먹으려고 수작 부리는구나. 두 번째 거짓말이었습니다.

오기가 생겼습니다. 기어이 주소를 알아냈습니다. 서울 변두리의 붉은 벽돌집 반지하. 끼이익. 녹슨 철문 앞에 섰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문을 두드렸습니다. 낡은 문이 열리고, 초라한 행색의 남녀가 나왔습니다. 저를 보자마자 여자가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습니다.

아이고 내 새끼. 살아있었구나.

좁고 퀴퀴한 방이었습니다. 하지만 보글보글, 된장찌개 끓는 소리가 좋았습니다. 따뜻했거든요. 낯선 사람들에게서 내 냄새가 났습니다. 아, 여기가 진짜 내 집이구나. 착각했습니다.

그분들이 제 손을 잡고 울먹였습니다.

우리가 널 버린 게 아니야. 네 형네 집이 부자라길래 보낸 거지.

그러면서 덧붙였습니다.

형이 우리를 못 만나게 막았다.

세 번째.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마지막 거짓말이었습니다.

뒤도 안 돌아봤습니다. 양부모님 댁으로 가서 짐을 쌌습니다. 어머니가 바짓가랑이를 잡았지만 뿌리쳤습니다. 쿵. 캐리어를 끌고 나왔습니다. 형 방문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행복은 딱 일주일이었습니다. 밥상 위의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달그락. 반찬 그릇 놓는 소리가 거칠어졌습니다. 밤마다 안방에서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타닥, 타닥. 아버지가 제 눈을 피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에휴, 돈이 문제지 돈이.

일주일 후 저녁 식사 자리였습니다. 탁. 아버지가 숟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진수야, 아빠가 빚 때문에 죽게 생겼다. 너 키워준 그 집 부자라며. 돈 좀 융통해 봐라.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의 눈빛이 변했습니다. 낯선 남자의, 탐욕스러운 눈이었습니다.

쨍그랑. 숟가락이 날아왔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찢어졌습니다.

낳아준 값은 해야지. 우리가 널 어떻게 낳았는데.

소름이 돋았습니다. 도망치려는데, 아버지가 문을 가로막았습니다.

뒷걸음질 치다 발에 무언가 걸렸습니다. 딸깍. 바닥에 떨어진 은색 라이터. 형이 잃어버렸다던 그 물건이었습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이게 왜 여기 있을까요.

아버지가 비릿하게 웃었습니다.

네 형이란 놈, 꽤 쓸만하더라.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잇습니다.

지난 십 년 동안 매달 꼬박꼬박 돈을 보냈거든. 우리 입 다무는 조건으로.

다리가 풀렸습니다.

거짓말이야.

소리치며 문고리를 잡았습니다. 우당탕. 두 사람이 저를 덮쳤습니다.

돈 내놓기 전엔 못 가.

숨이 막혔습니다. 주먹이 날아오는 순간이었습니다.

쾅. 현관문이 부서질 듯 열렸습니다. 형이었습니다. 헐떡이는 숨소리. 땀범벅이 된 얼굴.

내 동생한테 손 대지 마.

형이 짐승처럼 달려들었습니다.

엉겨 붙어 싸웠습니다. 그런데. 털썩. 주먹 한 번 제대로 뻗지 못하고 형이 쓰러졌습니다. 가슴을 움켜쥐고요. 그 사람들은 겁을 먹고 도망쳤습니다. 후다닥. 발소리가 멀어졌습니다.

형. 형, 눈 좀 떠봐.

형을 흔들었습니다.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삐뽀삐뽀. 사이렌 소리가 귓가에서 웅웅거렸습니다. 그게 형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장례식은 조용했습니다. 형의 방에 혼자 남았습니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 소리만 방을 채웠습니다. 주인을 잃은 방은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유품을 정리하다 책상 밑을 더듬었습니다. 스스스. 먼지 쌓인 상자가 나왔습니다. 형이 평생 신고 다녔던, 그 낡은 운동화 상자였습니다. 뚜껑을 열었습니다.

새 하얀 운동화. 제 사이즈였습니다. 그리고 낡은 통장 하나가 떨어졌습니다. 펼쳐보았습니다. 매달 말일. 출금 오십만 원. 받는 사람 김철수. 친아버지 이름이었습니다.

형이 구멍 난 신발을 신어가며 모은 돈은, 전부 저를 지키기 위한 방어비였던 겁니다.

일기장이 있었습니다. 사각사각. 형의 글씨가 보였습니다.

진수가 친부모를 찾겠다고 한다. 그 악마들을 만나면 녀석이 무너질 텐데. 차라리 내가 나쁜 놈이 되는 게 낫다. 내가 욕먹고, 내가 막으면, 진수는 몰라도 된다.

으아앙. 가슴을 쳤습니다. 바보 같은 형. 미련한 형. 왜 말 안 했어. 왜 혼자 짊어졌어. 방 안 가득 통곡 소리가 메아리쳤습니다. 다 알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마지막 장에 편지가 있었습니다.

진수야. 사람들은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나한테 너는 그냥 내 동생이야. 피가 섞였든 안 섞였든. 사랑은, 피보다 진하니까.

다시, 바람이 불었습니다. 쪼르륵. 형의 묘비에 소주 한 잔을 올렸습니다. 그 옆에는 제가 사 온 새 운동화를 놓았습니다.

형, 고마워. 이제 편히 쉬어.

산을 내려왔습니다. 자박자박. 흙 밟는 소리가 좋았습니다. 아래에서 기다리던 부모님을 꼭 끌어안았습니다. 가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곁에 있는 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보시는 건 어떨까요. 늦기 전에 말이죠.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남으셨다면, 화면 아래 빨간 버튼 한 번만 눌러주세요. 다음 주에는, 치매 노모가 며느리에게만 남긴 유산의 비밀을 들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텝 재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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